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결투표(自決投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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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침대에 옆으로 누워 벽을 멍하니 바라본다.

 

백이란은 완전히 지쳐있었다.

 

호박 괴인이 그에게 넘겨준 능력은 육체를 강제로 활성화시켰다.

 

그러나 푹 자고 일어난 것만 같은 육신과 다르게 정신에 쌓인 피로는 가시질 않았다.

 

아니, 오히려 몸에 활력이 넘치기에 더욱 그러한 감이 있었다.

 

점점 더 스스로의 성욕을 억누르기 힘들어져만 갔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이미 몇 번이고 탈진해 죽고도 남았을 행위를 거듭한 끝에 신체가 멋대로 적응해버렸다.

 

“…어쩌면.”

 

어쩌면 다른 이유 때문일 수도 있고.

 

백이란은 속으로 그리 되뇌었다.

 

어제 이시연의 타액이 페니스에 닿은 순간 다리가 풀릴 정도의 쾌감이 덮쳐왔다.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혹시 이시연이 그것을 식사에 섞고 있지는 않을까?

 

신빙성이 있는 추측이었다.

어제 이시연은 본래 계획을 수정해야겠다는 투로 말해왔다.

 

그 본래 계획이라는 것이 어쩌면 이것이 아니었을까.

 

물론 그가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어제에 비하면 아주 소량일 것이다.

 

다음에 한 번 백은하에게 이야기를 꺼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탈락자 신분으로 백이란을 마구 덮쳐오는 그녀였지만

이시연과 함께 식사를 가져오는 역을 맡고 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백은하는 그에게 성애적인 감정을 품고 있는 게 확실하니

이시연이 그런 만행을 벌이고 있다면 그러지 못하게 막아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는 그걸 알고서도 되레 협력하고 있는 백은하였지만 그가 이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그렇게 축 늘어져있던 가운데 문이 열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제도 비슷한 구도로 이시연이 찾아왔다는 게 떠올랐다.

 

백이란은 돌아누운 채 그대로 눈을 감았다.

 

어차피 그녀에게는 그다지 의미가 없는 행동이었겠지만 그 나름의 소극적인 저항이었다.

 

“이란아… 혹시 자?”

 

그러나 들려온 것은 꽤나 의외의 목소리였다.

 

음침한 목소리에 놀라 흘끗 돌아보니 방문 앞에는 박루미가 서있었다.

 

“다행이다. 깨어있구나.”

 

조심스럽게 상반신을 일으켜 기대듯 앉는 백이란에게 그녀는 슬금슬금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속내를 알 수 없는 그녀의 접근에 당황하면서도 최대한 자극하지 않도록 말을 건넨다.

 

“후힛… 도와주러 왔어. 이란이는 내 단짝이니까…….”

 

이쪽은 여전히 그녀에 대해 기억나는 것이라곤 없는데 어느새 친구에서 단짝으로 승급해있었다.

 

“어제 선생님한테 이상한 짓 당했지?”

“…봤어?”

“아니. 그치만 난 알아. 이란이에 대한 건 전부 알고 있어.”

 

표정에 다 드러났다며 그녀는 히죽히죽 웃었다.

길게 늘어트린 앞머리에도 가려지지 않은 입가가 마구 꿈틀댔다.

 

박루미의 손에는 무언가 바구니가 들려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의자 위에 놓아둔 뒤 백이란의 코앞까지 걸어와 얼굴을 들이밀었다.

 

“뭐, 뭐야?”

“그러니까 내가 깨끗하게 해줄게.”

“괜찮아. 어제 씻었으니까…….”

“그렇지 않아. 이란아. 너는 아직 더럽혀진 상태야.”

 

그리고 순식간에 그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다.

 

가까워진 탓에 앞머리 사이로 박루미의 눈이 보여왔다.

 

한쪽 눈동자가 유달리 연푸른빛으로 번득였다.

어쩌면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는 이것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감탄도 동정도 할 여유는 없었다.

그 눈빛에는 온전한 광기가 들어차있었다.

 

일찍이 TV에서 사이비에 빠진 광신도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박루미의 눈은 마치 그때 보았던 것과 비슷했다.

 

“이란아, 우선 이불부터 치워줄래?”

“…싫어.”

 

이내 박루미는 그의 하반신을 가린 이불을 당기려했다.

하지만 백이란 역시 그것을 붙들고 있었다.

 

폭력이 금지되어 있는 이상 이것만으로도 그녀는 이불을 빼앗을 수가 없었다.

 

지금 그의 복장은 백은하가 여벌옷을 포함해 모두 오려낸 탓에 고간이 드러난 복장이었다

그런 모습을 함부로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설령 박루미가 아직 탈락자가 아니라 해도

어제 이시연에게 당했던 것과 비슷한 결말이 있으리라는 것을 본능이 짐작했다.

 

“어째서? 나는 너를 깨끗하게 해주고 싶을 뿐인데.”

 

음습한 목소리가 정말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그러면 어쩔 수 없네.”

 

그리고 갑자기 고개를 갸웃거리던 박루미가 팔을 치켜들곤 그에게 휘둘렀다.

 

무심코 눈을 질끈 감고 말았지만 충격은 없었다.

폭력은 규칙으로 금지되어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루미야, 어차피 소용없는 거 알잖아. 그만해.”

 

잠시 뒤 눈을 뜨자 그녀의 팔이 이상한 방향으로 꺾여있는 것이 보였다.

 

“알려줘서 고마워.”

 

그러나 백이란이 그녀를 치료해주려 손을 뻗은 순간 박루미는 부서진 팔을 다시 휘둘렀다.

 

“그런데 나도 알고 있어.”

 

희열에 찬 박루미와 눈이 마주쳤다.

 

사람의 신체에서 나면 안 될 것만 같은 소리와 함께 그녀의 팔이 더욱 뭉개진다.

 

박루미는 또다시 그 팔을 들려다가 이제는 그조차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

그저 대롱대롱 흔들리기만 하는 팔을 흘끗 내려다본다.

 

“치, 치울게! 치워주면 되잖아!”

 

하지만 아랑곳 않고 반대쪽 팔을 치켜드는 그녀의 모습에

백이란은 기겁하며 그리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고마워, 이란아.”

 

그 말을 듣고서 박루미는 팔이 으스러진 채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이란이는 착하니까 이러면 부탁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어.”

 

그리고 이불을 들춰내자 그 아래에서 백이란의 페니스가 드러난다.

 

아직 힘이 들어있지 않은 그것이 모습을 보이자 박루미는 순식간에 그곳에 시선이 돌아갔다.

입을 살짝 벌리고는 몽롱한 눈으로 그의 물건을 바라보는 그녀였다.

 

그 틈에 백이란은 그녀를 치료했다.

설령 그를 협박하기 위해 다친 것이라고는 해도 가만히 내버려두려니 마음이 불편했다.

 

“……?”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박루미는 문득 제정신이 돌아온 듯 고개를 붕붕 젓더니 자신의 팔을 바라보았다.

 

“후힛.”

 

그러다 원래대로 돌아온 팔을 확인하곤 다시금 백이란과 눈을 맞추며 기분 나쁘게 웃었다.

 

“자, 그럼 이제 된 거지?”

“아직 안 끝났어.”

 

지금이라면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품었던 백이란이었으나

헛된 희망은 역시나 헛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란아, 이제 세워줄래?”

“아니. 남자라는 게 사실 원한다고 그렇게 되는 게 아니라…….”

 

백이란은 어떻게든 빠져나갈 궁리를 생각하려 했으나

말을 끝맺기도 전에 그녀는 윗옷을 벗기 시작했다.

 

천이 스치는 소리와 함께 단추 풀린 상의가 바닥에 툭 떨어진다.

이내 박루미는 등 뒤로 손을 돌려 브래지어까지 벗어던진다.

 

그녀는 풍만한 가슴을 백이란 앞에 드러내더니 다시 히죽 웃었다.

 

상상 이상으로 큰 가슴에 무심코 시선이 꽂히고 만다.

 

여태껏 그녀와 마주할 때라 해봐야 식사 도중이거나 탈락자들에게 범해질 때 정도여서 제대로 보질 못했다.

지급된 복장이 꽤 펑퍼짐한 옷이었다는 것과 시설 내부가 어둡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그러나 이렇게 눈앞에서 과시하듯 보여준 박루미의 가슴은 여태껏 보아온 것들 중에서도 가장 컸다.

 

말 그대로 흘러나온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그 모습에 백이란은 무심코 침을 삼켰다.

 

박루미는 그의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기쁜 표정으로 스스로의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뿌리에서부터 가볍게 쥐어짜듯 문지르자 점차 그녀의 유두가 빳빳해진다.

 

“흐으, 이란아…….”

 

그러고 나서 손가락을 가운데로 가져와 젖꼭지를 괴롭혔다.

 

유룬을 따라 빙글빙글 돌리며 유두를 스치듯 간질이다가

이내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는 살짝 꼬집는 것처럼 문질러댄다.

 

스스로의 고삐를 잡아당길 때마다 고깃덩이가 손길을 따라 모양을 바꿔간다.

 

한동안 박루미는 그렇게 스스로를 애무하다가 가슴을 끌어모아 그 끝을 입으로 물었다.

 

침으로 질척해진 혀로 돌기를 휘감으며 일부러 신음소리를 흘린다.

 

“아, 딱딱해졌다아.”

 

그러면서 색욕에 가득 찬 눈으로 백이란을 바라본다.

어느새 그녀의 피부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움찔. 페니스가 껄떡이며 투명한 액체를 한줄기 뿜어낸다.

이미 백이란의 자지는 빳빳해진지 오래였다.

 

“그리고, 이건 이란이 선물이야, 후힛.”

 

그 모습에 박루미는 만면 가득히 미소를 짓더니

저쪽 바구니에 넣어둔 물건을 가지고 침대 위에 올라온다.

 

“…….”

 

실물로 본 것은 처음이었으나 그 형태만큼은 확실히 지식 속에 있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짐작해버리고 만다.

 

그런 그의 심정과는 다르게 박루미는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손에 든 오나홀에 끈적한 젤을 가득 채워나갔다.

 

점성 있는 그 액체가 남자를 쥐어짜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외설물에서 넘쳐흐른다.

 

그것을 박루미는 미소 지으며 백이란의 손에 쥐어주었다.

 

“내가 직접 넣어주고 싶지만… 그러면 규칙에 걸릴지도 모르니까.”

“그래도 이건…….”

“이란아.”

 

백이란이 거부하려고 하자 그녀의 표정이 다시금 식어간다.

 

“이란이가 안 해주면 나 자살해버릴지도 몰라?”

 

귓가에 속삭이듯 들려오는 미치광이의 목소리.

 

“…윽.”

 

결국 백이란은 결단을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박루미의 눈동자를 바라본 순간 본능이 깨달았다.

그녀는 정말로 고작 이런 일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광인이다.

 

백이란은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착한 인간이었다.

적어도 자신의 정조를 위해 남이 죽게 둔다는 선택지는 그에게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강문희에게 사죄의 말을 남기고서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귀두에서 장대, 뿌리 끝까지 고기주름이 스치고 지나간다.

 

일반적인 여성기 이상으로 남자를 자극하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돌기들이

머리가 새하얗게 되어버릴 것만 같은 쾌감을 선사했다.

 

끝까지 집어넣은 것만으로도 그 자극에 백이란은 숨을 헐떡이며 손을 떼어놓고 만다.

 

“어때? 기분 좋아?”

 

그러나 직후에 들려온 박루미의 목소리는 의외로 그가 움직임을 멈춘 것에 대한 책망이 아니었다.

 

그러기는커녕 기쁜 목소리를 내더니 벨트 같은 무언가로 그 외설물을 고정시켰다.

 

이렇게 고정을 시켜서야 움직일 수가 없기에 백이란은 의아했다.

 

그러다가 어쩌면 사정에 이르지 못하는 자극만을 받으며

마구 몸서리치는 그를 보고 싶은 것인가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후히힛, 나는 몰랐는데 요새는 기술력이 참 좋아진 것 같아.”

 

박루미의 손에 무언가 다른 것이 들려있음을 알아차린 건 그녀가 그렇게 말한 직후였다.

 

손바닥 안에 들어갈 만한 크기의 그것이 리모컨이라는 걸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

 

삑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그의 페니스를 감싼 장치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격렬해진 쾌감에 백이란은 가냘픈 신음을 흘렸다.

 

“이란아, 내가 깨끗하게 해줄게. 그년들한테 더럽혀진 곳 전부…….”

 

박루미는 그 모습을 보며 황홀한 미소를 지었다.

스스로의 바지 속에 손을 집어넣는다.

 

끈적한 액체가 손끝을 따스한 열과 함께 감쌌다.

 

 

1.

 

“여기 오는 걸 누가 보지는 않았지?”

“…아마도요.”

 

강문희는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이곳은 그녀의 방이 아니었다.

 

“그래, 그러면 다행이네.”

 

방의 주인인 이시연은 침대에 걸터앉아 다리를 꼬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강문희는 그녀가 어색했다.

 

바로 어제 그녀가 자신의 연인을 희롱하는 꼴을 목격한 탓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본 것이 아니라 들었을 뿐이었지만.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그녀의 방을 찾아온 것은

아침식사를 하고 있을 때 강문희에게 몰래 넘겨준 쪽지 탓이었다.

 

방에 돌아가 그것을 확인해보니 랜턴을 들지 말고 이시연의 방으로 오라는 말이 적혀있었다.

 

“왜 불렀는지는 알겠지?”

“투표 때문에… 아닌가요?”

 

분명 이시연은 탈락자 투표를 개시할 수 있는 방법을 오늘 말해주기로 했었다.

 

아마 그것과 연관이 있으리라 여긴 강문희가 그녀의 방을 찾은 것이 지금에 이른다.

 

“그래, 이제 슬슬 계획이 통할 정도가 되었을 테니까.”

 

이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추측을 긍정했다.

 

“다만 사전 준비가 조금 필요하거든.”

“제가 해야 하는 일인가요?”

“꼭 문희 네가 아니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가장 적합한 건 너라서.”

“그렇다면 할게요.”

 

강문희에게 이것저것 가릴 여유는 없었다.

그녀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게임을 끝내 이 시설을 떠나고 싶었다.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을 굳이 거부하지 않는 성실한 사람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그런데 이런 건 모두와 이야기해야 하는 게 아닌가요?”

“사전 준비는 밤에 해둬야 하거든.”

 

밤에는 개인실의 문이 잠겨 들어가지도 나가지도 못한다.

동시에 스크린을 이용해 통화가 가능한 것은 밤뿐이다.

 

즉, 개인실 바깥에서 강문희가 맡아야 하는 일이 있다는 소리였다.

 

“나중에 빈 방에 이불을 가져다둘 테니까 오늘만 거기서 자줘. 담배 냄새는 나겠지만…….”

“네, 괜찮아요.”

 

아마 그 방은 이시연이 흡연실로 쓰고 있다고 하던가.

 

당연히 좋아하는 냄새는 아니었지만 강한 냄새는 몇 분만 맡아도

코가 그 냄새에 마비된다고 하니 자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다.

 

이시연은 그녀의 결의가 깃든 표정을 보더니 이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2.

 

“저기요, 이란 씨? 가짜랑 비교해보면 어느 쪽이 더 기분 좋나요?”

 

허리를 내려찍을 때마다 살갗이 부딪히며 철썩철썩 소리를 낸다.

그 충격에 백이란이 누운 침대가 흔들린다.

 

투표함을 지켜야 될 시간이 끝나자 아니나 다를까 성란과 백은하는 그를 방으로 끌고들어왔다.

 

그런데 평소와 조금 다른 점은 오늘은 박루미가 그를 마구 희롱하고서 만족스럽게 떠나가며

가져왔던 물건들을 그대로 침대 맡에 두고갔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두 사람에게 그것이 들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후의 일은 예정된 전개였다.

성란이 질투하여 백이란을 격하게 범해대고 그것을 바라보며 백은하가 비웃는다.

 

그러다가 부하에게 베풀 듯이 성란이 백은하에게 자리를 양보하면

이번에는 그녀가 올라타 마구 허리를 흔들었다.

 

과시욕이 넘쳐흐르는 성란과 오빠가 더럽혀지기를 바라는 백은하 두 사람이었기에 이뤄지는 암묵적 협력이었다.

 

그리고 평소와 다른 이변이 하나 더 발생한 것은

그 행위가 벌써 몇 바퀴를 돌아 다시금 성란이 육욕을 탐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아… 많이 바쁘니?”

 

이시연이 백이란의 방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불청객의 방문에 성란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인가요?”

“문짝에 팔을 찍었는데 피가 멈추질 않지 뭐니.”

 

그러면서 팔을 들어보이는 이시연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흰옷이 피로 꽤나 더럽혀져 있었다.

 

“그럼 얼른 치료만 받고… 흐윽?!”

 

그래도 환자를 내버려두는 것은 마음에 걸렸는지 퉁명스럽게 말해오는 성란이었다.

 

하지만 이시연이 다가온 순간 어깨를 흠칫거리며 가볍게 절정에 달하고 만다.

 

“아아, 선생님. 혹시 피 쪽이 더 능력이 강하게 적용되는 건가요?”

“아마도 그런 것 같은데?”

 

갑자기 증폭된 쾌감에 전신을 경련하는 성란을 바라보던 백은하가 다리를 까딱거리며 물어온다.

 

이시연의 능력을 모르고 있는 성란에게는 정말 예고 없는 자극이었다.

 

“와, 진짜 강하긴 하네요. 나중에 좀 나눠주시면 안 될까요?”

 

코를 몇 차례 킁킁대다가 뺨을 살짝 붉히며 백은하는 물었다.

 

“빨리 선생님이 탈락했으면 좋겠네요. 나중에 같이 해요.”

“…뭐, 나중에 상황 봐서.”

 

물론 성란의 의견은 조금 다를 수 있겠으나 백은하는 진심으로 싱긋 웃으며 그리 말했다.

 

“흐음.”

 

그리고 이내 방을 떠나는 이시연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저거 정말로 문에 찍힌 상처가 맞나?”





이번 편은 어째 내용 전개가 없다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원래 그랬던 거 같음.

그냥 떡씬이나 열심히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