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거 보고 제대로 베꼈으면 지금 한국의 반쪽 지방 자치와 아파트 도배 도시가 있을 리가 없음. 한국 관료들이 언제 학자들의 고담준론을 그렇게 잘 따랐다고 미국 행정학에 광역 행정의 불완전함의 책임을 떠넘기나. 


한국의 광역 행정이 파편화된 이유는 다름 아닌 중앙 정부의 권력 의지가 결정적이었다고 봐야 함. 강준만의 글에서 재인용한 

임동근과 김종배의 『메트로폴리스 서울의 탄생』 에 따르면 이층제 지방 자치, 위성 도시 편입 차단 등은 그 낭비와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중앙 정부의 권력 우위를 위해 필요하다고 함. 그리고 이것이 미국 행정학이라는 허수아비보다는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이유임. 중앙정부는 지방자치제를 도입하면서 미국 수준의 주민 자치와 권력을 부여한 적이 전혀 없는데 왜 광역 행정만 미국식으로 갈갈이 찢어 놓았을까? 그 이유는 관료들이 한번도 제대로 따른 적이 없는 탁상 위의 이론이 아니라 중앙정부 관료들의 이해 관계로 봐야 제대로 보임.


임동근: 정부는 서울시의 영향력이 너무 비대해지니까 이를 견제하게 됩니다.

김종배: 너무 커지니까.

임동근: 순수 도시 기능만을 생각하면 서울과 경기도가 하나의 시가 되어야 합니다. 수도권 전체를 그냥 하나의 통일된 권역으로 만들 필요성이 있습니다. 그게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그런데 정치권은 그걸 바라지 않지요.

김종배: 2,000만 시민을 거느리는 시장이라면 대통령과 맞먹을 수 있으니까요.

임동근: 그래서 서울시장이나 서울시 의원이나 애당 당선자가 나올 때마다 서울시를 쪼갠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던 겁니다. 너무 커지니까요.

김종배: 시청을 일정하게 제어하려 하는데, 중앙정부가 찍어 누르는 게 아니라, 구청을 키워서 이를테면 치받으라고 시키는 거군요.

임동근: 예, 그래서 지방자치제의 경우 결코 이층제, 기초와 광역으로 구성된 시스템을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하나로 뭉치는 순간 중앙정부와 일대일로 대응하며 전선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중앙정부는 항상 두 개의 층을 가진 지방정부를 통해서 전략을 짜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