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마지막 결승전입니다! 현재 부동의 1위, 제니스 카파블 선수 입장합니다!"
제니스 카파블 선수가 링 위에 올라왔다. 제니스는 근육질의 몸매에 건장한 체격의 소유자로 그를 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의 노련미와 강인함이 느껴졌다. 남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그리고 학생의 몸으로 이곳 결승전까지 올라온 세기의 신동 세로프 누츠누트 입장합니다!"
내 차례인가. 나는 자신만만하게 링 위를 올라갔다. 그곳에서 제니스 카파블을 마주보았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여기서부터 움츠러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내 힘이라면 제니스 카파블을 이길 수 있었다.
"예선전에서 만17세의 몸으로 챔피언 후보 코르데 사이언츠를 제압하고 유력한 우승후보인 랭킹 2위 콩 지노까지 단숨에 제압한 세로프 누츠누트! 과연 유력한 우승후보인 랭킹 2위 콩 지노까지 단숨에 제압한 세로프 누즈누트는 과연 부동의 랭킹 1위인 제니스 카파블 선수까지 무릎꿇릴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제니스의 벽에 가로막혀 질주를 멈출 것인가! 제니스 카파블 대 세로프 누츠누트! 지금 시작합니다!"
사회자의 말과 동시에 시합을 알리는 벨이 따르릉 울렸다. 그와 동시에 관중들의 함성이 온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전통강호가 이기기를 바라는 사람과 신흥강호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교차했다. 누군가는 새로운 강자가 부동의 1위를 이겨 새로운 시대가 오길 기대하고 있을 것이었다.


벨이 울렸다. 경기가 끝났다. 나는 이 자리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갔다. 0:3. 나의 완승. 최강의 챔피언도 내 힘 앞에서는 바람 앞의 촛불과 다름없었다.
무슨 수식어를 갖다붙여도 모자랄 이 희대의 결과 앞에 관중들이 소리지르며 환호했다. 이전의 챔피언은 지나가고 이제 새로운 나의 시대가 온 것이었다.
당당히 챔피언벨트와 트로피를 받았다. 당당히 인터뷰와 기자회견에 응했다. 또 나를 붙잡으려 내 뒤를 쫓아오는 열렬한 팬심과 경외심을 뒤로 하고 위풍당당하게 바깥 공기를 향하여 퇴장했다.
사람들은 나의 이름을 입에 올려 나의 위상을 올리리라. 신문들은 이 기적과도 같은 소식을 연일 대서특필하여 나의 명성을 드높이리라. 국내 최강의 마법사가 나타났다며 모두가 나를 추앙할 것이리라.
그러나 그 정도로는 나의 그릇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 국내 최강으로 만족하기에는 나의 힘과 권세가 배고프다고 날뛰고 있었다. 국내를 넘어 온 세계에 미칠 나의 힘이자 나의 운명은 이제서야 현관을 나왔을 뿐이었다.

선수전용 출입구로 가니 이미 고급 리무진 한 대가 나를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나의 능력을 시험하고 증명하고자 내 힘의 제물로 바쳐진 전국의 각종 대회들에서 얻은 돈으로 구입한 리무진이었다. 고로 이 리무진은 나의 권능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나의 선택을 받은 운전기사가 나를 위해 문을 열었다. 나는 그 성의를 음미하며 뒷자석에 고결하게 착석했다. 이제 나의 자택으로 이동하여 휴식의 시간을 만끽할 것이다.
리무진이 나를 집으로 모셨다. 운전기사가 내 자택의 대문 앞에 차를 세워 내가 내릴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그 문을 내려 집 안으로 걸어갔다. 운전기사가 알아서 대문을 열고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집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가보고 싶은 곳이 생겼다. 하찮은 능력의 일개 빈민이었던 부모도 없는 나를 이 자리까지 오를 수 있게 해 준 언덕의 그 나무. 내가 한 국가의 최정상에 오른 지금으로서 그곳 다시 찾고 싶었다.
"오늘은 혼자서 산책을 하고 싶어. 갔다올게."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같이 가시죠."
"아니야. 혼자 갈게."
그 길로 나는 언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문을 나서 자택을 끼고 걸었다. 조금 걸으니 언덕으로 올라가는 산책로의 입구가 눈에 띄였다. 생각보다 그리 멀지 않았다.
언덕은 도시와 빈민촌의 경계에서 약간 빈민촌 쪽에 가까이 있었다. 빈민촌에서 언덕을 넘어가면 도시였고 도시에서 언덕을 넘어가면 빈민촌이었다.
나는 그 언덕을 올랐다. 내가 아주 어렸을 시절 나만 아는 장소라며 신나서 올랐던 그 길이었다. 그곳에서 매일같이 아름다운 도시의 풍경을 보는 것이 나의 낙이었었지. 지금 생각하면 촌스럽기 그지 없었다. 그런 하찮은 것으로 마음이 꽉 찰 수 있었다니 참 한심한 시절이었다.
그 나무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오랫동안 오지 않았기에 가끔씩 길을 잊어 헤메거나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기도 했다. 예전에는 헤진 옷과 짧은 다리로 이곳을 어떻게 잘만 오갔는지 의문일 수준이었다.
"여기인가. 지금 보니 생각보다 별 거 아니었네."
추억의 그 자리에 도착했다. 그 때와 별로 달라진 것은 없었다. 한때 나의 비밀친구였던 한 그루의 플라타너스와 그 앞으로 도시 쪽으로 경사진 잔디밭이 기억과 별 다를 바 없었다. 흙내음도 그 때와 비슷했다.
그러나 그때와 같은 감흥은 없었다. 탁 트인 풍경으로 보이는 도시는 내가 사는 곳보다 초라했다. 예전에 발 뻗고 편히 앉아 놀았던 플라타너스 앞의 완만한 경사는 내가 있기에 상당히 협소했다.
실망스러웠다. 여기 오면 무슨 감정이 일 줄 알았다. 그러나 그런 건 없었다. 그 때는 순수한 동심의 눈으로 봤기 때문이었을까. 예전에 플라타너스가 나에게 힘을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또 그런 건 아닌 것 같았다.
"하긴 나무가 나한테 힘을 줄 리가 없잖아. 그땐 참 잘도 믿었네. 나무가 나한테 힘을 줬다니."
나는 플라타너스를 등지고 다시 산책로로 향했다. 갑자기 산바람이 불었다. 바람이 미적지근해 불쾌했다.
"잘 있어라 플라타너스. 다시는 여기 올 일이 없겠다."
그 말을 끝으로 산책로를 내려갔다. 진흙이 묻은 신발을 생각하니 짜증났다.

그 때 두 명의 아이들이 산책로를 오르고 있었다. 남자아이 두 명이었다. 어린아이들만의 앳된 미소가 스쳐지나갔다.
아이들 중 한 명이 내 얼굴을 스쳐보고는 얼굴을 환히 피며 나에게 뛰어왔다.
"혹시 형아가 세로프 누츠누트에요?"
"어, 맞아 꼬마야."
"와! 저 헝아 정말 좋아해요! 이번에 제니스 카파블 이겼다면서요!"
"그래, 내가 국내 랭킹 1위를 이겼지."
"형아 형아, 기술 한 번만 보여주세요! 정말 팬이에요!"
"그래, 어떤 걸 보여줄까?"
"플라타너스 일렉트로 스프레이 보여주세요! 형아 필살기!"
"그래, 보여줄게."
플라타너스 일렉트로 토네이도. 목(木) 계열 마법에 수(水) 계열 마법을 섞은 것으로, 전격 마법과 바람 마법에 용오름을 합친 초강력 마법이다. 플라타너스가 나에게 힘을 주었다는 생각을 했을 때 맨 처음 연습하기 시작했던 마법으로, 이름에 플라타너스가 붙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아이들에게 필살기를 보여주기 위해 두 손을 양쪽으로 벌리며 간단하게 주문을 외웠다. 고압전류가 흐르는 폭풍이 나와야 할 것이다.
그런데 뭔가 주변이 허전했다. 내 기술 치곤 별달리 느껴지는 것이라곤 없었다. 그저 전기가 파직하고 바람이 잔잔하게 불 뿐이었다.
잠깐, 파직? 내 마법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현실을 직시했다. 양손에는 파지직하는 작은 전류와 그저 잔잔한 바람이 돌고 있을 뿐이었다. 심지어 물은 나오다 말고 떨어져 손과 바닥을 적셨다.
"에이, 형아 장난치지 말고요."
아이들은 뭣모르고 꺄르륵 웃었다. 이 아이들을 실망시킬 수 없었다. 다시 마법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플라타너스 일렉트로 토네이도여야 할 것은 중학교 수준의 조악한 마법으로 변해있었다.
"형아 형아 보여달라니까요?"
그래서 다시 한 번. 그러나 절망적이었다. 아까보다 더 변변찮았다.
"뭐야 왜 필살기 못 써요?"
"형아 가짜에요?"
가짜? 아니야. 나는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진짜 중의 진짜라고.
"아니야 이번에는 진짜 보여줄게."
그러나 결과는 볼품없이 초라했다.
"뭐야, 형아 가짜잖아. 진짜면 이걸 못 쓸리가 없다고."
"그냥 가자. 재미없다."
"야, 같이가!"
"얘들아 그게 아니라..."
내가 당혹하게 아이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이들이 가는 것을 멈추려 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런 나를 무시하고 등돌려 산책로 너머로 떠나버렸다. 
아니야. 이게 아니라고. 나는 천하의 세로프 누츠누트라고. 부동의 1위 제니스 카파블을 이긴 그 세로프 누츠누트!
나는 허탈해하며 산책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갔다. 리무진은 이미 떠나 대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대문을 손으로 직접 밀었다. 어떻게 들어가더라. 나는 대문과의 실랑이 끝에 겨우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집 안에서 다시 마법을 시전해보았다. 플라타너스 일렉트로 토네이도의 전 단계인 플라타너스 일렉트로 스프레이를 해보았다. 결과는 똑같았다. 전기는 자기 마음대로 파지직 갈라져나갔고 바람은 잔잔히 아무 곳으로나 흘렀으며 물은 추진력을 잃고 바닥으로 자유낙하했다.
이 어찌 초라하고 허접한 마법이란 말인가. 이 대로는 안 되었다. 어떻게든 해야 했다.
마음을 다잡고 일반 전격마법을 날렸다. 전격마법은 중학생 정도면 제대로 일자로 나가는 기본 중의 기본이았다.
"뭐야 이게..."
전격은 멀리 날아가긴 했다. 그러나 아무데로나 날아갔다. 이건 마치 정전기에 의해 솟구친 고양이의 털 같았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이제 어떡하지? 부동의 랭킹 1위를 이긴 나인데? 곧 있으면 기자들의 무수한 취재요청이 빗발칠텐데? 그럼 나는 뭐라고 해야 하지? 어떻게 나의 실력을 보여주지?
혼란스러웠다. 나의 모든 것을 잃은 느낌이었다. 이제 모든 것을 감추고 살아가야 하나? 
그래. 이제 나의 신분을 감추고 살아가는 거야. 그러면 모든 사람들은 나를 떠올릴 때 희대의 신동 세로프 누츠누트를 떠올리겠지.
그래, 그거야. 이제 신분을 감추고 살아가자.



*


여러 대회의 상금을 모아 거액을 들여 신분을 세탁한 지 4개월. 고등힉교에 전학 형식으로 개학식 때 입학해 고등학교 3학년의 신분으로 살고 있었다. 일반고등학교는 자존심이 딸려 명문고등학교를 가려고 했으나 입학시험부터 막혀 일반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3학년 중간고사. 나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시간이었다.

경쟁을 알리는 종소리가 고요히 울리기만을 기다렸다. 주변 일대는 시험의 시작을 적막하게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서로가 서로의 적인 이곳. 링 위에 있어야 할 내가 고등학교 시험장 안에 있다는 것이 코미디였다.
준비를 위한 시간이 구르고 이름모를 교향곡의 물살이 시험장을 갈랐다. 악장의 첫 음계가 반고리관에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람들이 손을 앞으로 뻗었다. 경쟁자를 배제시키기 위한 여러 무리의 맹수와도 같은 기세가 시험장을 휘저었다. 
그 결과 사방에서 마법이 폭발했다. 나는 그 마법들을 바로 막으려 했다.
"크헉."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원미상의 공격이 나의 방어를 뚫고 나를 명중시켰다. 아팠다. 아파도 너무 아팠다. 눈앞이 하얘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대기실이었다. 분명 시험에서 탈락하면 이곳 대기실로 자동 텔레포트된다고 했다. 아니, 이렇게 벌써? 아무것도 못 했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한 곳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그곳으로 가보니 결과가 뜨는 곳이 있었다  점수를 확인했다. 끝에서 세번째. 뭐? 약 240명 중 3번째? 하위 약 1퍼센트?
이게 무슨 소리야? 말이나 돼? 말이나 되냐고!
나는 현실을 부정했다. 옆을 보니 중간고사 현황을 볼 수 있도록 투명하게 만들어놓은 유리창이 있었다. 그래서 그곳을 구경해보았다.
전격을 쏘고 물로 검을 만들고 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는 모습이 멋졌다. 서로간의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소를 불로 터뜨리며 마무리.
4등 프리바 테에드, 3등 오네 토오네, 2등 센사 크레아, 1등 메모리 로테.
저곳이 내가 있을 자리였다. 내가 저기서 전격을 날리고 폭풍을 만들고 토네이도를 날려야 했다. 내가 저 순위에 들어야 했단 말이다.
그런데 왜? 왜 나는 여기에 있는 거지? 왜 나는 밑에서 3번째엔 거지?
말이 되지 않았다. 분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학교 나와 정문으로 뛰었다. 마침 나를 태우고 대기하고 있는 리무진이 있었다. 다른 건 다 포기해도 이 리무진 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다.
문을 거칠게 열고 안으로 도망치듯 들어갔다. 그리고 문을 닫고 꽥꽥 소리쳤다.
"운전기사! 집으로 가!"
운전기사가 신경질스런 고음에 놀란 듯 했다. 그러더니 바로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고 출발했다.
"야, 운전기사. 이번에 내가 몇 등 맞았게?"
운전기사는 말이 없었다. 아무래도 적절한 답을 찾고 있는 듯 했다.
"끝에서 3등이래, 3등! 너 어떻게 생각하냐? 전국 1등이 중간고사 끝에서 3등이라니! ㅋㅋㅋㅋㅋㅋ 야 너 왜 아무 말 안 해? 너도 나 무시하지? 그렇지?"
운전기사의 머리를 때렸다. 운전기사는 오늘도 별 말 없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운전하고 있었다.
"야 이 새끼야! 운전 잘 한다고 나 무시하냐 새꺄? 나 이래뵈도 전국 1등이었어!"
한 대 더 때렸다. 아니, 두 대 더 때렸다. 아무리 때려도 시원치 않았다.
"야 이 놈아 왜 반응이 없어!"
"다 왔습니다."
운전기사가 말했다. 아무튼 운전과 인내심만큼은 일류였다.
"한 방만 더 갈기고 간다!"
한 대 더 때리고 내렸다. 그러나 내 마음은 채워지지 않았다.

신경질스럽게 문을 여닫았다. 그러자 운전기사는 바로 리무진을 몰고 냉철히 가버렸다. 요즘 대문도 열어주지 않아 괘씸했다.
나는 신경질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잠시 멍 때렸다.
그거나 할까.
텔레비전 밑에 있는 서랍에서 주사기를 꺼냈다. 주사기를 내 팔에 꽂아 내용물을 주입했다.
이것을 할 때만큼은 기분이 좋았다. 그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느낌이었다. 모든 근심과 걱정에서 도망칠 수 있어서 좋았다.
끝에서 3등. 지금은 그 말을 곱씹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내가 이렇게 밑에 있는 것도 입시위주교육으로 인한 사교육 열풍 때문일 거야. 내 잘못은 없어. 그리고 끝에서 3등이면 밑에 2명이나 있는 거잖아? 그거 정말 다행 아니야?
그래 나는 꼴찌가 아니야. 밑에 2명이나 있다고!
그래. 그거는 게 좋겠어. 내일 학교에 가면 그렇게 하자고.


*

학교에 등교하자마자 소리쳤다.
"야 네가 끝에서 2등이냐?"
"어, 그런데 왜...?"
"아무튼 잘 됐다. 점심시간에 옥상으로 따라와."
"저, 저기..."
끝에서 2등에게 선전포고를 했다. 마침 끝에서 2등이 저런 어리숙한 놈이라서 더 잘 된 일이었다.

점심시간이었다. 나는 점심을 후딱 먹어치우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곳에서 벽에 기대 마치 건달처럼 쪼그려 앉아있었다.
조금 기다리니 끝에서 2등이 나에게로 오고 있었다. 가만히 보아하니 잔뜩 쫄아있었다.
"일로 와."
"어, 어..."
끝에서 2등이 나에게 왔다.
"너 왜 이렇게 늦었어?"
"뭔 소리야... 점심시간 이제 10분 지났는데..."
"그게 늦은 거지 새꺄! 왜 늦었어!"
얼굴에 한 방 갈겼다.
"친구가... 같이 밥 먹재서..."
"그게 이유야? 하 진짜. 조금 맞자."
발로 끝에서 2등을 차 넘어뜨렸다. 끝에서 2등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배를 움켜쥐었다.
"지금부터 너랑 나랑 마법 대결을 할거야. 먼저 리타이어 되면 승. 날 이기면 군말 없이 보내줄 게. 대신에 네가 지면 알지?"
"저, 저기... 일단 일어ㅅ..."
"그럼 시작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었다. 나는 바로 전격마법을 끝에서 2등에게 날렸다. 끝에서 2등이 아무 대처 못 하고 바로 감전되어 쓰러졌다. 지금의 내 마법 최대치로는 사람 하나 기절도 못 시키기에 이 놈은 아마 아직 의식이 있을 것이었다.
"그래, 이거야! 이거라고! 이길 수 있잖아!"
그렇게 나는 미친 듯 웃기 시작했다. 링 위에서 쟁쟁한 챔피언 후보들을 이길 때의 짜릿한 쾌감이 내 몸을 다시 감쌌다. 그래, 이거야! 이거라고!
"야."
"왜...?"
"내일도 수고한다."
이 기쁨을 더 오래 누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