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뿌리

 

밝다못해 뜨거운 빛도

하나의 씨앗일 때가 있었다

 

빛의 씨앗은 어둠에 심는다

어둠은 자신이 잉태한 것을 가장 깊고 좁은 곳으로 데려간다

 

어둠만 있는 곳에서 바스락 소리를 내며 

씨앗은 새싹이 뿌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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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별자리

 

어린 날 별이 보고 싶자고 하자

그대는 유리창에 물을 뿌리고 조명을 비추었습니다

 

당신의 손가락이 반짝이는 원을 잇자

저것은 북두칠성 저것은 작은곰자리

투명한 창이 우리만의 별지도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가장 동그랗고 밝은 별을 가르켜

저것은 사랑별이라고 다정하게 말했습니다

 

더 이상 별을 보고 싶다 조를 수 없지만

가끔씩 그 별을 찾아 하늘을 올려봅니다

사랑별이 보이지 않으면 그대를 따라 별도 없어졌나

하고 쓸쓸한 마음에 다시 밤하늘의 별을 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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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문

 

나는 너에게 사과를 해야한다

찢어진 상처에 실과 바늘이 필요하듯

잘못을 했다면 사과를 해야한다

그것이 당연한 섭리

 

사랑해 말하는 순간 마음이 사라진다는 어느 시인의 말

미안해 말하면 미안한 마음이 사라질까..

터질 것 같은 입술은 억지로 붙이고

적다보니 난삽한 사과문을 다시 지우고

 

너는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1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어깨를 피지 못한다

너의 그림자를 볼까 어둠길만 걷고 있다

나는 나를 용서할 수 있을까?

 

나는 너에게 사과를 해야한다

죄를 광장에서 울부짖은 후

게워낸 마음으로 고백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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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질문

 

누군가가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그날 배가 아프도록 웃고 배가 부르도록 먹고

목이 쉬도록 노래를 부른 그날 밤

나는 울지못한 지난 밤을 갚듯이 울면서 밤을 지새웠습니다

나는 그날 너무나 외로웠습니다

이렇게나 내가 외로웠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에 괴로웠습니다

눈물이 멈추지 않을 정도로 외롭고 괴로워서

울어서 눈이 아파 다시 울정도로 울었습니다

 

누군가가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나는 방끗 웃음으로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