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옴표 그리고 또 따옴표. 그 사이의 글. 


 나는 이 사잇글에서 풍겨오는 위화감 때문에 오늘도 글을 썻다가, 몽땅 지워냈다. 


 도저히 극복 할 수 없는 듯 싶었다. 글을 만지작 거린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여전히 나는 이 큰 따옴표의 사이에 있는 사잇

글을 못보겠다. 정말, 더럽게도 못쓰겠다. 


 왜 못 쓰는 것인가? 곰곰히 생각을 해보았다.  말을 많이 해 보지 않아서 그런가? 말을 많이 주고 받으면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구어체에 자연스러운 문장을 구사 할 수 있게 되는 것 아닐까? 하고 고개를 갸웃 해 보았지만, 그건 확실히 아니었다.  

 

 어색한 침묵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성격으로서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신이나게 침을 튀어가며 이야기 하던 과거의 내 모습들이 

기억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거는, 확실히 아닌거 같았다. 


 구어체와 문어체를 혼용해서 썻기 때문이었나? 문어체에서 나오는 명료함과, 구어체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이 불쾌한 골짜기를

건들였기 때문이었던 건가? 하며 써 왔던 수많은 문장들을 훑어보았지만 그것때문은 아니었던거 같다. 


 필요에 따라, 캐릭터에 따라.  상황에 따라 용도에 따라 구어체와 문어체를 꽤 명확히 구분하여 썻기 때문에.  두 문장 사이에서 이도 저도 아닌 맛을 섞어 쓴 것은 분명히 아니었던거 같다. 


 그렇다면 너무 문어체면 문어체, 구어체면 구어체. 나눠서 쓴 부분이 잘못이었던 것이었나? 하니 그것도 조금 애매했다.  


 문어체와 구어체를 섞어서 예문을 몇번 써 보기도 했는데, 그거는 그것대로 정말 최악이었던지라.  어설프게 섞어 쓴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일이었으니. 두가지를 나눠 쓴다는 것은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무엇이 이렇게 신이 나게 쓴 글을 거꾸로 되돌리며 다시 처음의 그 자리로 되돌려 놓은 것일까?

생각을 하고 또 해 보아도. 어색함은 끊임이 없었다.  어찌 해야 하나, 어찌 해야 하나.


 잠깐동안은 그런 생각도 해 본적이 있었다.  대화문이 어색하다면, 대화문이 아닌 다른 부분으로 대화문을 대체하고, 최소화 시키면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식으로, 홀로 말하고, 홀로 번뇌하는 그런 글을 써 보면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것은 미봉책일 뿐이었다.


 한동안은 진짜로, 그런 글 만을 써보기도 했지만  결국 인물간의 대화 없이 전개 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것은 거기서 거기였기 


 때문에 뚜렷한 한계에 봉착 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찌 되었건, 글을 계속 이어 나가려면 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글들을 스스로 납득 할 수 있게끔 쓸 수 있어야 했지.


  대사는 역시, 시나리오를 한번 봐야 하나?  대사가 인상깊었던 몇개의 영화를 기억하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해당 영화의 시나리오를 훑어 보았다. 좋은 대사로 인기가 많은 여러 영화들의 대사. 그런 시나리오들을 쭉 훑어보면서 의외로 문제점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글을 쓰기 전, 상상의 단계에선 이야기의 이미지들을 머리속에 담고 있다.머릿속에 담고 있는 그 장면들은 작자인 나에 의해 이어진다. 두 인물 사이의 모습. 또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는 모습. 상호작용하는 두 사람과 연결고리로서 이어지는 오브제들. 상징들.  


 영화를 보듯이 씬과 씬 사이를 내 머릿속으로 이어가고 템포를 조절하며 다음으로 또 다음으로 넘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상상을 하는 당시에는 별 다른 문제가 없다. 상상 속 인물들은 나의 전개나 나의 시나리오가 어찌 되었건 간에 자연스럽게 나의 대사를 이어나가고, 나는 그런 대사 하나 하나의 어감과 억양,의미들을 기억 해 둘 수 있기 때문에.


 하지만 이 상상들을 글로서 담게 된다면, 글로서 그 따옴표 사이의 글을 주고 받는 상호 작용의 모습들을 그리게 된다면.  당연히도

어색 할 수 밖에 없다.  내가 글로서 적을 수 있는 것은 두 사람간의 딱딱한 정보 교환 신호 뿐이기에.   


 그렇기에 나의 글은 나의 상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어떠한 리얼리티도 쉽게 살리기 어렵다. 어떤 억양도 어감도 살릴 수 없다. 톤의 높낮이도 글로서는 표현 할 수 없고, 감정선의 미묘한 변화와 표정도 세심하게 묘사 할 지라도 절대로 내가 상상속에서 그리던 

그 모습 그대로 나타 날 수 없다.  


 마치 이것은 촬영된 삼차원의 영상물을 한차원 더 낮은 이차원의 그림으로서 그리는 것과 같다. 아무리 비슷하게 그린다 할 지라도

그 그림에는 영상물 이상의 생동감을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데포르메의 과정을 어떻게 거친다 할 지라도,  그 나름의 매력은

있을지언정 리얼리티는 절대로 비 할 바 못된다.


 그것이 따옴표 사이의  글들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인듯 싶었다. 아무리 대사가 차지고, 매력적인 영화여도 시나리오 과정에선 

똑같이 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따옴표 사이의 글이 어색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래서, 피할 수 없는 듯 싶었다.  글은 절대로 현실의 장면을 그대로 담을 수 없다.

그러니 그만의 어색함을 받아 들이고 그 나름의 매력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것이 옳은것인듯 싶었다.  


물론 그게 잘 되고 있지는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