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날이다. 일본군은 이때까지도 특별한 움직임도 없고, 그저 화북에 우리가 만든 바오딩 방어선 앞에서 병력 증원만 계속 받고있을 뿐. 일본은 지금 뭘 노리는 걸까. 화북에서의 한타? 아니면 화북은 그냥 교란용이고 사실은 병력들을 더 준비해서 상하이 같은 곳에 상륙?


우리에 비해 화력이 압도적인 일본군 입장에서는 한타를 노리는게 최선이다. 징집력이 우세한 우리는 지연전, 방어전이 최선이고.


그 사이 미국이랑 영국, 독일이 공식적으로 입장 발표를 했다.


미국은 "작금의 화북지방에서 일어난 중-일 양국간의 갈등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양국간의 조속한 해결을 바란다." 즉, 우린 관심없고 니들끼리 알아서 하라는 얘길 돌려서 말한거다.


영국은 "현재 일본의 행위는 극동의 평화를 파괴한다고 인식될 우려가 있으며, 일본 측에 자제를 당부한다." 미국보단 우리한테 우호적이지만 그냥 의례적인 지지 정도.


독일도 미국이랑 마찬가지로 "현재 화북지방에서 일어난 분쟁이 조속하게 해결되길 바란다" 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독일의 경우에는 진심일 가능성이 높은게 실제로도 트라우트만 공작이라는 중일 화해교섭을 주선하기도 했으니까.


아무튼, 최근 국방부와 외교부가 가장 죽어나는 중이고 그 다음으로 실업부(경제부)가 격무에 시달린다. 어제 외교부에서 과로로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된 사람이 나오기도 했고.


나도 지금 미국대사와 접견을 하러 갈 예정이다.

"넬슨 대사는 언제쯤 도착한다고 하는가?"


"이제 곧 집무실에 도착한답니다."


내가 아는 미래지식들로 미국을 설득해 참전을 요청해야한다. 물론 이런 협상을 해본 경험은 아예 없어서 잘 될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안녕하십니까, 총통 각하."


"안녕하시오, 대사. 요즘 고생이 많아보이는구려, 지난번에 선물한 차 맛은 어떠셨소?"


"차의 주요 원산지인 중국 차라 그런지 마시자마자 몸에서 기름이 쫙 빠지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먼."


"그래서... 저를 이곳으로 부르신 이유가 궁금합니다만."


"최근에 화북지방에서 벌어진 일본과의 갈등을 대사는 아실거요."


"물론 알지요. 불행한 사태이며 중국에 유감을 표합니다."


"내가 미국에 요구하고 싶은 것은, 이 사안에 대해 전황이 우리나라에 불리해질 경우 중국에게 지원을 해줬으면 하오."


"저희도 이 사태가 빨리 해결되면 좋겠습니다만, 저희도 약간 곤란할 듯 싶습니다. 대공황에서 회복한지 얼마 안되서 당장 병력을 보내기엔 저희의 민심이..."


"당장 병력을 보내지 않아도 좋소. 내가 귀국에 원하는건 무기 지원, 식량 지원과 귀국의 이번 사안에서의 아국에 대한 지지요.


"무기 판매야 어렵지 않습니다만, 중국에서는 무엇을 대금으로 지불하실건가요?"


"종전 후 신장위구르, 네이멍구 지역의 석유 체굴에서 미국 회사에 채굴권을 우선하여 주겠소. 또한 앞으로 전후 10년간 미국 회사가 중국에 진출할 경우 세금을 절반으로 인하하겠소."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를 지원받길 원하십니까?"


"일단 전차 70대와 트럭 10000대, 폭격기 50대를 지원받고 싶소."


"이건 제 선에서 해결은 어려운 관계로 상부에 보고, 긍정적으로 검토하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소, 기대해보리다."


그렇게 미국 대사와 조금 더 얘기를 나누다가, 30분 정도 뒤에 대사를 돌려보냈다. 다행히 회담은 잘 끝난 것 같다. 고딩의 몸으로 있을 시절엔 그냥 엄마랑 용돈 협상 해본게 내가 해본 협상의 전부였는데, 의외로 처음치고는 잘 하고 있는 걸까?


일단 미국에 지원을 받으면 확실히 전투력이 올라가기는 할 것이다. 내가 해야할 일은 미국에게 중국 지원의 필요성을 최대한 강조, 앞으로 있을 랜드리스에서 미국에게 최대한 뜯어내는 것이다.


상하이 사변이 8월 초에 있었는데, 우리 중국군이 잘 버틸 수 있을까? 물론 장제스가 한 실수들 (부대를 너무 한 곳에 모은다거나)은 내가 알아서 고치겠지만 그런다고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되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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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각하 입장하십니다!"


미국의 백악관, 총리가 큰 소리로 대통령의 입장을 알리자 모든 국무위원들이 일어나 경례를 올렸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가볍게 답례한 뒤, 자리에 앉았다.


"스페인에서는 내전이 지속되고 있으며, 프랑코 측 군대는 지속적으로 마드리드를 공략 중이지만 공화국의 저항도 만만치 않아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또한 독일의 히틀러는 꾸준히 전투기와 전차를 생산하고 있어, 이를 저지할 필요성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의 재군비는 아직까지는 위험 수준이 아니라고 보오. 히틀러가 어느정도 호전적인건 사실이지만, 아직 경계할 수준까지는 아니오. 그냥 유감 성명 정도만 발표하고 끝내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최근 중화민국이 일본과의 화북에서의 분쟁에 대해 무기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전차 70대, 트럭 약 10000대와 그 외 기타 식량 지원을 원한다는 주중대사의 보고입니다."


"70대랑 10000대? 약간 많은 것 같긴 한데... 중국은 어떻게 대금을 지불한다던가?"


"추후 신장과 네이멍구에서의 미국 회사의 석유 체굴 우선권과 종전 후 10년간 미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시 세금 절반 감면이라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다만 일본에는 무기를 지원하지 말아달라고 합니다."


"그 정도면 합리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하오?"


"중국의 시장규모와 그 지역의 매장량으로 보면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중국에 무기를 지원해서 얻는 이익이 일본과 관계가 악화될 경우에 얻는 손해보다 더 큰지는 더 따져봐야합니다."


헐 국무장관이 수염을 매만지며 말했다.


"저는 개인적으로 찬성하는 바입니다. 일본과의 관계야 어차피 지금도 많이 악화됐고. 차라리 중국과 손을 잡는 편이 일본의 독주도 견제할 겸 좋지 않을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자칫 일본이 중국에 승전해 중국의 풍부한 자원까지 확보하게 된다면 미국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좋소, 그러면 중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걸로 이 안건을 가결하겠소."


이 소식은 하루도 안 걸려 난징의 내 집무실로 날아왔고, 이 소식을 들은 나는 이렇게 외쳤다.


"쨔쓰!"



8월 3일 베이핑의 지나 주둔군 사령부,


"내일이 되는 자정, 우리 부대와 현재 베이핑-톈진 축선에 위치한 전 부대는 지나의 바오딩-장자커우-창저우 선으로 총 공세를 들어간다! 우리 부대는 평한 철로를 따라 바오딩 방면으로 진군, 9월 1일까지 바오딩을 탈취하는 것이 대본영의 목표이다. 본관은 우리 부대가 황군 특유의 야마토 혼을 불살라..."


'그놈의 야마토 혼, 저 사단장 놈 또 시작이구먼'


일본군의 상등병조 마츠토 시바타, 그가 군대에 끌려오기 전까지 인생은 상당히 불우했다. 아버지는 4살 때 돌아가시고, 혼자 남은 어머니는 방직일과 장사를 해 근근히 그를 먹여살렸다. 그런 환경에서도 그는 열심히 공부해 결국 동경제국대학에 합격, 출세 길이 열리나 했지만 좌익 서클 활동을 하다 적발당해 강제로 군대에 끌려왔다.


그는 저 사단장이 그토록 강조하는 옥쇄, 야마토 혼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군이든 적군이든 둘 다 사람이고, 전쟁의 승패란 무기에 따라 갈리는 것인데, 어째서 우리 일본군만 신의 보호를 받는다느니, 특별한 혼을 가진다느니, 이럴까?


그렇다고 평소에 사단장이 모범을 보이는 것도 아닌게, 병사들 사이에서도 '우리 사단장이 좋아하는 건 첫째가 훈장이요, 둘째가 게이샤다' 라는 노래가 돌 정도면 말 다했다.


그는 사단장 뿐만 아니라 자신과 수많은 젊은 일본의 청년들을 이렇게 만든 제국과 대본영이라는 곳의 작자들도 미웠다. 주변국과 전쟁을 할 시간에 일본의 산업을 더 발전시키고, 문화를 융성시켰으면 일본이 더 발전했을수도 있었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지만 지금 열심히 돌격하지 않으면 분대장한테 심하게 맞을거다. 분대장이라는 작자가 사병을 독려하지는 못할 망정 허구한 날 두들겨 패기만 하니.


이윽고 8월 4일 자정이 되어, 고요한 밤의 적막 속에 돌격을 알리는 짧은 호각이 울렸다.


"도쯔께끼!! 마에!" (돌격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