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셉이 소리쳤다.


“좋았어! 한 대 밖에 지나갈 수 없는 터널을 비집고 들어가다니! 차는 모두 같은 속도인 시속 425km, 최고속도! 하지만 카쿄인! 네가 정신적으로 이기고 있다! 이 게임에서 이기고 있어! 밀어붙이거라, 카쿄인!”


잔뜩 집중한 테렌스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조용히 하십시오! 정신 산만하니!”


죠셉은 테렌스를 가볍게 비웃었다. 그때, 테렌스의 차가 파워를 소모해 카쿄인의 차에 강하게 부딪혔다.


“육탄 공격을!”


‘파워 잔량이 줄어들어도 상관없다… 지금은 카쿄인보다 100분의 1초라도 먼저 코너를 돌고 1000분의 1초라도 최단코스를 지나 한순간이라도 먼저 터널을 나가야 해…’


“왜냐하면! 이 가속 터널을 나온 순간 속도는 두 배인 시속 850km까지 먼저 가속할 수 있으므로 차간 거리도 그때 벌어진다! 먼저 나온 쪽이 상대를 블록 할 수 있다! 이 승부는 터널 출구에서 확실하게 결판이 난다!”


그 순간, 화면이 암전 되었다. 죠셉이 소리쳤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냐?! 화면이 깜깜해졌잖아! 차가 안 보여!”


카쿄인이 덤덤하게 설명했다.


“여기서부터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야만 합니다. 게다가 여덟곳의 커브와 함께 지뢰밭이 한 곳, 캐논포가 한 곳이 있고 어둠을 빠져나가면 금방 출구로 나가게 되지요!”


“뭐야?!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시속 425km나 되는 속도로 달려가려는 거냐?!”


“조작을 까딱 실수했다간 벽에 부딪칩니다! 하지만 몸으로 코스를 도는 타이밍을 기억했지요! 다비 또한.”


두 사람이 동시에 십자키를 눌렀다. 죠타로가 중얼거렸다.


“코너를 도는 소리군…”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어딜 달리고 있는 거냐고?! 누가 더 빨라?!”


그때, 코스에 캐논포가 나타남과 동시에 두개의 캐논포가 불을 뿜었다. 두 차가 동시에 공격을 피하자 캐논포의 불빛에 상황이 조금 보였다.


“지금! 한순간이지만 캐논포의 빛으로 차가 보였어! 28번이 뒤였다! 카쿄인이 아주 조금 늦게 달리고 있었던 게야!”


“육탄공격이 성공했던 모양이군요! 파워는 줄어들었지만 보람이 있었습니다!”


“출구가 보인다! 터널을 빠져나간다!”


두 차가 터널을 빠져나오자 죠셉이 탄식했다.


“역시 다비 쪽이 빨랐어! 차체 한 대만큼! 그렇다면… 속도가 두 배가 되면 차간거리도 지금보다 벌어져 완전히 블록당하고 만다는 뜻!”


“속도가 두 배가 됩니다! 제가 이겼습니다!”


두 차가 코스에 착지하려는 순간, 카쿄인이 말했다.


“아니! 파워 잔량은 네가 더 적다, 다비! 그것은 곧!”


카쿄인이 십자키를 돌리자 동시에 차가 회전하면서 그대로 테렌스의 차를 밖으로 날려 버렸다. 죠셉이 환호했다.


“카쿄인의 28번이! 스핀 테크닉으로 다비의 차를 코스 밖으로! 날려버렸다!! 그것도 시속 850km로! 코스 아웃이다! 카쿄인의 28번은 무사히 착지! 좋았어!”


“파워가 적은 쪽이 날아가지! 내 28번에 육탄공격을 가해 파워가 줄어들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던 게 잘못이었군. 네놈을 여기서 코스아웃 시키기 위해 일부러 차체 한 대 만큼 속도를 늦춘 것을 몰랐나보지?”


그러나, 테렌스의 표정은 평온했다.


“과연 그럴까…? 몰랐던 건 너다. 파워를 줄였던 것도 계산이었지. 일부러 줄인 거다! 네가 내 차를 코스 밖으로 밀어내도록! 이제부터다, 승부가 나는 것은! 봐라! 내 차가 날아간 방향을!”


죠셉도, 카쿄인도 경악했다. 테렌스의 차는 그대로 날아가 반대편 코스에 착지한 것이다.


“여… 옆으로 날아가서 코스 전방에!”


“말도 안 돼…! 코스를 뛰어넘다니!”


“맞아, 보통은 불가능하지. 설령 시속 850km의 가속을 얻더라도 코스아웃하면 지면에 충돌하기 마련… 도저히 옆 코스까지는 가지 못해. 하지만… 카쿄인! 남에게 튕겨 날아갔을 때는 가능하다… 남에게 튕겨 날아갔을 때는! 일부러 파워를 줄여 네가 부딪치도록 만든 나의 작전이었지. 그러면 레이스를 속행할까, 카쿄인…!”


카쿄인의 눈빛이 경악으로 마구 흔들리자 죠타로가 다급히 소리쳤다.


“패배를 인정하면 안 돼, 카쿄인!”


그러나 이미 끝난 게임이었다. 아툼신이 왼팔로 카쿄인의 영혼을 끄집어 낸 것이다.


“카쿄인!!”


테렌스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미소를 지었다.


“붙잡았다… 영혼을… 지금. 패배를 스스로 인정한 거지… 후후후. 이젠 레이스를 해봤자 소용없다고 마음속으로 인정한 거야. 하지만 카쿄인… 이렇게까지 진땀 나게 만든 상대는 네가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