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번역은 공식이 아니라 일부 말투와 호칭, 존댓말/반말 여부를 역자의 뇌피셜로 썼습니다. 양해바랍니다.

*호칭은 최대한 공식을 따라갔지만 일부 등장인물들은 이름이 확실히 공개되지 않아 적절히 바꿔서 씀.




[DM-1]



나다.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육안으로도 신호탄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

......동료하고 얘기를 나누는 건 오랜만이군, 조금 손해가 있었어.

하지만 그 녀석들이 지하 송신소에서 쌓아둔 물자도 꽤나 풍족해서 다행히 조금은 손해를 메꿀 수 있을 거다.

아, 그래, 전령은 먼저 출발해도 좋다.

가능한 빨리 하도록 하지.

......맞다, 또 한 가지 예상치 못한 피해가 있었는데...

W가 죽었다.



_



이네스: ......

이네스: ......말은 그렇게 했으면서, 그래도 사지 멀쩡하게 잘 돌아왔네?

이네스: 아니면 단순히 공적을 모두 차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던 건가?


허드레이: 정말 그리 생각했었다면 너도 굳이 주둔지에서 나와서 우릴 맞이하러 나올 필요도 없었을 텐데.

허드레이: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


이네스: 난 아무도 걱정한 적 없거든, 혼자 착각하지 말라고.


허드레이: W가 후방에서 우리에게 틈을 만들어 주지 않았더라면 우린 아무도 살아서 돌아오지 못 했을 거야.


이네스: ......

이네스: ......언제 일어난 일이야?


허드레이: 두 시간 전, 통신이 끊어졌을 때 우린 매복하고 있던 적을 만났다.

허드레이: W가 폐허를 부수고 우린 도망쳐 나왔지, 그 녀석은 마지막 순간까지 사투를 벌였어.


이네스: 안타깝게 됐네.


허드레이: ......확실히, 만약 그 녀석이 살아서 기지에 돌아왔다면 아마 나보다 값어치가 나가는 용병이었겠지.

허드레이: 됐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뭐라 해봤자 소용 없겠지, 적어도 그 녀석은 이제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되니까.


이네스: 적은 이미 후퇴했는데, 회수하러 갈 거야?


허드레이: 아니, 다시 들어가기엔 리스크가 너무 커, 아무도 보장은 할 수 없어.

허드레이: 왜? 혹시 너희 서로 사이가 좋았었던 건가? 왜 난 모르고 있었지?


이네스: 난 그 녀석 몸에 있는 전리품이 아까울 뿐이야.


허드레이: 별로 특별한 건 없어, 그 녀석보다 가지고 있는 게 많은 녀석들도 꽤 있는 걸.

허드레이: 이 전쟁이 끝나면 우리가 예전의 본업으로 돌아갈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허드레이: ......전쟁이 끝난다면 말이지.


이네스: 흥......


허드레이: 서로를 위로해주는 거라면 나중에 하도록 하지.

허드레이: 해가 지기 전에 우린 여길 떠나야 해, 여기 계속 있다간 화살받이가 될 거야.

허드레이: 주둔지로 돌아가서 즉시 부대를 재정비하고 출발하지.


이네스: 흐응——?

이네스: 지금 저에게 명령하시는 건가요? 허드레이 “부”대장님?


허드레이: ......다른 소대와는 연락이 끊겼다, 지금 지휘권은 내게 있어.


이네스: 서로 대등하게 가자고.


허드레이: 하아......

허드레이: ......이네스,우린 어서 여길 떠나야 해, 거점으로 돌아가서 고용주에게 연락한 다음 보수에 대해 얘기하는 거야.

허드레이: 이건 명령이 아닌 제안이야, 어때?


이네스: 흥......

이네스: 그럼 W가 죽어서 우리한테 추가로 떨어지는 건 어느 정도 되는 거야?


허드레이: 상당히 많지.

허드레이: 그는 상당히 우수한 용병이었다, 의심할 여지 없이 훌륭했지.


이네스: 그럼 적어도 그는......헛되게 죽은 건 아니네.

이네스: 마지막에 뭐 남긴 거라도 없——

이네스: ——조용히.

이네스: 3시 방향, 누군가 오고 있어, 아무래도 우리 쪽 사람은 아닌 모양인데......


허드레이: ......


이네스: ——한 명 뿐이네, 나와.



남루한 옷의 살카즈 여성: ......


이네스: 살카즈......? 현지인인가?

이네스: 아, 아니야, 손에 든 건 W의 칼과 총......

이네스: 넌 누구야?


남루한 옷의 살카즈 여성: ......


이네스: 말하지 않을 생각인가? 그럼, 죽어.


허드레이: 잠깐.

허드레이: 그녀는 우릴 따라 온 거야.


남루한 옷의 살카즈 여성: ......



_


이네스: ......이렇게 그녀가 따라오도록 놔둘 거야?


허드레이: 우린 지금 느리게 움직이고 있는 게 아니야.

허드레이: 그녀는 지금 W의 유품을 들고 우릴 도보로 따라오고 있어, 그녀의 신체로, 도보로 우릴 따라오고 있다고.

허드레이: 그녀는 “경험이 있는” 살카즈야, 내 생각엔 우리가 후퇴할 때도 현지인 가이드가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지.


이네스: ——미쳤어? 그렇다면 더더욱 그녀를 여기서 없애야 하는 거 아니야?

이네스: 네가 우리 모두를 죽이고 싶은 생각이라면, 아예 지금 여기서 해버리라고.


허드레이: 내가 그럴리가.


이네스: 그럼 만약 그녀가 자객이라면? 만약 그녀가 우릴 함정으로 유인한다면?

이네스: 카즈데일에 네 목을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알아?


허드레이: 흠, 얼마나 되지?


이네스: ......일단 네 앞에 한 명 있어.

이네스: 네 목에 걸려 있는 현상금이 꽤 되거든. 단지 내가 잠시 네 몸 위에 맡겨둔 것 뿐이니까, 착각하지 말라고.


허드레이: 네 헌신에 감사하지, 하지만 나도 농담한 건 아니야.

허드레이: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W의 칼과 총을 집었지, 그리곤 당당하게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어.

허드레이: 넌 네 아츠로 알 수 있잖아, 그녀에게 악의가 있어?


이네스: ......머리가 멀쩡한 사람이라면 생판 모르는 살카즈를 받아주지 않아.


허드레이: 흠, 그게 너와 나의 다른 점이려나.

허드레이: 길가면서 난 그녀에게 살짝 틈을 몇번 줬었거든 근데......나한테 돌을 세 번 던지더라고.

허드레이: 그녀 나름대로 호의를 표현하는 방식이 꽤나 재밌지 않아?


이네스: ......뭐?


허드레이: 우리도 관례대로 그녀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

허드레이: 이번 전투 때문에 우리 쪽에 꽤 많은 빈자리가 생겼잖아.

허드레이: 모집으로 어디서 온 지도 모를 살카즈를 채용하느니, 차라리 내가 스스로 사람을 선택하겠어.



남루한 옷의 살카즈 여성: ......



이네스: 하지만 그녀는 외부인이잖아, 그 관례라는 걸——

이네스: ——하, 됐어.

이네스: 10분 후에 출발이야, 난 몇 명이 출발하든 신경 안 써.

이네스: 하지만 내가 추가로 시체 한 구를 더 처리할 일 없도록 빨리 움직이라고.



허드레이: 하하, 정말 인내심 없다니까.

허드레이: ......그래, 너, 내 말 잘 들어라.


남루한 옷의 살카즈 여성: ......


허드레이: 네가 들고 있는 건 우리 전우의 유품이다.

허드레이: 넌 이 물건들을 놓고 목숨을 건진 채로 이곳을 떠나도 좋다.

허드레이: 그 다음 여기를 제외한 다른 아무 곳에서나 죽어도 된다, 그럼 적어도 늦게 죽겠지.


남루한 옷의 살카즈 여성: ......


허드레이: ......

허드레이: 마지막 기회다.


남루한 옷의 살카즈 여성: ......


남루한 옷의 살카즈 여성: 음......기회?

남루한 옷의 살카즈 여성: ......내게 다른 선택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 없어, 내가 몸을 돌리면 넌 검을 뽑고, 난 쓰러지겠지.

남루한 옷의 살카즈 여성: 애초부터......네 다른 한 쪽 손은 칼자루 위에 있었잖아.



허드레이: ......아주 좋아.

허드레이: 넌 아마도 우릴 본 적이 있었을 지도 모르지, 아니면 다른 이를 위해 일을 했었다거나, 그런 건 신경쓰지 않는다.

허드레이: 하지만 넌 전사자의 무기를 넘겨받는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을 거야, 그렇지?



남루한 옷의 살카즈 여성: 물론.



허드레이: 그럼, 우선 후퇴 준비를 하자,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자고.

허드레이: 일단 복귀부터 하지——


허드레이: ——“W”.


_




전쟁은 여지껏 멈춘 적이 없었다. 우리의 전쟁 또한 멈춘 적이 없었다.

마치 전쟁이야말로 우리가 계속 생존에 써왔던 도구인 것처럼 말이다.

......음, 확실히 그렇다.


누군가는 지금까지도 망설이고 있고, 누군가는 이미 익숙해졌다. 후자는 살았으며, 전자는 죽었다.

그리고 또 어떤 이는......태어날 때부터 이 방면에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꽤나 뜻밖의 행복이었다.


곧 무너지는 폐허에서 그녀를 처음 봤을 때부터, 나는 확신했다......

그녀는 가장 우수한 살카즈 전사가 될 것이라고.



___


[DM-1 END]



[수 개월 후]

[4:28 P.M. 날씨/구름 많음]

[카즈데일 동서부 전장, 군사 완충 지대 경계]




사소한 매복 공격.

아무래도 네 말대로 내 머리를 노리는 사람이 적지 않은 모양이야, 정말 골치 아프군.

적군의 수는 적으니, 빠르게 적의 우두머리를 죽이고 후퇴하자고.

지금 처치해야 할 인원의 수가 반이나 줄었으니, 상대한테는 확실히 이건 좋은 기회겠지, 날 없애버릴 기회 말이야.


......하지만 안타깝게 됐네, 이 “기회”는 내가 고의로 녀석들에게 남겨준 거거든.

됐어, 나중에 보자고, 카즈데일에 갔던 메신져가 곧 돌아올 거야.




허드레이: ——


W: ......뭘 찾고 있는 거야?

W: 이 시체는......방금의 자객?


허드레이: ——찾았다.

허드레이: 이 녀석한테 있을 줄 알았다니까.


W: 이건......종잇조각?

W: 아니, 그것보다, 이 자객이 누군지 알아?


허드레이: 물론이지.

허드레이: 우린 함께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들었던 적이 있었거든.

허드레이: 몇 개월 전엔 이 녀석이랑 함께 흉터 상점에서 승리를 축하한 적도 있었지.

허드레이: 그 녀석은 심지어 자기 딸을 나한테 시집보내고 싶다고 했었다니까.


W: 듣자하니 정말 멍청하네, 용병이라면 언젠간 결국——


W: ————

W: ——잠깐, 그래서 넌?


허드레이: 아니, 난 당연히 거절했지.

허드레이: ......다른 이유대서 말이야.


W: 위에 뭐라고 써있는 거야?


허드레이: 주목할만한 물건, 시세, 입찰 가격, 아무튼 너도 알아야 할 것들이야.


W: ......

W: ......이건 뭐야?

W: 전부 사람 이름......아니, 가명이랑 코드네임이네, 뒤에 또......사탕? 이건 무슨 의미지?


허드레이: 사탕의 수는 현상금을 뜻해, 자기 혼자 쓰는 비밀 문자같은 거지.

허드레이: 가장 많은 사탕을 가진 녀석이 가장 핫한 녀석이었겠지.


W: 악취미네, 보기 역겨울 정도야.

W: ......보아하니 금액이 꽤 되는 것 같은데, 돈은 누가 줘?


허드레이: 우리가 계약 하나를 끝낼 때마다 누군가는 추가로 돈을 준비해서 우릴 없애버리려고 하거든.

허드레이: 예를 들자면 고용주처럼 말이야.

허드레이: 강한 용병일수록 비싸고, 비싼 용병일수록 위험해.

허드레이: 위험한 용병일수록 죽을 위험이 커지지, 그리고 죽지 않은 용병은......더욱 강해진다.

허드레이: 이 전쟁은 우리를 사지로 몰아넣지만,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여지 또한 주지.


W: 듣기엔 꽤나 합리적인데.


허드레이: 업계의 룰이라고 해두지.

허드레이: ......“용병, 가명 허드레이, 10개. 부하가 강하다, 15개. 옛정을 생각해서 20개.”

허드레이: 꽤나 값이 나가네.

허드레이: ......

허드레이: “W, 옛날 녀석은, 결산 완료. 새로운 녀석은, 귀찮다, 10개, 상황 봐서 추가함.”

허드레이: 아무래도 너에 대한 평가가 꽤 좋은 모양이군.


W: 어쩌면 내가 저번 달에 그 무기판매업자들을 산 채로 숲에 묻어버려서 그런 걸지도 몰라.

W: 핫......그래서, 내가 기뻐해야 하는 거야?


허드레이: 무기......왜 난 이걸 모르고 있었지?


W: 겸사겸사 한 일이거든.

W: 너희가 라테라노 사람들을 약탈했을 때, 누가 일일히 그걸 보고할 생각한 사람이 있었어?


허드레이: 아니.


W: 그치, 그거랑 비슷한 거야.

W: 임무의 일부분이 아닌 이상, 용병들은 자신이 얼마나 많은 돌맹이들을 걷어찼는지 얘기할 필요가 없어.

W: 음......그러고보니, 난 원래의 그 "W"보다 강했던 건가.


허드레이: 누군가의 작전 능력을 단순히 강하고 약한 걸로 판단할 수 없다.

허드레이: 난 명령에 잘 복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W: 알겠어, 다음엔 착실하게 보고할테니까, 이제 됐지?

W: 그 "W"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어?


허드레이: ......그는 특이한 사람이었지.

허드레이: 난 그와 오랜 시간 동안 함께였었다, 그 녀석은 작전마다 열심이었고, 매우 우수했었다.

허드레이: 그는 그가 쌓아왔던 공으로 우리들의 리더가 될 생각이었어, 모든 사람들이 그의 생일을 축하하도록 만들려고 말이야.


W: ......생일? 살카즈가? 생일을?


허드레이: 물론 진짜 생일은 아니지......그렇게까지 괴짜는 아니었다고.

허드레이: 그는 어떤 라테라노 사람을 죽이고, 그의 총을 얻었어.

허드레이: 둘 사이에 어떤 사정이 있었던 모양인데, 아무튼 그 다음 녀석은 그 날을 자신의 생일로 정해버렸지.


W: 흐음......라테라노 사냥을 즐거움으로 삼는 용병이라니, 어쩌면 우린 서로 마음이 잘 맞는 사람이었을지도.


허드레이: 그건 단지 기나긴 원한의 일부분이었을 뿐이야.

허드레이: 그나저나 “즐거움”이라니?


W: 적어도 나는 즐기고 있거든.


허드레이: 괜찮은 대답이다.

허드레이: "W"은 확실히 가장 적극적인 녀석 중 한 명이었지.

허드레이: 평소엔 별 생각없이 웃거나, 뭔가 다른 뜻이 있는 말을 자주 했는데.

허드레이: 무슨 음모같은 걸 항상 감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허드레이: 하지만 그 녀석은 사실 그 누구보다 남을 쉽게 잘 믿었어.


W: 왜?


허드레이: 그 녀석에겐 “고집”이 있었거든.

허드레이: 고집스러운 사람은 타인이 유도하는 함정이 잘 빠지기 마련이지, 악의가 있든 없든 말이야.


W: ......듣고보니 그냥 멍청한 거잖아, 무슨 얘긴지 잘 알겠어.


허드레이: 넌 당연히 알겠지.

허드레이: 왜냐하면 너흰 원래부터 같은 류의 사람이니까. 위장을 잘하고, 마음 가는 대로 살잖아.


W: 내가?

W: ......





W: ......하.

W: 넌 네가 내 생각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

W: 아니면 너도 이네스처럼 이상한 오리지늄 아츠를 쓸 수 있다는 거야?


허드레이: 너......


W: 너도 그때 우리 둘다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랬던 거 아니야?


허드레이: 하아......그렇게 죽자고 따지는 걸 보니, 너도 이네스랑 참 비슷한 것 같다......

허드레이: 가자, 우리 메신저나 보러 가자고.

허드레이: 비가 올 모양이군.



_


그것은 내가 처음 본 그녀의 웃음이었다. W와 같은 웃음이었다.

그녀에게 위장을 할 수 있는 핑곗거리를 줬고, 그녀는 이 까다로운 일을 계속하고 있다.

확실히 내게 필요한 건 길을 뚫을 수 있는 용병이지, 단순한 꼭두각시가 아니다. 이곳엔 그런 꼭두각시들이 넘쳐난다.

그날부터, W는 W가 되었다.


......하지만 이네스 말이 맞아.

정말 터무니없다.



_


//[용병 주둔지]



허드레이: 이네스, 모닥불 보면서 멍때리고 있을 게 아니라 막사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야지.


이네스: 흥, 아무래도 카즈데일에서 온 게 좋은 소식은 아닌 모양이네.


허드레이: 네 말이 맞다.


이네스: 난 돌아온 메신저의 불안을 느낄 수 있었어, 그 녀석 겉보기엔 차분한 것처럼 보였었는데, 사실은 놀랐었겠지.

이네스: ......게다가 네 표정도 그래, 자신은 잘 숨긴 것 같다는 얘기는 하지마.

이네스: 무슨 새로운 문제라도 생겼어?



허드레이: 음, 난 이렇게 살아있지만......우리 중개인이 죽었어, 카즈데일의 공업 단지에서.

허드레이: 그의 시체는 대장간에 버려졌었어, 머리는 녹아버렸고, 그 거슬리는 붉은 바지는 멀쩡하더라.


이네스: 누가 한 거야?


허드레이: 누가 언제 해버린 건지 아무도 몰라, 시체를 가장 먼저 발견한 건 보일러공이야.

허드레이: 하지만 상대에게 남겨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아, 금속 위에서 남긴 흔적이 그리 쉽게 지워질 리가 없으니까——

허드레이: 칼을 쓰는 녀석이야, 쇠를 진흙처럼 자르는 그런 녀석이겠지.


이네스: ......됐어, 어차피 범인을 잡지도 못할 텐데.


허드레이: 카즈데일에서 자신의 힘은 지키고 싶은데 남에게 휘둘리긴 싫어하더니,

허드레이: 언젠간 이렇게 우스운 결말을 맞게 될 줄 알았지.


이네스: 하지만 우리에게 돈을 줄 사람이 없어졌잖아, 이건 조금도 웃기지 않다고.


허드레이: ......앞으로 일어날 일이 더 안 웃길 걸?

허드레이: 우리의 메신저가 정보를 확인하고 카즈데일에서 물러나다, 도중에 어떤 사람들을 접촉했는데......

허드레이: 어떤......첩보 요원들과 접촉했다고 해.

허드레이: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접촉"이 아니라 "가로 막혔다"라고 해야겠지.


이네스: ......그래서 우리가 또 약점 잡혔다는 거야?

이네스: 한두번 일어나는 일도 아니고, 우리가 선수를 치면......


허드레이: 이번엔 아무래도 별 다른 선택지가 없는 모양이다. 메신저가 명령 하나를 받았다.


이네스: ......명령? 우리한테? 누가?

이네스: 우린 명령을 듣는 노예 따위가 아닌 걸.


허드레이: 이건 내 판단이야, 일단 내 말부터 들어.

허드레이: 우린 전장 밖에 있는 한 외진 산길을 갈 생각이다, 아마 계곡을 통과하겠지.

허드레이: ......한 운송대를 보호한다.


이네스: 운송 호위라니, 정말 고전적인 임무네, 쉽진 않겠지?


허드레이: ......잘 모르겠어.


이네스: ......왜?


허드레이: 정말 미안. 이번엔 정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어——

허드레이: 하지만 난 이게 우리에게 주어진 정말 귀한 기회라고 생각해.

허드레이: 지금 부대 전체가 우리 손에 있어.

허드레이: 정세는 변화하고 있고, 다른 녀석들도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우리만 이렇게 앉아있을 순 없지.

허드레이: 이번 일은 너와 W가 맡아.


이네스: ......일단 다른 의문은 제쳐두고,

이네스: 먼저, 난 W와 동행하지 않겠어.

이네스: 그녀는 지금 꽤나 유명해졌지만, 내가 보기엔 아직 그녀는 준비가 되지 않았어.


허드레이: 그녀 실력은 정말 뛰어난 걸.


이네스: 난 네가 볼 수 없는 것도 볼 수 있어, 난 내 오리지늄 아츠를 믿어.

이네스: 허드레이의 부하 중에 폭발 전문가 한 명이 생겼다고, 신출귀몰하게 전장을 불바다로 만들어 버린다고.

이네스: 다른 팀들은 이걸 굉장히 경계하고 있어,

이네스: 너도 알다시피 "전장"의 범위는 시시각각 변하는 법이니까, 내일의 전장이 적의 본기지일지도 모른다고.


허드레이: ......나도 안다.


이네스: 그녀는 정말 아무 생각도 없어, 살인이든 남을 속이는 거든 상관없이 말이야.

이네스: 그녀는 지나치게 용병 "합격"이야, 나로선 그녀의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지.

이네스: 난 앞뒤로 적의 공격을 받긴 싫거든.

이네스: 그녀가 “호위” 임무를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곤 더더욱 생각할 수 없고.

이네스: 너도 지금은 이런 모두의 주목을 받는 신인을 함부로 쓰는 건 다시 한번 생각해줬으면 해.

이네스: 아니면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거야?


허드레이: 난......쓸 수 있는 건 뭐든 쓰는 것 뿐이다.

허드레이: 일이 지금 이 지경까지 왔는데, 이제 아무도 나 몰라라 할 순 없어.

허드레이: 용병에게 입장이란 건 없다, 하지만 입장이 없다고 해서 소속까지 없는 건 아니지.

허드레이: 전쟁이 끝나기까지 기다리고만 있는 건, 전쟁과 함께 없어지자는 거나 마찬가지야.

허드레이: 전쟁은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지,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목숨은 하나 뿐이지.

허드레이: 나도 이러고 싶진 않아......이래선 안되는 거고, 그런 것 뿐이야.

허드레이: 우리도 기회를 잡아야 해. 우리의 자리를 잡고, 이제 더 이상은 휩쓸리고 다니지 않는 거야.


이네스: ......


허드레이: ......그 부대는 림 빌리톤에서부터 여기까지 오는데, 카즈데일 세력 범위에 들어오면 습격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커.

허드레이: 지금 주둔지에 있는 많은 이들이 이 임무에 반대하고 있어.

허드레이: 부대도 한 차례 변동을 겪을 거야,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

허드레이: 이 계약은 꽤나 처리하기 어렵지만, 굉장히 위험을 감수할만한 일이야, 적어도 넌——


이네스: 그 전에 잠깐.

이네스: ......난 방금 너한테 따지려는 게 아니라......난 단지......

이네스: ......하아, 됐어. 아무튼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잖아, 난 네 말에 따를 거야, 언제나 그랬잖아.


이네스: 하지만 그 전에 넌 진정 좀 해, 네 발밑을 봐.


허드레이: ......뭐?

허드레이: 아......내 그림자 말하는 건가?

허드레이: 난 네가 뭘 보고 있는지 모르겠는걸, 무슨 일 있어?


이네스: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어.


허드레이: ......바람이 불고, 모닥불이 타고 있으니까.


이네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너도 잘 알잖아, 너흰 항상 이런 식이었지, 살카즈는 다 그래.

이네스: 너나 나나 같은 용병일 뿐이잖아, 그렇게 많은 일들을 다 관리할 순 없다고. 너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허드레이: ......조심하도록 하지.


이네스: 나보고 W를 데리고 가라는데, 그럼 넌?

이네스: 넌 대체 무슨 속셈이야?


허드레이: 진실을 알고 이 위험을 짊어질 사람은 소수면 된다.


이네스: 다른 팀은 못 믿더라도 자기 편은 좀 믿어야지.


허드레이: 나도 일부로 숨길 생각은 아니야, 단지......


이네스: 그럼 나한테 있는 그대로 얘기해.

이네스: 얘기하라고, 어서!

이네스: 우리 메신져가 대체 어떤 사람들을 만난 건데?


허드레이: ......

허드레이: ......

허드레이: ......“바벨탑”.



허드레이: 그들은 바벨탑이 카즈데일에 남겨둔 첩보원들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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