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소설에 등장하는 지명, 직위, 기업, 언론, 국가 등은 실제와 모두 상관 없는 가상의 창작입니다.☆

"근데 저 MBC 기자는 왜 공격 안 받는 거야?"
"그러게?"
이상했다. 뭔가 우리가 모르는 게 있는 듯한 찝찝한 기분이었다. 분명 우리의 상식대로라면 좀비가 저 기자를 공격해야 했을 텐데 그 어떤 좀비도 기자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단은 눈 앞의 문제가 더 컸기에 나중에 생각해야 했다.
응급환자가 된 통일부 장관. 방금 MBC 기자의 총에 맞고 지금 트럭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높으신 분이 바로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 분 어디에 놔?"
"몰라. 일단 가까운 병원으로 보내자."
"가까운 병원? 그게 어딘데?"
바로 핸드폰을 꺼내 찾았다. 지도 앱으로 종합병원을 검색해보니, 가장 가까운 곳이 경기도의료원과 메디인병원밖에 없었다.

"몇 개 찾았어."
"오, 그래? 어딘데 "
"두 곳 있어. 근데 둘 다 30분 거리야."
"뭐?"
"전부 다 운정신도시에 있어."

너무 멀었다. 이 상황에서 30분이나 가야 한다니 통일부 장관이 버틸 수 있을 지가 의문이었다. 아무리 여기가 최전방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인구가 꽤 많은 파주인데 대형병원이 이것밖에 없다니 너무한 거 아닌가.
그래도 복부에 총알 한 발이라면 병원에서 치료하기에는 충분했다. 현대의료라면 이 정도면 금방 고치기 쉬울 것이다.

장관의 상태를 보았다. 이미 의식이 오락가락한 것 같았다. 출혈이 너무 심한 탓이었다.
"근데 보통 장관이면 경호원같은 거 없냐? 같이 온 사람도 옆자리에 저 사람밖에 없고. 주변에 있는 차들 다 다른 차들이잖아."
생각해보니 그랬다. 주변에 있는 차들이라곤 죄다 방송국 차량이나 기업 차량들같이 정부랑은 전혀 상관없어보이는 자동차들 뿐이었다.

그 때 옆에서 누군가 말을 꺼냈다. 아까 장관의 차를 몰고 온 사람이었다.
"장관님 주변에 원래 경호원들이 많이 있었어요. 근데 개성공단에서 전부 습격당해서 장관님만 겨우 도망친 거에요."
"오, 그래요? 근데 혹시 장관님이랑 어떤 관계이세요?"
"아, 장관님 수행기사에요. 운전기사요."
납득이 됐다. 하긴 지금이 시국이 시국인지라 경호원이라고 해도 저 수백 수천이 넘어가는 인파들 앞에선 한낱 단백질 공급원일 뿐이었다. 그나마 수행기사랑 같이 탈출한 것이 기적으로 보였다.

"근데 이렇게 된 거 자기소개라도 한 번 할까요?"
"오, 그거 좋네요. 저는 한천석이에요. YTN 정치부 기자. 그리고 이 분은 김진우 기자님이고 카메라맨이에요."
운전기사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여 나부터 이름을 댔다. 그러자 하나 둘 순서대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저는 운전기사라고 했고, 이름은 유형준이에요."
"저는 현대아산 과장이고 차주원이라고 합니다."
"저는 주차안내 알바하다 도망친 현지민이라고 합니다."
"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나신의 트럭기사 석대식입니다. 비정규직이고요."

화물차에 탄 건 이렇게 6명이었다. 대충 이름 소개도 마친 것 같으니 일단 살 길을 찾기로 했다.

"그나저나 저 통일부 장관이라고 하는 사람은 병원에 내려다주면 될 거고. 다들 어디서 내려요?"
트럭기사가 말했다. 먼저 답한 사람은 현대아산의 차주원이었다.
"저는 일산 사니까 거기 내려주시면 되요."
"그럼 파주 갔다가 일산 가면 되겠네."
화물차 운전기사가 말했다. 뒤이어 내가 말했다.
"저희는 집이 과천이랑 분당 쪽이라... 그냥 YTN에 내려주세요."
"YTN이면 어디?"
"상암동이요."
"아, 상암동? 알았어. 다른 사람들은?"
"저는 집이 노원구에요."
통일부 운전기사가 말했다.
"그리고 너는?"
"저는 집이 동두천인데... 살짝 방향이 안 맞는 것 같으니까 그냥 마지막에 갈게요."
알바생이 말했다.

"그럼 병원 찍고 일산 찍고 상암동 갔다가 노원구에서 돌고 동두천 가면 되는 거지?"
뭐 이런 경로가 다 있나 싶었다. 트럭기사가 자기는 인천 사는데 동선이 굉장히 꼬였다며 투덜댔다. 그래도 태워주시는 걸 보니 성격이 좋으신 분 같았다.


그 때 전화가 왔다. 강신호 부장님이었다. 그 사적으론 전화를 잘 안 거는 꼰대 부장님이 전화하는 거면 분명 비즈니스적 전화이루것이었다.
"야, 지금 어디쯤 와?"
"지금 막 문산에서 나오는 중입니다."
대충 표지판을 둘러보고 말했다. 표지판을 보니 지금 있는 곳은 금촌인 것 같았다.
"어, 그래. 영상 좀 보내줘. 지금 속보 나가고 있으니까 자료 좀 빨리 줘. 지금 자료 빨리 달라고 난리야."
이 와중에 취재를 하라고? 속으로 상황이 이런데도 일을 해야겠냐며 욕했다. 그러나 말하면 회사생활이 힘들어지기에 입 밖으로 내뱉지 않기로 했다.
"네."
일단 노트북을 켜서 블랙박스 영상이랑 카메라 영상을 담기로 했다.

블랙박스에서 정보가 담긴 곳을 빼서 노트북에 연결했다. 노트북이 부팅되자마자 잽싸게 메일을 열고 영상을 보냈다. 그리고 김진우에게 방송국 카메라에 담긴 것도 보내라고 노트북을 전달했다.


근데 속보가 떴다고? 핸드폰에서 네이버 앱을 켜보았다. 화면 윗부분에 빨갛게 속보가 여럿 떠있었다.

'[속보] 개성공단에서 좀비사태 발생'
'[속보][단독] 개성공단 좀비, 도라산 출입사무소까지 점령'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보아하니 출입사무소 쪽에 대해서는 YTN 등이 먼저 보도한 후 다른 곳이 베껴쓰고 있는 형태였다. 그런데 계속 보다보니 몰랐던 내용들도 있었다.

'[속보][단독] 철원에서도 좀비사태 발생... 최전방 부대, 지역사수중'
'[속보][단독] 고성에서도 좀비사태 발생... 아직 마을까지는 안 내려와'

뉴스를 보아하니 철원이랑 고성에서도 좀비사태가 일어난 것 같았다. 그렇다는 건 설마 북한 사람들이 전부 다...
순식간에 뇌리에 수많은 것들이 스쳐지나갔다. 북한 전 지역에서의 좀비사태. 이거라면 지금까지의 북한의 행보가 이해가 되었다.
2주일 전에 갑자기 일어난 영변 핵폭탄 투하 사건, 그리고 그 후 갑자기 이루어진 북한의 시장 개방. 그리고 6자회담에서의 기자단 습격 사건...
어제까지만 해도 북한의 이 모든 기행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 이해가 되었다. 지금 북한 주민들이 전부 좀비로 변한 것이다. 모든 퍼즐이 다 맞아떨어졌다.
저 북녘 땅은 모두 좀비로 가득 차있었다.


"곧 있으면 메디인병원이다."
트럭기사의 말이었다. 벌써 운정신도시였다. 기자의 일에 여념이 없다보니 주변을 잘 보지 못했다.

운전기사랑 트럭기사가 메디인병원에 들어가 통일부 장관을 이송했다. 운전기사가 그곳에 상황을 설명하더니 응급실이 갑자기 분주해지면서 환자를 응급실로 싣고 갔다.
대충 보아하니 환자의 정체가 장관이라는 것을 전해들은 모양이었다. 하기야 장관이 총맞고 실려오는데 침착을 유지할 병원이 어디에 있겠는가.
트럭기사가 이제 대충 됐겠지 하고 다시 화물차를 몰아 메디인병원을 빠져나왔다. 네비게이션이 고양시에 온 걸 환영한다고 안내방송을 했다.


그때 또 전화가 울렸다. 예상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 부장님이었다.
"어, 영상은 잘 받았어. 근데 여기 통일부 장관은 뭐야?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말하지도 않았는데 이게 통일부 장관이라는 걸 어떻게 알았나 싶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니 대화 녹음까지 전부 다 블랙박스에 담겨있을 것이었다.
"블랙박스 그대롭니다."
"경호원 다 죽었다매? 그래서 지금 장관은 어떻게 됐어?"
"메디인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메디인병원? 오, 고급정보네? 알겠어. 근데 사유가 좀비가 아니고 총이라니 이건 뭐야? MBC 기자가 쐈다니?"
"저도 모르겠습니다."
"현장에 있으면 알 거 아니야."
좌초지종을 모두 설명했다. MBC 기자를 좀비들이 습격을 안 했다는 등 교통사고를 낸 게 그 기자라는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
그걸 다 듣고 부장님이 말했다.
"그럼 그 기자가 좀비라던가 뭐 그런 거야?"
"모르겠습니다."
"그럼 알았어. 영상 보니까 상암동으로 온다 그랬지? 빨리 와. 할 거 많아. 그리고 거기 트럭에 있는 사람들 인터뷰 좀 따. 그거 딱 방송감이잖아."
"네."

조용히 이를 갈면서 전화를 끊었다. 저 꼰대 부장님 말대로 고분고분 인터뷰 따기에는 귀찮기도 하고 뭔가 반항심이 들었다.
해서 뉴스나 보려고 새로고침을 하니 그새 속보가 엄청 더 늘어있었다. YTN에서도 내가 준 정보들로 기사를 뽑아내고 있었다.

'[속보][단독] 좀비떼, 통일대교 점령... 통일대교 군대 함락'
'[속보][단독] 좀비, 보통 인간들보다 더 빠르고 강해... 파주 전방 군대 일부 함락'
'[속보][단독] 박신근 통일부 장관 중태'

대충 본 다음에 이젠 일을 해야 할 때인 것 같아서 꾸역꾸역 트럭이 있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인터뷰를 땄다. 개성공단에서 일어났던 수많은 일들을 모두 카메라에 담아 전송했다. 이러는 동안 자꾸 부장님이 전화를 걸어서 짜증났다.
모든 사람들의 인터뷰를 따고 나니 어느새 몇십분이 지나있었다. 차주원 현대아산 과장, 유형준 수행기사, 주차 알바생 현지원의 인터뷰를 땄다. 차주원 현대아산 과장을 일산에 내려주고 뉴스를 확인하니 속보가 더 떠있었다.

'[속보][단독] 파주 좀비사태 탈출과정 영상 확보... YTN 단독공개'
'[속보][단독] 박신근 통일부 장관, 메디인병원으로 이송... 경호원은 모두 사망한 듯'
'[속보] 박신근 장관 중태 원인은 민간인에 의한 총격... 좀비화에 잠복기 존재하나'

차주원이 일산에 내리고 서울로 들어갔다. 서울로 들어가자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그 덕분에 석대식 화물차 기사에게서 인터뷰를 따기에는 수월했다.
이와중에 다른 방송사들도 그새 취재를 했는지 기사가 몇 개 보이기 시작했다. 일부 방송사들은 개성공단에서 숨어있거나 피해다니던 기자들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저기에도 강신호 부장님같은 사람이 있는가 보다 하고 저 방송국들의 기자들에게 공감을 표했다.

'[속보] 철원에서 군사 고전... 5번국도 필사적 사수'
'[속보][단독] 개성공단 특파원 전원 사망... JTBC 단독'
'[속보][단독] 개성공단 좀비사태 영상 KBS 단독공개'


이런 내용들의 속보들이 줄줄이 소시지처럼 등장했으나, 언론들이 다 그렇듯 대부분 복사해서 붙여넣기였다. 조금 지났을 뿐인데 우리가 보낸 내용들을 그대로 다른 언론사들에서 말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임진각 놀이공원이 함락되었다느니 하는 추측성 기사들도 즐비했다.


"자, 이제 행신역이다."
화물차 운전기사가 말했다. 이제 이 사람들과 떠날 준비를 해야 했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속보들이 마음에 걸렸다.

'[속보][단독] 강남구 곳곳에서 좀비 출현... 군경이 진압 중'
'[속보][단독] 강남구 좀비 출몰... 다수가 강남세브란스병원 환자복 착용'

강남구에서도 좀비사태가 일어나고 있었다. 장소는 압구정, 논현동, 세브란스병원 등등 다양했다. 가까운 서울이다보니 영상과 사진도 많이 첨부된 것을 볼 수 있었다. 복장을 보니 환자복, 의사 가운, 양복, 편한 티셔츠 등등 정말로 다양했다.
그런데 대체 왜? 분명 좀비는 북한에만 있었다. 위에서 밑으로 내려오는 흐름이었다. 그런데 대체 왜 강남구에?
그때 머리에 한 가지가 스쳤다. 코엑스에 있었던 6자회담. 그곳에서 조선중앙텔레비전 기자가 우리나라 기자를 물어뜯었지. 일부는 탈출해서 클럽도 가고. 분명 그때 감염되었을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핸드폰으로 이 뉴스를 보고 놀라는 모양새였다. 마침 주차장 알바생이 기자니까 물어봐달라고 부탁해달라고 해서 그 김에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장님이 전화를 걸었다. 엄청 바쁜 모양새였다.
"어, 그래. 왜?"
"뉴스에서 강남구에 좀비사태 났다는데 이거 뭐에요?"
"강남구? 아, 그거. 몰라. 아무튼 거기 엄청 난리났다더라."
"이건 대체 왜..."
"그건 너같은 애들이 알아와야지 내가 어떻게 아냐. 난 지금 본사 건물에 있잖아. 밑에 애들 말로는 6자회담에서 북한 기자가 MBC 기자 문 게 원인 아니냐는데 일단 이걸로 추측성 기사 몇 개 뿌리고 있거든?"
"아... 네, 알겠습니다."
"지금 어디쯤이야? 인터뷰는 끝이고?"
"지금이... 앞에 MBC 신사옥 보입니다. 거의 다네요. 인터뷰는 다 땄고요."
"어, 인터뷰는 아쉽게 됐네. 아, 맞다. 아까 한 것 중에서..."

부장님이 뭐라뭐라 하고 있었다. 나는 하급자의 신세에 맞게 굽신굽신 받아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주차장 알바생이 뭔가를 본 듯 깜짝 놀라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있었다. 알바생이 옆에 있던 나를 잡으며 한 곳을 가리켰다.
"저기 좀 보세요!"
"저기? 뭔데?"

가리킨 곳은 MBC 신사옥. 그곳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함께 갑자기 엄청난 양의 좀비가 쏟아져나오고 있었다.
"저게 대체 뭐야?!"
"뭔데 그래?"
부장님이 전화 너머로 뭔 일인지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걸 보고 놀라 어쩔 줄 몰라하며 트럭기사를 재촉했다. 트럭기사가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며 수동기어를 뭔가 어떻게 조작하는 듯 했다.

지금 트럭에 있는 사람은 모두 5명.
석대식 트럭기사, 유형준 수행기사, 현지원 알바생, 
그리고 동료기자인 김진우 카메라맨과 나 한천석이었다.

"한 기자, 왜 대답이 없어?"
"그... 지금 MBC 신사옥에서 좀비떼가 나오고 있습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좋아, 그런 걸 그런 걸 말해야ㅈ... 자, 잠깐, 뭐? MBC? 아 씨 바로 길건너잖아!"
전화 너머로 상당히 분주한 소리가 들렸다. 종이가 날아다니는 소리와 플라스틱이 부딪히는 소리와 발소리 등등이 섞여 아수라장이었다. 부장님이 주변 사람들에게 MBC에서 좀비떼가 나왔으니 빨리 문을 닫든 때려죽이든 어떻게든 하라고 들들 볶고 있었다. 


그리고 속보가 떴다. 방송사는 MBC였다.

'[속보][단독] MBC 신사옥애 존비떼 툴현... 주조정실 점거 직전'
연예 카테고리의 이 기사는 사실상 주조정실에 갇힌 사람들의 마지막 유언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