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Sea to Shining Sea 시리즈]


[1] 서론 및 캘리포니아 남부 (1): Touchdown

[2] 캘리포니아 남부 (2): LA를 스치다

[3] 캘리포니아 남부 (3): LA 탈출...?

[4] 캘리포니아 남부 (4): LA 겉돌기

[5] 캘리포니아 남부 (5): Straight outta SoCal

[6] 샌프란시스코 만 (1): 스탠퍼드

[7] 샌프란시스코 만 (2):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달리는 돚붕이

[8] 샌프란시스코 만 (3): 샌프란시스코 시내를 달리는 돚붕이 下

[9] 워싱턴 (1): 시애틀
[10] 워싱턴 (2): 레이니어 산

[11] 워싱턴 (3): 보잉의 근본을 찾아서


[12] 시카고: The Windy City


시애틀을 이륙할 때쯤 좁은 아메리칸 항공의 이코노미석에서 잠들었던 것 같은데 일어나 보니까



한때 세계 최대 공항이었다는 오헤어 공항 도착... 했는데 그렇다고 ICN 수준 공항 터미널을 기대하면 약간 실망할 가능성이 높아요. ICN에서 날아오는 것 포함, 웬만한 국제선을 포함한 대부분의 경우 시카고로 날아오면 오헤어로 날아오는데 예외적으로 사우스웨스트나 볼라리스 같은 경우엔 시카고 남서쪽 미드웨이 공항 (하단 참조)으로 들어오니 주의. 



지금은 미국 제3의 도시지만 한때 뉴욕과 어깨를 견주었던 미국 제2도시답게 대표 관문도 그에 비례해서 잘 되어 있는 편. 저기 CTA라 되어 있는 게 시카고 전철인데, 별도의 공항철도라기보단 지하철/전철의 연장선상에 공항이 있는 격. 약간 서울 지하철 5호선/9호선이 김포공항까지 가는 격이라 생각하는 게 맞을 듯합니다. 



시카고의 좋은 점 (1): 공항까지 이렇게 제대로 된 전철이, 별도의 지선이 있다든가 하지 않고 제대로 들어온다. 뉴욕은 JFK든 EWR이든 에어트레인으로 별도로 움직여야 하고 (=환승이 강제되고), SFO는 BART를 탈 수 있지만 공항까지 가느냐 여부로 요금이 전혀 달라지는데, 시카고는 시애틀처럼 도시철도가 그대로 공항까지 가는 격이라 편-안했습니다. 


특이사항) 시카고 전철은 뉴욕처럼 24시간 운행합니다. 새벽에 배차간격이 커뮤터 레일 수준으로 벌어져서 그렇지... 



전철 들어왔을 때 약간 클로즈업해주고 이걸 타고 



한 시간도 안 걸려 시카고 도심에 입성합니다... 역시 뉴욕에 버금가는 마천루 도시라 그런지 시작부터 범상찮군요. 



웨인 타워?

Chicago Board of Trade라는 건물인데,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트릴로지 보셨으면 다들 되게 익숙한 건물일 겁니다. 저기 로고만 CG로 합성해주면 웨인 타워가 되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배트맨 트릴로지 상당수를 뉴욕이 아니라 시카고에서 찍었다고 합니다. 



서울 2호선 성수~잠실나루 구간이 생각나게 하는 시카고 전철 도심구간. 이렇게 고가철도로 되어 있어서 Chicago L (El)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고가철도가 시카고 시내를 한 바퀴 도는데 이를 Chicago Loop라 부릅니다. 시카고 사람들에겐 을지로순환선과 비슷한 지위. 



Chicago Loop를 벗어나면 금일 첫 목적지인 윌리스 타워 (구. 시어스 타워)에 도착합니다. 역시 한때 세계 최고층다운 포스...

여담으로 시카고에서 꼭 올라가보셔야 할 전망대를 2군데 정도 들 수 있는데, 하나는 윌리스 타워 쪽 전망대고 나머지 하나는 여기서 꽤 북동쪽으로 가야 나오는 존 핸콕 센터에 있는 전망대. 여기선 주경을 보고 존 핸콕 센터는 야경 보러 올라가 보려 했으나 시간이 애매하게 남는데다 시카고도 밤이면 그닥 안전한 동네는 아닌지라 야경은 포기. 대신 이번에도 구세주 @Mariners_Seattle 님께서 올라가서 야경 찍어오신 게 있으니 참조하시죠. 



이렇게 생긴 정문으로 들어가서 (특이사항: 유나이티드 항공 본사가 이 건물에 입점)



특이하게 지하 2층에서 출발하는 엘리베이터로 전망대를 향해 올라가는 여정. 



오늘의 상식) 오바마 전 대통령을 283명 쌓아 올리면 윌리스 타워 높이와 비슷해진다. 

역시 누가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 아니랄까봐 오바마의 키와 윌리스 타워의 높이를 비교하는 클라스... 



그렇게 올라가면 보이는 시카고 서쪽 전경. 기억이 맞다면 하단에 있는 조차장 근처 건물이 시카고 유니언 역. 



시카고 남동쪽 전경. 어마무시한 지평선과 미시건 호가 우리를 반겨주는군요. 



남서쪽으로 저 멀리 평행한 활주로 두 쌍 보이는 게 미드웨이 공항. 사우스웨스트, 볼라리스, 델타 일부 항공편이 저리 도착. 



시카고 북서쪽 뷰. 호수변 따라 쭉 가면 에반스턴이란 동네가 나오는데, 노스웨스턴 대학이 위치해 있습니다. 시카고 근처인데 왜 이름이 노스웨스턴이고 하니, 1851년 대학설립 시점에서 사람들 많이 살던 동해안보다 북서쪽인 건 맞았다고... 



시카고 북쪽 뷰. 우측에 첨탑 2개 보이는 곳이 존 핸콕 센터, 그 근처 유리궁전이 트럼프 타워입니다. (45대 대통령과 동일인물 맞음) 



특기할 만한 점은 미약하게나마 시카고 고층건물들 중에서 저렇게 옥상에 녹지를 조성하려는 노력이 있다는 점입니다. 저렇게 옥상 녹지를 확보하려는 시도가 정부세종청사처럼 일부 신축 건물들 대상으로 다양하게 시도되는 걸로 기억하는데, 저렇게 해서 도심에 녹지를 어떻게든 제공하고 열섬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 않나 싶수다. 



바둑판처럼 짜인 도시 전경과 그를 관통하는 인터스테이트를 보면서 전형적인 미국 대도시의 모습인갑다 체감한 순간.



전형적인 고층건물이나 유리궁전도 많긴 한데 시카고는 확실히 아르데코 풍이 뉴욕에 버금가게 강세인 듯. 



시카고 도심을 흐르는 시카고 강을 건너가면



그런 아르데코 사조의 끝판왕, 시카고 유니언 역 도착! 



기차는 타지 않았지만 역 내부는 가히 대륙의 기상을 체험할 만한 것... 크기에서 한 번, 역의 디테일에서 한 번 더 압도당합니다. 



역을 둘러보고 나와 시카고 북동쪽, 트럼프 타워 방면으로 향합니다. 



뮤지컬 해밀턴 매니아답게 시카고에서 해밀턴 공연이 있던 극장 앞 지나서


뉴욕만큼은 아니겠지만 시카고도 theater가 꽤나 발달한 곳이라 그 상징인 Chicago 표지판 지나면



Loop의 북동쪽 끝 도착. 지하철 출구가 같이 있는 걸로 봐선 노원역 수준의 환승을 자랑하지 않으려나 싶네요. 여담으로 저 지하철 출구 광고에 그해 7월 23일에 TWICE라는 뮤지션이 월드 투어라고 해서 시카고에서 공연이 있다고 하던데, 그게 다름아닌 JYP 걸그룹 트와이스였단 걸 답사 끝나고 나서 알았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다, 시카고에 왔으면 다른 건 몰라도 시카고 피자 하나쯤은 먹어야 하므로



두껍다는 시카고 피자, 제가 한번 직접 먹어봤습니다! 그런데 파인애플피자...? 

피자집이라길래 혼밥 못하나 싶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저런 6인치짜리 1인 메뉴가 있다는 것에 다행. 참고로 Giordano's는 저기 말고도 시카고 곳곳에 체인점이 있는데, 제가 간 곳은 미시건 호 근처 AON 센터 근처입니다. 



밥도 먹었겠다 미시건 호수변 근처 밀레니엄 파크로 나갔는데, 마지막 짤 분수는 Crown Fountain이라고 해서 시시각각 화면이 바뀌어 특정한 시각엔 저런 모습이었다가 꺼지면 다시 검은색 돌벽의 모습을 띱니다. 어떻게 하는지 싶어 가까이 보니 그냥 그 안에 스크린이 내장되어 있던 걸로. 참고로 반대편 (사진 기준 뒤쪽)에 똑같은 게 하나 더 있어 마주보고 있는 구조. 



밀레니엄 파크는 일단 조금 이따 돌아가는 걸로 하고, 그 전에 잠시 북상하면 시카고 내부로 흐르는 시카고 강이 있습니다. 도심으로 강이 흐르고 양옆으로 마천루가 저렇게 발달한 양상이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안쪽을 연상시키는 장면. 



유리궁전과 비교적 현대적인 마천루도 많지만 시카고 스카이라인에선 여전히 아르데코의 비중이 강한 듯한 기분. 



분명히 이렇게 날씨가 좋았던 동네가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면서 바깥에 걸어다니기 힘들게 되어버리자 (심지어 우산도 없는 상태) 아까 봤던 트럼프 호텔 로비에 가서 폰도 충전할 겸 비가 좀 잦아들기를 기다렸습니다. 다행히도 소나기라 20분쯤 지나니 비교적 돌아다닐 수 있던 상태. 

답사하면서, 특히 서해안을 벗어난 이후에 이렇게 날씨가 안 좋으면 돌아다니기 힘들어서 걱정했는데, 실제로 비가 온 날이 이 날과 더불어 며칠 뒤에 있던 보스턴에서 반나절 정도 뿐이었는지라 비교적 날씨가 따라준 것 같습니다. 



비가 비교적 덜 오는 상황. 하지만 여전히 시카고 강 건너편은 구름(?)에 가린 상태. 



날씨가 훨씬 좋아져서 밀레니엄 파크로 돌아온 1인. 아까부터 계속 나오던 저 금속 강낭콩 (?)의 정체는 클라우드 게이트라는 물건인데, 시카고의 마천루와 더불어 시카고 최고의 랜드마크 중 하나. 



아무리 시카고가 시카고라지만 미국 도시인 건 맞아서 밀레니엄 파크에서 미시건 호까지 바로 연결이 아닙니다... 약간 올림픽대로/강변북로 느낌 나는 Lake Shore Drive를 저런 모던한 육교로 건너면



비가 온 직후라 구름이 마천루를 면사포마냥 감싼, 되게 신기한 분위기 연출. 



그렇게 난생 처음 본 미시건 호 감상) 되게 잔잔한 바다 느낌. 왜 이 호수에서 미국이 2차대전때는 훈련용 항모를 띄웠는지 이해가 됩니다. 



밀레니엄 파크에서 내려온 그랜트 파크 중심에 있는 버킹엄 분수. 동명의 런던 왕궁과는 큰 관련은 없다고...



해질 때쯤 되니까 되게 평화로워지는 모습. 사전 맥락 없으면 센트럴 파크 어딘가라고 생각할 사람도 있을지도? 




다시 해질녘이 되어 내륙 방면으로 돌아와서 보는 시카고 스카이라인. 역시 트럼프 타워는 독보적일세...




이런 류의 배를 타고 시카고 강과 운하를 통해 아까 봤던 유니언 역 근처까지 쭉 시카고 스카이라인 한 바퀴를 도는 투어가 있는데, 가난한 학식은 그럴 돈이 없던지라 이만 포기. 대신 저 위치쯤 (진짜 시카고 강 바로 앞) 애플 스토어 들어가서 맥북 쓰고 왔슴다...



강 건너서쯤부터 존핸콕 센터 지나 Michigan Avenue 따라 쭉 이어지는 Magnificent Mile이라는 데가 있는데, 느낌상 1마일짜리 명동 + 을지로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존 핸콕 센터 올라가서 시카고 야경 보고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표값이 가장 싼 게 30불이었던지라 가난한 학식은 미국의 무자비한 자본주의의 맛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근데 360 Chicago라고 해서 윌리스 타워 포함, 시카고 스카이라인이 되게 멋있게 나온다고 후기에 나오니 웬만해서는 꼭 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특히 야경은 360 Chicago가 오전에 본 윌리스 타워보단 낫단 이야기가 많단 후문. 



할 것도 바닥났겠다 다시 짐 맡겨놓은 곳으로 돌아가서



시리즈 1편에 LA 샌타모니카에서 찍은 루트 66 종점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카고의 시점에서 마주한 순간. 육로로 간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미국 대륙 횡단에 사실상 성공...! 





떠나기 전 슬슬 야경으로 물들기 시작할 시카고를 마지막으로 돌아봐 주고 미드웨이 공항으로 출발. 

시카고 북서쪽 오헤어 공항까지는 시카고 전철 블루 라인이 가는 반면, 시카고 광역권 남서쪽 미드웨이 공항까지는 오렌지 라인이 갑니다 (공통적으로 공항이 종착역). 현재 미국 제2의 도시와는 달리 전직 미국 제2의 도시는 확실히 공항의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편인데, 미드웨이의 경우 오헤어와 달리 24시간 열지 않아서 SFO에서와 마찬가지로 텅 빈 공항 체크인 구역 근처에서 영화 터미널을 찍어야 했습니다... 다행히도 이번에 타는 항공편은 오전 5시 50분 출발이라 SFO에서만큼 오래 버티지 않아도 된다는 점. 



대충 이런 사우스웨스트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잠에서 깨어나 오늘도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잠에서 깨는 오전 6시의 시카고를 뒤로 날아가며 시카고에서의 대환장 24시간 마무리. 


다음편 예고) 미합중국의 심장, 워싱턴 DC


시카고 편을 끝으로 서해안과 중부를 완전히 떠나 이제 진짜 동해안 방면으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원래 올랜도와 케이프커내버럴에 할애할 하루나 이틀 대신 시카고와 워싱턴 DC를 거쳐 뉴욕 방면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일정을 수정했는데, 시카고에 대한 한 줄 후기는 '플로리다와 맞바꾸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일 것 같습니다. 미국 최고층 마천루 10개 중 6개가 있던 곳답게 수려한 스카이라인과 (미국 기준으로) 쓸 만한 대중교통, 거의 바다 수준인 미시건 호를 보면서 시카고가 정말 (전직) 미국 제2의 도시일 만하다는 게 느껴지는군요. 미국 하면 흔히들 생각하는 뉴욕의 모습이나, 예전에 살았던 LA와 그 근처의 정경과는 또 다른 새로운 매력을 시애틀과 시카고라는 곳에서 마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