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4]



난 분명히 얘기한 적이 있다, 아무도 모른 척 할 수 없다고.

그럼에도 난 이 전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래서 난 바벨탑으로부터, W와 폐하 쪽에서부터......

달아났다.

......정말 모순적이다.

후회하냐고? 그럴 지도.

하지만 내가 거기 있었다고 한들, 그 무엇도 변하진 않을 것이다.



_



5:58  A.M.    날씨/비 조금   

카즈데일 최북단 변경, 용병 주둔지

바벨탑에서 떠난지 수 개월 후




헤드레이: 이 정보는......

헤드레이: ......


이네스: ......

이네스: 뭐라도 좀 얘기해봐, 넌 말솜씨가 괜찮은 녀석이잖아.


헤드레이: ......뭐라고 해야 할까.


이네스: 왜 나한테 묻는 거야......?

이네스: ......오랫 동안 전세를 유지해 왔으면서, 어떻게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기울어질 수가 있는 거지?

이네스: 반 년 동안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너무 빠르잖아......


헤드레이: 어딘가 문제가 생긴 건 확실하겠지.

헤드레이: 하지만 어디에 문제가 생겼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헤드레이: 아니, 알고 싶지 않다고 해야 맞는 말이겠지.

헤드레이: 폐하는......그리고 폐하 곁의 그 사람들, 그들은 이렇게까지 쇠락할 사람들이 아니야, 우리 모두 그렇게 생각하잖아.


이네스: 하지만 지금......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우리도 그렇게 되는 거야?


헤드레이: 너무 일러. 이 전쟁은 너무 이르게 끝났어.

헤드레이: 저번 달에만 해도 우린 바벨탑과 전략적 계약을 맺었었는데, 연락이 갑자기 끊기더니, 전혀 소식이 없어졌어...

헤드레이: 모두 우리가 어느 편인지는 잘 알고 있어, 게다가 우린 이곳을 떠날 준비도 안 됐다고.

헤드레이: ......만약 정말 이대로 돌연 끝이라면, 우리도 더 이상은 달아날 곳이 없어.

헤드레이: 메신저에게 한번 더 각지의 모든 정보인들에게 연락해보라 해야겠어, 가능한 많은 정보를 찾아야 해.

헤드레이: 어쩌면 우린......다시 전장의 한가운데로 돌아가게 될 지도 모르겠군.


이네스: 뭐, 나도 이럴 줄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네스: 사실 우리 모두 이럴 줄 알고 있었잖아?

이네스: 우리가 만약 정말로 철저하게 신경 끌 생각이었다면 그때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일 필요도 없었겠지.

이네스: 그랬다면 우린 우리의 힘으로 이곳을 빠져나가, 발란 호수를 건너, 다른 곳으로 마구 돌아다녔겠지——



헤드레이: 이네스, 나는——



이네스: 그만.

이네스: 거길 나오는 건 우리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어, 그 따스함은 정말 잊을 수 없었고, 우린 그것에 푹 빠졌었지.


헤드레이: 어쩌면 우린 바벨탑을 완전히 포기하고 우리 사람들을 데리고 가는 게 좋을 지도 몰라.


이네스: 또 시작이네, 또 그렇게 다정다감해졌어.


헤드레이: 언제부터인가, 난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정만 내려왔던 것 같아.

헤드레이: 어쩌면 우리가 더 이상 전장에 있어선 안 되는 걸지도......


이네스: 됐어, 대체 누가 살카즈인지 모르겠네.

이네스: 이 대지에서 우리같은 살카즈들을 받아들여줄 곳이 있을 것 같아? 

이네스: 맨날 그런 식으로 자책하지 마, 책임은 우리가 다 함께 지는 거잖아.

이네스: 게다가 지금 보면, 그때 네가 W를 받아들였던 건 나쁘지 않은 결정이었어.

이네스: 그 아인 우릴 위해 돈을 꽤 벌어다 줬고, 적도 꽤 많이 처치해줬잖아.


헤드레이: ......그러길 바랄 뿐이야.

헤드레이: W......그녀는 아직 살아 있을까?


이네스: 난 그 여자가 그렇게 쉽게 죽을 거라곤 생각 안 해.


헤드레이: 그녀는 폐하 옆에서 꽤나 긴 시간을 보냈으니까, 어쩌면 그 녀석이 우리보다 더 많이 알지도 몰라.

헤드레이: 일단 우리는 신속하게 카즈데일의 상황을 알아야 해, 그리고 그 녀석을 다시 찾는다면, 일은 더 쉬워지겠지.


이네스: 정말로 그녀를 뒷받침 역할로 쓰는 거야?


헤드레이: ......


이네스: 알겠어.


이네스: ......유감이네.



_




W: ——찾았다, 하아, 너 정말 잘 도망가는 구나.



살카즈 전사: 너 지금 굉장히 절망한 걸로 보이는데, W, 최근에 네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W: 그럼 너도 잘 알고 있겠네, 네가 마지막이란 걸.


살카즈 전사: 그래, 너도 봤다시피 이 싸움에서 죽은 이들이 너무 많아.

살카즈 전사: 네 녀석도 무감각하게 죽은 이들의 숫자를 늘리고 있는 것에 불과해.

살카즈 전사: 내 입장에서 말하자면, 넌 지금 살아 있는 그 어떤 이보다 의미없는 짓을 하고 있어.


W: 닥쳐.


살카즈 전사: 다시 한번 얘기해줘?

살카즈 전사: 테레사는 죽었어. 온 카즈데일이, 온 테라 대륙이 카즈데일에 새로운 왕이 즉위한 사실을 안다고.

살카즈 전사: 하지만 그건 단순한 왕 물갈이에 불과했고, 너희들은 여전히 수많은 핵심 인력을 남겨두었지.

살카즈 전사: 예를 들자면 그 두 번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휘관처럼 말이지, 그들은 옳은 선택을 했어.


살카즈 전사: 폐하께서 적들을 철저히 죽이지 못 하신 건,

살카즈 전사: 바로 그가 이 혼란한 국면을 어서 끝내길 바랬고, 카즈데일은 폐하가 새로운 길을 개척하실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지——

살카즈 전사: ——그리고 넌? 여기서 옳고 그름을 따지러 온 거야?


살카즈 전사: 넌 당연히 할 말이 없을 거야, 그리고 네 마음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당시 네 눈 앞에 나타났던 얼굴들을 하나하나씩 죽이고 있겠지.

살카즈 전사: 결국 넌 화풀이를 하러 온 거야, 용병 씨, 그 의미없는 복수에 넌 침식된 거라고.

살카즈 전사: 넌 그 누구도 이길 수 없어.


W: 난 너 하나 정돈 이길 수 있어, 그것도 상당히 간단하게 말이야.


살카즈 전사: 날 죽인다고 해서 변하는 건 없다.


W: 진짜 말 많네, 내 마음을 맞추는 건지, 아님 죽기 전에 자신의 생각을 주절주절대는 건지 원.


살카즈 전사: 둘 다 맞다, 부정은 하지 않겠어.

살카즈 전사: 나는 그 케—— 아니, 난 동료가 뱉어낸 피에 숨 막혀 죽을 뻔한 이후로, 무기를 잡을 수 없었어. 

살카즈 전사: 우리 모두 피를 흘려, 그 피를 바벨탑의 전당에 흩뿌렸지.

살카즈 전사: 네 눈 속의 그 광경은, 내 눈 속에서 더욱 선명하게 보여.

살카즈 전사: 네가 날 찾은 이상, 난 틀림없이 죽은 목숨이겠지, 하.

살카즈 전사: 나도 안다고.



W: 쓸데없이 그렇게 주절대지 마, 널 죽이는 거 말인데......

W: 내가 하고 싶어서 그런 것 뿐이니까, 실업의 스트레스를 푸는 거라고 생각해줘.


살카즈 전사: 하......내가 정말 널 과소평가한 모양이군, 미친 X.

살카즈 전사: 정말 일말의 분노도 없이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고?

살카즈 전사: 그게 아니라면, 자신의 감정을 모를 정도로 미쳐버린 건가?

살카즈 전사: 너 혼자서......대체 얼마나 많은 동포들을 죽일 생각이지?

살카즈 전사: 넌......이게 정말로 테레시스 폐하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살카즈 전사: 그를 도와 비밀 유지를 위해 사람을 죽이다니, 넌 또......



W: 그만 좀 재잘거려, 오히려 죽고 싶은 건 너 아니야?

W: 만약 네가 그 친애하는 섭정에게 돌아간다면,

W: 그럼 난 진지하게 카즈데일의 너희들을 한명한명 전부 끄집어 내서 죽여버릴 지도 모른다고?


W: 하지만 넌 그럴 리가 없지, 너희들은 그럴 리가 없어.

W: 그녀를 죽인 너희가, 다시 카즈데일로 돌아갈 수 있을 리가 없지, 과거의 너희 모습으로 되돌아 갈 수 있을 리가 없어.

W: 그 진짜 괴물들을 제외하고, 아무도 그녀 표정 뒤의 무심함을 보지 못 했어.

W: 그래서 너흰 계속 한 사람을 기다려 왔지, 나같은 망나니를 말이야, 난 너흴 해방시켜 줄려고 온 것 뿐이야.

W: 돈 안 받는 걸 감사하게 생각해.



살카즈 전사: ......

살카즈 전사: 체......잘난 체하는 미치광이라니......

살카즈 전사: 하지만 네 말도 맞아......

살카즈 전사: 우린......스스로 우리들의 손에 그녀의 피를 묻혔어......게다가 마지막에 그녀는......

살카즈 전사: 난......



W: 넌 그 사람을 “폐하”라고 칭하지 말아야 했어, 폐하는 오직 테레사 뿐이야.

W: 왕의 자리를 뺏을 거라면 대관식은 최대한 천천히 하는 게 좋을 거야, 어차피 머리가 전부 달아나 버릴 거거든.

W: 그렇게 왕관을 낭비하면서, 테레사를 기다리는......

W: 쳇.

W: 테레사......



_



???: 투항을 거부하는 자는 다른 용병들에게 추격당할 것이다. 다음 번엔, 네가 사냥감이다.



W: ——너희구나.

W: 난 너희가 진작 카즈데일 국경을 벗어난 줄 알았어......오랜만이네.




헤드레이: ......정말 오랜만이네, 네 성장 속도는 정말 놀라울 정도야.


W: 그런가 봐, 너 손이 떨리고 있는데. 


헤드레이: 조금 낯설어서 그래.


이네스: 네가 이 부근에서 단독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긴 했는데——

이네스: 하지만 여긴 타바읍(지명)에서 200km나 떨어진 곳인데, 그런 휘청거리는 몸을 이끌고 대체 어딜 가고 싶은 거야?

이네스: 아니, 넌 그 뒤로 계속 이렇게 단독 행동을 하며 수 개월 동안이나 옮겨다녔다고——?


W: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니야, 단지 혼자서 하려면 불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서 말이지.


이네스: 예를 들자면, 너 혼자서 대충 치료한 상처 때문에 감염이 심해질 위험이 있다거나?


W: 죽지만 않으면 됐지, 나 그렇게 쉽게 안 쓰러져.

W: 그건 그렇고 저 탑......어디서 많이 본 느낌인데, 여긴 어디야?


헤드레이: 여기? 서부 전투 구역 변경이야, 좌표가——

헤드레이: ——아아, 여긴 "W"가 죽었던 곳이다.

헤드레이: 네가 우리 부대에 가입했을 때 있었던 장소이기도 하다.


이네스: .......여긴 완전 폐허가 됐네.

이네스: 왜? 추억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어졌어?


W: 내가 그렇게 감성적인 사람인줄 알아? 단지 마지막 목표가 이곳에 도망쳐 와서 그런 거야.

W: 너희가 왜 날 찾았는지 나도 알아, 저번처럼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에 들어가자고.


헤드레이: ......섭정이 카즈데일의 모든 무장 세력들을 통합시켰다.

헤드레이: 잔존한 용병들도 집결되어 진짜 군대가 되었지, 그러곤 대지의 여러 곳으로 파견되었다.


W: 급하기도 해라.


헤드레이: 나도 안다.

헤드레이: 빅토리아와 라테라노의 집권자들이 머리에 버터로 가득찬 쓰레기들이 아닌 이상, 

헤드레이: 통합 이후 숨 돌리고 있는 카즈데일을 가만히 앉아서 지켜만 보고 있을 리가 없다.


W: 그렇다면 우리도 어떤 이들의 손을 빌려서 내란을 다시 일으킬 수도 있겠네.


헤드레이: 네가 복수를 하고 싶다고 해도, 그건 좋은 선택지가 아니야.


W: 지금 우리를 따르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테레사와 함께 싸웠었던 이들이 많다는 걸 잊지 마.


이네스: 살카즈 용병들에겐 명확한 입장이라는 게 없어.

이네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에 지쳐, 단지 방향만을 원할 뿐이지.

이네스: 그래서 많은 살카즈들은 섭정의 명령에 따를 거야, 그 녀석은 이미 승리했다고.


W: ——이네스, 넌 네 귀를 살카즈의 뿔 모양으로 갈아버렸을 때 아팠어? 피는 났어?


이네스: ......아니.


W: 그렇다면 그건 진짜가 아니지, 너무 허술해, 계속 그렇게 살카즈인 척하다간 죽을 지도 몰라.


이네스: 남의 선의를 이런 식으로 되돌려 줘서 고맙네.


W: 난 단지 이런 상황에서 네가 "살카즈"라고 떠들어 대는 게 듣기 싫어서 그래.


이네스: 하지만 난 계속 이렇게 걸어가기로 결정했어, 난 이 길을 걸어갈 수 밖에 없다고.


헤드레이: W, 테레사 폐하께서 행방불명이 되신 후, 카즈데일은 완전히 변해버렸었어.

헤드레이: 모든 살카즈들은 별 다른 선택지가 없었고, 어떤 이들에게 있어선 이게 오히려 훨씬 끌리는 선택지였지. 


W: ......그래서, 아직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너희들도 그 살인마의 제안을 받아들인 거야?


헤드레이: 그렇지 않는다면 우린 차게 식은 시체가 되어버릴 지도 모르니까.


W: 아무래도 나로선 너희들을 설득하기 힘든 모양이야.

W: 난 그때의 헤드레이처럼 심술궂게 굴진 않을 거야, 우린 이미 구면이니까......바로 시작하자고.


헤드레이: 그렇게 성급하게 굴지 말라니까......네가 흥미를 가질 만한 얘기가 있어.

헤드레이: ......우린 카즈데일로 가지 않고, 우르수스로 갈 거야.


W: ——그건 정말 의외의 답변인 걸, 진작 말하지, 하마터면 손이 먼저 나갈 뻔했잖아.

W: 이거 재밌어 졌잖아, 어서 얘기해 봐, 헤드레이 대장.



_




헤드레이: 카즈데일 이외의 대지에서, 일부......감염자 세력들이 들고 일어나기 시작했어.

헤드레이: 그들은 용병들에게 후한 값을 쳐주고, 그와 동시에 섭정도 이 기회에 감염자들을 그의 계획에 이용해볼까 하고 있어......


W: ......감염자 세력?


헤드레이: 하지만 그들의 핵심 세력은 현재 우르수스의 동토에 머물러 있어.

헤드레이: 섭정은 몰락한 카즈데일따윈 진작부터 신경쓰지 않았었어.

헤드레이: 그는 왕위를 공석으로 비워놓고, 몸도 다른 곳에 있었지.

헤드레이: 핍박, 무시를 받은 여러 종족의 감염자들을 모은 리유니온은 지금 딱 어딘가의 필요를 받기 좋은 상태지.



W: 그래서 그 리유니온인가 뭔가에 가입하고 카즈데일에서 멀리 벗어나면 의심할 사람이 없을 거라는 거네.

W: 그리고?


헤드레이: ......그 다음엔 상황을 봐서 움직여야지, W.

헤드레이: 넌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 그리고 나도 네가 뭘 원하는지 알 것 같아.


W: ......

W: 네 말이 맞아, 그러는 편이 더 가능성이 있을 지도 몰라.

W: 흠, 내가 찾는 그 사람은 진짜 괴물이니까 말이지.

W: 그리고 그 늙은 여자도 사라졌어......계속 카즈데일에 있는 건 확실히 좋지 않을 지도......

W: ......하지만 이번엔 너희들이 얘기하지 않았던 걸로 쳐줘.

W: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가 직접 결정해, 괜찮지?


헤드레이: 섭정은 용병 부대를 통합시킬 사람을 보내 올 거다, 만약 우리 소대 만이라면......괜찮다.

헤드레이: 우린 널 돕겠어.


W: 걱정 마, 난 줄곧 상사 "대우"는 잘 해왔거든.


헤드레이: ......좋아.

헤드레이: 복귀를 환영한다, “W”.




_


......카즈데일을 떠난다.

W는 많은 게 변했다, 그녀에겐 그녀만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이네스는 나로 인해 이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는 생각했던 것보다 강인했다.

......나는 어떻지?

가끔씩 험한 지형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카즈데일을 멀리 바라볼 순 있을 것이다.

카즈데일.

어쩌면 나야말로 가장 카즈데일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___


[DM-4 END]



바벨탑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당시 테레사 폐하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었던 살카즈라면 모두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W는 분명 진상을 보았지만, 그는 이 기나긴 여정 중에서 그것에 관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는 묻지 않았다, 이네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녀가 나보다 더 진실에 가까운 느낌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가장 뒤쳐지는 사람이 되었다.



_



헤드레이: ......알겠습니다.

헤드레이: 네, 문제는 없을 겁니다, 각 부대끼리 계속 연락하겠습니다.

헤드레이: ......존명.




헤드레이: ......휴우.

헤드레이: 모두들, 아무래도 우린 여기서 한동안 머물러 있어야 겠어.


이네스: 왜 그래?


헤드레이: 선발대가 천재운(天災雲)을 관측했다고 한다,

헤드레이: 천재 정보 전달자가 근처에 없는 이상, 만일을 위해서 가능한 천재로부터 멀리 떨어지는 게 좋겠지.

헤드레이: 뭐가 어찌됐든, 쓸데없는 위험을 감수할 순 없어.


이네스: ......천재인가.


헤드레이: 황야에서 천재가 기승을 부리는 걸 직접 보기란 힘든 일이지.

헤드레이: 그래도 카즈데일이랑 오리지늄 거래를 한 역사가 길어서, 그렇게까지 혼란스럽지도 않지만.

헤드레이: ......W는?


이네스: 자기 소대에 있어.

이네스: ......부르게?


헤드레이: 난......모르겠어. W는 너무 많이 변했어.


이네스: 넌 W가 테레사 폐하를 잃어서 성격에 변화가 생겼을 거라고 했어.


헤드레이: 그치만 지금 W는 그녀답지 않게 침착하잖아.

헤드레이: 이전의 전장에서 그녀를 봤을 때만 해도, 그녀는 여전히 독한 입을 하고 있었지.


이네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았다고 해야지 그건.

이네스: 네가 이런 미세한 위화감을 느끼다니, 정말 드문 일이네.


헤드레이: ......놀리지 마. 그 W가 조용해진다니, "미세"한 위화감같은 게 아니잖아. 


이네스: W 그녀는—— 아.





이네스: 산 쪽에서 구름이 모여들고, 기압의 변화가 굉장히 격렬해졌는데......저게 바로 천재운인가?


헤드레이: ......이 규모라면 여기 계속 있는다고 해도 안전하진 않겠어.

헤드레이: 모든 부대에게 알려, 예정 루트대로 50km정도 물러난다고.

헤드레이: W를 찾아, 어서.


이네스: ......나한테 명령하지 마.

이네스: 음......

이네스: 지금 W가 나한테 주는 느낌이 딱 저런 느낌이야.



_



W: ——아아.


이네스: W! 뭐하는 거야!

이네스: 여기—— 바람 엄청 쎄!


W: 뭘 하긴, 천재를 구경하고 있지!


이네스: 미쳤어——


W: 뭐라고? 안——들——려——


이네스: 쳇, 네가 원래부터 미친 X이였다는 걸 잊고 있었어.

이네스: 네 밑의 살카즈들까지 전부 헛되게 죽이지 말라고!


W: 진작 그 녀석들한텐 헤드레이 따라서 후퇴하라고 했지, 내가 바보도 아니고- 아.


이네스: W! 조심하라고! 쳇!


W: 너야말로 오지 마,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이네스: 넌 큰일 안 날 거 같아? 죽기 싫으면 빨리 돌아와——!


_



헤드레이: ......둘이서 뭐해.


이네스: 쟤한테 물어.


W이네스가 날 쓸데없이 방해했다니까.


헤드레이: ......하아.

헤드레이: 다행히 W의 부대에 피해는 없다.

헤드레이: 하마터면 리유니온의 리더와 합류하기도 전에 군사 법정부터 갈 뻔 했어.


이네스: ......


헤드레이: 일단 돌아가서 좀 쉬어라, 얘기는 나중에 할테니.


W: 천재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게 뭐가 어때서? 광석병이 무서워? 폭풍이 무서워?


이네스: 난 단지 내 목숨을 쓸데없이 낭비하기 싫은 것 뿐이야.


W: 미리미리 익숙해져야 하지 않겠어?

W: 이것도 일종의 즐거운 경험인데.



헤드레이: 이네스.


이네스: 왜 그래, 나 화 안 났어, 애 둘이서 싸우고 난 다음 달래러 오는 어른도 아니고.

이네스: W는......팀 배치를 훌륭하게 했어.


헤드레이: 드문 일이네.


이네스: 드문 일이지......더 미쳐버린 걸지도 모르겠어, 그게 아니면......그녀는......하아.

이네스: 천재운은 무슨, 그녀가 천재이다.


헤드레이: (말 꼬라지하고는......)



_


W: 으흐흥~ 흐흥~


살카즈 전사: ......기분 좋아보이네.


W: 그거야 당연하지.

W: 어떤 소식들은 카즈데일같이 후진 곳을 벗어나야만 들을 수 있거든.


살카즈 전사: 그래서 접견 지점을 천재운 밑으로 정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야......날 죽이고 싶은 건가......


W: 에이, 그렇게 말하지 마.

W: 너 미치광이가 되면 뭐가 좋은 지 알아?


살카즈 전사: 알고 싶지 않은 걸, 사실 이미 알고 있긴 하지만. 아무튼 난 말 잘 들을 거야, 대장.


W: 이래야지.

W: 좋은 점이라면, 네가 하는 일이 비논리적일 수록, 그 이유를 묻는 사람들이 적어진다는 거야.


살카즈 전사: 하아......


W: 로도스 호가 카즈데일을 떠난 게 확실하지? 


살카즈 전사: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렇게 큰 함선을 폐......테레사가 갖고 있을 거라는 정보가 없는 거지. 


W: 그거면 됐어.

W: 응, 역시 조금은 단서가 있네.



_


팀에 처음 보는 얼굴들이 많아졌지만, 오히려 난 안심이 됐다, 카즈데일을 떠났다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동행자들 중엔 적도 있고, 전우도 있다. 항상 이런 식이다.

용병들은 별 신경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린 이렇듯 비정상적으로 쉽게 목숨을 버리곤 하는 종족이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아마 그 전쟁이 너무 빨리 끝나, 우린 바로 다음 전장으로 내던져져서, 찰나의 평화도 맛보지 못 했기 때문일 것이다.

......희망도 단지 모종의 독약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우린 전쟁과 평화의 균형을 완화시키기 위해 투쟁과 충돌을 필요로 해왔다.

W가 아마 가장 좋은 예일 것이다, 그녀는 처음부터 고생을 엄청 했다.


_



탈룰라: ......아.

탈룰라: 환영한다.

탈룰라: 먼 곳에서 온 전사들이여.


_


전쟁은 원래부터 도망치거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 점은 나도 알고 있었다, 당연히 알고 있었다. 단지 그 순간에 난 마침내 깨닫게 되었다.

전쟁은 이미 이 대지의 곳곳에 만연해 있고, 독립된 의지의 생명이 탄생함으로써 시작된다는 것을.

그리고 우린 또 다시 그것에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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