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정부 정문을 지나 접견실에 들어가니 역사책과 교과서에서 많이 본 인물이 앉아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장 총통님. 마지막으로 본게 1년 전인데도 그새 더 젊어지신 것 같습니다그려."


그가 사극에서나 볼 만한 올드한 억양으로 말을 걸어왔다.


"김구 선생 안녕하시오! 그간 뵙고 싶었습니다."


사실 내 원래 몸이 한국인이었던 만큼 마음만 먹으면 아예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지만 그냥 통역을 빌렸다.


"저 같은 늙은이를 장 총통각하께서 뵙고 싶었다니 몸 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늙은이라니! 저번 윤봉길 의사의 홍커우 공원 의거때부터 저는 선생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음 접견실에 들어가 김구를 보자마자 중후하면서도 뭔가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 같은게 느껴졌다.


아무리 역사에 관심없거나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눈 앞에 우리나라의 국부가 서있는데 아무 감정도 못 느낄 사람이 몇이나 있을지 궁금하다. 특히 김구는 내가 어릴 때부터 존경하던 독립운동가라 솔직히 보는 것 자체가 내겐 영광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총통님께서 친히 이곳 임시정부에 찾아오신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김구 선생님도 최근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불법적으로 우리 중화민국을 침략한 일을 아실겁니다."


"그걸 어떻게 모를수가 있겠습니까, 저희 한반도도 모자라서 이제는 중국대륙까지 불법적으로 점령하려들다니, 참으로 천인이 공노할 일입니다."


김구는 일본을 생각하는것 만으로도 불쾌했는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저희 중화민국 국민정부에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청년들과 병사들이 한반도의 독립을 위해 이바지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고, 어제 저희 국무회의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위한 지원안이 가결됐습니다. 저희로써도 병력이 늘어나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지요."


"그게 사실입니까?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정확히 어떤 방법으로 지원을 해주실지가 궁주실지가 궁금합니다."


"저희 정부에서 생각하는 안은... 지금 임시정부에서 가용 가능한 병력이 약 2천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맞죠?"


"그렇습니다."


"일단 새로운 군사조직을 만들고, 그 군사조직의 병력은 중국대륙에 거주하는 조선인들을 추가로 모집해서 현재 임정의 병력과 규합해 만들 것입니다. 또한, 저희 측이나 미국 혹은 독일에서 군사 고문단을 파견하고, 저희가 보유한 소총 2만정과 기관단총 1000정을 공여하겠습니다.


"정말입니까! 그런데... 정말 감사하지만 저희에게 그렇게까지 지원해주시는 이유가..."


내가 보기에도 김구는 매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긴, 갑자기 다른 나라 지도자가 저런 어마어마한 지원을 해주겠다니 놀랄 수밖에.


"말했지 않습니까, 저번 홍커우 의거 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저희 중화민국의 좋은 동맹 중 하나입니다."


"꼭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저희 임정은 비록 아직은 약하지만 열심히 훈련해 중화민국의 좋은 동맹이 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내가 들어오며 여기의 청년들의 눈에서 가득한 독립에 대한 의지를 봤습니다. 그들이라면 해낼 것입니다."


고마워하는 김구 앞에서 나는 내가 지금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속으로 되뇌었다.


'대한독립 만세'



임시정부를 나서 차에 타고 총통 관저로 돌아가는 동안에도 나는 벅찬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내 보좌관이 나더러 혹시 좋은 일 있냐고 물어볼 정도였으니까.


비록 내 지금의 조국은 중화민국이라지만 내 속은 영락없는 한국인인만큼 약간 내가 독립운동가가 된 기분까지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있을 시간도 없는게, 내가 아는 역사상 바로 이틀 뒤 홍커우 공항 사건(일본군 중위가 상하이의 홍커우 공항에 난입하다 사살당한 사건으로, 제 2차 상하이 사변의 빌미가 됨)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오셨습니까 총통 각하!"


"그래, 상하이의 일본군 공세에 대한 대비는 잘 진행되고 있는가?"


"예. 현재 중화민국 해군의 80%가 장강을 봉쇄 중이고, 87, 88사단을 포함한 정예 사단 30개 사단이 대기중입니다.


87, 88사단, 독일 군사 고문관 팔켄하우젠의 훈련을 받아 중화민국 내에서도 최정예 독일식 사단으로 알아주는 사단으로, 우리나라의 제 7 기동군단 비슷한 위치라고 할 수 있겠다.


"좋아. 혹시라도 상하이가 일본군한테 점령당하면 우리에게 심대한 타격이 올 수도 있음을 자네들도 알고 있을거야. 잘 막아보자고."


"알겠습니다!"


8시쯤 나는 퇴근해 집무실로 돌아갔다. 쑹메이링은 아마 방에서 책보는 중일거고... 배고프니까 일단 혼자서 고기로 볶음밥이나 만들어먹어야지. 내가 고딩으로 있을때도 볶음밥은 잘했다고.


"여보! 오늘은 내가 혼자 밥 해먹을거니까 당신은 좀 쉬어요."


갑자기 방에서 쑹메이링이 뛰쳐나왔다.


"어머! 안 그래도 되요. 내가 밥 해줄거니까..."


"어허, 내가 해먹겠다니까 그러네. 나도 볶음밥 정도는 할 줄 안다고."


한참의 실랑이 끝에 결국 쑹메이링을 다시 방으로 돌려보내는데 성공했다. 웍(중국식 프라이팬)에다가 돼지고기를 넣고 밥을 볶으니까 생각보다 엄청 맛있었다. 피곤한데 잠 좀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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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8일 오전, 톈진의 일본군 사령부


"저기... 사단장님, 그렇게 하면 제 의견으로는 보급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거리가 먼 편이 아니고 지형도 평야라지만 이 상태로 창저우까지 공세를 하려면..."


"자네, 보급이 없으면 적군을 무찔러 갈취하면 되지 않나! 이름하여 칭기스칸 전략! 대단하지 않은가? 하하하!"


"...네, 정말 대단하군요."


"그러면 이번 공세의 보급 계획과 부대 배치는 이렇게 하지."


회의실을 나서는 마츠시다 소령은 생각했다. 어쩌다 저런 놈이 사단장에 있는거지? 이름이 무다구치라고 하던가. 뜻도 '쓸모없는 입'이라더니 이름값 한 번 더럽게 잘하는구먼 그래.


안 그래도 한 번 공세가 실패해서 사기도 높은 편이 아닌데 제대로 보급도 못받고 싸우라니, 그냥 병사들보고 나가 죽으라는 행위밖에 더 되는건가?


그는 자신의 대대에 있는 어느 병사를 불렀다.


"마츠토 상병!"


"상병 마츠토 시바타!"


"자네... 보급계원이라지?"


"그렇습니다!"


"혹시, 옆 대대원이랑 잘 싸바싸바 해가지고, 어? 걔네 식량 조금만 가져올 수 있나? 내가 아까 회의를 하고 왔는데, 이대로라면 모든 단위부대가 심각한 보급 부족에 시달리게 될거다. 우리 대대라도 살려봐야지. 내가 이런 말 한거 어디가서 발설하지 말도록."


"...일단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바타 상병은, ㅈ같은 이 황군에서 자기네 대대장만은 개념이 있는 편이라고 생각하고있었다. 평소 병사들을 자신의 아들같이 다루고, 저번에도 그가 좌익서클 활동을 하다 끌려와 입대했던 소문이 알려줬을때도 자신을 감싸줬다. 아마 대대장님도 윗선의 ㅈ같은 작전에 자신의 병사들이 굶어죽는게 어지간히 보기 싫었겠지.


그는 대대장님의 기밀 명령(?)을 이행하러, 옆의 2대대 막사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