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https://arca.live/b/yandere/47624777
어느 겨울날.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기사단이 출동했다.
추운 날씨에 얼음 마법의 위력 자체는 배가되기에, 그날이 프리아의 첫 출동이었다.
"으으... 아으...."
참혹한 광경이었다.
이 추운 겨울에 따듯한 공간 하나라도 제공받길 원하는 이들을 기사들은 망설임 없이 베어넘겼다.
"그, 그만하세요!!"
"신입,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이런 더러운 것들은 살짝만 뭘 해줘도 우리 머리 위로 기어오르는 족속들이라고. 싹 다 잘라내야지. 안 그래?"
"그렇지만 저, 저 아이도. 저기 쓰러진 사람도. 따듯한 곳과 뜨거운 수프 한 그릇을 원할 뿐이었잖아요!"
얼음뭉치에 맞고 쓰러진 이들을, 굳이 다가가 죽이는 이들도 이해할 수 없었던 그녀가.
자신이 속한 곳이 어떤 곳인지를 알게 되자 자신도 그들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는, 저는 이런 사람이었던 건가요..."
"뭔 소리야? 저런 벌레들이 기어오른 게 문제지."
"...벌레들, 인간은 벌레인 건가요."
옆에 서서 자신의 사상을 주입하던 선임은 진작에 자리를 떴다.
아직 죽여야 할 반동분자들은 많았다.
"인간 사회에 녹아든 엘프로서, 인간을 위해 정령의 힘은 빌리지 않으려 했는데. 인간들이 벌레라면, 눈앞의 벌레들을 치우는 것 뿐이라면. 상관이... 없겠죠?"
눈앞에서 벌어지는 학살은, 16살의 소녀를 미치게 하기엔 충분했다.
탕!
물론, 그녀의 귀에만 들리는 제어된 총성이 이어지기 전까지는.
"하, 늦었나, 이미 너무 많이 죽었는데."
뛰어다닌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아직 조금은 거칠게 숨을 쉬는 저격수의 목소리.
그것이 바람의 정령을 통해 프리아의 귀로 전해졌다.
"가만히 서있는 여자는 살려줘야 되나, 우리 동지들을 지켜주려고 한 것도 같은데."
"흐익?"
안타깝게도, 바람의 정령을 통한 통신은 쌍방이었다.
"뭐, 뭐냐 너."
"그으... 살려주세요?"
"...푸흡, 그, 그래, 가라 그냥. 크흐흡."
"웃지 마세요!"
두 사람의 목소리뿐인 만남이야 그렇게 끝이 났으나, 인간과 엘프는, 하다못해 동물도 기억이라는 걸 하는 생물이었다.
"저격수라, 요즘은 반군 놈들도 발전해서 잡히면 좋은 꼴은 못 볼 겁니다."
"거 위험하기도 하네."
"그리고, 저는 당신의 목소리를 아직 기억한답니다?"
그는 개소리로 치부했지만,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라고 회고할 뿐, 진짜 알고 있었는지는 본인 말고는 모른다.
_____
기사들은 갑자기 광분해 사람들을 학살하고, 갈수록 느리게 달리는 저격수는 그런 기사들의 머리에 구멍을 만들었다.
"이런 미친... 언데드라도 되는 거냐?"
"유감스럽게도 언데드는 아니고, 일종의 꼭두각시지."
"설마 그날의 일을 재현한다고 여기 있는 열댓명의 사람을 희생시키는 건 아니지?"
"정확하게 맞췄네."
"그럼 너부터...!"
그대로 고개를 돌린 아르미스의 총끝에, 서리가 맺혔다.
"안 돼. 사랑하는 사람에게 총을 겨누다니."
"난 널 사랑했던 기억이 없다만?"
"후후, 창관에 갈 때 마다 운좋게도 정체불명의 엘프만 만난 건 기억이 안 나시나봐?"
당황해서 총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아르미스를, 프리아가 간단히 제압하고 얼음으로 사지를 바닥에 붙여놓았다.
"시발..."
"아아, 날 구해준 그날부터 당신을 사랑했다고 자부할 수 있...진 않고. 당신은 지켜보면 지켜볼수록 매력적으로 변하고, 거기다 가끔 마주칠 때 마다 웃어주기까지.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궤변인데 이거.
아니 진짜 말도 안되는거 같은데????
라는 생각을 몇 번인가 반복하던 아르미스가 손에서 총을 놓았다.
"...맘대로 해라, 저격수는 잡히는 순간 편히 죽는 건 포기해야 하는 법이니."
"뭐, 200년 안에 죽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마."
"허, 시작부터 스케일이 남다르군그래?"
_____
"아아, 나의 귀여운 기사님."
"감옥으로 데려가는 건 아닌 것 같군."
"당연하죠, 어차피 거기서 오래 있으실 것도 아니거든요."
뭐, 죽을 테니까 당연한가.
"그거 아시나요?"
"뭘 말하는 건지 모르겠군."
"...일단 그 말투부터 어떻게 해야겠네요."
그러면서 셸다는 내게 검을 들이밀었다.
말투랑 검이 무슨 상관이지?
"지금부터, 말투를 고치지 않고 말하실 때 마다 허벅지를 칼로 쑤실 겁니다."
"...뭐?"
"빨리 적응하셔서 다행이네요."
_____
1개월 정도가 지났다.
한쪽은 이미 되는대로 기가 빨려서 간수들조차도 측은하게 바라보는가 하면, 한쪽은 감옥에서 강제로 온갖 좋은 음식들을 '주입'당해 죄수가 맞는지조차 의문을 품을 상태였다.
"나와라."
"저 좀 일으켜주십쇼,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갑니다."
재판이 이뤄질 알현실까지의 거리는 멀지 않았다.
왕이 직접 재판을 한다는 것도 이상했지만, 애초에 재판의 대상부터가 충분히 이상했기에 의문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짐은 이렇게 판결하지, 이제까지 죄질이 나쁜 반란군에게 그리했듯이. 이 둘을 기사단 인원 중 두 명의 노예로 삼는다.]
"...허?"
"모르셨습니까?"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군."
"에이, 그건 아니죠. 차라리 제 쪽에서 그런 말을 해야 될 거 같은데요."
[셸다, 프리아. 앞으로.]
두 명의 여인이, 마음 속에서 출렁이는 욕망을 숨기며 앞으로 나선다.
"노예의 낙인을 새겨라."
치이익-
살을 파고드는 마력이 온 몸에 퍼지고, 이어 그것이 명령이 된다.
간단하기 짝이 없는, 순종하라는 명령.
"허억, 허억... 꽤 아프네?"
"흠.. 그랬나? 상관없지, 일어서 아르미스. 아직 만족 못했으니까."
"...명복을 빌지."
에반이 끌려가는 아르미스에게 묵념할 때, 셸다도 그의 목덜미를 잡았다.
"저도 이제 참기가 힘든데, 제가 드린 것들은 다 잘 챙겨드셨죠?"
"응."
"그럼 출발하죠, 빠를수록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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