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읍내에도 살아봤고, 대도시에도 살아보니까 드는 느낌이,

시골 읍내 규모의 중심지가 담당해야 하는 역할이 있고, 거점도시 규모의 중심지가 담당해야 하는 역할이 있으며, 그러한 역할을 위해 구비해야 하는 인프라의 종류에 차이가 있더라.


내 고향 보성읍은 광주 원도심에서 55km 떨어진 지역임. 광주는 150만 대도시이고, 보성읍은 8천명짜리 소중심지임. 보성 사람들은 보성에 없는 인프라를 이용하기 위해 광주에 다녀오는 경우가 많음. 하지만 광주를 생활권역으로 하지만 광주의 위성도시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고, 보성에서 광주를 다녀오는 것이 마냥 편한 정도는 아님.

보성이 광주만큼 커지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광주만 가질 수 있고 보성은 가질 수 없는 인프라가 있음. 예를 들면 대학병원이나 대형 아울렛 등은 비록 광주에만 있고 보성에는 없지만 광주 사람뿐 아니라 보성 사람도 두루 이용하는 인프라임.

하지만 커피 한 잔을 사먹기 위해 보성에서 광주까지 왕복 100km가 넘는 길을 다녀오기엔 너무 번거로울 것임. 아니면 기초적인 식료품들, 예를 들면 두부 한 모 따위를 사기 위해 보성에서 광주까지 다녀와야만 한다면 너무 불편할 것임.


이로 보아, 모든 인프라는 각기 다양한 특성을 지니며, 그에 따라 소비자가 이용을 위해 감내할 수 있는 이동거리(물리적, 시간적 거리를 포함함)가 다르다는 것이 내 주장의 전제임.

그렇다면, 이에 따라 소중심지들에도 있어야 하는 인프라와, 거점도시에만 있어도 충분한 인프라가 있을 것임.

거점도시'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소중심지가 소중심지의 인프라를 생성/유지하기 위한 정도의 투자를, 거점도시에 필요한 인프라를 생성/유지하기 위한 정도의 투자를 나눠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함. 시골의 인구는 더 줄어들 테지만, 시골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이 아예 없진 않은만큼, 소중심지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인프라가 붕괴되지 않도록 방어가 필요함.

또한, 거점도시에만 있어도 충분한 인프라를 이왕이면 인근 소중심지에서 더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면 소중심지를 붕괴로부터 방어하는 데에 좋은 것이므로 소중심지와 거점도시 사이의 교통을 발전시키는 것 또한 중요함.


이런 의견도 있다는 걸 알아주면 좋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