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셉은 껍데기만 남은 카쿄인의 육신을 붙잡은 채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으으윽… 카쿄인…!!”


아툼신은 카쿄인의 영혼을 미리 준비해 둔 인형 안에 집어넣었다. 테렌스는 카쿄인의 인형을 손에 들고선 환희에 찬 미소를 지었다.


“이 인형은 나의 컬렉션 중에서도 특히 가치 있는 것이 되겠군. 이자는 공포를 극복한 정신력의 소유자이며… 약한 정신력으로 실수를 범하는 짓은 하지 않은 첫 대전상대였다. 소중히 보관해두기로 하지…”


카쿄인의 영혼이 들어간 인형의 눈에 생기가 돌더니 인형 스스로 무어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다. 죠타로도, 죠셉도 그저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아… 몇 번이고 말하지만 흥분해서 나를 직접 공격하지는 말라고 충고해두지. 아니, 공격만이 아니지. 만일 내가 바나나 껍질을 밟고 미끄러져 머리를 부딪치거나 껌이 목에 걸리거나 빈 팝콘 봉투를 펑! 터뜨리는 소리에 심장마비라도 일으켰다간… 이 카쿄인의 영혼은 저세상으로 날아갈 테니까!”


그때, 죠타로는 무언가 알 수 없는 시원함에 자신의 오른팔을 바라보았다. 팔에 자리잡고 있던 아툼신의 오른손이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이미 내 스탠드의 손은… 너의 팔에서 떼어냈다. 카쿄인의 영혼을 손에 넣은 이상 네 팔에 언제까지고 달라붙을 이유는 없어졌고… 앞으로 너와 대전하면서 스탠드의 팔이 하나밖에 없어선 조금 불리하거든. 네 스타 플래티나는 재빠르고 정밀한 움직임을 가졌으니까.”


죠타로는 아무 말없이 가만히 서 있다 불현듯 의자에 앉아 게임패드를 집었다. 당황한 죠셉이 죠타로를 붙잡았다.


“얘, 죠타로! 뭘 하는 게냐! 내가 놈을 해치우마, 다음은 나야!”


죠타로가 침착하게 물었다.


“영감, 이 비디오게임 중 한 가지라도 카쿄인보다 많이 해본 게 있나?”


죠셉이 아무런 말도 못하자 죠타로는 게임팩 하나를 들었다.


“영감은 빠져있어. 트럼프나 화투하곤 다르니까. 다음은 야구다. 이 야구 게임으로 너와 대전하기를 희망한다. 나의 영혼을 걸지…”


테렌스는 죠타로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굿! 나는 카쿄인의 영혼을 걸겠다. 그건 그렇다 쳐도, 이 야구 게임을 선택하다니… 후후후후. 이 게임은 내가 가장 잘하는 게임이거든.”


죠셉은 테렌스를 노려보았다.


“다비! 네가 죠타로에게 패배한 순간… 내가 너를 박살내주마. 잊지 마라.”


테렌스가 게임팩을 꽂자 화면이 켜지며 나레이션이 소리쳤다.


“OH! THAT’S A BASEBALL!!은 대전형 본격 야구 게임! 규칙은 실제 야구와 마찬가지! 9회까지 득점이 많은 팀이 승리한다! 단, 득점차가 11점 이상 벌어졌을 경우 콜드 게임으로 간주한다! 구장은 블루 스카이 스타디움! 센터에서 좌익, 우익까지의 거리는 120.95m!”


허밋 퍼플이 기기와 그 내부를 훑었다.


“이 게임에도 속임수는 없군. 확인했다.”


화면에 여덟 개의 팀이 나타났다.


“우선 팀을 선택하도록.”


“자이언츠.”


죠타로의 선택에 테렌스는 미소를 지었다.


“아하, 공격력에 중점을 둔 팀을 선택하겠다…? 4할이 넘는 타자가 둘 있지. 그렇다면 나는 와이번스를 선택하지. 


“와이번스! 자이언츠와의 대전 성적은 9승 9패! 자이언츠 최대의 라이벌!”


“다음에 선택할 것은 선발투수다.”


죠타로는 선발 투수들을 살피다 한 명을 골랐다.


‘등번호 11번. 우완 오버핸드. 최대 투구 속도 시속 155km. 주특기 커브. 파워 레벨 5. ERA 1.55’


“이 11번으로 하겠다.”


“그렇군. 제법 버거운 투수를 골랐는걸. 나는 등번호 15번으로 하지… 1월 5일생이거든.”


‘등번호 15번. 우완 사이드암. 시속 146km. 주특기 슬라이더, 체인지업. 파워 레벨 9. ERA 3.12’


“선공, 후공 중 원하는 쪽을 말하시지.”


“…선공.”


“좋아. 자이언츠가 선공이란 말이지…”


그러더니 테렌스는 화면에 팬으로 아툼신의 얼굴과 스타 플래티나의 얼굴을 그렸다.


“직접 그린 캐릭터의 얼굴을 선수로 입력할 수 있거든. 입력! 그럼 이제… 플레이볼 해볼까!”


각자 스탠드의 얼굴을 한 선수들이 나타나더니 곧이어 와이번스의 등번호 15번 선수가 마운드에 나타났다.


“플레이볼!”


타석에는 스타 플레티나 얼굴의 타자가 배트를 들고 공을 칠 준비를 마쳤다.


“투수, 와인드업! 제1구!”


그런데, 투수의 손에서 공이 채 빠지기도 전에 죠타로는 배트를 휘둘렀다. 당연히 스트라이크가 선언되었다. 당황한 죠셉이 물었다.


“저, 저기… 죠타로?! 지금 대체 뭘 한 게냐? 투수가 던지는 것보다도 먼저 배트를 휘두르다니?! 공이 투수의 손을 떠나기도 전에 배트를 휘둘렀다고, 지금!”


죠타로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는 계속 배트를 휘두르는 버튼만 연타했다. 그 모습에 죠셉은 무언가 눈치챈 듯 식은땀을 흘리며 다시 물었다.


“얘… 죠타로…? 왜 아까부터 스윙 연습만 하는 게냐? 너 설마… 뭐랄까, 혹시…? 이 야구 게임을… 아니, 비디오 게임 자체를 해보기는 한 게냐?”


죠타로가 아무 대답 없이 버튼만 누르자 죠셉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대답을 해, 죠타로!”


죠타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뭐 어때. 야구 규칙은 알아. 게임 조작은 하면서 익히면 되지!”


죠타로의 폭탄 발언에 죠셉은 충격에 휩싸였다.


“뭐… 뭐라고? 너, 너… 지금… 뭐라고 그랬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