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샤 아르젠티 레이바흐  

이리나 바이올렛 미나스

전편 못보신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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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 버리고 숫캐의 충실한 암컷이 되어 그의 말씀과 요구를 잘 받들어 섬기기로 한 아리샤.

마음을 그렇게 먹고 모든 것을 내려놓자 오히려 편안해진 그녀는, 말 그대로 인간의 집에 사는 암컷 애완견처럼, 숫캐 님께서 꼴리면 박히고 먹고 싶다고 하면 음식과 모유를 진상하고 함께 냄새도 나눠가며 잠도 자는, 마치 짐승 그 자체와 같은 생활을 보냈다.

하루, 일주일, 한달... 짐승처럼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쾌락을 탐닉하게 되자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그에 따라 그녀의 배 또한 점점 부풀어 오르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한 쌍의 짐승들은, 뱃 속의 소중한 새끼가 어떤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금 약초점에 들르게 되었다.

쑤우욱♡

"히이이익♡ 우흑♡ 아그극♡ 아게엑♡"

이번에도 역시나 약초즙을 잔뜩 바르고는, 아리샤의 뒷보지로 미끄러지듯 들어가는 수의사의 손.

그러나 이번에는 아프다던지 하며 몸부림치고 소리를 지르던 그녀는 어디로 갔는지, 행복한 얼굴로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처럼 기쁨의 교성을 지르는 아리샤였다.

"호오.. 저번하고는 내용물부터 다른 것 같은데? 어떻게 된거야?"

이전과 다르게 구속대에 스스로 묶이면서도 숫캐에게 순종적이며, 반항심이 깃든 눈동자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수의사는 재밌다는 표정으로 숫캐에게 물었다.

그러나 숫캐는 원래부터 저랬어야 한다는 듯 말 한마디 없이 귀를 쫑긋이다가 고개를 획 돌릴 뿐이었다.

"후후, 뭐.. 그것 또한 안구타님의 뜻이겠지. 축하해. 확실히 잘 임신해 있는 것 같고, 곧 산달이 되겠는 걸? 새끼가 건강한지 조금 더 만져봐도 될까?"

역시나 이번에도 아리샤의 동의는 전혀 구하지 않고 숫캐에게 그녀의 보지에 손을 넣어도 될지 물어보는 수의사.

달라진 점이라면 아리샤에게 더 이상 기분 나쁘다던지 비참하다던지 하는 감정은 들지 않고, 숫캐의 소유물인 자신이었기에, 자신의 몸을 만지기 위해서 그에게 허락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이제 숫캐가 명령한다면 다른 사람에게라도 몸을 바칠 준비가 되어있는 그녀. 물론 숫캐와 지낸 지 거의 1년, 소유욕과 독점욕이 강한 숫캐가 그런 짓을 시킬 리 만무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아리샤였다.

쩌어억♡ 푸욱♡

"으긱♡ 으흣♡ 아가악♡"

역시나 괴상한 신음소리를 토해내며 부르르 떠는 아리샤.

갑작스러운 질로의 침입에 자궁 속의 새끼들도 놀란 것인지, 그녀의 배를 연신 걷어 차 대었다.

그런 그녀의 배 안쪽과 바깥쪽 이곳저곳을 손을 대보던 수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흐음.. 새끼들도 모두 건강한 것 같고.. 이제 출산할 때 까지 교미는 좀 자제하라고. 새끼에게 무리가 갈 수 있으니... 네 몸 이곳저곳 발톱 자국이며 이빨 자국이며.. 수의사가 아니어도 너희들이 정말 짐승같이 교미했다는 건 누구나 알 수 있겠다."

"흐으♡ 하지마안♡ 주인님께서 원하셔서엇♡"

"뭐.. 성욕을 처리해 주는데에 꼭 서로 교접해야 되는 건 아니잖아?"

수의사의 지적에 안 그래도 달아올라 있던 얼굴이 더 붉어지며 황급히 변명하듯 숫캐에게 탓을 돌리는 아리샤 였지만, 쉽게 넘어가지 않는 수의사였다.

뭐 되었다는 듯 고개를 돌리더니, 숫캐에게 조용히 자신이 받은 신탁을 전달하는 그였다.

"그나저나 어제 신전에서 받은 신탁에서 안구타 님 께서 이제 곧 다른 자가 넘어올 때가 되었으니, 대계를 위해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네? 아무튼 난 전달했으니, 너희들이 안구타 님의 뜻에 따라 잘 할 거라고 믿어. 나중에 새끼 낳고 문제가 있으면 다시 한번 찾아 오라고!"

아리샤의 손목과 발목에 묶여있던 구속구를 풀어주며, 안구타에게 받은 신탁에 대한 내용을 전달해주는 수의사.

그러나 그는 몰랐다. 아까도 안구타에 대해 언급할 때 숫캐의 기색이 좋지 않았고, 이번의 신탁에 대한 전달 또한 그렇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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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캐는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분명 원래의 신화대로 흘러 갔다면, 자신에게 딸인 세드나까지 시집 보내고 자신의 장인 어른이 되었을 안구타였을 텐데, 자신에게 딸 대신 좀 더 어울리는 암컷, 아니, 암컷들을 준다고 꾀여 내더니, 마치 하수인을 부리듯 하다니?

자신은 그저 신화의 한 구성원일 뿐이고 그는 이누이트 신화에서 가장 높은 신이니 그렇다고 쳐도, 자신의 조력이 필요한, 아니, 필수적인 대계를 꾸미면서도 자신은 들러리처럼 취급하는 안구타.

이번에 수의사를 통해서 자신의 뜻을 전달한 것 또한, 자신 같이 말도 잘 안듣고 출신이 다른 천한 피조물과는 이제 얼굴조차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겠지.

물론 안구타의 입장에서도 빨리 아리샤를 함락시키지 않고 후세를 잇는 것과 진짜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것에 집착하는 숫캐가 미덥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분명 결혼 성공 축하 파티까지 서로 했었던 그들이건만, 대체 어디서 이렇게 엇갈리게 된 것일까?

크르르.. 으르르...

기분 나쁜 듯 쇼파 위에서도 연신 이빨을 드러내며 혼자 흉포하게 화를 내는 숫캐.

그런 숫캐의 옆 바닥에 개처럼 철푸덕 앉아서, 마치 사랑하는 사람이 삐진 모습을 지켜보듯 연신 미소 짓는 아리샤.

"후후♡ 주인니임♡ 뭐가 그렇게 기분이 나빠서 화를 내시나요♡" 

으르르.. 크흥...

너 같은 암컷이 끼어들 일이 아니라는 듯 코웃음 치며 고개를 홱 돌리는 숫캐였지만, 남편의 마음은 아내가 가장 잘 안다고, 손쉽게 그의 마음을 맞춰내는 아리샤였다.

물론 아리샤의 완전복종맹세 이후로 서로가 영혼까지 연결된 탓에(물론 숫캐 쪽에서만 아리샤의 마음을 낱낱히 읽을 수 있고 자신은 감출 수 있는 위계적이고 일방적인 통행이었지만) 숫캐의 기분을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가능하게 된 덕도 있었다.

"안구타님께서 계획을.. 직접 말씀 안해주신 것이 맘에 걸리시는 건가요♡"

크르르...!

감히 암컷 주제에, 그것도 자신의 소유물 주제에 그런 일에 참견하는 거냐며 이빨을 드러내는 숫캐였지만, 그런 그의 역정에도 웃으면서 대꾸하는 아리샤.

"저는 언제나.. 주인님의 편이랍니다♡ 주인님께서 안구타에게 대적한다면.. 저 또한 함게 맞서 싸울게요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나 다름없는 숫캐에게 이렇게 충성을 바치겠다니, 숫캐는 고개를 다시 돌려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헤헷♡ 주인님께서 원하신다며언♡ 저는 제 동료들도.. 얼른 주인님에게 모든 걸 바치고옷♡ 저 처럼 편해져서.. 함께 주인님께 봉사하면 좋겠어요오♡ 주인님께서 저희를 버리지 않고 평생 아껴주신다며언♡ 저는 주인님께서 무엇을 명령하시던... 충실하게 따를게요오♡"

킁.. 크응...

원한다면 자신의 동료를 팔아넘기겠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아리샤.

그냥 듣기에는 마치 자신을 버리지 말아달라고 거래를 하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조강지처와 같은 자신을 끝까지 버리지 않을 숫캐를 믿고 있으니 얼마든지 하고싶은 것을 하라는, 무한한 지지의 의미나 다름없었다.

스윽..♡

남편의 의견에 동조해서 지지하는 것도 아내의 의무였지만, 남편이 화가 났을 때 그걸 풀어주는 것 또한 아내의 의무 중 하나. 

거기에 그냥 아내도 아닌 임신육노예 수준의 첩이나 다름없는 그녀로써는, 곧 들어올 경쟁자들에 대비해 그에게 더욱 잘 보이기 위한 기회였다.

듣기 좋은 콧소리를 섞어가며 아양을 부리고는, 숫캐의 자지에 스윽 손을 대는 그녀.

숫캐 또한 자신의 새끼를 배어 잔뜩 부분 배로도 봉사를 하겠다며 스스로 들이대는 자신의 첩이 싫지는 않은 듯, 손길을 피하지 않는 것이었다.

서로의 첫 이성이자 첫 경험이었기에, 기분 나쁜 부분과 기분 좋은 부분을 서로 잘 알고 있는 그들.

"수의사 선생님이.. 과격하게 교미는 하지 말라고 했으니... 제가 기분 좋게 만들어드릴게요오♡ 화 푸세요♡ 얼른 낳고 나서 또 찌인하게.. 교배해주세요오♡"

핥짜악♡

그러면서 숫캐의 뒷구멍에 혀를 밀어넣는 아리샤.

개 끼리는 서로를 파악하기 위해 냄새를 맡는 경우는 있어도, 이렇게 혀를 넣고 핥아줄 정도는 아니었다. 

이 정도로 림잡을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자신을 한없이 낮추고 그저 상대방이 기분 좋아질 수 있도록, 자신이 당신보다 낮은 서열이며 그에 대한 충성과 복종을 한눈에 보여주는 행위였다. 

짐승들 사이에서도 이런 풍습 같은 게 있을리 없었지만, 그들의 낮은 지능으로도 손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를 낮춘 봉사. 심지어 만물의 영장이었던, 인간이라는 존재가 한낱 짐승에게 이런 것을 하다니.

말 그대로 금수나 다름없는 숫캐를 사랑하고 아끼며 존중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그러나 음탕하고 천박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었다. 

스르윽♡ 질꺽♡ 질꺼억♡

"츄르읍♡ 츄읍♡ 츄보옷♡ 츄바밧♡"

이런 행위는 처음 해보는 아리샤였지만, 안쪽까지 혀를 넣어 깨끗하게 해내며 단단하게 발기해 있는 숫캐의 자지를 슥슥 손으로 훑어내는 그녀.

이미 숫캐를 위해 자신의 모든 지위와 재산, 심지어 인간이라는 격 마저 포기하고 그의 암캐가 된 지금, 숫캐의 냄새가 진하게 묻어있는 그의 엉덩이에 코를 파묻고 그의 맛을 음미하는 것은 이제 그녀에게는 삶의 의미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쮸읍♡ 기분... 좋으신가요오♡ 츄보봅♡"

울컥♡ 울커억♡

자신이 정복해낸 암컷의 진심 봉사를 받으며 부르르 떨리는 그의 자지는 연신 쿠퍼액을 울컥울컥 토해내며 바닥을 물들였지만, 둘 중 누구 하나 더럽다고 생각하는 짐승은 없었다.

부창부수라고, 숫캐 남편의 천박하고도 엽기적인 교미와 이상성욕에 완전히 물들어버린 그녀 또한 이런 것 자체가 부끄럽거나 창피하다는 것은 전혀 없이, 그저 그에게 봉사할 수 있다는 마음만이 그녀를 기쁘게 해주며 처음 하는 천박한 짓도 능숙하게 해내고 있었다.

뷰르읏♡ 뷰르르릇♡ 철퍽♡

"아앗♡ 아까운 주인님의 아기씨들이잇♡ 핥짝♡"

결국 숫캐의 자지는 자신의 영혼의 단짝인 아리샤의 봉사 공세에 교미 금지령에 의해 지금까지 쌓아두고 있던 정액들을 잔뜩 토해내기 시작했다.

숫캐가 서있는 상태에서 그 뒤에 철푸덕 엎어져 그의 애널을 빨아대는 아리샤는, 바닥에 잔뜩 흩뿌려지는 숫캐의 정액에 화들짝 놀라 달려와서는 자신의 개밥그릇에 그의 정액을 받아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그렇게 아까운 것인지, 바닥에 떨어진 것 까지 모두 깔끔하게 핥아내는 그녀는, 이제는 완전한 숫캐의 노예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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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우우우...!

차원을 이동할 수 있는 포탈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DTS의 부단장인 이리나 바이올렛 미나스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알래스카의 차가운 눈과 시리는 칼바람이 그녀의 몸을 부딪혀 지나갔지만, 이리나는 그저 자신의 보라빛으로 빛나는 은발 머리카락을 잔뜩 휘날리며 옥색의 청아한 눈동자로 끝없이 펼쳐진 눈밭을 응시할 뿐이었다.

위에도 잔뜩 노출된 드레스에 아래는 거의 맨다리나 다름없는 모습의 복장인 그녀였지만, 최강의 종족이며 마법의 종주인 드래곤 답게 전혀 추위를 타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드래곤 답게, 그 긍지의 상징인 뿔이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에서 당당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단장... 아니, 언니.. 조금만 기다려. 이번엔 꼭... 구해줄게."

물론 드래곤과 인간이 한 배에서 태어날 리는 없을 터였다. 

그저 자신이 크로노스의 농간으로 인해 미쳐서 알카디아 왕국의 기사들을 학살하고 있을 때, 자신을 죽이지 않고 되돌려 준 그녀에게 감사의 의미로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했을 때 요청받았던, 동생이 되어달라는 소원.

그런 허무맹랑하고 어이없는 소원에 피식 웃으며 좋다고 한 그녀였지만, 어느 순간부터 자신보다 훨씬 짧은 세월을 살아왔음에도 자신보다도 더 성숙해 보이며 든든한 단장이 되어준 그녀를, 진짜 언니처럼 대하게 된 그녀였다.

그렇게 스스로 한 계약에 잡혀가 이누이트 신화에 구금된 그녀의 언니, 아리샤를 구하기 위해 부단장인 그녀가 동분서주 했지만, 주신이 인정한 합당한 계약을 깰 만한 방법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던 그 때, 안구타로부터 요청이 온 것이었다.

너희 언니에게 빼 먹을 것은 다 빼먹었으니, 돌려 받고 싶으면 약해진 개연성과 상응할만한 신화급 유물과 업을 들고 오라는 말이었다.

작디 작은 신화의 주신인 안구타에게 그런 식으로 조롱당하는 것이 기분 나쁘기 짝이 없었고 함정임을 간과할 수 없었지만, 당장은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몇 가지 유물과 업을 가지고 그녀가 책임자로써 넘어온 것이었다.

"함정일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도 있으니 단원 전체가 오는 것 보다는 나 혼자서 오는게 좋겠지.. 그리고.. 로웬이 준 반지도 있으니까... 언니한테 문제는 없을거야... 일단 언니만 돌려받으면... 무엇을 잃어도 상관없어..!"

자신이 가져온 업과 유물들을 보며 주먹을 꽈악 쥐는 이리나.

당장은 여유가 없었기에, 자신에게 호의적인 오딘 등의 신에게 사정하여 빌려온 업과 유물들이었다. 

이런 업과 유물들 또한 자신이 망쳐놓은 알카디아 왕국의 멈춰있는 시간을 되돌리는 것에 기여할 수 있는 것 들이지만, 일단 아리샤를 구해낼 수만 있다면 유물과 업은 또 시간해결사 역할을 하며 얻을 수 있을 터. 

혹시나의 사태에 대비해, 드레스 밑에는 평상복이 아닌 무장까지 단단히 하고 온 그녀였다.

터벅, 터벅!

"아, 오셨군요. 아리샤 님 께서는 저 안에 계십니다."

이리나가 신전에 들어서자, 사제의 차림을 하고있는 사람 한 명이 그녀에게 인사하며 그녀를 회담장으로 안내했다.

"안구타는? 그와 교섭을 하러 온 건데 어디에 있지?"

"안구타 님 께서는 아직 오지 않으셨습니다. 그 전에, 아리샤 님과 차라도 마시며 대화라도 좀 나누고 계시죠."

"쳇, 본인이 먼저 불러놓고 손님을 기다리게 하다니. 최악이군."

그녀를 안내해주는 사제의 호의를 뒤로 한 채, 이리나는 넌덜머리를 내며 회담장으로 들어갔다.

사제가 이전에 포탈을 타고 돌아가던 자신을 관찰하던 숫캐의 눈 처럼, 기분나쁘고 음습한 눈으로 자신의 몸을 훑어보는 것도 모른 채.

덜컹!

"..어..? 이.. 이리나... 진짜 이리나구나?"

"어.. 언니... 어떻게... 잘 지냈어? 내가 너무 늦었지..? 미안해.."

꽈악!

"아니야.. 괜찮아... 전부 다 괜찮을 거야..."

이리나가 문을 박차고 들어서자 수수한 드레스를 입은 채, 티 테이블에 앉아있는 아리샤가 있었다.

너무나도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모습에, 왈칵 눈물이 날 것만 같은 이리나는 그녀와 감격스러운 포옹을 했다.

"언니.. 힘들었을텐데.. 걱정마. 내가 안구타와 꼭 잘 교섭해서.. 언니를 구해줄게.."

"그래.. 고마워. 그리고 걱정 끼쳐서 미안해.."

포옹을 풀고는 티 테이블에 앉아서 손을 꼭 잡고 대화를 나누는 그녀들.

이리나는 그 짧은 사이에 그녀의 몸을 훑어보고는 그녀가 아직도 로웬의 반지를 끼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간악한 숫캐놈에게 시달려 드레스 밖으로 노출된 목, 팔목 등에 발톱 자국과 이빨 자국이 있었지만, 로웬의 반지를 아직 끼고 있다는 것은 아리샤가 제정신이란 뜻.

'그렇다면 지금 세뇌 마법이나 저주에 당한 상태는 아니라는 것이고, 그러면 일단 아리샤 언니는 일단 믿어도 되겠어.'

혹시나 로웬의 반지를 빼앗겨 아직도 계약에 의해 세뇌 당해있는 상태라면, 정신이 침식당한 아리샤가 숫캐나 안구타의 명령으로 인해 무슨 짓을 할 지 몰랐지만, 그런 마법을 싹 걷어내주는 로웬의 반지를 끼고 있는 지금은 믿어도 된다고 판단한 이리나.

그러나 그녀는 몰랐다. 아리샤가 이미 육체까지 개조당한 뒤 제정신일 때 조차 조교당하며 숫캐의 새끼까지 임신한 상태로, 숫캐의 완전한 종복이 되었다는 사실을...

그렇게 이리나와 아리샤가 함께 차를 마시며 오랜만에 만나 못다한 이야기들을 하는 사이, 시간이 지나고 안구타와 숫캐가 회담장 안으로 들어섰다.

"아, 오랜만에 보는구만, 드래곤 아가씨. 아니, 드래곤의 권능조차 마신이라는 년에게 다 빼앗겼으니, 도마뱀 아가씨인가?"

"흥. 당신이 먼저 교섭을 요청해놓고, 그런 도발을 해서 얻는게 뭐죠? 저는 그저 언니를 돌려받으러 왔을 뿐입니다."

이번에도 비아냥대며 도발하는 안구타였지만, 손쉽게 넘어가지 않는 이리나.

탁!

"말씀하셨던 대로 계약 파기에 상응하는 신화급 유물들과 업을 가져왔으니, 확인해 보시고 얼른 저희 언니를 넘겨 주시죠, 변변찮은 변두리 신화의 주신님?"

탁자에 유물과 업들을 올려놓으며, 자신이 받았던 만큼 안구타에게 돌려주는 그녀였다.

"호오. 아무리 변두리 신이라지만, 신을 앞에 두고 꽤나 당당한 자세구만. 역시 숫캐 따위에게 넘겨주기엔 좀 아까운데..."

그르르르..!

"흥, 말이 그렇다는거지 약속은 약속대로 이행 할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하여튼 피조물 주제에 창조주를 존중하는 방법조차 모르다니.. 쯧쯧..."

자신을 숫캐에게 넘긴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안구타의 말에, 말문이 막힌 이리나였다.

"허, 변방의 보잘 것 없는 신이라 그런지 한 입으로 두말도 잘 하시는군요. 분명 유물과 업으로 교섭하기로 하셨으면서, 저를 넘겨받고 아리샤 언니를 내주겠다는 건가요? 이런 어이없는..!"

"아깝게 대계의 가장 중심이 되는 저 암캐년 아리샤를 넘겨주다니. 우린 그냥 네 몸을 넘겨받으러 온 것이다. 서로 상호동의한 계약도 아니고, 교섭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 그게 무슨..! 윽... 아흑...!"

핑...!

교섭의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리나 자신을 받아내겠다는 말에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 치는 이리나.

그러나 갑자기 깨질듯이 아파오는 머리에 이리나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 오래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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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연장이네요.

비축분이 없어서 천천히 쓰여지고 있으니 좀 오래 걸리더라도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재밌게 읽어주시고 추천 댓글 많이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