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3장(10편~13편)        4장(14편~17편{예정})              5장                   1장(4편~6편)             2장(6편~9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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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1편   https://arca.live/b/lastorigin/967937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2편   https://arca.live/b/lastorigin/9756344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3편   https://arca.live/b/lastorigin/987502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4편   https://arca.live/b/lastorigin/11385415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5편   https://arca.live/b/lastorigin/13814933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6편   https://arca.live/b/lastorigin/16908026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7편   https://arca.live/b/lastorigin/19013937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8편   https://arca.live/b/lastorigin/2767096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9편   https://arca.live/b/lastorigin/27801626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10편  https://arca.live/b/lastorigin/27931461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11편  https://arca.live/b/lastorigin/28114900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12편  https://arca.live/b/lastorigin/28247502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13편  https://arca.live/b/lastorigin/28420778

오르카 호는 꿈을 꾼다 14편  https://arca.live/b/lastorigin/28532967


※해당 작품은 픽션입니다. 이 작품의 설정은 공식 설정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정체불명의 괴한들에게 습격을 허용한 후 PECS 건물 전체에 비상령이 떨어졌다.


층마다 경비와 ags의 경계가 강화됐고 특정 구역을 지나가는 인원들은 재차 신분증을 검사받아야 했다.


열심히 그들을 피해도 결국 구석에 몰릴 수밖에 없었고, 그때 사령관의 눈에 나사가 빠져 있는 환풍구가 들어왔다.


포위망은 점점 좁혀왔고 남은 선택지가 없었기에 사령관은 조심스럽게 환풍구를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건장한 성인 남성이 충분히 기어 다닐 만큼 넓어서 몸이 끼인다거나 하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신 환풍구 안은 미로처럼 길이 복잡했다.


사령관은 얇은 벽 너머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대화로 밖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파악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잡힌 사람이 점점 늘어났지만, 어느 순간부터 잡히는 숫자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조만간 이 통로도 수색할 것 같아 사령관은 나갈 자리부터 찾기로 했다.


다시 몇 분을 방황하고 나서야 사람이 없어 보이는 적당한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입구를 막고 있는 철창을 가볍게 손으로 뜯어낸 사령관이 어느 방 안으로 진입했다.


한 자세로 오랫동안 다녀서 그런지 몸 여기저기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몇 시간 만에 되찾은 신체의 자유에, 사령관은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며 해방된 기분을 만끽했다.



"이 짓도 다시 할만한 건 못ㄷ…"



삐걱.


그런데 사령관의 등 뒤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들려서는 안 될 소음에 당연히 사령관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었고 그것은 안에 있는 사령관을 본 상대방도 마찬가지였다.



"아?"



뒤에서 들려오는 미성에 천천히 등을 돌린 사령관은 문을 열고 들어온 한 바이오로이드와 어색하게 눈을 마주쳤다.


후줄근해 보이는 흰색 후드티, 그 옷 사이로 흘러내려 오는 구불구불한 남색 머리카락,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눈 밑에 깔린 짙은 다크써클.


커넥터 유미가 놀란 표정으로 서 있었다.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유미를 보며 사령관의 머릿속에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유미가 입을 벌려 소리를 지르려 하자 사령관이 재빠르게 나섰다.


그녀가 있는 곳으로 도약해 옷 덜미를 끌어당겨 순식간에 제압한 사령관은 발로 열린 문을 거칠게 닫았다.


쾅!


맹수 같은 날렵한 사령관의 행동에 유미는 별다른 저항 하나 하지 못하고 붙잡혔다. 



"읍…! 읍!"


"저기 좀만 조용히 해주면 안 될까?"


"읍! 읍!"



사령관이 부드럽게 타이르듯 말해도 유미는 계속 소리를 내려고 안간힘을 다했다.


그녀의 반항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사령관은 난색을 표했다.


일단 추적기의 반응이 없는 거로 보아 지금 '자신에게 잡힌 유미'가 '꿈을 꾸고 있는 유미'와는 다른 개체임을 알 수 있었다.


기절시키고 빠져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겠지만, 여태껏 바이오로이드를 자신과 같은 한 사람으로 대우해온 사령관에겐 

그다지내키지 않는 방법이었다.


방법을 떠올려봐도 뾰족한 수가 없어 그는 사기를 쳐보기로 했다.


사령관이 유미의 귀에 살며시 속삭였다.



"커넥터 유미. 나는 피를 보고 싶지 않아."


"…!"



그가 한 말에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유미가 날뛰는 걸 갑자기 멈췄다.


그 모습에 사령관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협박이 잘 먹히는 것 같아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이걸 봐. 커넥터 유미."



품 안에 모셔놨던 검은색 카드를 유미의 눈앞에 갖다 댔다.


그런데 그것을 보고 눈을 부릅뜬 유미의 안색이 창백하다 못해 시체처럼 하얗게 내려앉았다.


그러곤 그녀의 몸이 세탁기처럼 심하게 떨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사령관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풀어주고 말았다.


사령관이 아차 했지만, 그의 걱정과는 다르게 그녀가 소리를 지른다거나 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몸이 풀려난 유미는 바로 사령관을 향해 엎드려 빌었다.



"제, 제발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유,유미?"


"제발…"



예상치 못한 반응에 사령관은 자신이 들고 있는 검은 카드를 물끄러미 보았다.


이것이 대체 뭐라고 바이오로이드가 이렇게 강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인가…



-


-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자신의 바짓가랑이에 매달려 울고불고 애원하는 유미를 간신히 떼어냈다.


패닉상태에 빠진 유미를 진정시킨 사령관은 그녀로부터 그가 원하는 정보를 대부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현재 자신이 있는 위치와 유미가 있을 서버실의 위치, 그리고 이 검은 카드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알게 됐다.



"이게 연구소장 신분의 카드였다니."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은 카드를 보며 사령관은 뜻밖의 행운에 실소했다.


지금 검문을 하는 건 대부분 ags가 하고 있기에 신분증으로 큰 소란 없이 지나갈 수 있으리라.


자신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 유미는 심신에 무리가 갔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절했다.

 

자신의 대원은 아니지만, 본의 아니게 속인 유미에게 사령관은 미안한 마음을 담아 사과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카드의 쓰임새를 알게 된 사령관의 행보엔 거침이 없었다.


환풍구로 10층을 올라오는데 한 시간 넘게 걸렸지만, 이제는 서버실이 있는 50층까지 올라가는데 몇 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사령관은 누구의 방해도 없이 수월하게 추적기가 가리키는 곳으로 올 수 있었다.


문 옆에 있는 카드 리더기에 검은 카드를 긁자 승인표시와 함께 문이 찰칵하는 소리가 들렸다.


문을 열고 들어간 그곳엔 오르카 호에 있는 것과 비교하기도 미안할 만큼 방대하고 복잡한 서버실이 있었다.


그 규모와 위용에 압도된 사령관이 침을 삼켰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유리에 둘러싸인 방대한 양의 기계들을 지나 그는 구석에 있는 간이 휴게실을 발견했다.


서버실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기 위해 앞이 유리로 되어 있었지만 정작 감시자가 보이지 않았다.


유리에 가까이 다가가자 내부에는 책상 위에 고개를 박은 채 미동조차 없는 커넥터 유미 한 명이 있었다.


장치도 삑소리를 내며 눈앞의 유미가 꿈의 주인임을 증명했다.


그는 조용히 옆에 있는 문으로 들어가 유미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일어나, 유미. 업무 중에 자는 건 징계감이라고?"



마지막 말에 자던 유미의 눈이 번쩍 뜨였고 그녀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급히 자세를 정리했다.


그 모습에 사령관이 풋하고 웃었다.



"하하. 그렇게 놀라니까 오히려 내가 미안한데?"


"아으, 사령관님이셨어요? 그래도 저 좀 내버려 두세요. 꿈에서라도 신나게 자고 싶어요…"



그러곤 다시 얼굴을 책상에 박은 유미였다.


잠결에 취한 채 아무 말을 내뱉고 다시 잠든 유미를 보며 사령관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잠결에 취해 있는 유미의 정수리에 사령관이 가볍게 딱밤을 때렸다.


따콩!



"아야!"


"꿈속에서 그렇게 자도 현실에 끼치는 영향은 없어. 그래서, 너는 무슨 이유로 꿈을 꾸는 거야?"



딱밤에 정신을 차린 유미를 향해 사령관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앞의 꿈에서 봤던 레오나와 발키리 그리고 티아멧은 모두 꿈을 꾸는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행동을 후회해서,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정하고 싶어서, 현실에서 볼 수 없는 누군가와 만나고 싶어서.


물론 처음에 들었던 유미의 독백을 통해 그 이유를 유추할 순 있다.


하지만 추측으로 나온 사실과 그녀가 직접 말해주는 사실은 엄연히 다르다.


유미는 잠깐 골똘히 생각하더니 사령관의 질문을 이해한 듯 아 하고 손바닥을 '탁' 쳤다.



"저는 한 사람을 찾기 위해 이 꿈을 꾸기 시작했어요."


"…너를 데리고 다니며 구해줬다는 사람?"


"어? 어떻게 아셨어요?"



유미가 헉 소리를 내며 입을 손으로 가렸다.


사령관은 면담 내용을 보고받다가 들었다며 대충 둘러댔다.


그 말에 유미가 고개를 끄덕이곤 그럴 수 있다며 납득했다.



"저는 이 시기를 마치 어제 있던 일 처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어요."


"그래서 꿈의 규모가 그렇게 컸던 건가…"



어째서 그녀의 꿈이 유독 거대하고 졍교했는지 이해가 갔다.


사령관의 혼잣말에 유미가 반문했다.



"네? 뭐라고 하셨어요?"


"아니야, 계속 말해줘."



사령관의 대답에 유미가 불만스럽다는 제스처를 취했으나, 

의연한 모습을 보이는 사령관을 보곤 '칫' 하고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이 시기는 멸망 전의 인류가 철충에게 침공당하기 시작한 때에요."


"그리고 저는 이때 피난 도중 발목을 접질려서 회사에 고립되었죠."


"건물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이었고, 밖에는 철충들의 공세가 계속 이어졌어요."


"삶에 대한 희망을 포기했을 때, 건물에 있던 저를 어떤 분이 데리고 나와주셨어요. 그리고 안전한 장소까지 데려다주셨죠."


"제 기억에 남아 있는 그분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보고 기억하기 위해서. 그래서 계속 이 꿈을 꿔요."



다른 이가 아닌 멸망 전부터 생존해 온 유미였기에 가능한 꿈이었다.


사령관은 그녀에게 미래에 일어날 일에 대해 물었다.



"앞으로 며칠 뒤에 철충이 침공하지?"


"…이틀 뒤에 시작돼요."



못해도 이틀 뒤에 유미가 똑같은 상황에 처해야 그 사람을 볼 수 있다는 소리라 사령관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나 고민했다.


하지만 이런 그의 걱정은 처음부터 소용없었다.


그가 이 꿈에 끼어듦으로써, 예정 외의 존재가 난입함으로써 그녀가 알고 있는 일정이 대부분 변해버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