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호텔 방에 침입한 두 명 중 한 명을 밀쳐눕혔다. 넘어진 그 사람은 나를 보고는 별 거 아니라는 듯 나를 손으로 슬쩍 밀고 일어났다. 그 사람의 입장에서는 슬쩍이었겠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상상 이상의 괴력이어서 꼼짝없이 밀릴 수 밖에 없었다.
이건 또 무슨 힘인가 하고 그들이 누군지 보았다. 눈의 초점은 흐리멍덩했고 입은 굳게 다물고 있었다.
방금 내가 밀친 사람이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순간 얼어붙었다. 내가 방금 밀쳤으니 무슨 보복이 올까 두려웠다. 그러나 다행히 공격은 오지 않았다. 그는 나를 보며 기계적으로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전쟁용 로봇 행동강령에 대한 특별법 제4조 7항에 의거,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을 공격할 수 없습니다. 이 이상으로 방해하시면 공격 가능 대상에 포함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무슨 법률이니 뭐니 하는 말이 영어로 지나갔다. 대충 이해는 되었지만 그들이 왜 이런 말을 하고 왜 방을 습격했는 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방 안쪽으로부터 스타카토의 경보음 같은 음이 작게 울렸다. 나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려 했다.
"당신들 뭐하는 분들입니까?!"
"레볼루시아입니다."
레볼루시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아무튼 방금 리와인더를 습격한 자들임은 확실했다.
"거기 그 가방 건네주세요!"
방 안에서 들려오는 시즈오카의 목소리였다. 시즈오카가 오른쪽 검지손가락으로 현관 쪽에 있는 가방 하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까 내가 들고와주려고 했다가 거절당한 유혜림의 가방이었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방으로 들어가 일단 그 가방을 있는 힘껏 집어 던졌다. 꽤나 묵직해서 던지는 데 은근히 힘이 많이 들었다. 가방이 바닥에 떨어지며 안에서 딸깍하는 소리가 났다. 아까 그가 말했던 법인지 뭔지 때문이었을까, 내가 호텔 방 안으로 들어갔는데도 반응이 없었다.
시즈오카가 다급히 가방을 열어 총을 꺼냈다. 크기를 보니 소총이었다. 가방에서 갑자기 그게 나오니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총에 이미 탄창이 들어간 상태였는지 시즈오카는 바로 장전을 하고 문 쪽으로 총구를 겨냥했다. 그리고 나에게 다급하게 외쳤다.
"비키세요! 대인용은 아니지만 맞기 싫으면 나오세요! 처음 쏴보는 거니까!"
나는 그 말에 바로 위험함을 감지하고 바로 주방 쪽으로 도망쳤다. 내가 나오자마자 시즈오카가 방아쇠를 당겨 문쪽으로 총을 연사했다. 그와 동시에 내가 아까 밀어넘어뜨린 사람도 시즈오카를 향해 권총을 발사했다. 내가 피하고 나서 바로 쐈기 때문이었을까. 의문의 침입자는 시즈오카보다 한 발 나중에 쐈고 침입자의 빗나간 듯한 총알은 시즈오카의 옆구리에 맞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시즈오카가 쏜 총알은 침입자의 몸에 맞고는 그 자리에서 작은 폭발을 일으켰다. 침입자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 때 나는 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총알의 작은 폭발로 녹아내린 피부 밑으로 보이는 은백색 쇠붙이. 아마 그는 안드로이드였다.
"아악!"
시즈오카가 총을 쏨과 동시에 쏜 반동으로 쓰러졌다. 이 반동으로 인해 총알이 빗나간 것이기도 해서 다행이도 했다. 예비군 때 사격해본 경험으로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시즈오카는 개머리판을 이상한 곳에 대고 쏴 자기 혼자서 부상을 입은 듯 했다.
그와 동시에 뒤쪽에 있는 나머지 한 명의 침입자가 안쪽으로 두 발짝 들어왔다. 나는 그를 막기 위해 맨 몸으로 주방을 나와 현관문과 마주보는 복도의 바로 앞에서 두 팔을 벌리고 막아섰다. 그 무슨 법률 때문에 비무장 민간인은 죽이지 못한다고 한 것이 판단근거였다. 솔직히 목숨을 건 도바ㄱ이었다. 무슨 생각이었을까. 닥쳐올 미래가 두렵지고 않았던 것이었을까. 나는 
"전쟁용 로봇 행동강령에 대한 법률 제4조 7항에 의거,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을 공격할 수 없습니다. 아까도 경고해드렸지만 이 이상으로 방해하시면 공격 가능 대상에 포함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아까와 같은 기계적인 목소리였다. 아마 그들은 기계이기에 그들의 행동에는 어떤 규칙이 있을 터였다.
"왜 공격하는 거죠?"
"미야자키 츠바사, 유혜림, 시즈오카 히카리는 특별지정제거대상으로 지정되어있습니다."
"제가대상? 뭔진 모르겠지만 막아야겠습니다."
"방해하지 마십시오."
"그래서 제가 뭘 해야 그 법이 저를 쏠 수 있도록 허락해주는 겁니까?"
"무장하거나 특별지정대상에 포함되면 단계에 따라 공격할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제가 무장을 한다면요?"
"E군 공격대상인 무장한 민간적대세력으로 간주되어 제압할 수 있습니다."
"그럽니까?"
무슨 용기였을까. 나는 시즈오카의 앞에 떨어진 소총을 집어 탄피를 빼고 현관을 행해 겨냥했다. 그러자 그는 바로 다른 총을 꺼내(아니면 권총의 모드를 바꾸어) 내 다리를 저격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동일 조항 6항에 의거 E군 민간무장적대세력으로 간주하여 비살상 제압합니다. 당신을 식별번호 ENE-201104-1-D로 등록합니다. 여기서 쏘시면 S급에 해당하는 특별지정제거대상의 조력자로 판단되어 당신도 회의 후 특별지정제거대상에 오를 수 있다."
"회의 후? 그럼 지금은 나를 못 죽인다는 거죠?"
그리 아프진 않았다. 그가 쏜 총알은 약간의 폭발 후 끈끈한 무언가를 내뱉으며 내 발을 고정시켰다. 혹시라도 총알에 맞아 피가 나올까 걱정했는데 잘 된 일이었다.
나는 바로 총알을 쐈다. 어차피 지금 죽을 일은 없었다. 적어도 그들의 말에 따르면 그랬다. 예비군 훈련 당시 사격에 우수했던 전적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누가 알았으랴.
또 지금으로서는 죽더라도 이러는 것이 한이 남지 않을 것 같았다. 채경이와의 약속도 깨지고 리와인더와의 약속도 깨지면 박도균 아저씨와의 약속이 있더라도 더 이상 살 가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기는 싫었다. 온몸이 거부했다.
총알은 바로 날아가 그의 몸에 부딪혔다. 총알이 그의 몸에 맞아 작은 폭발을 내며 그의 피부를 녹였다. 생각보다 잔인하고 혐오스러운 광경이었다.
두번째이자 마지막인 그 침입자는 푹 쓰러졌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유언을 남기듯 말했다. 치지직거리는 게 요란했다.
"동일 조항... 1항...에 의거... ENE-201104-1-D를 S급 적대세력으로... 포함시킬 지에 대한 회의를 청부합니다."
그 말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요가 다시 되찾아왔다. 침입자가 쓰러졌고 긴박했던 폭풍이 끝났다.

일련의 사태가 모두 끝났다. 다행이었다. 나의 은인인 그들을 살릴 수 있었다. 거기다 피를 흘리지도 않았다. 내가 빚진 은혜를 갚을 수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다.
안도와 함께 잔뜩 긴장되었던 몸이 풀렸다. 소총의 탄피를 빼고 안전한 상태로 바꿔놓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발을 떼려고 했으나 발에 들러붙은 끈적이는 것이 나를 거세게 붙잡았다.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내 발목까지 감싸고 있는 그것은 본드마냥 딱 달라붙어 있어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나는 움직이기 위해 떼어내려고 했으나 그것이 말처럼 되지 않았다.
그 때 내 뒤에 있는 시즈오카가 말했다. 순식간에 지나간 상황이라 잠시 잊고 있었지만 그는 총알을 맞고 피를 흘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미야자키 씨, 하현일 씨 발에 물 좀 뿌려주세요."
"네."
일본어라서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들었다. 그러나 총상의 고통에 신음하는 소리가 섞여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미야자키가 시즈오카의 말을 듣고 화장실로 총총걸음으로 들어갔다.
시즈오카의 말에 정신을 차린 나는 시즈오카에게 무슨 일인지 물으려 했다.
"근데 이게 무슨 일..."
아 맞다. 이 분 한국어 못 하지. 영어는 알아듣겠지?
"이게 무슨 일이에요?"
그러나 시즈오카는 못 알아들었는지 '하이?(네?)'라고만 하고 아무 말이 없었다. 적어도 영어는 할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던 것은 오산이었다.
나는 통역을 위해 옆에 있던 유혜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유혜림 씨, 통역 좀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유혜림은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저 한쪽에서 다리를 감싸안은 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녀의 눈은 공포에 완전히 맛이 간 듯 했다.
그 때 내 전신에 차가운 물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또다른 습격인가 하고 다시 총을 집으려 하며 현관을 보았다. 다행히 습격이 아니었다. 그저 미야자키가 화장실에서 샤워기를 최대한 밖으로 끄집어내며 내 발을 향해 물을 나름 열심히 조준시키고 있을 뿐이었다.
발이 묶여 몸을 돌릴 수 없었지만 물은 내 머리를 넘어 뒤에까지 뿌려졌다. 뒤에 있는 시즈오카까지 맞은 듯 했다.
"따뜻한 물로 부탁드립니다."
시즈오카가 일본어로 뭐라 말했다. 미야자키가 샤워기를 들고 다시 화장실에 들어갔다. 수도꼭지를 돌리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그녀가 다시 나오며 물을 뿌렸다. 따뜻했다.
물이 그것에 닿으며 끈적끈적했던 것이 풀렸다. 옷이 상하의를 차별하지 않고 푹 젖기는 했지만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게 되어 편했다.
"이제 됐어."
시즈오카의 말에 미야자키가 바로 화장실로 들어가 물을 끄고 나왔다. 미야자키의 일이 끝났다고 판단해 나는 바로 그녀에게 물었다. 적어도 이 분은 말이 통하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를 품고 영어로 말했다.
"아까 그 사람들은 대체 뭐에요?"
그녀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I don't know, too.(저도모르겠어요.)"
그렇다. 말은 통했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 때 내 말을 듣고 시즈오카사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맞다 미야자키 씨, 당신 영어 할 수 있었죠?"
"네."
"그럼 제가 하는 말 그대로 통역 좀 해주실래요?"
"네."
"물이란 주방 식탁 위에 있는 가방을 가져와주세요."
"Please bring me the water and the bag on the table in the kitchen."
시즈오카가 일본어로 뭐라고 차분하게 말하자 미야자키 씨가 영어로 말했다. 시즈오카의 말을 번역하는 듯 했다. 이와중에 영어 발음은 원어민 수준이었다. 나는 그 의미를 알아듣고 식탁 위에 있는 가방을 시즈오카에게 건넸다.
시즈오카가 아픈 몸을 얼추 움직여 그 가방을 열었다. 그가 움직일 때마다 그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가방 안에는 알약과 캡슐이 든 알약 케이스가 한가득 들어있었다. 시즈오카는 그 중 알약 한두개와 캡슐 하나를 꺼내 먹었다.
"Can you translate what I say?(제가 말하는 거 통역해주실 수 있어요?"
나도 미야자키가 통역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영어로 물었다. 미야자키는 알겠다고 했다. 나는 바로 내가 이 상황에서 가장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What's going on here?"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에요?"
미야자키가 내 영어를 일본어로 통역해주었다. 그러자 시즈오카가 뭐라고 답했다. 미야자키가 그것을 영어로 해석해주었다. 지금까지의 이미지와는 안 맞게 실력이 풍부해보이는 영어였다.
"저도 뭔 일인지 자세히는 몰라요. 단장님이 하도 뭘 숨기는 게 많다보니... 단장님한테 전화해보시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그 말에 일단 수긍했다. 그리고 바로 핸드폰을 켜서 미야자키가 깔아준 앱을 열고 단체통화 버튼을 눌렀다. 요즘 휴대폰은 방수가 되어서 다행이었다. 대상을 고르라는 창과 함께 나는 이 방에 있는 시즈오카, 미야자키, 유혜림을 제외한 전원을 눌러 통화를 시작했다.
앱을 깐 게 이렇게 쓰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나는 그들이 전화를 받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Xinyi Fang이라는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이동 중의 전화에서 싸우던 거에 빡쳐서 갑자기 치고 들어왔던 여자였다. 국제공용어인 영어로 대화했다.
"여보세요?"
"뭐야 씨발 이거 무슨 일이야! 갑자기 뭔 안드로이드가 처들어왔어!"
"이쪽도 그래요! 저희도 갑자기 안드로이드가 두 대나 습격했어요!"
"아 맞다 욕하면 예의가 아닌데. 아무튼 이거 무슨 일이야?"
"저희도 몰라요. 저도 물어보려던 참이었어요. 혹시 그쪽은 아시는 거 없어요?"
"몰라 씨발. 단장이라는 사람이 알겠지. 아 나 또 욕했네. 혹시 너 몇 살이야? 나이가 나보다 많으면 사과할게."
"만으로 29살이에요."
"뭐야, 미야자키랑 동갑이었네. 다행이네 나보다 어려서. 예의 어긋났을 까봐 순간 마음 졸였잖아. 그래도 손님 격인데 이렇게 말하는 거 좀 그런가?"
"아니에요 괜찮아요."
"그럼 고맙지. 그리고 나한테는 그렇게 공손하게 안 말해도 돼. 나 만30살이라 한 살밖에 차이 안 나는데 그냥 편하게 말하자고."
"그래도 될 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쪽은 어때요?"
"말 놓으라니까. 에휴, 여기는 개판이 따로 없어. 여긴 지린 시의 호텔인데 안드로이드 2대가 호텔 문 부서먹고 들어왔어. 다행히 단장님이 품에서 권총을 꺼내더니 바로 쏴재껴가지고 금방 끝나긴 했어."
"여기도 그래요, 아니 그래. 시즈오카 씨가 가방에서 꺼낸 소총으로 시즈오카 씨랑 제가 제압했어. 나는 발에 끈적한 거 맞았고. 근데 시즈오카 씨는 총에 맞고 약 먹었어요."
뭔가 말 끝에 존댓말을 붙이지 않아 허전하고 어색한 느낌이었다. 끝에 요를 붙이고 싶었다.
"오 잘했네. 뭐야 너 총 잘 쏘는 놈이었어?"
"예비군 훈련 때 쏴봤어. 한국은 징병제니까."
"오~. 왜 따라오나 했더니 쫘식 제대로 진가를 보여주잖어. 그래도 히카리(시즈오카의 이름)가 총 맞았다는 거는 좀 그렇네. 근데 걱정되는 게 있는데 혜림이 지금 어떤 상태냐?"
"소파 위에서 다리 웅크린 채 벌벌 떨고 있어. 눈을 보면 넋이 나간 것 같고요. 지금은... 뭐야 기절했어?"
유혜림이 기절했다는 것을 알아채고 나는 그녀를 제대로 눕혀놓으러 일어섰다. 팡 씬이 라는 이름의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하... 역시 그랬구만. 트라우마가 다시 깨어난 거냐."
"트라우마요?"
"아, 너는 모르겠구나. 몇 년 전에 다같이 모여있을 때 한 번 리와인더 기지에 적이 습격했던 때가 있었어. 단장님 말로는 우리들의 적이랬어. 어디 소속인지는 안 알러줬고. 그 때 그쪽 소속 안드로이드들이 습격해서 제니퍼 킴을 죽였지. 단장님은 다행히 납치됐더니 얼미 안 가 다시 돌아왔고.
그 때 혜림이가 제니퍼가 죽을 때 바로 앞에서 목격했어. 그리고 그 뒤로 PTSD가 생긴 거지. 나이도 동갑이고 같은 한국계라 금방 친해져서 죽을 때 충격이 엄청 컸던 거지. 그 후로 대역으로 히카리가 들어온 거고. 보니까 히카리가 혜림이 정신적으로 괴로운 거 어느 정도 커버해줘서 괜찮아진 건데 또 부활했네 씨발."
그런 괴거가 있었다니 유혜림이 이해가 됐다. 갑자기 안드로이드가 쳐들어왔는데 과거의 일이 생각나지 않을 리가 없잖은가.
그 때 시즈오카가 통화에 참여했다. 그걸 보고 팡 씬이가 말했다.
"너 총 맞았다매? 푸르니에 씨 불러야겠지? 아무래도 나는 아날로그 수술 전문이 아니니까 못 해줄 것 같으니까."
"불러야겠죠. 일단 진통제 먹었으니 괜찮을 거에요."
자동으로 번역되었기 때문에 시즈오카가 일본어로 말했으나 대화가 통했다.
갑자기 통화방에 무언가가 공지로 떴다. 보아하니 시즈오카가 'Melissa Fournier'을 호출한다는 내용이었다. 호출 기능도 있다는 게 신기했다.
그 때 Shuo Chen이라는 사람이 들어왔다. 단장님이었다.
"괜찮나? 그쪽도 일이 있었나본데."
"저는 괜찮아요. 근데 시즈오카 씨가 총에 맞았어요."
"역시 올 게 온 건가."
"근데 이거 대체 무슨 일이에요?"
나의 물음에 천 슈어 단장님이 살짝 뜸을 들이더니 말했다.
"이제 말해줄 때가 된 것 같구나. 말해주지. 레볼루시아의 습격이다. 기존 정부를 뒤엎고 기계로 된 새로운 정부를 만들고자 하는 혁명세력의 짓이지. 목표가 세계정복이라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터무늬없는 생각을 왜 하는 지 모르겠다고 생각하네. 리와인더는 그런 망상을 하는 그들을 막기 위해 탄생한 조직이고 그래서 레볼루시아와 우리는 적이야. 다른 이유도 있지만 그건 나중에 말해주도록 하지."
그 후로 약간의 설명이 더 오갔다. 그 때 멜리사 푸르니에가 통화에 들어왔다. 목소리에 짜증과 귀찮음이 한가득했다.
"안 그래도 여기 도망다니느라 바쁜데 왜 호출하고 난리야!"
"히카리가 다쳐서 수술이 필요해요."
팡 씬이가 급하게 말했다.
"이쪽은 쫓겨다니고 있다고. 여기 투먼 시 호텔인데 무기가 없어서 힘들어 죽겠어. 마침 세르게이 알렉산드로비치가 무기가 있긴 있어서 망정이지. 안드로이드는 한 대고 지금 아시모프 쫓아간 상태야. 바쁘니까 끊는다."
"푸르니에 씨!"
팡 씬이가 푸르니에 씨가 나가는 걸 붙잡으려 했지만 푸르니에 씨는 결국 나가고 말았다.
"저기도 습격당했어요?"
"씨발 이 새끼들이 골고루 지랄이네."
"그나저나 벌써 안드로이드가 습격하다니. 이거 생각보다 빠르군."
"그럼 이제 어떡할 거에요? 차원이동기도 작살나서 당분간 오도가도 못하는데요."
"아지트를 만들어서 거기서 무기를 조달하던가 해야지. 어디 적당한 데 없나."
그 때 내 뇌리를 스쳐지나가는 것이 하나 있었다. 어차피 샤카넬은 곧 도산인데 공장을 빌려드리면 뭐라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나는 샤카넬을 유지시킬 수 있고 리와인더는 기지를 얻을 수 있어 좋은 거래가 성사될 것 같았다.
"혹시 저희 공장 빌려드릴까요? 어차피 회사 망하기 직전이라 빌려드려도 되는데."
"진짜? 그럼 우리야 고맙네. 그런데 그 쪽은 괜찮겠나?"
"괜찮아요. 어차피 저는 샤카넬을 유지시킬 수만 있다면 좋거든요."
"그보다도 그쪽이 위험해 질텐데."
"그 아까 제가 안드로이드한테 총 쏘니까 제거대상으로 회의에 청부 뭐시기 하던데요. 저 이미 죽을 것 같으니 괜찮은 거 아닌가요?"
"뭐? 총을 쐈나? 안드로이드한테?"
단장님은 엄청 놀라는 눈치였다.
"아 이거 어떻게 될라나... 그럼 공장 빌리는 대신 지켜주겠네."
"뭐야, 거래 성사 된 거에요?"
팡 씬이라는 분이 치고 들어왔다. 단장님이 긍정했다.
"그렇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세."
그렇게 단장이라는 분과 나의 거래가 성사되었다. 샤카넬을 지속시킬 수 있다니 좋았다.
그리고 얼마 후 천 단장님이 나갔다. 내가 팡 씬이에게 말했다.
"근데 뭐라고 부르면 돼 팡 씬이?"
"팡 씬이라고 불러. 중국에선 그게 편하게 부르는 거니까. 그럼 용무는 된 건가. 그럼 간다."
그렇게 팡 씬이도 통화방을 나갔다. 그 때 시즈오카가 통화방을 통해 공손하게 말했다. 자막으로 자동번역되었다.
"그... 감사합니다. 이거 오히려 저희가 은혜 갚아야 할 정도네요."
"아유, 괜찮아요. 저도 이걸로 얻은 게 있으니 그걸로 됐죠."

그렇게 대한민국에 세상의 변곡점이 하나 탄생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