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로 나는 벗도 없이 외롭게 보냈다。여섯 해 전에 의령 반란을 진압하기위해 전투기를 탔는데 어떤 이유로 망가져서 매천본도 대산맥 한 가운데에 내리기 전 까지는 그랬다。
전투기는 심장이 박살났는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비행기를 고칠 정비병도、가까이에 연락 되는 통신병도 없었다。높디 높은 산맥에는 오로지 나 혼자뿐이었다。나는 전투기를 빨리 고치지 않으면 안되었다。식량도 이레 정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첫날 밤、나는 산맥에서 그냥 자야 했다。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좀 멀기도 한데다가 적진이었기 때문이었다。그 기분은 너무나 외롭고 쓸쓸했다。
이튿날 해가 뜰 무렵이었다。나는 어떤 작은 목소리에 놀라 잠에 깼다。 아무도 없는 높은 산맥 한가운데에서 별안간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오다니! 내가 얼마나 놀랐었는지 누구나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그 작은 목소리는 내게 속삭였다。
누군가 曰 아재、아재、양 한 마리만 그려줍셔。
나 曰 뭐.
누군가 曰 양 한마리 좀 그려주셔!
그 때 나는 번개라도 맞은것 처럼 깜짝놀라 일어났다。그러자 이상하게 되먹은 웬 꼬마가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길을 잃은 것 같지 않았다。 또 배고프거나 힘들어보이지 않았고、무서워서 벌벌 떨지도 않았다。나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꼬마에게 물어보았다。
나 曰 그、그런데、 꼬마야。너 거기서 뭐하고 있는거냐?
꼬마는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꼬마 曰 아재、빨리 양 하나만 그려주셔

난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기가 막힌 일을 당하면 누구나 거절을 못하기 때문이다。 언제 디질지 모르는 이런 산맥에 엉뚱하게 그림을 그려달라니。나는 가방에서 공책과 볼펜을 슬그머니 꺼내다가 화가났다。
왜냐면、나는 그동안 수학이나 국어、지리같은 것 만을 배웠기 때문이다。나는 꼬마에게 그림을 못그린다고 말했다。그래도 꼬마는 막무가내였다。
꼬마 曰 아、괜찮아。양 한마리면 되。

나는 양을 한 번도 그려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힘이 나지 않았다。그래서 나는 내가 그릴 줄 아는 몸속이 보이지 않는 구렁이 그림을 그렸다。그런데 꼬마는 놀랍게도 이렇게 말했다。


꼬마 曰 아냐。 내가 언제 뱃속에 멧돼지가 들어 있는 구렁이를 그려달라고 했어? 난 구렁이가 싫어。구렁이는 너무커。내가 사는 곳은 아주 작아。그리고 멧돼지는 너무 난폭해。난 꼭 양이 필요해。양 좀 그려줘。
나는 하는 수 없이 양을 그렸다。 꼬마는 내가 그린 양
그림을 보니까 고개를 저었다。

꼬마 曰 아재、이 양은 병들었어。다른거로 다시그려줘。
나는 또 다시 양을 그렸다。 그러자 꼬마는 또 불평거렸다。
꼬마 曰 아재 、이건 산양이잖아。난 양을 원해。
나는 또 한 장의 그림을 그렸다。그러나 꼬마는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꼬마 曰 이건 정말 자연사하기 일보직전이야。난 오래 사는 양를 원한단 말이야。
나는 화가나 참을 수가 없었다。이따위 양 그림이나 그릴 시간이라면 빨리 전투기를 고치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나는 세 개의 구멍이 뚤린 상자를 아무렇게나 그려 던져주었다。
나 曰 이건 상자야。태어난지 일주일 된 양이고、니가 갖고 싶은 양일꺼다。
그러자 뜻밖에도 꼬마의 눈이 반짝 빛났다。
꼬마 曰 바로 내가 갖고 싶어 하던 그림이야。근데 아재、이 양에게 풀을 많이 줘야 할까?
나 曰 그건 왜?
꼬마 曰 ㅇㅇ、내 사는 곳은 아주 작거든。
나 曰 상관없다。상자 속의 양도 몸집이 아주 작으니까。
꼬마는 그림을 잠시 들여다 보면서 말했다。
꼬마 曰 아주 애기이네。어? 양이 잠들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대공작을 알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