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또 그 꿈이었다. 교회가 망할 불꽃에 타오르는 그 꿈이었다. 평상시에 꾸던 꿈에서 나의 모습은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내 모습은 현재의 내 모습이었다. 이번에 나는 대검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나는 불타오르는 교회의 밖으로 나섰다. 그 순간 교회의 출구에 수단을 입은 한 사내가 서 있었다. 내가 그를 바라보자 사내는 나에게 걸어왔다. 그 사내는 나에게 다가와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휴엔…! 살아 있었구나.”
아버지였다. 아버지께서는 내 얼굴을 어루만지시더니 눈물을 흘리셨다. 그러고는 나를 안으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넌 뭐야?”
“무슨 소리니 휴엔… 나야, 너의 아버지인 하멜이야.”
“개소리하지 마. 너는 뭐냐고 묻는 거야.”
“흠… 감이 꽤 좋네? 어떻게 안 거야?”
“아버지께서 수단을 입는 모습을 본 적은 없거든. 대답이나 하시지. 넌 뭐야?”
그 사내는 나에게서 떨어지며 기괴한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의 얼굴로 기괴한 표정을 짓자 기분 나빴다. 하지만 녀석의 대답을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 사내는 나에게 얼굴을 들이대며 말했다.
“난… 너야.”
덜컹!
“아… 씨발……”
그 순간 내가 의자에서 떨어지며 잠에서 깼다. 젠장, 별 거지 같은 꿈이 다 있네. 심지어 누워서 잔 것도 아닌 앉아서 자다가 쓰러지다니. 류가 웃는 소리가 들리자 짜증이 났지만 나는 류가 손을 내밀자 그것을 잡고 일어섰다.
“몇 시냐?”
“1시 10분쯤, 거의 다 왔어. 그건 그렇고 이 애는… 곧 깨려나?”
“걱정하지 마, 아오. 심장은 뛰고 있다니까?”
조금 늦네… 아 맞다. 아이가 나체여서 마부를 설득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지… 창문을 통해 주변을 둘러보자 이미 텔레스 시내에 도착했다. 나는 대검을 땅바닥에 널브러뜨리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아오는 나의 건너편에 아이에게 무릎베개를 해주면서 아이를 눕혀주었다. 아이는 여전히 의식이 없었지만 아마 몇 시간이 지난다면 정신을 차리겠지?
“자~ 도착했습니다~ 다음에 또 불러주세요~”
나는 대답하지 않고 대검을 쥐고 빠르게 내렸다. 그러자 아오가 마부가 있던 앞자리로 가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얼마죠?”
“왕복으로 2시간이었으니까… 20 아크입니다~ 고객님.”
마부는 아오에게 손을 내밀었다. 쟤가 계산하고 오겠지. 나는 아이를 공주님 안기로 데리고 린씨의 여관… ‘린의 ☆ 여관’으로 향했다. 정말 린 씨의 저 네이밍 센스는… 뭐랄까 굉장히 4차원 적이었다. 나는 대검을 다시 등에 메면서 문을 열었다. 내가 들어왔을 때, 린 씨는 무언가를 마시고 있었다. 나는 린 씨에게 다가가서 아이를 테이블에 눕혔다.
“린 씨, 얘 상태 좀 봐주실래요?”
“응? 어머, 너… 그런 취향이었니?”
“시끄럽고… 한 시간째 안 깨길래요. 죽은 것 같지는 않은데…”
“음… 어디 봐. 잠시만 기다려.”
린 씨는 그 아이의 몸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잠시 그 아이를 살펴보더니 입을 열었다.
“별문제 없는데? 그냥 자고 있어.”
“그러면 다행이네요. 류, 이 애 좀 2층으로 데려가 줘.”
“그래~ 그래~ 귀찮다 이거지? 뭐, 좋아. 몇 번 방이야?”
“대충 올라가면 왼쪽에서 두 번째 방에 데려다 놔. 어차피 문은 열려 있으니까.”
류가 계단으로 향하자 린 씨는 나에게 다가오라는 손짓을 했다. 내가 다가가자 린 씨는 테이블 뒤의 문을 열었다. 생각해 보니 내가 잡아온 범죄자들을 저기로 끌고 가곤 했지. 나는 그곳으로 들어오라는 린 씨의 제스처를 보고 그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회색 꽁지 머리를 하고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가 테이블에 발을 올린 채로 담배를 피고 있었다. 그 사내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 붉은 눈이 나를 압도했다. 그 사내는 분위기와 눈빛만으로 나를 압도했다.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내 모든 감이 말했다. 이 사내는 내가 5년간 만난 어떤 현상수배범보다 강하다. 내가 크게 유명한 범죄자를 잡은 적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사내의 분위기는 그 어떤 범죄자들보다 압도적이었다. 중력이 열 배는 강해졌다.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중력이 강해진 것인지 헷갈렸다.
“당신이 휴엔 씨군요. 뵙고 싶었습니다.”
나는 그 무거운 중력을 느끼며 발걸음을 뗐다. 나는 그 앞으로 걸어가며 의자에 앉았다. 내가 앉자 내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린 씨가 그의 뒤에서 그 사내의 뒷통수를 후려갈긴 것이다.
“담배 꺼.”
“아… 죄송해요.”
린 씨가 평상시에는 본 적 없는 표정으로 주먹을 풀고 있자 그 사내는 담배를 들고 있던 손으로 담배를 움켜쥐어 담뱃불을 껐다. 그 순간 내가 느끼던 중압감도 사라졌기에 나는 드디어 입을 뗐다.
“저한테는 무슨 용무시죠?”
내가 질문하자 그 사내는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넣더니 지갑을 꺼냈다. 그리고 그는 그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어 나에게 주었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만나서 반갑군요.”
어디 보자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기에…… 뭐? 잠깐만, 잠깐만, 내 눈이 잘못됐나? 나는 내 눈을 비비며 그 명함을 살펴보았다. 깔끔하게 차려입은 앞에 있는 사내의 사진과, 그 옆에 적혀있는 충격적인 글.
“저… 절제의 기사단장 서드?! 당신 같은 거물이 대체 왜 이런 누추한 곳에?!”
“음? 저야 언제나 일 때문에 여기저기 돌아다닙니다만…”
절제의 기사단, 8개의 기사단 중 치안 관리를 담당하며 헌터 전체의 관리도 하는, 즉 헌터들의 윗대가리들…
“제가 의뢰한 일을 성공적으로 마치신 것 같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 사람이 의뢰했던 일? 뭐였지? 내가 그런 일을 했던가? 아니면 이번 의뢰조차 이 사람이 의뢰한 건가?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 나는 혼란했으나 그 때마침 린 씨가 나에게 다가와서 귓속말을 했다.
“배달이랑… 이번 수색 의뢰, 둘 다 서드가 맡긴 거야.”
린 씨가 말해주자 문득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뭐지? 왜 나한테 이런 의뢰를?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으나, 그 순간 서드 씨가 종이 한 장을 건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저희 기사단에 들어오실 생각 없으십니까?”
기사단! 그 말에 나는 그 종이를 보며 머리 속에서 계산부터 시작했다. 초봉이 12,500 아크. 말도 안되는군. 거기에 실력 검증 후 자기 위치에 맞는 석차에서부터 시작…? 위험 수당 및 야근 수당은 확실히 하고… 완전 좋잖아?!
“작업 하지 말랬지? 얘는 안돼.”
“하하… 알겠어요.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죠. 우선 이번 의뢰가 어땠나요?”
“별 이상한 사람이 안에서 잃은 자들을 상대로 실험을 하고 있었어요. 거기에서 어린 아이도 납치당해 있었어요.”
“어린아이가요? 납치범은 어떤 사람이었죠? 인상착의를 알려 주실 수 있겠습니까?”
인상착의라… 그 자식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는데… 대충이라도 말해줘야겠군.
“초록색 계열의 후드를 쓴 갈색 머리의 남자였어요. 자세히는 못 봐서 얼굴은 설명이 조금…”
이 정도면 됐겠지. 솔직히 기사단이 그런 자식을 잡든 못 잡든 아무 상관 없다. 그 녀석이 나에게 잡힌다면 보상금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런 녀석이 나에게 달려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던 내가 알 바는 아니다. 서드 씨는 그것에 대해 열심히 메모했다.
“좋습니다. 그럼 받은 정보를 토대로 추적해 보도록 하죠. 그리고 두 번째로… 한동안 제 의뢰를 계속 맡아 주실 수 있습니까?”
“무슨 말씀이시죠?”
“한동안 이 주변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일손이 좀 필요합니다. 보수는… 언제나 섭섭하지 않게 드리죠. 어떠십니까?”
“보수만 괜찮게 준다면… 저야 좋죠. 그럼 용무는 그게 다인가요?”
아… 귀찮아. 졸려 죽겠는데 왜 이렇게 귀찮게 하는 거야. 나는 일어서기 위해 테이블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그는 아직 할 말이 남았는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금방 복귀하셨겠지만 의뢰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
하 젠장, 바로 나가서 일해달라는 건 아니겠지? 귀찮아 죽겠는데…
“지금 당장은 안돼! 방금 돌아온 건 알잖아?”
린 씨가 서드 씨에게 말했다. 린 씨와 오래 알고 지내다 보니 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다 읽으셨던 모양이었다.
“아뇨, 내일이나 모레나… 언제든 가능하시면 해 주시면 되는 일입니다.”
언제든…? 가능하다면…? 의뢰를 하는 것은 귀찮았지만 이 두 단어에 신경이 쓰였다. 무슨 의뢰인지 별로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의외로 다른 일을 하면서 이 의뢰를 완수할 일이 생긴다면 편할질지도 모른다.
“무슨 일인지나 들어보죠.”
내가 다시 앉으며 물어보자 서드 씨는 매고 있던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그런데 이 종이는 혹시…
“수배범입니다. 텔레스에 숨어있다는 정보가 있거든요. 혹시 발견하시거든 정보를 저에게 넘겨 주셨으면 합니다. 만약 잡아 오신다면 현상금과 의뢰비를 따로 지급하죠.”
“흐음… 얼마 정도죠?”
“현상금은 3,000 아크입니다만, 정보 제공 시 400 아크, 잡아 오시면 5,000 아크를 드리는 것으로 하죠.”
“5,000 아크요? 흠… 알겠습니다. 일단 수배서를 받아 두도록 하죠.”
나는 수배서를 받고 그것을 말아 끈으로 묶었다. 그러던 중 린 씨는 서드 씨에게 다가가더니 곧장 질문했다.
“뭐 하는 사람이길래 너가 쫓고 있는 거야?”
확실히… 이상하긴 하네, 기사단장이 쫓을 정도의 거물이라니. 뭐 하는 녀석이지? 나는 귀찮아서 수배서를 보지도 않았지만, 문득 든 이 호기심에 수배서를 펼쳐서 사진을 보았다. 그곳에는 머스킷을 든 한 명의 여성의 사진이 있었다. 하지만 사진 속의 그녀가 입은 복장을 보고 나는 매우 놀랐다. 왜냐하면…
“누구냐고요? 붕괴의 기사단 전 3석 라미르 틸라우, 탈주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