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왔어?”
아오가 눈시울을 붉게 한 채로 밖으로 나왔다. 휴엔은 미안했는지 머리를 긁적이고 있었다. 그러나 아오는 그를 무시하며 휴엔이 부른 마차에 탔다. 그리고 아오는 타자마자 마부에게 지도를 보여주며 의뢰 지점을 가리켰다.
“여기로 가주세요.”
휴엔은 한숨을 쉬며 류와 같이 마차에 타며 아오의 건너편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마부는 말들을 몰기 시작했다.
“아일레우스 산맥이면 가다 중간에 내려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잃은 자들이 워낙 많아서 말이죠.”
“뭐… 좋아요. 그러면 두 시간쯤 뒤에 또 그 자리에 데리러 와 주실 수 있나요?”
“저야 좋죠~”
마부는 콧노래를 부르며 말을 몰았다. 그러자 마차가 가속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휴엔은 눈을 감고서 말했다.
“그럼 도착하려면 한 1시간은 걸리겠지… 잠이나 자야겠네.”
“도착하면 깨울 게~ 그 전에 안 깨면 말이지.”
휴엔은 수면제를 먹기라도 한 듯 순식간에 잠들었다. 그러자 류는 휴엔을 땅바닥으로 넘어뜨리며 다리를 벌리고 앉았다.
“마부 아저씨~! 빨리 갑시다! 이 녀석 깨기 전에요!”
“풋…”
아오가 류의 재치있는 행동에 웃음을 지었다. 류가 어떻게든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휴엔은 그 덕분에 자는 내내 마차와 함께 몸이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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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꿈을 꾸었다. 교회가 불타오르는 꿈을, 어린 시절의 내가 대검에 짓뭉개지는 꿈을, 그 망할 악몽을, 또 한 번 꾸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대검에 짓뭉개지는 꿈이 아니라 이번에는 내가 대검을 힘겹게 들며 일어섰다. 그리고 겨우겨우 죽을 힘을 다하여 교회 밖으로 나가기 위해 한걸음, 또 한걸음 걸으며 나아갔다. 그러나 나는 힘이 다했는지 쓰러졌고, 또 다시 불길이 나에게 엄습해오기 시작했다.
“아… 머리 아파라…”
“깼냐?”
나는 어째서인지 마차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아오는 나를 못 본 척하고 있었고 류는 그저 웃고 있었다. 나는 땅바닥이 덜컹거리는 느낌을 받고서야 무슨 상황인지 깨달았다. 이 망할 자식이 나를 넘어뜨리고 자기 혼자 편하게 앉은 거다. 나는 일어서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류 덕분이라 해야 할지 아니면 마차의 흔들림 덕분이라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 덕분에 잠이 깼다.
“얼마나 남았어?”
“얼마 안 남았어~ 한… 아저씨! 몇 분 남았죠?”
“거의 다 왔어요~ 1분이면 도착합니다~”
“들었지?”
그가 마부에게 묻자 나는 권총을 점검하고, 돌리며 묘기를 부리는 듯이 홀스터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본 류는 웃으며 나를 놀렸다.
“푸하하핫! 그거 영화 같은 데서 나오는 거 아니야?”
“시끄러워. 가면 아마 싸울 텐데, 너도 전투 준비나 해.”
“알았어~ 그렇게 신경질 부리지 마~”
“아오, 너는 준비 됐어?”
“내가 준비할 게 뭐가 있다고… 여기서 몸을 풀 수는 없잖아…”
지당한 말씀이군. 내가 대검의 상태를 확인할 때 즈음에 마부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왔습니다! 여기서부턴 걸으셔야겠습니다. 2시간 뒤에 다시 오면 되는 겁니까?”
“네, 한 10분 정도는 늦을 수도 있어요.”
“아유 10분 정도야 여유죠~ 1시간 넘게 기다리게 하는 손님도 있는데~”
류가 마부와 대화하는 사이 나는 대검의 줄을 내 등에 메고 있었다. 아오와 류가 마차에서 내리고 우리는 걸어가기 시작했다. 먼 거리도 아니다. 한 3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이다. 하지만 이 3분의 거리에는 생각보다 많은 것이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아… 가는 길에 잃은 자들이랑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네.”
“뭐 어때서? 몸도 풀고 좋겠네.”
“너는… 하, 아니다. 그냥 가자.”
이런 녀석과 논쟁을 하기 시작하면 머리 아파진다. 나는 한숨을 쉬며 터벅터벅 걸어갔다. 나는 그러면서
“그건 그렇고, 그 동굴에 뭐가 있는 거야?”
“몰라. 탐색 의뢰잖아. 아마 안에는…”
“잃은 자들이 득시글대겠지. C에서 B등급 잃은 자들이 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류가 내가 하고 싶던 말을 가로챘다. 내가 잃은 자들을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위험도 D인 스토커조차 많으면 위험하다고 한다. 그런 것들이 떼거지로 있는 이 아일레우스 산맥은 내가 살았던 곳임에도 상상 이상의 마굴일 것이다.
“C에서 B…등급? 미안, 잃은 자의 등급은 잘 몰라…”
“그럼 베테랑인 내가 설명해 줘야겠네! E에서 D 등급은 사실상 야생동물 수준이고~ C등급부터 발생하면 꽤 위험한 녀석들인데… 보통 아일레우스 산맥에 가면 E 등급 워커만큼 자주 볼 수 있어. 그리고 다음은 B 등급은 강력한 지휘 계통 잃은 자야. 그리고 A등급은…”
“A등급이 나오면 그건 질투의 기사단 관할이 되는 거 아니야?”
“그…렇지. 그래도 돌발 상황이라는 게 있잖아?”
“세, 네 명이 모여야 겨우 잡는 괴물을 굳이 도망을 안 치고 죽이려 한다고? 그럴 필요가 있나?”
류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던 중 우리는 의뢰의 목적지인 동굴 앞에 도착했다. 그 동굴 안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동굴의 입구를 살피던 중 동굴 주변에서 돌이 박살 나는듯한 소리가 났다. 나는 그것에 반응하여 소리가 난 방향으로 권총을 쏘았다.
탕!
그러자 사람의 형체에서 총알이 튕겨 나갔다. 그것은 총알이 강철에 닿았다는 느낌이었다.
“^$!@$”
“어, 저거… 타이런트 같은데…”
타이런트, 린 씨에게 들은 적이 있다. 봤던 것처럼 몸이 말도 안 되게 단단한 잃은 자였던가? 그것이 포효하자 주변이 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을 본 나와 다른 둘은 자세를 잡았다.
“저거… 진짜 우리가 잡을 수 있는 거 맞지?”
“힘들긴 할 거야. 타이런트면… 위험하기로는 A랑 비슷할 정도니까. 다른 B등급인 스켈레탈은… 반대지.”
제길, 재수에 옴 붙었군. 아무리 단단해도 총알이 통한다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겠지만…
“한번 해보자! 어쩔 수 없잖아?”
아오가 주먹을 쥐며 자세를 잡았다. 총알이 튕겨 나가는 것을 보고도 도망칠 생각은 안 하는구나. 내 동생이지만 이럴 때만큼은 진짜 다른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해 보자…”
탕! 탕! 탕! 탕!
나는 말하고 나서 바로 그것에게 달려들며 총을 쏘았다. 나는 권총을 계속 쏘아 보았지만, 총알이 통하는 부분이라던가, 아니면 약점을 찾을 수는 없었다… 총알이 통하는 곳은 전혀 없다는 건가?!
“간다앗!”
아오가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좋은 판단이다. 아오라면 강한 잃은 자라도 근접전을 어느 정도는 유리하게 잡아갈 수 있겠지. 나는 뒤로 돌아가서 지원 사격을 하는 게 좋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타이런트가 아오를 무시하며 나에게 달려들었다. 총알을 쏜 것이 그렇게나 마음에 걸리냐?!
“^%!@$!!”
나는 녀석이 나에게 달려들려 하자 권총의 총알을 미친 듯이 쏘아댔다. 한 발, 두 발, 세 발, 네 발, 다섯 발까지. 이런, 탄이 부족하다. 재장전을 미리 해 두었어야 했다. 그랬다면…
“끄아아악!”
이렇게 날아가는 일도 없었겠지. 녀석은 나를 잡고 냅다 동굴 쪽으로 던져버렸다. 빌어먹을 어디까지 날아가는 거야~! 이대로 계속 날아 가다가는 동굴 입구에 부딪힌다. 그렇게 되면 최소 중상… 잘못하면 즉사다. 나는 풍압을 견디며 동굴 입구에 대검을 꽂아 충격을 완화시켰다. 그런데…
“끄아아아… 내 허리야…”
허리에 격통이 왔다. 그리고 충격을 완화 시켰음에도 손이 자꾸 떨려왔다. 만약 그대로 부딪혔다면…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 이 정도면 아오도…
“으랴랴랴! 제대로 덤비란 말이야!”
…쟤는 걱정할 필요 없겠군. 저런 괴력을 가진 괴물이랑 1 대 1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저건… 그래 저건 마치…
“고릴라.”
“응? 고릴라?”
아차, 류가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웃으면서 나를 일으켰다. 내 혼잣말을 들은걸까? 그는 계속 웃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애써 그를 무시하며 타이런트에게 달려들었다.
“권총이 안 통한다면 역시…”
나는 능력을 발동했다. 권총이 안 통한다면 근접전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셈블러… 산탄총!”
나는 예비 부품을 꺼내어 능력을 사용해 권총을 산탄총으로 바꾸었다. 수평 쌍대 식 더블 배럴 샷건이다. 이 정도면 근접전에 충분하지. 나는 대검과 산탄총을 들고 타이런트에게 달려들었다.
“아오!”
“응?”
나는 타이런트에게 검을 휘둘렀다. 벤다고 하기보다는 타격이라 하는 것이 어울리는 대검으로 타이런트의 오른쪽 옆구리를 공격했다. 아오는 그 순간 나의 대검을 잡고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넘어가며 타이런트에게 발차기를 하였다. 그러자 녀석은 아픈 것도 잊었는지 나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
“크윽… 떨어져!”
나는 대검으로 그 녀석이 나를 물어뜯으려 하는 것을 막았다. 그런데… 하, 진짜 말도 안 되게 힘이 세네. 나는 다른 한 손으로 녀석의 몸에 산탄총을 겨눴다.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자 말도 안 되는 반동이 내 손을 덮쳤다. 그도 그럴 게 안 그래도 반동이 심한 산탄총인데, 두 발을 동시에 발사하는 더블 트리거 방식 산탄총이다. 하지만 덕분에, 위력도 끔찍하도록 강해졌지. 타이런트는 그것을 맞고 순식간에 저 멀리 날아갔다.
“@^#$^#$!!!!!!”
저 멀리 나무에 부딪힌 그것은 순식간에 일어서고는 포효했다. 그 순간이었다. 류가 그것의 뒤에 나타나서 수많은 환영 검을 만들어냈다.
“포인트 오브 소드! 제 2식, 승천!!”
류는 타이런트를 잡자 그 수 많은 검이 타이런트에게 날아들어 꽂혔다. 그리고 류가 그것 중 하나를 뽑아 타이런트를 대각선으로 베었다. 그 순간이었다. 푸슉 하는 소리가 나며 환영 검들이 순식간에 뽑혔다. 환영 검들이 순식간에 뽑히자 타이런트는 쓰러졌다. 그리고는 류가 다가가 자신의 장도를 타이런트의 가슴팍에 찔러넣었다.
“후… 그래도 날붙이는 통해서 다행이네.”
나는 그 순간 류에게 달려가서는 그에게 귓속말을 했다.
“아오한테는 말하지 마… 나 죽는다. 진짜로…”
“그… 그래…?”
아마 자신에게 고릴라라고 했다는 것을 알면 아오는 예전처럼 나를 천장에 꽂는 걸로는 끝나지 않겠지.
“무슨 이야기해?”
“응? 아냐 아냐, 빨리 가자~ 안에 뭐가 있을지는 모르잖아?”
“좋아, 들어가자. 안을 탐색하는 의뢰니까.”
“아~ 들어가기 싫어~! 허리 아파 죽겠어!!”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안으로 들어가기 너무 귀찮았다. B등급이라는 타이런트가 이 정도인데 위험도가 A인 잃은 자가 나타나면 내가 제일 먼저 죽을 것만 같았다.
“그래, 좀 힘들만 하지. 좀 쉬었다 가자.”
“아니 안간다고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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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하면 2일에 한편씩 적을 수 있는데. The Client를 끝내고 3일에 한편씩 올리는 게 편하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