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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와!"

 

소리치는 한 남자.

 

그의 이름은 얀혁이다.

 

그 소리를 듣고 또 다른 남자가 황급히 체육복 바지를 끌어당겨 입고는 뛰쳐나간다.

 

그의 이름은 얀붕이다.

 

2명은 운동장으로 뛰어간다.

 

"야씨, 경기 시작 전까지 오라고 했잖아."

 

얀혁은 얀붕을 한 대 치며 말한다.

 

"미안~. 얀순이 때문에."

 

"또 개야? 사겨라. 사겨."

 

"그런 사이 아니야."

 

"어휴. 여튼 이번 경기 니만 믿는다."

 

"빨리 가자고."

 

운동장에 도착한 2명.

 

"뭐야, 빨리 다녀."

 

"에이스면 다냐!"

 

운동장에서 기다리던 아이들의 야유가 이어진다.

 

"미안미안. 빨리하자."

 

얀붕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사과를 한다.

 

이내 각 팀은 자리를 잡고 운동장에서는 축구 경기가 시작된다.

 

얀붕이의 활약은 눈부셨다.

 

축구 자체는 동네 축구와 다를 바 없지만, 얀붕은 한 차원 달랐다.

 

빠른 드리블과 개인기로 수 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골대까지 돌진하여 골로 연결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만이 나온다.

 

그렇게 감탄을 하는 사람 중에는 얀붕이가 경기에 늦은 이유가 되는 얀순이도 있었다.

 

얀붕이와 오랜 친구인 얀순이는 매일 얀붕이의 축구 경기를 구경한다.

 

그녀는 점심시간마다 항상 얀붕이를 구경해왔다.

 

신경을 곤두세워서 말이다.

 

얀붕이의 운동 실력은 누구나 감탄할만했고, 그것은 축구에 관심 없는 여자애들도 마찬가지였다.

 

얀붕이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고 얀붕이를 쫓아다니는 여자들도 점차 늘어갔다.

 

물론 그것은 얀붕이를 좋아하는 얀순이에게는 무척이나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점심시간만 되면 얀붕이를 구경하는 여자애들로 넘쳤고, 얀순이는 혹여나 구경을 넘어서 얀붕이에게 접근하는 여자는 없는지 노심초사한다.

 

이렇게만 보면 얀순이가 얀붕이 여친이라도 되는 것 같지만...

 

아까 얀붕이 말에서 알 수 있다시피 얀붕이는 얀순이를 친한 친구 아니 동생 취급한다.

 

애초에 얀붕이는 이성에 관심이 크게 없었다.

 

공차는 것이 그저 재밌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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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니 프로 같은 거 해봐야 하는 거 아님?"

 

"아니, 뭐 그 정도는 아니고."

 

"오늘도 혼자서 4골이나 넣고 말이야. 이거이거 밸런스가 안 맞아."

 

흠뻑 땀에 젖은 남자애들이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그 중심의 얀붕이.

 

경이로운 실력에 항상 관심의 대상이 된다.

 

그 무리의 뒤편에는 얀순이가 쫄래쫄래 따라가고 있었다.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싶었지만 우르르 몰려가는 남자들 틈에 끼어들 자신은 없었다.

 

 

"어떻게 하면 얀붕이랑 단둘이 있지..."

 

얀붕이는 항상 누군가랑 있었다.

 

얀순이는 무언가 썸싱을 만들기 전에 얀붕이와 같이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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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축구 할거지?"

 

"아... 오늘은 좀 피곤해."

 

대화하는 얀붕이와 얀혁이.

 

얀혁이는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지만 이내 떠난다.

 

교실에는 얀붕이와 몇몇 애들이 남아 있었다.

 

자려고 엎드리는 얀붕이.

 

그때 반에 찾아온 것은...

 

얀순이였다.

 

"얀붕아~."

 

얀붕이가 혼자란 것을 귀신같이 눈치채고 온 얀순이는 얀붕이를 부르며 교실에 들어온다.

 

"뭐야... 얀순이 너야?"

 

"나 좀 도와주면 안 될까?"

 

"으음... 피곤한데."

 

"한 번만 도와줘."

 

"으휴... 그래. 니가 나 없으면 되냐."

 

얀붕이는 귀찮다는 듯이 말하지만 일어선다.

 

얀순이를 친한 동생 수준으로 취급하지만 그래도 친구가 도와달라 하는데 도와주지 않을 이유는 없다.

 

신나서 폴쩍폴쩍 걸어가는 얀순이와 뒤딸아가는 얀붕이.

 

도착한 곳은 학교 구석의 동아리 부실이었다.

 

"여기 정리 좀 해야 하는데 저 높은 곳 같은 데에는 내가 키가 안 다여서..."

 

"니가 작긴 하지."

 

"야!"

 

얀순이는 이리저리 주먹을 휘두르지만 얀붕이는 비웃으며 다 피한다.

 

"빨리 하자."

 

"으윽... 놀리지 마! 나보다 겨우 조금 더 큰 주제에!"

 

"알겠어. 알겠어."

 

그렇게 시작된 부실 정리.

 

얀붕이는 책들을 높이 있는 선반에 꽂고 얀순이는 바닥을 쓸고 물건들을 제자리로 가져다 둔다.

 

"야, 도와줬으면 뭐해줄 건데?"

 

얀붕이는 책을 차례대로 꽂다가 묻는다.

 

"으음... 매점 갈래?"

 

"오오. 뭐 사주는 거냐?"

 

"몰라. 가서 생각해봐."

 

"그럼 빨리 치우고 가볼까."

 

얀붕이는 빠르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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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네."

 

얀붕이는 과자를 입에 털어 넣으며 말한다.

 

'딩동댕동~.'

 

학교에 울려 퍼지는 종소리.

 

"슬슬 돌아갈까?"

 

얀순이의 말에 얀붕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2명은 올라간다.

 

각자의 교실에 도착한 2명.

 

얀순이는 얀붕이의 옆 교실이었다.

 

얀붕이는 교과서를 챙겨서 교실을 나와 이동 수업을 향한다.

 

그런 얀붕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얀순이.

 

뭔가 고심하는 듯하더니 옆 반으로 향한다.

 

비어있는 교실.

 

얀순이는 얀붕이의 자리로 향한다.

 

그러고는 얀붕이의 가방에서 꺼낸 체육복.

 

얀순이는 얼굴을 파묻어 냄새를 맡고는 숨겨서 자신의 반으로 돌아온다.

 

반에서 얀순이를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얀붕이의 체육복은 얀순이의 가방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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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니가 내 체육복 빌려 갔냐?"

 

얀붕이는 얀혁이에게 묻는다.

 

"나 내 꺼 잘 입고 있잖아. 뭔 개소리야."

 

"그럼 어디로 간 거지..."

 

얀붕이는 가방을 거꾸로 들어 흔들어본다.

 

나오는 것은 필통과 책, 먼지뿐이었다.

 

"하..."

 

머리를 긁으며 고민하는 얀붕.

 

체육복이 없다고 축구를 포기할 수는 없다.

 

"교복 입고 뛰지. 뭐, 너프랑 생각하지."

 

얀붕이는 호기롭게 나섰다.

 

그렇게 교복 차림으로 운동장에 나온 얀붕이.

 

"뭐야. 웬 교복이냐."

 

"너무 자신감에 찬 거 아니냐."

 

학생들의 야유가 이어지지만 얀붕이는 웃으며 뛸 준비를 한다.

 

시작되는 경기.

 

얀붕이는 교복을 입었음에도 저돌적으로 경기를 휘저었다.

 

가볍게 여러 골을 넣은 얀붕이는 그야말로 경기의 중심이었다.

 

그렇게 오늘도 4골을 넣으며 경기를 마친 얀붕이.

 

많은 호응을 받으며 교실로 돌아가려 했으나...

 

얀붕이의 교복은 개판이었다.

 

남자애들이 다 교실로 돌아가는 동안 얀붕이는 수돗가에서 교복을 털고 있었다.

 

그때 다가온 얀순이.

 

"얀...얀붕아."

 

"어, 얀순아. 왜?"

 

"그 바지가... 흠..."

 

얀붕이는 손을 뻗어 자신의 엉덩이 부분을 만져본다.

 

느껴지는 것은 교복 바지의 촉각이 아니었다.

 

"어엇... 체육복도 없는데."

 

"내 체육복 빌려줄까?"

 

얀순이는 체육복을 얀붕이에게 내민다.

 

"고마워."

 

얀붕이는 옷을 챙겨서 화장실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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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어디에다 뒀지?"

 

그다음 날.

 

얀붕이는 여전히 옷을 못 찾고 있었다.

 

"니 어제 교복도 터졌다며."

 

"체육복 빌려야겠네. 아이씨."

 

얀붕과 얀혁은 얀붕이의 사물함과 서랍을 뒤진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체육복은 없었다.

 

"일단 채육복 빌려올게."

 

얀붕이는 옆 반으로 향했다.

 

다른 여자애들과 수다를 떨던 얀순이.

 

"야, 얀순아."

 

"엇, 얀붕아."

 

"체육복 좀 빌려도 되냐?"

 

얀붕이의 질문에 얀순이 주변 여자의 시선이 얀순이에게 쏠린다.

 

얀순이는 가방에서 체육복을 꺼내 얀붕이에게 건넨다.

 

"자."

 

"아싸. 나중에 돌려줄게."

 

얀붕이는 채육벅을 들고 헐레벌떡 뛰어갔다.

 

질투와 부러움이 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주변의 여자들.

 

얀순이는 만족한다는 듯이 표정을 짓고는 운동장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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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한 일주일을 얀붕이는 얀순이의 체육복을 빌렸다.

 

얀순이의 체육복을 계속 빌리다 보니 얀붕이는 자신의 체육복을 찾아야 한다는 것도 까먹었다.

 

얀순이는 너무나 좋아했다.

 

얀붕이의 냄새가 가득 밴 체육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까지 얀붕이의 냄새를 맡으며 즐기던 얀순이는 다음날 또 빌려주기 위해 세탁기에 넣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렇게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서로 호의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얀순이가 불만을 점점 느끼게 되었다.

 

얀붕이가 자꾸 까먹고 얀순이의 체육복을 입고 갔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체육복을 입어주는 것은 매우 좋지만...

 

얀순이는 얀붕이의 체취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얀순이는 결국 결심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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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붕아."

 

"어... 얀순아."

 

"너 지금 뭘 입고 있는지는 알지?"

 

"어. 맞다. 맞다. 지금 벗어줄게."

 

화장실로 향하려던 얀붕이.

 

그때 얀순이는 얀붕이를 붙잡는다.

 

"따라와."

 

"어...어디로?"

 

"너 요즘 계속 그냥 옷 입고 갔잖아. 내가 붙잡아도."

 

"아니 뭐... 빨아도 올 거고... 옷도 계속 내가 쓰고... 미안 귀찮았네."

 

"그러니까 따라오라는 거야."

 

얀순이는 얀붕이를 붙잡고 끌고 갔다.

 

도착한 곳은 동아리실이었다.

 

들어온 2명.

 

얀순이는 문을 닫고 얀붕이를 바라보았다.

 

"벗어."

 

얀순이는 강력하게 말했다.

 

"뭐...?"

 

놀란 얀붕이.

 

"벗어."

 

"너...너가 나가줘야 하지 않을까?"

 

"벗어."

 

"얀...얀순아."

 

"좋은 말 할 때 잘 줬으면 좋았잖아."

 

"아니...얀순아."

 

"그럼 안 벗고 또 들고 갈 거야?"

 

"아... 아니."

 

"그럼 벗어."

 

얀순이의 위압감에 얀붕이는 먼저 웃옷을 벗었다.

 

얀순이를 한 번 바라보고 다시 자신의 하반신을 바라보는 얀붕이.

 

뭐라고 말하려고 하자 얀순이는 다시 입을 연다.

 

"벗어."

 

얀붕이는 그저 바지를 벗었다.

 

"내가 벗으라고 하니까 벗는구나."

 

얀순이는 얀붕이에게 다가가면서 히죽히죽 웃는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얀붕이는 한 손으로는 팬티를 가리고 한 손으로는 교복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때 얀순이는 얀붕이의 손을 낚아챈다.

 

"입지 마."

 

그러고는 자신의 블라우스를 벗는다.

 

"야. 야. 넌 갑자기 왜..."

 

"너가 좋아."

 

"뭐...? 아니 이런 상황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넌 내가 여자로 안 보여?"

 

몸을 밀착시키는 얀순이.

 

얀붕이는 뒷걸음치다가 결국 벽에 막힌다.

 

 

"어... 아니 그런 건 아니고."

 

평소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던 얀붕이는 그저 횡설수설할 뿐이었다.

 

"내가 싫어?"

 

"어... 아니."

 

"그럼 좋은 거지?"

 

"어... 그게..."

 

"난 너가 좋은걸. 너를 바라보는 여자들을 보면 너무 불안해."

 

얀붕이를 껴안는 얀순이.

 

얀붕이의 사고는 이내 멈추고 부드러운 얀순이의 몸을 껴안는다.

 

"너도 좋구나. 그럼 마저..."

 

얀순이는 말을 멈추고 얀붕이를 올려다본다.

 

그러고 잇는 말.

 

"벗.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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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어제 글 베라 보내줘서 고맙다


이렇게 하루에 한 편 쓰다보면 단편 소재 금방 고갈될텐데


나중에 써줘 칸 탐방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