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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니냐는 니 말에 찔렸던 걸까.

"나 다 먹었으니까 먼저 올라갈게."

너도 이야기 하기 싫어하는 나를 알아차렸는지 별 말 없이 보내줬었지.

나는 그때 더 이상 너랑은 대화할 일 없겠지 라고 생각했어.

그야 그렇잖아 대답도 재미없게 하고 말도 흐리고 그런 나랑 계속 이야기 하고 싶은 게 이상한거지.

너는 친구도 많았잖아. 공부도 잘하고 잘생겼었으니까.

"오늘도 밥 같이 먹으러 안 갈래?"

그런데도 너는 왜 또 나한테 왔었던거야.

"...나 아까 매점갔다와서 배불러."

"왜 거짓말해?"

"어?"

"너 계속 반에있었잖아."

이때 내 얼굴이 얼마나 뜨거워졌는지.

"............."

"............."

"......밥...가자...."

"뭐라고?"

"밥 먹으러 가자고..."




그날부터 계속 너는 점심시간만 되면 나한테 와서 같이 먹자고 해줬었지.

친구가 없는 나한테는 솔직히 좋아해야 할 일이지만 같이 먹어도 내가 별로 해줄 말도 없고 대화 이어나가는 것도 벅찼었지.

솔직히 니가 친구였으면 좋겠다고 계속 생각하긴 했었어 그러면서도 니가 또 다른 생각을 하는건 아닐까 나한테 계속 밥먹자고 하는게 또 다르게 나를 괴롭히려고 하는 건 아닌가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어.

같이 밥 먹은지 6일째 되는 날.

그날도 같이 밥 먹으면서 잘 이어지지도 않는 대화를 억지로 이어가고 있었지

그러다가 이전 중학교 때 같은 학교였던 애들. 지금도 같은 학교인 아이들이 우리를 봤었지.

사실 그때까지 안걸린 것도 참 다행이긴 해.

"뭐냐 김얀붕 김얀순이랑 밥먹냐?"

"뭐 저런년이랑 밥을 먹냐 입맛떨어지게."

내 업보긴 해도 진짜 씨발련들이긴 하네.

"얀붕아 선생님이 얘 챙겨주라고 시킴?ㅋㅋ"

나도 자주 그렇게 생각하곤 했지 너는 반장이었으니까.

"얀순이 내 친구야 친구랑 밥 같이 먹는게 잘못됬니?"

나랑 친구라는 소리를 몇년만에 들어본걸까.

그 소리 이후에는 주변에서 뭔 소리를 했는지 기억도 잘 안나.

몇년동안 기만질만하다가 1년동안 왕따당하고 자존감 바닥을 치는데

그런소리를 해주는 니가 너무 고마웠어.

그때부터는 매일 점심시간이 기다려졌었지.

내가 먼저 같이 밥먹으러 가자고 말하기도 하고.

"저...얀붕아.."

"밥 같이 먹으러 가자고?"

조금 간접적이긴 했었지만ㅋㅋ

말도 하루에 해봐야 다녀왔습니다 다녀오겠습니다 여서 말을 제대로 이어나가는 방법을 잊었던 나에게 있어서 너랑 이야기 하는 시간은 다시 사회성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됬어

매일 매일 점심시간마다 너랑 하는 이야기는 점점 길어졌었고 나름 대화라고 부를만 한게 되어갔지.

"얀순이 너는 평소에 뭐해?"

"책 보거나 노래 들어. 너는?"

"어 ㅋㅋ 나랑 비슷하네 나도 공부 안할땐 책이나 노래들어 ㅋㅋ 무슨노래 좋아해?"

"외국 인디 밴드인데... 아"

이때 솔직히 심장 철렁했어 찐따마냥 tmi하는거 겨우 막았거든

"나도 외국 인디 밴드 좋아해 너 Jet Black Hair라는 노래 들어봤어?"

세상에 니가 왜 이 노래를 알고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내가 말하려고 했던 노래였거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야! 헐 너 어떻게 알아 이거?"

이때 너무 좋아서 주체가 안되더라 평소에 말도 잘 없고 조용한데 

니가 내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알고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 너무 좋았었나봐

"나도 이 노래 좋아해서 자기 전에 수십번씩 반복시켜놓고 잤었어 ㅋㅋ 와 이게 이렇게 겹치네"

너는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나와 닮은 점이 있더라

그게 내가 너한테 빨리 빠져들게 했나봐.

너는 정말 이야기 하면 할수록 알면 알수록 내 이상형이었고

어느순간 니가 그냥 이상형 그 자체가 되었더라.

너랑 이야기하는게 너무 즐거웠어.

그 때문인지 점점 내가 이야기를 시작할 때도 많아졌고.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너라는 사람에 대해 더 알고싶고 니가 다른 친구보다 나를 가장 중요시 하고 가장 친하게 지냈으면 하고 생각했어.

처음에는 그냥 급식을 같이 먹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했었고,

너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했었는데.

너 때문이야.

니가 내 친구라고 말해준 것 때문인지 계속 욕심이 나더라.

더 가까워 지고 싶어서 나는 너한테 점심시간이 아닌 반에서도 말을 걸기 시작했지.

너는 정말 공부밖에 안 하는 사람이더라.

남자아이들한테 그 흔한 롤 한번 안해보고 유튜브도 공부 방해된다고 잠궈놓고.

너랑 더 많은 걸 이야기하고 싶었어.

그래서 내가 놓고 피하고 미뤄두고 부정하고 있었던

공부를 다시 잡았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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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전싸지름

안경 단발 교복 얀순이 마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