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6월 14일 0400시]


북대서양, 미 해군 항공모함 '니미츠'


공습경보. 0400시에 콜라 반도에서 추정 5개 폭격비행대가 서쪽으로 비행함.

제2함대 사령관이자 전쟁이 터지자 NATO 대서양함대 총사령관이 된 이스트 제독은 통신문과 손목시계를 번갈아 보았다.


"생각보다 빠르군. CAG(Carrier Air Group, 항공모함에 배속된 비행대 지휘관)?“

항공모함 비행대 지휘관은 통신문을 보고 전화 곁으로 갔다.


"대기조의 각 비행기를 이륙시키라. 톰캣 2대와 호크아이 1대를 대기. 귀환하는 항공기는 즉시 착함하라. 캐터펄트 하나는 KC-130 급유기를 위해 남겨두도록."

그리고 그는 되돌아왔다.


"허락하신다면 다시 F-14 2대와 E-2 1대를 1시간 후에 이함시켜 모든 전투기를 비행갑판에 올려 놓겠습니다. 그리고 적이 함대 수백 킬로미터 안쪽으로 접근할 0600시에 남은 전투기를 날리고 급유기를 붙이겠습니다. 이쪽의 모든 비행기로 약 300km 전방에서 적을 요격할 생각입니다."


"좋아. 다른 의견은?"

제독이 생각에 잠긴 얼굴로 주표시판을 보았다.


"영국도 같은 경보를 받았겠지? 소령?"


"네.“

레이튼은 대답했다.

"노르웨이도 그렇습니다. 운이 좋다면, 어딘가에서 폭격대를 탐지하고 몇 대를 격추하며 추적해 줄지도 모릅니다."


"좋은 생각이지만 기대할 수는 없지. 내가 공격을 지휘한다면, 서쪽으로 나간 다음, 아이슬란드 상공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돌리겠어. 어쨌든 그쪽에는 펄크럼 몇 대도 있고."

레이튼은 동의하고 끄덕였다.


이 함대는 각 함정이 반경 30마일의 원을 이루며 펼쳐지고, 미 해군의 ‘니미츠’와 ‘타라와’, 왕립 해군의 ‘허미즈’를 타이콘데로가급 이지스 순양함 6척과 대잠전에 뛰어난 스프루언스급 구축함 9척이 둘러싸고 있었다. 이 중에 대공감시 레이더를 작동시키고 있는 함정은 한 척도 없었다. 그 대신 함대 상공을 선회하는 2대의 E-2 호크아이 조기경보기로부터 경보를 받고 있었다.


이제 곧 펼쳐지려는 전투는 이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게임보다도 더욱 복잡한 것이었다. 열 가지 이상의 각종 변수가 영향을 미치며 가능한 상황이 수백 개나 되었다.


소련 공습부대는 탐지당하지 않으면서도 NATO 해군의 항모전단 위치를 알아야만 했다. 그들은 이륙 시점의 함대 위치는 알고 있었지만, 공습부대가 함대에 이르기까지의 네 시간 동안 공습 목표는 움직인다. 장거리 대함미사일을 쏘더라도 목표인 미국 항공모함 1척과 영국 항공모함 1척, 상륙함 1척으로 유도되게 하자면 미사일에 정확한 좌표를 입력할 필요가 있었다.


한편, NATO 함대 쪽에서도 함재기를 통해 공습부대를 효과적으로 요격하려면 그 방향과 속도에 대해 정확한 예측을 해야 한다. 톰캣의 과제는 항공모함이 발견되기 전에 폭격기의 위치를 알아내고 교전하는 것이었다.


이 함대의 모든 함정은 대공감시 레이더로 공습부대를 300km 이상 멀리에서 탐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레이더 신호는 소련의 항공기가 탐지할 수 있으며, 따라서 소련 폭격기는 함대의 정확한 좌표를 알아내고 사방에서 습격해올 수도 있다.


이 게임은 수천 킬로미터의 대양에서 펼쳐지는 숨바꼭질이다. 실수한 쪽은 죽는다.



노르웨이해 상공, 소련 폭격기 편대


소련의 베어 폭격대는 아이슬란드 남쪽을 통과중이었다. 그 숫자는 10대. 이 거대한 프롭 폭격기는 수많은 전자장치를 장비하고 미국 항공모함의 위치를 밝혀내는 훈련과 경험을 몇 년씩 쌓은 요원들을 태우고 있었다. 이들이 맡은 임무는 미국 함대의 진형을 파악하여 다른 폭격기에 알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 함대가 숨죽이며 레이더를 꺼놓고 있거나 또는 레이더 신호를 내보내거나 멈추거나 하면서 폭격기를 교란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베어는 자칫 적함이나 적 전투기의 편대로 직행할 위험이 있었다. 베어는 속력이 느리기 때문에 전투기로부터 도망칠 수 없으며, 연한이 한계에 달한 기종은 방어기총으로 전투기와 싸울 능력도 없었다.


그때문에 승무원들 사이에는 이런 농담이 오고갔다.

"적 함대 발견! 안녕, 조국이여!"


그러나 그들은 자랑스런 소비에트 해군 항공대의 정예였다. 따라서 조국도 그들과 베어를 의지하고 있었다.


한편 아이슬랜드의 960km 북쪽에서 Tu-16 배저 폭격기의 편대는 침로를 1_8_0으로 바꾸고 시속 1천 km의 속도로 남쪽으로 똑바로 향했다. 편대는 공군기가 초계 중인 노르웨이 쪽을 피했다. 또한 영국은 이렇게 멀리까지 손을 댈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이들은 탄두 대신 추가 연료탱크를 장착하여 무인 이동 표적으로 쓰이는 KS-1 코메트 미사일을 발사해 적을 교란시키는 임무를 맡았다.


그들로부터 300km 후방에서는 Tu-22M 백파이어의 공중급유가 끝나가고 있었다. Tu-22M에는 급유기가 동행하고 있었다. 급유가 끝나자 백파이어는 남쪽으로, 배저의 편대보다 조금 서쪽으로 침로를 바꾸었다. 두 날개 밑에 크고 무거운 Kh-32 부랴 대함미사일을 달았지만 초음속으로 날 수 있었으므로 NATO 함재기가 공격해 와도 살아남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았다.


3개의 무시무시한 비행 편대는 모두 순항속도로 남쪽으로 날아갔다. 승무원들은 북대서양 위를 비행하는 동안 연료 소비와 엔진의 열을 감시하며 그 밖의 수많은 계기로부터 눈을 떼지 않았다.



북대서양, 미 해군 항공모함 '니미츠'


맑게 갠 아침이었다. 머리 위의 솜 덩어리 같은 구름이 솟아오르는 태양빛을 받아 점차 복숭아색으로 물들어 갔다.


수평선 상에 '허미즈'와 '타라와' 2척의 경항공모함이 보였다. 아마도 그곳까지 8km, 이 거리에서도 역시 인상적인 크기였다. 좀 더 가까운 곳에는 이지스 순양함 '요크타운'이 높이 3미터의 파도를 가르고 있으며 발사대에 얹힌 하얀 하푼 미사일이 보인다. 점멸신호가 교환되고 있었다. 그것이 없다면 눈에 들어오는 모든 함정은 소리를 내지 않고 대기하는 회색 그림자에 불과했다.


'니미츠'의 갑판에는 F-14 톰캣 전투기가 널려 있었다. 2대는 레이튼으로부터 백 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은 캐터펄트에 얹혀 있었는데 승무원들은 졸고 있었다. 전투기는 소련 폭격기를 단번에 쓸어버리기 위한 장거리 피닉스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었다. 한편 A-6과 A-7은 무장을 해제하고 공중급유용 탱크를 싣고 있었다. 이는 비행중의 전투기에 급유하고 2시간 가까이 하늘에 머물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텔레토비처럼 다채로운 셔츠를 입은 갑판요원이 이리저리 달리며 치밀하게 항공기를 체크하고 있었다. 항공모함이 좌측으로 방향을 돌리기 시작했다. 탑재기가 이륙할 때 서쪽으로 치우친 바람을 정면으로 받기 위한 것이다.


레이튼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0558시. CIC(전투정보센터)로 돌아 갈 시각이었다. 이제 2분 후면 모두가 전투태세에 들어간다. 이 거대한 항공모함의 정보사관을 맡은 레이튼은 신선한 바닷바람을 다시 한번 들이마시고, 과연 이것이 최후가 될 것인가를 생각했다.



북대서양 상공, Tu-16 배저 폭격기 편대


소련 공습부대 지휘관은 호크아이의 비행 패턴 데이터를 정찰위성으로부터 온 데이터와 대조했다. 지금 2개의 정보가 있었다. 3시간 전의 미국 함대 위치는 호크아이의 추정위치로부터 약 100km 남쪽이었다. 미국 항공모함은 아마도 호크아이 2대를 뛰워, 함대의 북동쪽과 북서쪽에 배치했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항모전단의 위치는 대체로... 이곳이다. 배저는 바로 그곳을 향하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미함의 레이더 구역 안에 들어가는 것이... 2시간 후. 좋아, 라고 그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최초 2대의 위치를 간신히 알아냈을 때, 두 번째 2대가 배저 선도기 남쪽에 나타났다. 지금 미국 항모전단은 마음놓고 정확한 위치를 가르쳐 주고 있다. 이제 동쪽으로 이동하는 호크아이를 통해 침로와 속력을 알 수 있다.


30분 정도 지나면 미국 함대의 레이더 탐지 영역에 들어가기에 더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무사히 있을 수 있을까. 정확한 것을 알기까지는 무선금지는 깨뜨릴 수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은 계획대로 되어가고 있다...


'그리드 좌표값 456/810에 적함대, 속력 20, 침로 1_0_0. 0615시에 공격계획 A를 실시하라.'

공습부대 지휘관의 통신이 80대의 Tu-95 폭격기와 Tu-16 폭격기에 전달됐다.  전투는 시작되었다.


80대의 배저 기내에서는 조종사들이 시계를 보면서 0615시까지의 남은 초를 세고 있었다.


"발사!"

선두의 배저가 8초 빨리 발사했다.


1발, 그리고 2발, KS-1 미사일이 기체로부터 떠나 수십 미터 낙하했을 때 미사일의 터보제트 엔진이 풀 스로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코메트는 1만 5천 미터 고도까지 상승하고, 시속 1천 2백 킬로미터의 속도로 남쪽으로 날아갔다. 폭격기의 승무원들은 1, 2분 동안 그들의 미사일이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런 다음 각각의 폭격기는 천천히 우아하게 선회하여 귀로에 올랐다. 임무는 완료했다.



북대서양, 미 해군 항공모함 '니미츠'


"이제 오는군! 시작하지."

이스트 제독이 조용히 말했다.


항공작전사관은 끄덕이고 마이크로폰을 들었다.

"병기사용 자유. 반복한다. 병기사용 자유. 전파봉쇄 해제 인정. 이상."


"레이더 탐지! 레이드1로 지정함. 방위 3_4_9, 거리 800km. 탐지목표 다수. 숫자는 106, 코스 175, 속력 1천 2백 킬로미터."


이제까지 발사기에 대공미사일을 장전하지 않았던 함정은 대공미사일을 장전했다. 발사관제 레이더는 북쪽으로 돌려지고 대기 모드로 설정되었다. 이제 30명의 함장이 시작하라는 이스트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북대서양 상공, F-15 이글 전투기 편대


"이봐, 구스. 3시 방향을 봐!"

쿠거가 말했다. 구스는 시력은 상당히 좋지만, 지금 본 것을 거의 믿을 수 없었다.


"무엇이 보이는군, 쿠거."


"배저가 아닌가...?"


"Tu-16이야... 잘됐군! 해군은 어디 있지?"


"가까운 곳에 있을 거야. 호출해 봐, 구스!"


"해군, 해군, 이쪽은 공군 G11. 우리들은 F-15C 4대로 동쪽 스코틀랜드로 향하고 있음. 소련 폭격기 편대를 발견... 제길, 들리는가? 오버."


"이 친구는 누굴까?"

호크아이 레이더실 승무원 한 사람이 말했다. 통신 기술자가 응답했다.


"G11, 아군 식별이 필요함. Honeyeater in the News."

이 호출이 소련의 계략일지도 모른다.


브래드쇼 소령은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으며 커뮤니케이션 코드의 리스트에 손가락을 짚었다. 있었다!

"From Today's Coalition!"


"G11, 이쪽은 해군 호크1. 위치를 알려라. 경고하지만, 우리들은 우리 쪽으로 날아오는 배저를 향해 아군을 보내는 중이다. 그쪽은 떨어져라. 양해하라."


"천만에, 해군양반. 지금 3대 이상의 바자가 북상하는 것을 확인했음. 위치는 북위 43도, 동경 33도."


"북상중이라고?"

수신 담당인 사관이 말했다.


"골프, 이쪽은 호크1. 본 것을 확인하라. 반복한다. 본 것을 확인하라."


"호크1, 이쪽은 골프. 지금 10여 대의 배저가 확인됐다. 반복한다. Tu-16 폭격기가 보인다. 그쪽 위치 북쪽에 있으며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온다. 우리들이 공격하겠다. 이상."


"레이더에는 비치지 않는 위치입니다, 보스."

조작담당관이 말했다.


"이쪽에서 훨씬 북쪽입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폭격기는?"


배저는 임무를 완료하고 조국 땅으로 안전하게 귀환하는 것만 남아있었기 때문에 조종사는 상당히 방심하고 있었다. 4대의 미국 전투기가 다가오는 것을 깨달은 것은 1마일도 안 되는 거리가 된 다음이었다. 연한 푸른색으로 칠해진 이글이 맑게 갠 아침 하늘에 완전히 녹아들고 있었던 것이다.


이글은 배저 1대의 콕핏에 2백 발을 때려넣었다. 폭격기는 순식간에 불능이 되어 죽은 고래처럼 배를 드러냈다. 1대 해치웠다! 소령은 기분좋게 웃은 다음 조종간을 당겨 이글을 반전시키고 다음번 목표를 향해 급강하했다. 두 번째 배저는 급강하하여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가망이 없었다. 구스는 2km도 안되는 거리에서 사이드와인더를 발사하고, 배저의 좌측 엔진에 직격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폭발로 날개가 산산조각나 떨어져 나갔다. 2대 해치웠다! 또 1대의 배저는 5km 전방에 있었다. 서두르지 말라고 그녀는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이쪽은 스피드가 훨씬 앞서니까.


2km 안으로 가까이 접근했을 때 그는 소련 폭격기가 미익에 기관포 터렛을 달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뻔했다. 이쪽에서 먼저 기관포를 쏘아대자 배저는 공중에서 폭발했다. 그러고 나서 파편을 피하기 위해 급강하해야만 했다. 전투는 기껏해야 90초 동안 계속되었다. 


"해군 호크1, 이쪽은 골프. 들리나, 오버?"


"라저, 골프."


"이봐요, 해군양반. 이쪽은 4대의, 반복함, 4대의 배저를 격추시켰음."


"어쩐지 이상합니다."

호크아이의 레이더 조작 담당관이 스코프 쪽을 몸짓으로 가리켰다."우리들은 이 친구를 이제 막 포착했는데 지금 연락한 친구들은 몇 대를 격추시켰다고 하니. 3~4백 킬로미터쯤 떨어져 있을겁니다."



북대서양 상공, F-14 톰캣 편대 VF-103 '슬러거즈'


"니미츠, 이쪽은 호크1. 지금, 동쪽으로 향하는 공군 편대와 연락했음. 그들은 우리들로부터 수백 마일 북쪽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배저를 5대 격추시켰다고 함. 반복함.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고 함."

레이튼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톰캣 24대로 이루어진 슬러거즈 전대는 지금 코메트 미사일과 225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레이더에 미사일의 형상이 분명히 나타났다. 뒷자리에 앉은 RIO(Radar Intercept Officer, 해군 전투기에서 레이더와 무장의 제어를 담당하는 부조종사)들은 재빨리 목표를 추적했다. 코메트 미사일은 일반적인 미사일 발사 플랫폼 폭격기의 발사거리에 접근하고 있었다. 만약 그것이 폭격기라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거리였다.


목표와의 거리가 210km가 되었을 때, 톰캣은 AIM-54 피닉스 미사일을 모두 발사했다. 미사일은 RIO의 지시에 따라 마하5의 속도로 목표를 향해 돌진했다. 1분도 지나기 전에 96발의 미사일이 87개의 목표를 파괴했다.




=Comment=

1. 다음 화에 이어서...

2. 폭★8






[극지의 폭풍]

1부

1화 도화선

https://arca.live/b/writingnovel/1113207

2화 화마

https://arca.live/b/writingnovel/1114834

3화 기만

https://arca.live/b/writingnovel/1122227

4화 계략

https://arca.live/b/writingnovel/1124265

5화 사냥 계획

https://arca.live/b/writingnovel/1142563


2부

1화 선동

https://arca.live/b/writingnovel/1145269

2화 급변

https://arca.live/b/writingnovel/1147587

3화 위기

https://arca.live/b/writingnovel/1147628

4화 절정

https://arca.live/b/writingnovel/1148211

5화 나이트호크

https://arca.live/b/writingnovel/1150478

6화 붉은 영광

https://arca.live/b/writingnovel/1152052

7화 라인의 범람

https://arca.live/b/writingnovel/1153970

8화 사냥(1)

https://arca.live/b/writingnovel/1161962

9화 사냥(2)

https://arca.live/b/writingnovel/1163096


3부

1화 시작

https://arca.live/b/writingnovel/1167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