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



사일런스: 프틸롭시스, 왔구나.


프틸롭시스: 네.


사일런스: 나 대신 조사하느라 수고했어.

사일런스: 네가 자리를 비운 동안 이 실험도 거의 끝냈으니까, 나중에는 내가 알아서 갈게.


프틸롭시스: 아뇨.

프틸롭시스: 다음 번에도 절 보내주셔도 괜찮습니다.


사일런스: ......응?

사일런스: 무슨 일 있었어?


프틸롭시스: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사일런스: ............그래.



_


프틸롭시스: 제 기억 상으론 이 일기장이었던 것 같은데요......

프틸롭시스: 아니, 이건 라인 생명 연구소에 있었을 때 쓴 거예요, 그렇다면 이거겠죠......

프틸롭시스: 찾았다, 이 일기장이에요, 사일런스 씨를 따라 로드스에 왔을 때 새로운 일기장을 장만했었죠.

프틸롭시스: 어디 한번 볼까요.


일기: 3월 21일 날씨 흐림

일기: 오늘, 로도스에 새로운 오퍼레이터들이 왔다.

일기: 하나는 헝이라 하고, 또 다른 하나는 아악이라고 한다. 그들은 아무래도 와이푸 씨와 같은 곳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일기: 그 중에서 아악이라는 자가 신경쓰인다.

일기: 그 자는 무척이나 젊어보이며 들은 바에 의하면 용문에서 그는 굉장히 유명한 돌팔이 의사였다고 한다.

일기: 하지만 그는 의료팀에 참가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기: 4월 2일 구름 많음

일기: ......맞다, 아악은 와파린이 “혈선생”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 종종 의료팀을 찾아오곤 했다.

일기: 하지만 의료팀 사람들은 대부분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일기: 왜냐하면 그는 노골적으로 우리에게 혐오감을 들어냈기 때문이다.

일기: 그의 의술이 그렇게나 뛰어난데, 이건 어째서일까?......


일기: 4월 15일 날씨 맑음

일기: ......아악 얘기를 해보자면, 그는 저번에 아악과 대결을 한 후에 헝에게 불려가서 꾸중을 들었다.

일기: 그리고 의료팀의 사람들도 그에게 조금씩 익숙해져갔다—— 적어도 표면상으론 그랬다.


프틸롭시스: 그러고보니 이 일기를 쓸 때쯤 마침 그와 아악의 2번째 “대결”이 있었죠.


_


아악: 어이, “혈선생”, 어서 대결하자고!


와파린: 와아, 이 녀석 엄청 짜증나네, 저번에 나한테 지고도 너와 나의 격차를 느끼지 못한 걸까나?


아악: 진심이야? 그게 내 패배라고?


아악: 어이, 거기 있는 깃털 누나, 당신도 그때 거기 있었잖아, 무슨 얘기라도 좀 해봐!


사일런스: ......


프틸롭시스: 사일런스 씨, 당신을 말하는 겁니다.


사일런스: 날 부르는 거야?


프틸롭시스: 계산해본 결과, 50%의 확률로 절 부르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만,

프틸롭시스: 제 논리적 사고가 저 호칭에 응답하는 걸 거부하고 있습니다.


사일런스: 나도 싫은데.


아악: 둘이서 뭘 소곤소곤대고 있는 거야, 어서 말해봐, 저번에 그건 내가 진 게 아니지?


사일런스: ......아악, 지금은 일하는 시간이거든, 멋대로 와서 방해하지 말아 줄래?


아악: 네네, 난 단지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온 거야, 너희들의 그 고상하신 "일"은 방해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


프틸롭시스: 알겠습니다, 기억을 불러내는 중......

프틸롭시스: 기록에 따르면, 확실히 저번의 그 대결은 갑작스러운 상황으로 인해 어느 한 쪽이 이겼다고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아악: 헹, 들었지!


와파린: 쳇, 알겠어,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무너뜨려 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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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좋아하는 의료 대원: 에휴, 저 아악이 온 이후로 정말 매일매일이 시끄러워.

잡담 좋아하는 의료 대원: 박사는 대체 왜 저런 녀석을 데려온 건지......


프틸롭시스: 비록 성격은 나쁘지만, 확실한 건 그의 뛰어난 임상 경험과 재능은 부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잡담 좋아하는 의료 대원: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나도 알아, 하지만 뭔가 저 녀석이 우릴 깔보는 거 같단 말이야.


활발한 의료 대원: 맞아맞아, 저번에 그 수술은 정말 대단했었잖아.

활발한 의료 대원: 나도 그것 때문에 녀석을 다시 보게 되서 조금 친해져 볼까 했는데, 결국 그 녀석한테 놀림만 당했다니까.

활발한 의료 대원: 짜증나 정말!


따분한 의료 대원: 진짜 아악 누님(혹은 언니) 빼곤 저 녀석하고 친해질 사람이 없네.


냉정한 의료 대원: 저걸 친하다고 해야되나......프틸롭시스, 네 생각은 어때?


프틸롭시스: 시스템에서 적절한 단어를 찾는 중......탐색 결과, 끼리끼리 어울리네요.


활발한 의료 대원: 하하하, 그래, 바로 그거야!


안셀: 무슨 얘길 그렇게 즐겁게 나누시는 건가요?


따분한 의료 대원: 아, 안셀 씨, 저흰 아악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안셀: 아......전 그런 성격의 사람을 잘 대하진 못하지만 그래도 그 분은 확실히 엄청난 신인같아요.


활발한 의료 대원: 역시 안셀 씨, 그 아악한테도 이렇게나 상냥하다니......


사일런스: 자, 아무리 오늘 일이 별로 없다곤 해도 근무 시간에 잡담은 금지야, 어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의료 대원들: 네——


사일런스: 안셀, 어때?


안셀: 아, 여기 보고서요, 결론을 말하자면, 결과가 그렇게 만족스럽진 않아요.


사일런스: 그래, 예상했던 결과이기도 했어, 그럼 이제 다음 실험을 준비하자.


사일런스: 프틸롭시스, 너도 같이 가.


프틸롭시스: Zzzzzzz......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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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아악이 오면서 의료팀은 소란스러워 졌다. 비록 이 때문에 불편할 때도 있지만, 싫진 않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프틸롭시스: 음, 전 여기서 “싫진 않다.”라고 썼군요.

프틸롭시스: 제 기억이 맞다면 이 앞엔......

프틸롭시스: 아, 여기네요.


일기: 6월 10일 비 조금

일기: 정찰 오퍼레이터들의 정보에 따르면 주변 산에서 오리니늄 광맥을 발견했다 한다, 닥터 켈시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

일기: 안전을 위해 사일런스 씨와 일부 다른 의료 오퍼레이터들도 동행했다.

일기: 오늘은 실험 결과를 기다리는 것 빼곤 달리 할일이 없다.


일기: 5월 15일 날씨 맑음

일기: 가비엘 씨께서 외근에서 돌아오셨다.

일기: 그녀는 적들이 엄청 뛰어다닌 바람에 짜증나서 자신이 직접 적들을 전부 쓸어버렸다는 눈부신 활약에 대하여 얘기해 주셨다.

일기: 아마 그녀는 자신이 의료 오퍼레이터라는 사실을 잊은 모양이지만, 아무렴 좋은 얘기였다.


일기: 5월 1일 구름 많음

일기: 오늘 새로운 의료 오퍼레이터의 면접을 본 후 안셀 씨와 로도스에 오기 전에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일기: 보안 문제 때문에 라인 생명의 내부 상황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할 순 없었지만 정말 의미있는 얘기를 나눴다.


프틸롭시스: 맞아요, 바로 이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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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셀: 그러니까 프틸롭시스 씨는 절반은 환자, 절반은 연구자 신분으로 라인 생명에 계셨다는 건가요?


프틸롭시스: 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전 사일런스 씨가 정해주신 치료 계획에 따르고 있습니다.

프틸롭시스: 그리고 사일런스 씨도 똑같은 감염자이므로 그녀만의 치료 계획 또한 있습니다.

프틸롭시스: 라인 생명에서 이런 일은 흔합니다.


안셀: 라인 생명에서도 로도스와 비슷한 일이 있었군요, 전 여태까지 라인 생명이 과학 기술 기업인줄 알았거든요.


프틸롭시스: 네, 라인 생명은 로도스처럼 대외적으로 선전하는 방식은 쓰지 않으니까요, 구체적인 건 저도 말할 수 없습니다.

프틸롭시스: 확실한 건, 라인 생명은 이쪽 방면에서 로도스와 같은 목표가 있기 때문에 로도스와 협력하고 있다는 거예요.


안셀: 네.

안셀: 그럼 이제 제 얘기를 해볼께요.

안셀: 음......사실 달리 얘기할 것도 별로 없어요, 제 고향은 림 빌리톤이에요.

안셀: 제 집이 조금 가난해서, 전 그동안 첨단 기술같은 걸 접촉해볼 기회가 별로 없었어요.

안셀: 갈 곳이 없어졌을 때, 전 우연히 로도스의 모집 공고를 보게 됐죠.

안셀: 한번 도전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신청을 하게 됐고, 그리고 지금 여기에 와있죠.

안셀: 처음 여기 왔을 땐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이런 곳에서 일을 하게 될 줄이야.


프틸롭시스: 저도 사일런스 씨로부터 협력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로도스가 이런 소형 육상 항모일지는 몰랐었습니다.


안셀: 그래도 전 이곳에 온 뒤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또 대우도 나쁘지 않고요.

안셀: 물론 가족들을 자주 볼 수 없다는 건 조금 아쉽지만요.


프틸롭시스: 가족......


안셀: 윽, 제가 무슨 실례되는 말이라도 했나요?


프틸롭시스: 아뇨, 아닙니다, 단지 제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정에 관한 정보를 회상하던 것 뿐입니다.

프틸롭시스: 찾았습니다, 과연, 전 그걸 어느 정도 잊고 있었군요.


안셀: ......가족들을 만나지 못해서 슬프시겠어요.


프틸롭시스: 아뇨.


안셀: 에, 아닌가요?


프틸롭시스: 네.

프틸롭시스: 그것보다 하시던 얘기를 계속해 주세요, 안셀 씨.


안셀: 아, 음, 네, 그럼 림 빌리톤에 대해서 얘기해드릴게요.


프틸롭시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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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안셀은 그의 고향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해주었다.

일기: 광업 도시의 풍경, 그의 가정, 그의 여동생, 그는 왜 의사가 되기로 한 건지 등등.

일기: 이유는 모르겠지만, 무언가 나와는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느껴진다, 마치 기억 속 부모님의 모습처럼......


프틸롭시스: 맞아요, 평소 의료팀의 분들은 자신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주셔서 모두의 과거에 대해서 저도 어느정도 알고 있어요.

프틸롭시스: 하지만 그건 제게 있어 정말 먼 이야기들이에요.

프틸롭시스: 전 이걸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생각했었죠.

프틸롭시스: 하지만 분명 문제는 있어요.

프틸롭시스: 그럼, 이제 이번 일기를 써볼까요. 이번 건 어쩌면 길어질 수도 있겠어요.


일기: X월 X일 날씨 흐름

일기: 드디어 로도스로 돌아왔다. 이번 외출은 정말 길었다.

일기: 소대를 따라가는 건 늘 있었던 일이지만, 이번엔 의외의 일도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문제를 가져왔다.

일기: 그렇다,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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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틸롭시스: Zzzzz......


???: ......씨, 프틸롭시스 씨.


프틸롭시스: ......! 전 잠들었던 건가요?


근위 대원: 네, 알려드리려고 왔습니다. 저희가 채집하다가 일이 생겨서요, 현재 도구의 성능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프틸롭시스: 제 도움이 필요하십니까?


근위 대원: 아뇨아뇨, 프틸롭시스 씨는 이미 저흴 많이 도와주셨잖아요.

근위 대원: 성능테스트같은 단순한 일까지 프틸롭시스 씨께 맡길 순 없죠.

근위 대원: 제가 말씀드리려는 건 성능테스트가 끝나기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근위 대원: 무료하시다면 멀지 않은 곳에 카시미르 마을이 있으니 거길 구경하시고 오시는 게 어떨까 해서요.

근위 대원: 그곳은 이 일대에 있는 유일한 유동 마을(유목 마을 비슷한 개념인듯)인데다, 규모가 꽤 큽니다.

근위 대원: 게다가 정찰 오퍼레이터의 말에 따르면 그곳에 시장도 연다고 하니, 시간 보내기엔 좋을 거예요.

근위 대원: 물론 여기서 계속 쉬고 계셔도 되고요.


프틸롭시스: ......네, 그럼 한번 가보겠습니다.


근위 대원: 그래요, 여기 지도 드릴게요, 경비도 이미 준비해놨습니다.

근위 대원: 지금은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라, 교환할 수 있는 카시미르 화폐도 이 정도 밖에 없어서 죄송하네요.


프틸롭시스: 카시미르 화폐로 교환해야 합니까?


근위 대원: 아, 네, 용문화가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지만 만능은 아니니까요.

근위 대원: 특히나 도시국가 바깥의 마을같은 곳에선 여전히 본국의 화폐만 받고 있죠.


프틸롭시스: ......네, 확실히 그런 모양이네요, 데이터베이스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냈습니다.


근위 대원: 그럼, 함께 가볼까요?


프틸롭시스: 어라, 당신도 함께 가는 겁니까?


근위 대원: 아, 아뇨, 이건 큰 작전이 아니라 여기에 임시 기지같은 게 없거든요.

근위 대원: 다른 말로 하자면 통신 장비를 쓸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거예요.

근위 대원: 그래서 전투력이 없는 인원이 외출할 때 호위를 할 사람이 필요해요.

근위 대원: 게다가 모두들 당신의 건강 상태를 잘 알고 있으니까요. 안전을 위해서라도 같이 가야죠.


프틸롭시스: 그렇군요, 기지에 관한 정보는 처음 듣는 것입니다, 데이터베이스 업데이트를 진행하겠습니다.


근위 대원: 어라, 모르고 계셨나요?


프틸롭시스: 네, 전 외출을 자주 하지 않습니다.


근위 대원: 아, 확실히, 죄송합니다, 제가 말실수를 한 모양이네요......


프틸롭시스: 어째서 당신이 사과를 하는 겁니까?


근위 대원: 아뇨, 아무 것도 아닙니다, 어서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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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틸롭시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가 제게 사과를 했던 것은 그 말이 제 마음을 고려하지 않고 한 말이라고 생각해 그런 것이겠죠.

프틸롭시스: 사실 전 그것에 대해 별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프틸롭시스: 그리고......


일기: 이곳에서 난 첫번째 문제를 마주했다—— 난 아무래도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일들을 잘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프틸롭시스: 아니, 확실히 말하자면 전 몰랐던 게 아니에요.

프틸롭시스: 그것들은 제 데이터베이스에 있었어요, 단지 안 쓴지 너무 오래되어서 제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을 뿐이죠.

프틸롭시스: 음, 이 문장은 수정해야 겠군요.

프틸롭시스: 그리고, 두번째 문제입니다.


일기: 카시미르의 풍경은 컬럼비아와 로도스 함교 위에서 본 풍경과 차이가 매우 크다.

일기: 공기가 매우 맑으며, 녹지 비율 또한 상당히 높다.

일기: 마을에 있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쿠란타 족이며, 일부 다른 종족의 사람들 또한 있다.

일기: 더욱 놀라웠던 건 내 예상보다 마을 시장이 북적북적했다는 것이다.

일기: 판매를 담당하는 대원과 만났다, 그는 나에게 이곳을 소개시켜 줬고 또한 뭐 사야 할 것은 없냐며 물어봤다.

일기: 난 의료팀의 사람들에게 줄 선물을 사는 건 어떨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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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 주인: 아가씨, 뭐 찾아?


프틸롭시스: ......


가게 주인: 저기, 아가씨?


프틸롭시스: .......모르겠습니다.


가게 주인: 뭐? 아니, 뭐야 이 여자, 가게에 들어와놓고 자신이 뭘 찾는지 모르겠다니.


프틸롭시스: ......


근위 대원: 아, 죄송해요, 제 동료가 딴 생각을 자주 해서요.

근위 대원: 저흰 카시미르의 특산품을 찾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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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그때 전 두 번째 문제에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의료팀의 사람들에게 무슨 선물을 하면 좋을지 말이죠.

일기: 이건 우리 사이가 가깝지 않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기: 오히려 넓은 의미로 보자면 저와 사일런스 의사는 좋은 친구라는 뜻입니다.

일기: 우린 라인 생명에 있었을 때부터 같이 일을 했었고, 또 절 로도스로 초대한 것도 그녀이니까요.


프틸롭시스: 저와 다른 의료 오퍼레이터 분들 사이도 나쁜 건 아니겠죠.


일기: 하지만 전 잘 모르겠습니다.

일기: 여태까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일기: 그런 일이 있고 난 후 저희는 야영지로 돌아가 조사 또한 순조롭게 진행했습니다.

일기: 하지만 로도스로 돌아가는 길에, 전 제가 여태까지 의식하지 못한 문제들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프틸롭시스: 음......사실 오는 시간의 절반은 자는데 사용했지만요.

프틸롭시스: 마을을 향하는 길에서도 사실은 한번 길 한가운데에서 잠들기도 했었죠.

프틸롭시스: 그래도 가독성을 위해 이런 일들은 생략하는 게 좋겠어요.


일기: 라인 생명에 들어가, 로도스로 옮기기까지......



???: 프틸롭시스 언니, 문 열어!


프틸롭시스: 이프리트, 왜 여기 있는 건가요.


이프리트: 사일런스는 실험 중인데다, 언니가 돌아왔다고 하니까 한번 보러 온 거야.

이프리트: 왜냐면 프틸롭시스 언니는 평소에 항상 로도스에 있는데, 이번에 나갔다고 하니까 어색하잖아.

이프리트: 그래도 돌아와서 다행이야!


프틸롭시스: 확실히 전 바깥에 잘 나가지 않죠.

프틸롭시스: ......확실히 전 바깥에 잘 나가지 않네요.


이프리트: 왜 같은 말을 두 번이나 해? 프틸롭시스 언니?


프틸롭시스: 아뇨, 단지 제 자신이 바깥에 잘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이 떠올라서 그런 것 뿐입니다.


이프리트: 뭐? 프틸롭시스 언니 오랜만에 밖에 나가서 머리 이상해진 거 아냐?


프틸롭시스: 아뇨, 단지 시스템 상으로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했을 뿐입니다, 이미 수복 완료 했습니다.

프틸롭시스: 카시미르의 특산품을 조금 사왔습니다, 저기 있어요.


이프리트: 정말?! 어디 보자......

이프리트: 우와, 이 목검 엄청 멋있게 생겼다.


이프리트: 이얍, 하앗, 얍!

이프리트: 어때, 나 뭔가 그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쿠란타들 같지 않아?


프틸롭시스: 아뇨.


이프리트: 윽......아무튼, 난 이거 가질래!


프틸롭시스: 좋습니다.

프틸롭시스: 이야기책은 책꽂이에 있습니다, 저기서 읽으세요, 전 써야할 것이 있답니다.


이프리트: 그래!


프틸롭시스: 후우......그럼.


일기: 라인 생명에 들어가, 로도스로 옮기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일기: 난 지금의 생활에 완전히 익숙해졌고, 또한 이것이 정상적인 생활이라고 무의식적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일기: 하지만 이번 외출로 나는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기: 현재 내 생활을 부정하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난 갑자기 이 문제를 의식했다는 것이다.

일기: 그 문제는 바로, 지금 내 생활은 정상적인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프틸롭시스: 여기서 이 단어를 사용해도 되는 걸까요, 제 생활은 정말 비정상적인 걸까요?

프틸롭시스: ......넓게 보자면, 이게 맞겠죠.


일기: 그리고 난 단지 잊고 있었을 뿐이다.

일기: 광석병은 나에게서 대체 무엇을 빼앗아 갔는지, 또 무엇을 줬는지, 나 자신도 설명하기 어렵다.

일기: 라인 생명에서 사일런스가 나를 위한 치료 계획을 세워줬을 때, 연구와 수면이 점점 내 삶 전부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프틸롭시스: 제 신체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을 저 혼자 완수하지 못하도록 했고, 문 밖 또한 나가지 못하게 했죠.

프틸롭시스: 제 자신도 이러한 신체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외출을 하더라도 자유 행동은 거의 하지 않았어요.


일기: 나는 아주 오래 전부터 동료들이 해주는 이야기, 각종 자료, 그리고 창 밖의 풍경을 통해 바깥 세상을 알아왔다.

일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가비엘과 안셀을 동경하는 것도 매우 정상적인 일이 아닐까 싶다.

일기: 나는 이전까진 왜 내가 그들을 동경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일기: 왜냐하면 모두들 자신의 생활을 이야기하고 있었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자신을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일기: 나는 그들의 화제에 참가할 수는 있었지만 무의식적으로 내 자신은 이 화제에 전혀 속하지 않는다고 여겼었다.


이프리트: 프틸롭시스 언니, 뭘 쓰고 있는 거야? 무슨 보고서를 쓰는 건 아닌 모양인데.


프틸롭시스: 일기입니다.


이프리트: 일기? 오, 사일런스가 날 쓰게 시킨 적이 있어, 하지만 너무 귀찮더라!


프틸롭시스: 확실히 매일매일 쓴다면 그렇죠, 쉽지않은 작업이지만, 그래도 제겐 꼭 필요합니다.


이프리트: 왜?


프틸롭시스: 제 자신을 잊지 않기 위해서 입니다.


이프리트: 왜 잊어?


프틸롭시스: 전 잘 잊어 버리거든요.


이프리트: 음......잘 모르겠네.


프틸롭시스: 이해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이프리트: 아......한번 봐도 돼?


프틸롭시스: 가능합니다, 하지만 글 밖에 없기 때문에 좋아하진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프리트: 그럼 됐어, 이야기 책이나 계속 볼래.


프틸롭시스: 알겠습니다.


프틸롭시스: 아, 그러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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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스: ......


프틸롭시스: 사일런스 씨, 무슨 일이시죠, 실험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사일런스: 응? 아, 아니야.

사일런스: 단지 이프리트한테 무슨 선물을 주면 좋을지 생각한 거야, 그 녀석 이제 곧 생일이니까.


프틸롭시스: 생일 선물 말입니까?


사일런스: 그래, 일단은 내열성이 좋아야 하고, 또 그 녀석이 좋아하는 걸 사줘야 해. 하아, 애들 마음은 정말 모르겠다니까.

사일런스: 아예 내가 만들어 주는 게 좋을 지도 모르겠어.


프틸롭시스: ......


사일런스: 왜 그래?


프틸롭시스: 아뇨, 단지 사일런스 씨가 이런 일로도 고민하시는구나 해서요.


사일런스: 이상해? 뭐......확실히 나답진 않지.

일런스: 하지만 내가 이프리트를 데려가기로 결정한 이상, 이건 내가 마땅히 져야할 책임이야.

_



프틸롭시스: 작업 하나에 몰두하면 며칠 동안은 쉬지 않으시는 사일런스 씨도 이런 면이 있다니.


일기: 사실 난 알고 있었다, 이건 내 문제라는 걸.

일기: 아니면, 이건 애초부터 문제가 아닌 걸지도 모릅니다.

일기: 난 내 자신이 비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난 지금의 연구 생활에 만족하기 때문이다.


프틸롭시스: 만약 제가 연구를 싫어했다면 애초부터 라인 생명에 들어가지 않았겠죠.


일기: 라인 생명이든, 로도스든, 나보다 비참한 일들을 겪은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들에 비하면 난 운이 좋은 편이다.

일기: 그리고 난 내가 해온 모든 연구들이 의미가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


프틸롭시스: 제가 이런 걸 쓰는 것도 단순히 탄식을 하기 위한 게 아니에요.

프틸롭시스: 또 '그동안 내가 잘못된 삶을 살았구나' 하는 게 아니에요.


일기: 난 단지 내가 일기를 쓰는 목적을 떠올렸을 뿐이다.

일기: 난 때때로 이상한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금속의 마찰하는 소리, 부딪히는 소리, 외치는 소리, 폭발음.

일기: 이 소리들은 내 몸 속 깊은 곳으로 부터 들려와, 계속해서 날 괴롭혔다.

일기: 때론 잠에서 깰 때 비몽사몽하면서 난 내 자신이 어디 있었는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잊을 때가 있다.

일기: 물론 정말로 잊어버린 것은 아니다.

일기: 하지만 난 타인에 비해서 회상과 기억을 할 때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기: 내가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중요한 것들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프틸롭시스: 중요한 것......


이프리트: 프틸롭시스 언니, 왜 날 쳐다보고 있는 거야? 게다가 아까부터 혼자서 뭘 중얼중얼거리는 거야?


프틸롭시스: 아무 것도 아닙니다.


이프리트: 혹시 무슨 사고 치고 사일런스를 설득하는데 나보고 조금 도와달라는 건 아니지?

이프리트: 그동안 우리 정을 봐서 한번은 도와줄 수 있는데, 너무 기대는 하지마, 나도 사일런스한테 엉덩이 맞긴 싫어.


프틸롭시스: 하하, 걱정하지 마세요.


일기: 오늘 있었던 일로 나는 조금 알 수 있었다.

일기: 단순히 잊지 않는다는 것으론 부족하다.

일기: 난 내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들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프틸롭시스: 전 제 자신이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프틸롭시스, 혹시 이프리트 여기 있어?


이프리트: 아, 사일런스다!


사일런스: 이프리트가 무슨 민폐라도 끼친 건 아니지?


프틸롭시스: 아뇨, 그녀는 착하게 있었습니다.


이프리트: 헤헤.


사일런스: 그럼 됐어, 근데 넌 괜찮은 거야? 오늘 상태가 조금 이상해 보이는데.


프틸롭시스: 전 괜찮습니다......그나저나, 저도 방금 당신을 찾고 있었습니다.


사일런스: 날?


프틸롭시스: 네, 얘기를 나누고 싶었거든요.


사일런스: 얘기? 얘기라면 평소에도 계속 하잖아?


프틸롭시스: 음, 제가 예전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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