내가 여섯 살 때의 일이었다。

숲에 대해 쓴 『눈으로 똑똑히 본 이야기』라는 책에서 엄청난 그림을 보았다。

커다란 구렁이가 사나운 짐승을 꿀꺽 집어삼키고 있는 그림이었다。그 그림을 옮겨 그리면 왼쪽에 있는 것과 같다。

그 책에는 또 이렇게 쓰여있었다。
「구렁이는 먹이를 씹지도 않고 통째로 삼커버린다. 그러고 나서 먹이를 소화시키기 위해 한 해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잠만 잔다。」

나는 그런 무시무시한 숲에서 일어날 이상한 일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색연필로 쓱싹쓱싹 그림을 그려보았다。이게 바로 내 첫 그림이었다。

나는 이 그림이 정말 자랑스러웠다。그래서 어른들에게 보여주었다。

나 曰 이 그림 무섭지 않습니까?

어른들은 시큰둥하게 말했다。

어른들 曰 망태기를 그렸구나。이게 왜 무섭니?

나는 망태기를 그린 것이 아니었다。구렁이가 멧돼지를 삼킨 그림이었다。나는 어른들이 잘 알아 볼 수 있도록 구렁이의 몸속까지 다시 그렸다。

어른들은 언제나 설명을 해 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 다음 그림이었다。

그러나 어른들은 구렁이의 몸속이 보이든 말든 모두 기울여 보지 않았다。
어른들 曰 애야, 쓸모없이 구렁이 그림이나 그리지 말고 수학, 역사, 국어, 지리 같은걸 공부하렴。
어른들의 핀잔에 난 六살 때 화가되기를 포기했다. 내가 정성을 다해 그린 두 개의 그림이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혼자서 아무것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언제나 이런저런 설명을 해야하기 때문에 애로써는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나는 할 수 없이 화가가 아닌 다른 직업을 찾아야만 했다。 그래서 고른 것이 바로 공군이었다。 비행기를 조종하는 것도 화가만큼이나 신나는 일이었다。

이때, 지리공부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하늘에서 한 번만 슬쩍 보아도 서대륙인지、아니면 아스칸디아 반도의 웨스트 펠티카인지 쉽게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였다。특히 밤에 길을 잃었을 때는 지리 공부가 큰 도움이 되었다。

공군에 지원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오랫동안 어른들과 가깝게 지냈다。하지만 어른들에 대한 내 생각은 바로 바뀌지 않았다。
언제 한번 나는 영리한 어른을 만난 적이 있다。 나는 그때까지도 늘 간직하고 다녔던 처음 그림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 어른이 내 그림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을지 정말 궁금했다。그 어른은 내 그림을 슬쩍 보고 이렇게 말했다
어른 曰 이건 모자 아니니?
내 그림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그 어른에게 나는 구렁이나 숲 또는 별에 대하여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대신 그 어른이 좋아할 만한 일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했다。화투나 바둑、정치、양복 등에 대해서 말이다。
그제서야 그 어른은 똑똑한 사름을 만나게 되었다고 몹시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