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또한번의 위장


"아이기스를 어떻게 숨길 생각인데?"


샤인이 하임에게 아이기스를 내밀며 물어보았다. 


"아이기스랑 네가 지금 등에 메고있는 케이프도 같이 줘봐."


샤인은 자신이 등에 메고있던 케이프를 벗어서 하임에게 건네주었다. 희고 고운 실크를 짜서 만든 고급 케이프였다. 하임은 케이프의 술과 장식들을 모조리 떼어내어 커다란 흰색 천을 만들어 내었다. 하임은 그 흰색 천으로 아이기스를 덮었다. 하임이 천으로 아이기스를 덮자 아이기스는 마치 원형 쟁반처럼 보였다. 


"아까 연회장에 있을때 웨이터들이 어디에있는지 미리 봐두었지. 여기서 그리 멀지 않아. 웨이터들의 복장도 우리와 비슽하고. 우리 가면의 장식을 모두 떼어내고 이 아이기스 위에 술잔을 몇개 올려놓으면 분명 모두 우리를 그냥 웨이터라고 생각할거야."


하임의 말이 끝나자 샤인은 금고를 뒤져 수정으로 만들어진 작은 술잔 몇개를 찾아내었다. 그리고 두명은 가면을 벗고 가면의 알록달록한 장식들을 모조리 떼어내어 흰색의 수수한 가면으로 만들었다. 하임은 아서의 반지를 빼서 주머니에 넣은 뒤(행여나라도 발각되지 않기 위함이었다.) 웨이터들이 모여있는곳으로 걸어갔다. 다행히도 모든 경비병들은 둘을 단지 웨이터로 취급하였기에 전혀 들키지 않았다.


"이제 우리가 나왔던 곳으로만 잘 걸어가면 돼."


샤인이 하임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하임은 잔에 샴페인 몇잔을 따라 가는동안 귀족 몇명에게 건네주었다. 다행히도 별다른 의심의 여지 없이 하임과 샤인은 무도회장을 건너는데 성공했다. 


25. 무화과나무 아래서


샤인과 하임은 무도회장을 나와 바로 자신들의 옷을 감추어 두었던 화분으로 걸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아까와 똑같이 하임은 화분 뒤로 샤인은 기둥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이제야 좀 편해졌네."


드디어 딱딱한 하이힐을 벗고 편한 부츠를 신은 샤인이 홀가분하다는듯이 말했다. 하임은 자신의 회중시계를 확인하여 시간을 확인하고 샤인에게 말했다.


"어서 가자. 벌써 11시 30분이야."


이후 둘은 경비에게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며 무화과나무 아래까지 걸어갔다. 다행히도 론의 친구인 경비가 길을 미리 비워주었기에 가는길에는 딱히 곤경에 처하진 않았다. 



"이상하네? 분명 샤론이 여기서 기다린다고 하지 않았어?"


하임이 샤인에게 물었다. 하임의 말대로였다. 하임과 샤인은 바로 이곳에서 샤론과 재회하기로 했었다. 하임과 샤인이 당황해 주위를 둘러보고있을때 나무 위쪽에서 무화과 하나가 툭하고 떨어져 하임의 정수리에 부딪혔다. 샤론이었다. 샤론 뿐만이 아니라 나머지 일행들 또한 나무를 타고 올라가 성의 지붕위에서 샤인과 하임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들 올라오라고."


샤론이 말했다. 샤인과 하임은 무화과나무를 조심스레 타고오르기 시작했다. 하임은 무화과나무를 오르자마자 샤론에게 아이기스를 보여주었다.


"무사히 챙겨 왔습니다."

"잘했네 하임. 자, 이제 이 도시에서 어떻게 빠저나갈지 생각해보자구."


아서가 샤론의 말을 자르고 끼어들었다.


"너희가 무도회장에 있는 동안 나와 말린이 이 도시를 조금 살펴보았어. 대로면 대로마다 경비가 쫙 깔려있고 골목은 건달들과 도적들로 가득하더군. 지붕을 탈까 고려도 해보았지만 지붕이 매끄러운 사암으로 만들어진 양파를 잘라놓은듯한 반구형으로 되어있어서 미끄러지기 십상이야. 어떻게 해야할까?"


샤론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골똘히 생각하더니 아서에게 답했다.


"내 제자중 한명이 이 도시에서 마법용품점을 운영하고있다네. 시장까지 가는 골목을 여기서부터 매우 짧으므로 건달들의 위협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단 그곳으로 가세. 그친구라면 우릴 분명히 도와줄걸세."

"좋습니다. 일단 거기로 가죠. 모두들 괜찮겠지?"


하임과 샤인 그리고 말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샤론의 판단은 매우 합리적이었다. 기사수업까지 받은 아서와 말린이 있었기에 고작 건달 몇명따윈 일행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을게 분명했다. 또한 마법용품점에는 신비로운 물건들이 많으므로 분명 탈출에 도움이 되어줄 도구또한 있을게 분명했다. 


"결정한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잖나?"


말린이 말했고 모두가 거기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행은 성의 지붕을 타고 골목길을 통하여 마법용품점으로 가기로 했다. 


26. 건달과 골목


"어이거기, 자루에 든게 뭔지 모르지만 여기로 가져와주셔야겠어."


일행이 골목길로 진입하고 십여분 뒤 건달 한무리가 일행에게 접근해 칼을 뽑아들고 말했다. 


"미안하지만 우린 갈데가 있어서 말이야. 피보고싶지 않으면 저리 꺼지시지."


아서가 건달에게 쏘아붙히듯 말하며 창을 집어들었다. 말린과 하임도 자신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건달들은 전혀 물러날 기세가 없어보였다. 건달들 역시 각자의 주머니에서 너클이나 단검같은 무기들을 꺼내들었다.


"그렇게 나오시겠다면."


아서가 말했다. 아서가 말을 끝내자 건달들이 모두 일제히 일행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아서는 창을 내질러 건달 한놈의 배를 찔렀다. 창에 찔린 건달이 내뿜은 피가 모래바닥을 적시었다. 동료의 피를 본 건달들은 마치 투우사와 대치하는 성난 황소처럼 아서에게 일제히 달려들었다. 아서는 재빨리 창을 빼내어 건달한놈이 휘두른 칼날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아서를 공격한 건달의 철퇴를 미처 피하지 못했다. 만약 이 철퇴에 맞았더라면 경갑을 입고있는 아서는 아마 죽었을 것이다. 아서를 구해준건 다름아닌 말린이었다. 말린은 드워프 특유의 작을 키를 활용해 쇠망치로 철퇴를 든 건달의 무릎을 강하게 내리쳤다. 무릎을 맞은 건달은 균형을 잃고 그 자리에 넘어졌다. 아무리 철퇴가 빗맞았다지만 철퇴는 아서의 어깨갑을 정통으로 내리찍었고 어깨갑을 거의 부숴뜨려 놓았다. 아서또한 이때를 놓치지 않고 자신과 대치중인 건달의 배에 자신의 검을 찔러넣었다. 검신을 타고 건달의 따뜻한 피가 흘러내렸다.


샤인과 하임은 버클러와 레이피어로 무장한 세명의 건달과 대치중이었다. 건달들은 위협을 주기 위해 레이피어로 본인들의 버클러를 긁어서 소름끼치는 소음을 만들어내었다. 샤인은 가소롭다는듯 건달중 한명의 미간에 정확히 화살을 꽂아넣었다. 옆의 동료가 쓰러지자 남은 건달 둘이 일제히 샤인에게 달려들었다. 하임은 그런 건달중 한놈의 왼쪽 옆구리를 칼로 베어넘겼다. 하임에 검에 맞은 건달은 피를 내뿜으며 그자리에 꼬꾸라졌다. 불행히도 건달이 내뿜은 피가 튀어 하임의 얼굴에 튀었고 하임의 눈으로 들어가고야 말았다. 마지막남은 건달 한놈이 눈에 들어간 피를 빼기 위해 허우적대는 하임의 목에 칼을 꽂아넣기 위해 하임에게로 맹렬히 달려가고 있었다. 하임과 건달의 거리는 불과 3m정도 거리였다. 말린과 아서는 너무 멀리 있었고 샤인은 활시위에 새로운 화살을 장전하고있었다. 이대로 두고만 본다면 하임은 건달의 칼에 맞아 쓰러질게 뻔했다. 


"블레이즈"


샤론이 주문을 외우며 지팡이를 건달을 향해 내밀었다. 샤론의 지팡이 끝에서 붉은 화염구가 날아가 건달의 검을 든 오른손에 적중했다. 건달은 뜨거운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검을 떨어뜨린채 하임과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내 건달은 정신을 차리고 멀쩡한 왼손으로 하임의 목을 짖눌렀다. 


"케..케켁..."


하임의 고통스런 신음소리가 울려퍼젔다. 하임은 검을 휘둘러 저항하려 했지만 하임이 검을 든 오른손을 강도가 무릎으로 짖누르고있었기에 그럴수도 없었다. 하임의 정신이 아득해져가는 그순간 샤인이 품에서 단검을 역수자세로 빼내어 건달에게 달려들어 건달의 경추부분에 정확히 찔러넣었다. 급소에 단검이 박힌 건달은 그대로 먼지 위로 넘어져 숨을 거두고 말았다. 샤론은 하임을 일으켜 세워주며 말했다.


"어서 움직이지. 마법용품점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네. 시간도 촉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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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기서 어떻게 전개를 해야 개연성에 맞을지 샤워하면서 생각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