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 https://arca.live/b/yandere/19738054

색욕 - https://arca.live/b/yandere/19738799?category=%EC%86%8C%EC%84%A4&target=nickname&keyword=crow&p=1


해가 떨이진지 몇시간이 지났는지 


그저 컴퓨터를 들여다 보며 타자를 친다. 


마른 세수를 하며 잠을 깨려 하자마자 


"선배, 여기 커피요! 죄송해요~ 저 때문에!" 


"하하, 아니야." 


"나도 예전에 너처럼 신입일때 선배가 이렇게 도와주셨으니까." 


"내 선배님 한테 감사하렴." 


"넵! 열심히 할게요!" 


그렇게 차갑던 사무실의 공기가 


따듯한 커피향으로 가득차 마음을 따듯하게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겠던 업무도 


조금씩 끝이 보였다. 


그렇게 둘이서 일을 마무리 하곤 


후배가 물어보았다. 


"저, 선배! 저녁도 안드시고 도와주셨는데.. 제가.. 밥 사드려도 될까요..?" 


"응? 아.. 미안 오늘은 친구들하고 약속이 있어서!" 


"아..앗! 네! 미안해 하실거 없어요!" 


"나중에 사줘! 그럼 나 먼저 가볼게~." 


가벼운 발걸음으로 친구들이 있는 번화가로 나간다. 


그런데 어딘가 다른 세상인것만 같은 


좁은 골목길이 있었다. 


"이 길.. 원래 있었던가?" 


"이쪽으로 가면.. 일찍 도착하겠지?" 


그렇게 천천히 골목길의 어둠속으로 들어갔다. 


바로 밖은 하늘의 별도 보기 힘들 정도로 밝은데 


어째서 이곳은 이렇게도 어두울까? 


그렇게 중간 쯤 걸어왔을 땐 


허름하지만 아기자기 하고 분위기 있는 음식점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이름은 카니발 리듬. 


전광판의 메뉴들이 너무나도 먹음직 해보여서 무심코 서서 구경하게 되었는데 


"저.. 저기.." 


"아..? 앗! 네?" 


"계속 밖에 서계셔서.." 


음침하지만 너무나도 아름다운 여성이 가게문을 반쯤 열고 경계하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어찌나 주변이 어둡던지 그 여성분의 눈이 빛나는것 같았다. 


"아, 제가 이 쪽으로 처음 와보는데 음식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아.. 아아~!" 


여성분의 눈에 생기가 돌면서 선물을 받은 어린아이 처럼 빛난다. 


"저, 그럼! 들어오세요!" 


"아..! 저 친구들하고 약속이 있어서.." 


"그..그러시구나.." 


"대신.. 내일 아는 사람하고 같이 올게요!" 


"내일도 여시죠?" 


"ㄴ..ㅔ..네! 당연하죠!"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장사 잘 하세요~." 


내가 인사를 마치고 걸어가면서도 


계속 해서 나를 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저런 외진곳에서 장사를 하다보니 


사람이 그리웠나 보다. 


"그래도.. 저 정도로 이쁘시면 전단지라도 돌리면 사람들로 꽉 찰텐데.." 


혼잣말을 하며 고등학교 친구들, 3명이 모여있는 모임에 도착했다. 


"좀 늦었다!" 


"저새낀 맨날 늦어?" 


"너만 일 있냐!" 


"야! 술 부터 받어!" 


거칠게 환영 인사를 받지만 


모두들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다. 


오랜만에 만나서인지 내가 왔을땐 이미 소주가 6병 맥주가 4병이 쌓여있었다. 


"너희들 벌써 이만큼 마셨어?" 


"어쩌냐~ 저기 니 여친이 너 없어서 재미없다고 술이나 마시는데~" 


"부러운새끼..." 


"그런거 아니라니까!" 


남자 셋에 여자 한명 


여느 친구 모임과는 색다른 인원 구성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것이 


나는 중학생때도 같은 학교여서 친했던 하루에게 고백하기 위해서 접근 했던것이 


고등학생때 만나게 된 이 둘이니까. 


하지만 그 둘은 금세 마음을 접었고 항상 나와 하루를 놀리곤 했다. 물론 지금까지도. 


내가 즉답으로 거절하니 이미 많이 마셨음에도 하나도 취하지 않은 하루가 화내며 말한다. 


"야! 넌 나랑 엮이는걸 고마워 해야하는 거라니까?" 


"아무튼.. 넌 늦게 왔으니까.. 소맥으로 시작해!" 


내가 맥주 큰 캔 하나면 취해버리고 


두 캔을 먹으면 필름이 끊길 정도로 술이 약한걸 알면서도 항상 


하루는 그걸 놀리려는 듯 술자리에서 항상 술을 먹이려 했다. 


"아.. 나 술 못하는거 알면서도 맨날 그러냐?" 


""야... 그럼 내가 오랜만에 하루가 타준 술 좀 먹어보자~" 


얼큰하게 취해버린 친구 한명이 술잔에 손을 대기도 전에 


하루는 손을 낚아채 꺾으며 얼굴에 핏줄을 세우며 말했다. 


"취한거 같은데..? 보내 줄테니까 거절하지 말고!" 


그리곤 둘이서 티격태격 하다가 하루가 그 친구를 이끌고서 나가더니 


금세 혼자 술집으로 돌아왔다. 


홀짝 홀짝 술을 마시던 옆의 친구 녀석은 갑자기 내일 친가에 가야 한다며 


돈을 넉넉하게 놓고는 술집을 나갔다. 


하루는 그제서야 웃으며 내 앞에 마주앉아 말했다. 


"정말~ 오랜만에 봤는데 다들 어디로 가버리고~ 의리가 없어! 의리가!" 


"하하.." 


"아무튼 마셔!" 


"하아.. 술마시고 집도 못 돌아가면 어쩌려고.." 


"나 술 안취하니까. 일단 마시라고!" 


내가 계속 술을 마시지 않자 내 입에 술을 강제로 밀어넣었다. 


속이 타는 듯 뜨겁고 


얼굴이 달아오른다. 


눈가가 화끈해 지고 


세상이 빙글빙글 돈다. 


"야아..아니이.." 


"어때? 잔뜩 취한 느낌은!" 


"토 할거 같어.."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었다. 


"너, 날 어떻게 생각해?" 


"치인구우.. 소중한.." 


그렇게 대답하고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건 


무섭도록 날 차갑게 바라보는 하루였다. 


그리고 잠에서 일어나 보니 


하루의 자취방에서 알몸으로 서로를 안고 있었다. 


"으어어어어어! 야! 나 너 한테 뭔 짓 했어?!" 


하루는 무표정으로 


왼 쪽 검지와 엄지로 원을 만들고 


오른 쪽 검지로 꿰뚫었다. 


"ㄴ..내가?" 


"진짜 사람 부끄럽게 하네.." 


하루가 볼을 붉히며 내 눈을 피하고 대답했다. 


혼란스러웠고 죄책감이 몰려왔다. 


난 하루를 친구 이상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내가 내 욕구를 절제하지 못해서 아무리 여자라도 친한 친구에게 이런 짓을 하다니. 


"미.. 미안.." 


"왜? 난 좋았는데." 


하루가 몸을 가리지도 않고 얼굴을 들이밀며 계속 말했다. 


"난 네가 나랑 해줘서 좋았다고." 


"기억 안나면 한 번 더 할까?" 


"미안.. 미안! 진짜! 내가 미쳤나 봐! 너 친구 이상으로 본적도 없고 평생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너한테 손 대고!" 


"내가 뭐든지 할테니까! 없던 일로 하자!" 


"그럼, 그냥 사귀자. 별걸 다 미안해 하고 호들갑이야?" 


"그것만.. 빼고.." 


하루의 눈이 점점 촉촉해 져갔다. 


"너.. 넌 어떻게.. 그렇게 사람이 둔감하냐...?" 


"미안해.." 


"됐어. 너 지금 나랑 안사귀면 평생 나도 너 안볼거야." 


그 말을 듣고 고민했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사귀는게 


과연 얼마나 오래갈까? 


아니 하지만 사귀면서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반대로 사귀어도 좋지 않으면? 


난 소중한 친구의 마음과 몸을 가지고 논 쓰레기가 될 뿐이다. 


연신 미안하다고 말하고 옷을 챙겨서 집으로 향했다. 


여기서 10분 정도 거리인데 


정말 일 때문에 이 정도 거리임에도 많이 봐주질 못했구나 


생각이 들며 죄책감에 휩싸였다. 


집에 도착해서인지 그제서야 속이 쓰리고 머리가 깨질듯 아파왔다. 


후들 거리는 팔과 다리로 해장 라면을 끓여 먹고서 


방금 전 일을 생각하니 


이젠 하루를 볼 면목이 없었다. 


계속 나를 헐뜯고 욕하며 누워 있다가 스르륵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땐 직장의 후배가 전화를 걸었을 때였다. 


창문을 보니 해가 져가고 있었다. 


"여보세요?" 


"어.. 그래 무슨 일이야?" 


"선배! 오늘 제가 밥 사드리기로 했잖아요!" 


"벌써 잊으셨어요?" 


"아아, 그래 뭐 사주려고?" 


"선배가 가시고 싶으신곳 있으신가요?" 


"음.." 


말을 늘어뜨리며 곰곰히 생각하다가 


번뜩이며 어제 그 음식점이 생각났다. 


"어제 분위기 좋은 음식점을 봐서 한 번 가고 싶었는데.." 


"괜찮다면 거기로 갈까?" 


"네! 그럼 어디로 가면 될까요?" 


"XX역 쪽으로 나오면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 


쓰리던 속도 깨질듯한 머리도 조금은 나아진걸 확인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집을 나섰다. 


아직 초 가을일텐데 엄청나게 옷을 껴입은 여성인지 남성인지 구분도 안가는 사람이 지나갔다. 


"와, 안덥나.."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서 이어폰을 끼곤 걸어갔다. 


노래를 트는건 그저 버릇이었다. 


마음속은 하루에게 어떻게 사과를 해야할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 잘못이긴 하지만 하루 아침에 친한 친구를 못보게 되는건 슬펐기 때문이다. 


걷고 또 걸으며 


생각 또한 쉬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XX역에 도착했다. 


주변을 쭉 둘러보니 


마침 후배가 나를 보곤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나도 손을 흔들어 주었고 후배가 내 뒤를 넘어 무언갈 보더니 


"선배! 저 사람 좀 봐요! 엄청 추위 타나봐요!" 


뒤를 돌아 봤을 때 


분명 집을 나섰을 때 보았던 그 사람이 있었다. 


뭐지? 그냥 가는 길이 겹쳤던 건가? 


"그러네.. 엄청 추위 타나보다.." 


"일단 가자! 어제 친구들 보러 가다가 발견했거든!" 


함께 걷고 걸어서 다시 그 골목에 들어섰다. 


해가 져가고 있다곤 하지만 


너무나도 어두웠다. 


"저기.. 선배? 여기에 진짜 있어요?" 


"나도 놀랐다니까~" 


곧 어제 보았던 음식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와.. 진짜네.." 


후배는 눈을 휘둥그레 뜨고서 말했다. 


내가 오자마자 문이 다시 반쯤 열리더니 어제 그 여성분이 얼굴을 내밀고 말을 걸었다. 


"여, 옆에 분은..?" 


"아내..?"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직장 후배인데. 저녁을 같이 먹기로 해서요!" 


"드.. 들어오세요!" 


내 반응을 보곤 문을 열어주었다. 


내부의 인테리어는 편안하고 매우 따듯해서 비싼 호텔 방이라 해도 믿을것만 같았다. 


한켠에 자리를 잡고 앉자 여성분께서 메뉴판을 놓아주시고 물과 식기 물티슈를 나눠 주었다. 


메뉴의 대부분은 프랑스 요리였지만 다른 나라의 요리도 많이 있었다. 


대부분 고기류였다. 


후배와 즐겁게 메뉴를 보며 파스타와 몇 가지 고기 메뉴를 시키곤 대화를 했다. 


"선배.. 여기 진짜 이쁘네요.. 왜 이런곳이 잘 안알려졌지?" 


"글쎄.. 너무 깊숙히 있어서 듣고도 찾아오기 힘들어서?" 


"맛이 형편 없을 수 도 있어요...!" 


"그런 말은 실례지.." 


"아.. 죄송..해요.." 


"아니 그렇다고 너무 풀 죽을것도 없잖아?" 


한창 즐겁게 대화를 나눠가던 차 


하루에게 문자가 왔다. 


[나 버리고 만난다는게 어린년이냐?] 


[저렇게 애 같은 아이가 좋디?] 


[큰 가슴보다 작은 가슴이 좋냐?] 


[변태새끼, 길가다가 뒤로 넘어져서 머리나 깨져라.] 


내가 후배와 만난걸 본건가? 


문자에 답장했다. 


[이미 약속을 잡아둬서 어쩔 수 없었어.] 


[어제 있던 일은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생각해.] 


"선배? 표정이 안좋으신데..?" 


"괜찮아! 신경쓰게 해서 미안하네.." 


그 뒤로 하루의 답장이 오지 않았다. 


그 후 시켜뒀던 메뉴가 나왔고 


불안해 하며 입에 넣은 음식은 


너무나도 맛있었다. 


매일 음식점에 들릴 정도가 아니라 


그냥 주인분을 고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 입 한 입이 아까울 정도로 맛있었다. 


하지만 고기를 먹을 땐 기분이 이상했다. 


정말 입맛에 맞았고 맛있었는데 


다시 머리가 핑 돌고 


시야가 흔들렸다. 


잠시 화장실에 들러서 세수를 한 뒤. 


다시 식사를 마쳤다. 


주인분께서 그릇들을 치우고 차를 내어주며 후배를 등지고 나를 보며 물어보았다. 


"음식은.. 입맛에 맞으셨..나요?" 


"네! 너무 맛있어서 주인분을 개인적으로 고용하고 싶다고 생각해 버렸어요!" 


"그럴 돈은 없지만서도 하하.." 


주인준은 지긋이 날 보았다. 


주인분의 동공에 내 얼굴이 비쳐 보인다고 알아챘을 때쯤 


다시 주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리곤 후배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어? 왜 그래?" 


"속이라도 안좋아?" 


"아뇨..!" 


"저, 선배를 좋아해요..!" 


그 순간 주방에서 그릇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 


"음, 내 대답은.. 미안해..." 


"아..." 


"괘.. 괜찮아요! 후련해 졌고! 저 말했다는거 자체에 기쁘니까!" 


"그래.. 먼저 가볼게! 나중에 보자!" 


그리곤 도망치듯 가게에서 나왔다. 


그 때 


내가 같이 가자고 했다면 


후배는 실종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집에 돌아가서 주말이 지나고 회사에 출근 했을 땐 


하루종일 출근을 하지 않았고 연락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퇴근 했을 땐 


경찰이 나에게 전화 했다. 


마지막으로 연락한 기록이 있는데 


어디서 만났는지 무슨 목적이였는지 


또 무언가 이상한점이 없었는지 


모든 질문에 거짓없이 대답했다. 


설마 


내가 고백을 받아주지 않아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거나.. 


하아.. 


여자와 남자 사이에 친구는 없다고 했던가? 


너무나도 피곤하다. 


어머니가 싸주셨던 반찬과 밥을 먹었다. 


이상하다. 


내가 좋아하는 어머니의 반찬이 


이상할 정도로 맛이 없었다. 


어릴 때 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그런 생각은 해 본적이 없는데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나? 


그래도 꾸역 꾸역 뱃속에 넣으니 


자연스레 카니발 리듬의 여주인께서 해주시는 음식이 생각났다. 


정말 맛있었는데. 


그 날은 별일이 아닌듯이 그렇게 넘어갔다. 


하지만 나는 그 뒤로 


죽이나 음료를 제외한 어느것도 먹을 수 없었다. 


고기든 방이든 채소든 


입에 넣고 삼키면 구토를 참을 수 없었다. 


몇 주 정도 제대로 된 식사를 못 했더니 


주위에서 벌써 살이 빠진것 같다며 걱정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카니발 리듬의 메뉴가 눈에 아른거렸다. 


그곳의 음식은 뭔가 다를까? 


오늘 회사가 끝나고서 터벅터벅 그 골목에 걸어들어간다. 


가게에 들어서니 


"어머? 오랜만에 오셨네요..?" 


어두운 곳을 밝히는 촛불 같이 환한 미소에 잠시 배고픔도 잃고 쳐다보았다. 


"저, 여기서 식사한 이후로 음식을 먹으면 토를 해서요.." 


"그래서 여기 음식은 괜찮지 않을까~ 해서.. 하하.." 


그러자 여성분은 안절부절 못하며 조금이라도 건든다면 눈물이 떨어질 듯한 눈망울로 대답했다. 


"제가 만든 음식이.. 잘 못 된거 아니에요? 어쩌지.." 


"병원도 가봤는데.. 문제 없다고 하더라구요.." 


"저.. 그러면.. 스즈키씨! 저번에 질 좋은 고기가 많이 들어와서 그런데..!" 


"식사.. 하시고 가실래요..?" 


무언가 느껴지는 위화감 


내가 내 이름을 말 해줬던가? 


"아, 네 그려러고 온거죠! 근데 제 이름은 어떻게..?" 


"후배씨에게 들었어요..!" 


"후배가요? 그러고 보니 후배가 실종 되었는데 아시는..거..라도.." 


주인분의 눈에 생기가 사라지고 


그리도 밝았던 미소는 


이젠 너무나도 어두워 보였다. 


"왜요?" 


"왜 물어보시는 거에요?" 


"후배는 후배일 뿐 어떤 관계도 아니잖아요?" 


"그.. 그건 맞는데.." 


마치 여자친구에게 바람을 핀걸 들킨듯한 느낌이었다. 


어느샌가 다시 따스하게 빛나는 미소를 하고서 내 손을 잡아 자리에 앉혔다. 


"오늘은 제가 하고 싶은 메뉴를 드릴테니까.." 


"대신 돈은 받지 않을게요.. 그리고!" 


"저도.. 저녁.. 같이 먹어도 될까요..?" 


"돈을 안받으신다구요? 죄송해서 어쩌지.." 


".. 게다가 이런 미인하고 식사하면 제가 다 고맙죠!" 


"후훗.. 앞으로 매일 와줘도 돼요..♡" 


그렇게 말하곤 주방으로 들어갔다.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 이쁜 여자가 웃어주면서 매일 와달라고 하면 오해해서 


가슴이 뛰고 호감을 가지게 된다. 


복잡한 마음을 추스르는 중 


먹음직스러운 음식의 향기가 가게를 가득 채운다. 


배는 계속 고파지고 침샘에서 침이 나온다. 


물을 4잔 째 마셨을 때. 


주인분은 카트에 음식을 푸짐하게 담아와 식탁에 올렸다. 


윤기가 흐르는 고기 


적당한 간의 소스에 재워진 고기 


채소와 볶은 고기 


모든 메뉴는 고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내가 그만큼 배고파 보이고 야윈건가? 


하지만 여기 음식을 먹고도 토하거나 하면 어쩌지? 


주인분이 실망 하실텐데.. 


걱정과 기대가 섞인 첫 입 


맛있었다. 


그때 먹은 그대로 


맛있음을 느꼈다. 


한 입 두 입 


먹으면 먹을수록 


행복함을 느끼고 


포만감을 느낀다. 


그렇게 허겁지겁 먹다 앞을 보니 


주인분은 식사도 하시지 않고서 날 지긋하게 쳐다보았다. 


"저.. 안드세요..?" 


"아아..! 너무 맛있게 드셔서..! 너무.. 기뻐서.." 


"하하.. 다른 음식은 다 먹고 토하고 메스꺼웠는데.." 


"주인분 음식은 이상하게도 맛있고 속도 편하네요!" 


"너무 요리를 잘하셔서 중독 된 걸지도 모르겠어요!" 


"매일 오셔도 돼요.." 


"스즈키씨라면.. 저 항상 식사를 준비 해드릴 수 있어요!" 


"아무리 그러셔도..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좀 힘들죠.." 


"아뇨..! 오늘 처럼.. 항상 무료로.." 


"그건 제가 죄송해서 더 못오겠는데요.." 


"사..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라면... 괜찮.. 을까요..?" 


주인분이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네..네? 하지먼 저희 아직 알게 된지 얼마 안됐잖아요..!" 


"게다가 저 아직 주인분 성함도 모르고.." 


"그럼.. 앞으로 알아가면 안될.. 까요..?" 


주인분은 어느새 자리에 고쳐 앉고서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그.. 그럼.. 이름.. 부터.." 


주인분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솔직히 누군가 주인분께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그 순간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였기에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제 이름은.. 요시노에요.." 


"그럼.. 요시노씨!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에.. 그럼 저희 사귀는.. 건가요..?" 


"일단 친한 친구로 지내봐요!" 


"시...싫어요! 여자친구가 아니면!" 


요시노씨는 두눈을 꾹 감고서 말했다. 


"하지만.. 제가 요시노씨가 생각하는 그런 멋진 사람이 아닐 수 도 있는걸요?" 


"아니에요..! 제 요리를 맛있게 드셔주시고.. 또 야근하는 후배를 도와줄 정도로 착하시고.. 이렇게 절 걱정 해주시는것 처럼 상냥하시니까요..♡" 


역시 요시노씨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무언가 이상한 느낌이다. 


아까와 같이 그 일을 후배가 말해줬을까? 


그럼 여기에 실종날 남아 있었단 소린데 


술이라도 마시며 하소연 했던건가? 


그렇다면 그때 그 차가운 눈 빛은 어째서? 


또 머리가 어지럽다. 


"저.. 부담스럽죠..?" 


"음침하고.. 친구도 없어서.. 그래서.." 


"저한테 관심을 가져주신 손님이 처음이라.. 너무 기쁘고.. 좋아서.." 


"가슴이 엄청 두근 댔어요.." 


"죄송해요..!" 


정신을 차렸을 땐 요시노씨는 눈물을 흘리며 말하고 있었다. 


이 어두운 음식점을 여성 혼자서 쭉. 


가끔 오는 손님들도 요시노씨에게 관심을.. 


어? 


그렇다고 하기에 요시노씨는 너무 예뻐서 한 명 정도는 관심을 가졌을 법도한데? 


그런 의문을 떠올리던 중 


요시노씨는 무언가 거짓으로 우는것 처럼 


엉엉 소리내어 울며 내 관심을 갈구 하는 듯 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은 눈 앞의 요시노씨를 의심하기 보단 달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우.. 울지 마세요!" 


"제가 너무 저만 생각한것 같네요. 요시노씨.." 


"만난지 얼마 안되었고 변변찮은 녀석 일지도 모르겠지만." 


"저와 사귀어 주세요!" 


의문은 잠시 내버려 두고서 


그렇게 말하곤 다가갔다. 


다가가자 마자 요시노씨는 나에게 뛰어들듯 안겨서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울다 진정이 되었는지 말했다. 


"너무.. 기뻐서.. 죄송해요..!" 


"아까부터 너무 사과만 하시는거 아니에요?" 


"연애하는 사람에겐 좀 더 기대도 되는 거잖아요." 


"그럼.. 앞으로.. 매일 요리 드시러 와주세요..!" 


"돈은 낼거에요!"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그 뒤로 회사에서 퇴근하는 길에 항상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 동안 대화하며 알아낸것은 


요시노씨는 요리 외엔 모든게 서툴렀고 배우지 않은것 같았다. 


심지어 핸드폰도 몰랐고 


밖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다. 


마치 그런 지식이 필요 없다는것 처럼 말이다. 


그리고 사귄 후 첫날 부터 몇 주 동안 


식사를 마치고 돈을 내고 돌아가는 나에게 항상 한번 안아주는걸로 좋다며 


내가 보는 앞에서 저금통에 돈을 넣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함께 저녁을 먹고 차를 마시며 즐겁게 이야기 하던 중 


요시노씨가 이제서야 알아서 미안하다는 듯 인상을 쓰고서 물어보았다. 


"스즈키씨.. 그러고 보니까 저녁 말고는 식사 항상 거르고 있는거 아니에요..?" 


"아.. 그렇긴 하죠.. 그래도 아직 요시노씨 음식 말곤 못 먹고.." 


"그건.. 기쁘지만.." 


요시노씨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제가 도시락 싸드릴게요! 그럼 안굶으셔도 될거에요!" 


"하지만.. 저녁에 도시락 받아서 가면 다 식거나 하지 않나요?" 


"잘 못해서 상하기라도 하면.." 


겨울이여서 식는건 문제가 되어도 상하는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요시노씨를 더 이상 부담주는 것도 힘들게 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거절하려던 찰나. 


"괜찮아요.." 


한눈에 봐도 '당신을 사랑해' 라고 말하는 듯한 달콤한 눈빛으로 


내손을 잡아서 볼에 비비며 말했다. 


"아..! 이제 돌아가실 시간이죠?" 


"네.. 오늘은 이만 돌아가야죠!" 


천천히 출구에 걸어가니 언제나 그랬듯 


요시노씨가 날 안아준다. 


그에 보답하듯 요시노씨를 안아주고 씁쓸하게 서로를 보며 카니발 리듬에서 나가 집으로 걸어갔다. 


그 어두운 골목을 빠져나오니 


길가에 예전에 봤던 그 두꺼운 옷을 입은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야, 너 어디갔다 오냐?" 


"네? 저요?" 


"누구신데..." 


그렇게 묻자 선글라스와 목도리, 모자, 마스크를 벗은 사람은 


하루였다. 


"넌 내가 만나지 말자고 하니까 진짜 연락을 그때 하고 안하냐?" 


"아니.. 사과하려고 했지.." 


"그래서 한달도 넘게 생각했냐?" 


"미안... 사실 어떻게 사과하든 용서 받을거 같지가 않아서.." 


"그래서 너 도대체 어딜 갔다 오는거야?" 


"응? 여기 골목에 카니발 리듬이란 식당에서 항상 저녁을 먹거든." 


"카니발 리듬? 거기 인터넷 지도로 검색해도 아무것도 없는데?" 


"무슨 소리야? 내가 거기서 나왔는데?" 


"너 들어가는거 보고 나도 들어가 봤는데 그냥 골목길이였다고!" 


"봤다니? 그러고 보니 너 그렇게 입고서 예전에도 따라다닌거야?" 


"왜? 그럼 안돼?" 


"아니.. 내가 잘 못했더라도 그건 아니지.." 


"친한 친구 술김에 따먹고 버리는 너는 그래도 되냐?" 


"그건 미안해.. 하지만 너가 억지로 술 마시게 했고 너 술에도 잘 안취했잖아!" 


"결국에 너가 나 데리고 가서 했다는거 아니야?" 


"...." 


"내가 정말 실수라도 한거면 어쩌지 하고 미안해서 몇날 며칠을 생각했어." 


"....." 


"정말 내가 잘못한거면 반박 좀 해봐.." 


"너가 날 정말 좋아해서 그런거면 진짜 미안한데.." 


"..." 


"난 정말 여자로 느껴본적도 없고 이제 여자친구도 생겼어.." 


"누군데..?" 


"저기 있다고 한 식당 주인분이야." 


"그러니까 이젠 그냥 친구로 지내자.. 나도 많이 미안했다고 생각하니까." 


"나 그 여자한테 할 말 있어." 


"무슨 이야길 하려고?" 


"거기가서 들어 너도." 


하루는 얼굴에 핏줄이 서고 나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하아.. 따라와.. 좀 외진곳이라 네가 못찾고 인터넷에도 없나본데.." 


그렇게 다시 하루와 골목길을 통해서 걸어갔다. 


"뭐야.. 여기 원래 이렇게 어두웠다고..?" 


"좀 어둡긴하지.. 근데 식당은 진짜 있어." 


"내가 아까 들어왔을땐 쓰레기통에 담배꽁초가 엄청 널부러져 있었거든..?" 


"어딜갔다 온거야?" 


그렇게 대화를 이어나가다 카니발 리듬에 도착했다. 


"진짜... 있...다고..?" 


"그럼 내가 거짓말을 하겠냐? 친군데." 


또 다시 요시노씨가 문을 반쯤 열고서 얼굴을 빼고 말을 걸었다. 


"스..즈키씨..? 돌아가신거 아니였어요..?" 


내 옆에 서있는 하루를 흝어보더니 다시 말했다. 


"옆에... 분은...?" 


"아, 제 친군데 여자친구랑 만나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아..안녕하세요.." 


"예, 안녕하세요. 근데 여기 진짜로 영업하는 식당 맞아요? 검색해도 안나오는데?" 


수줍게 인사를 건넨 요시노씨와 다르게 하루는 퉁명스럽게 인사하고 물어보았다. 


"외진곳이고.. 사람도 잘 안와서요.." 


"그럼 왜 이런곳에 장사를 하지? 일단 들어갈게요." 


"야.. 너 내가 이럴까봐 데려오기 싫었어!" 


"닥치고 들어와." 


하루가 내 손목을 잡고서 거칠게 이끈다. 


그리고 적당한 자리에 앉히고 요시노씨가 건넨 메뉴판을 살펴본다. 


"아무리 봐도 손님도 잘 안오고 찾아오기도 힘든 곳이 이렇게 많은 메뉴를 한다고..?" 


"그만큼 요리에 관심이 많거든. 요시노씨는." 


하루는 조각 케이크와 홍차를 시켰고 요시노씨가 금세 탁자에 내놓자 말을 꺼냈다. 


"저기요? 요시노..씨? 잠시 앉아 주실래요?" 


"아..? ㄴ...네!" 


요시노씨가 잠깐 놀라서 가만히 서있다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하루가 쁘득하고 이를 꽉 물었다. 


아무리 봐도 화났고 너무 사람을 적대시했다. 


"너 이상한 소리하면 내가 너 안볼거다?" 


"닥치고 들어." 


"요시노씨? 스즈키하고 사귀신지 얼마나 되셨어요?" 


"어.. 두 달하고.. 몇 주 됐어요..!" 


"하.. 나랑 만나고 후배 만난지 몇 주 뒤에 사귀었구만..?" 


"저기요 요시노씨?" 


"제가 스즈키랑 잤던적이 있어요~" 


"그 때 임신해 버려서 이제 헤어지셔야 할 거 같은데?" 


"야.. 너!" 


그렇게 소리치고 옆을 살펴보니 


요시노씨는 평소의 요시노씨와 다른 반응을 했다. 


분명 요시노씨라면 떨리는 눈으로 날 보며 울거나 했을텐데. 


그때는 분명 사람이지만 사람이 아닌듯한 위험함과 기묘함이 느껴지는 무표정으로 


그저 하루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 반응도 없는 요시노씨가 이상하게 느껴졌는지 


나와 같이 기묘함을 느꼈는지 


이내 하루가 정적을 깨고서 말했다. 


"무...뭐 반응이라도 하시죠?" 


그 말을 듣자마자 요시노씨가 내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스즈키씨 저에요 저 여자에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요시노씨에요.. 하지만.. 제가 책임을 져야하니까..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죄송해요.. 제가 그렇게 좋은 사람이 아니여서.. 실망했죠..?" 


그 말을 듣자 


요시노씨는 평소의 그 평온하고 느긋한 분위기를 풍기며 웃어주며 말했다. 


"저 그러면 주방 정리를 하고 있을게요!" 


"저는 스즈키씨를 믿으니까... 스즈키씨의 결정을 따를게요!" 


그렇게 요시노씨가 주방으로 들어가자 하루가 말했다. 


"여기 아무리 봐도 이상하지 않아? 사람도 안오는데 가구는 죄다 비싸보이고.." 


"게다가 지금 이시간에 아직도 불켜놓고 영업을 한다고?" 


"저 여자 음침한 만큼 뒤가 이상한거라니까?" 


"야, 그만 말해라 진짜 화내기전에." 


처음으로 하루를 차가운 눈으로 보고 정색하며 말했다. 


"흥, 난 무조건 아이 가질거니까.. 헤어지고 나랑 결혼하던지 해." 


하루는 내가 어떤 반응을 하던 관심 없다는듯 케이크를 먹으며 말했다. 


"일단 나가자." 


"왜? 보기엔 음침해도 여기 분위기는 좋아서 케이크는 다 먹고 싶은데?" 


"나가서 임신 테스트기 사고 내일 써 봐." 


"일단 오늘 우리집에서 자고 내일 내가 사준 테스트기로 확인 하자고 빼돌리거나 하지 말고." 


"그리고 두줄이던 한줄이던 확실히 병원까지 같이 가." 


그 말을 듣자 하루의 포크질이 멈췄다. 


"너 그렇게까지 날 못 믿어?" 


"응, 난 너가 정말 소중한 친구였는데." 


"계속 그러니까 내가 아는 사람인지 다른 사람인지 모르겠어." 


"하아.. 진짜..." 


하루가 붉어진 눈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리고 이곳 저곳을 보았다. 


"나와, 내일 쉬는 날이니까 병원도 갈 수 있잖아." 


내가 가게에서 나오자 하루도 따라나왔다. 


어느 대화도 하지 않고서 가까운 편의점으로 향했다. 


임신 테스트기를 사고서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더 이상 예전처럼 실 없는 농담도 오가지 않았고 


공기는 무거웠다. 


집에 도착해서 하루에게 내 침대에서 자라고 한 뒤. 


커피를 마시며 핸드폰으로 인터넷 기사를 보았다. 


'XX 지역에서 살인 및 식인 사건 발생' 


'OO 지역, ZZ 지역 주변서 연쇄 납치 사건 발생' 


식인 사건을 먼저 확인해 보았다. 


[XX 지역 살인 및 식인 사건의 범인은 주변의 평범한 부부로 밝혀져 주변 주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이들은 몰래 자신들의 집에 외국인 관광객들을 불러모아 축하하기 위해 술에 약을 타놓고] 


[잠든 관광객들을 죽이고서 절단을 하고 냉동 보관을 하여 식인을 하였다.] 


[남편은 부인이 자신들의 아이가 집에서 사고로 죽자 아내가 아이의 영혼이 자신들의 몸에 깃들거라며 요리를 해서 먹게 하였고] 


[남편과 부인은 그일을 계기로 인육 이외에는 다른것을 먹을 수 없었다며 진술을 하였다.] 


[☆☆대학 교수는 이러한 행위는 카니발리즘이라 설명하며 ~...] 


무엇인가 섬뜩한 느낌에 읽던 기사를 그만 읽기로 하였다. 


그리고 두번째 기사를 읽었다. 


OO지역은 후배가 사는 지역이였기에 혹시? 하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OO지역의  26세 여성 ××씨는 ××일 ××월 7시경 지인을 만나러 집을 떠났고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늦은 시간까지 돌아오지 않자 ××씨의 어머니가 혹시 이미 돌아왔는지 방을 확인 했을땐] 


[ZZ지역의 납치 피해자들과 같이 편지가 놓여져 있었다.] 


[××씨의 필적과 일치하지 않았고 ZZ지역의 편지들과 내용도 필적도 모두 일치했다.] 


[편지의 내용은 사진과 같았다.] 


사진에는 작고 귀여운 글씨체로 


[부모님, 저는 다른 사람의 몸이 되어 살아가겠습니다.] 


[찾지 말아주세요. 찾을 수 도 없을거에요.] 


[감사합니다.] 


이런 늦은 시간에 이렇게 무서운 기사들을 보다니 


잠은 다 잤다며 한숨을 쉬면서도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잠에 들면 하루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밤새 요시노씨를 생각하고 걱정하며 해가 떴고 


마침내 하루가 일어났다. 


"일어났어? 일단 테스트기 먼저 써. 그리고 병원 가자." 


"..." 


하루는 아무 말도 없이 테스트기를 받아 들고서 화장실에 향했다. 


하루가 나오기 전에 잠을 떨쳐내려 주방에 세수를 하러 갔는데 


식탁에 정갈하게 포장되어 있는 3층 도시락이 눈에 들어왔다. 


요시노씨의 요리가 아니면 무얼 먹든 토하게 되어서 집에 있는 음식이라곤 우유나 커피 뿐인데? 


잠은 확 달아났고 도시락 아래에 놓여진 편지를 보았다. 


[연모하고 애정하는 스즈키씨에게.] 


[스즈키씨.. 어제는 정말이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스즈키씨가 다른 여자와 잤다는 사실도 놀랐지만..] 


[스즈키씨도 어른이고 살다보면 이런일도.. 저런일도.. 있는 거잖아요?] 


[그때는 스즈키씨가 저에게서 영영 떨어져 볼 수 없는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너무나도 떨렸답니다?] 


[하지만 스즈키씨께서 절 걱정하시며 따듯하고 상냥하게.. 또 너무나도 귀엽게 바라보시며 듬직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니] 


[스즈키씨는 저에게서 떠날 생각 따윈 없구나.. 생각하며 스즈키씨를 믿게 되었어요!] 


[스즈키씨,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스즈키씨..] 


[오늘은 굶지 마시고 도시락을 드셔주세요!] 


[그럼 저녁에 또 봐요..♡] 


[당신의 연인, 반쪽, 하나인 요시노가] 


어떻게 이걸 전달한거지? 라는 의문 보다 


어제 새벽 기사에서 보았던 연쇄 납치 사건의 범인이 남긴 편지의 글씨체와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똑같았다. 


그리고 두려움에 휩싸여 


문이 열리는 소리에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보았는데 


하루가 내 눈을 피하며 임신 테스트기를 건넸다. 

한 줄이였다. 


그 순간 


분노는 공포를 이겼다. 


"...." 


"거짓말 한거야?" 


"병원." 


"하.." 


"병원 가자고 시발새끼야." 


"그래.. 그래라.." 


"일단 밥 부터 먹자.." 


"뭐야? 도시락?" 


"밤에 왔었어? 언제 집까지 초대해서 잤냐?" 


"진짜 욕하기 전에 진짜 그만해." 


"내가 뭐가 모자라서 나랑 안사귀는 건데?" 


"왜 나는 안되고 그 음침한년은 되냐고!" 


"너 임신 했다는거 거짓말이지?" 


"어, 거짓말이야. 그래서 뭐? 어쩔건데?"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냐.." 


"이젠 그냥 너랑 더 있기도 싫다.. 나가.." 


연속으로 이어진 알 수 없는 상황에 


피곤함을 느껴 손바닥으로 얼굴을 쓰러내리니 


하루가 주방에서 칼을 들고 목에 대고 울면서 말했다. 


"그냥  그년 버리고 나랑 사겨.. 그럼 되잖아.." 


"스즈키.. 이번에 날 선택 안하면.." 


"죽을거야.." 


식칼의 끝 부분으로 목을 갖다대니 


선홍빛 핏방울이 목을 따라 흐르고 


희미한 피냄새를 풍겼다. 


피곤한 내 사고는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니가 안나가면 내가 나가련다.." 


"여기서 혼자 죽던 말던 해." 


그렇게 동공이 수축되어 입을 벌리고 날 바라보는 하루를 무시하고 


옷을 챙겨입고 도시락을 챙겨서 카니발 리듬. 


요시노씨에게 갔다. 


도시락은 어떻게 주었는지 


어제 본 연쇄 납치범의 필적과 요시노씨의 필적을 추궁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감겨오는 눈을 부릅뜨며 도착한 골목길. 


아침이어도 밤인듯 어둡다. 


그렇게 걷고 걸어서 도착한 카니발 리듬.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요시노씨가 나를 안았다. 


평소의 살짝 수줍고 어딘가 음침한 얼굴이 아닌 


정말로 화사하고 빛나는 미소로 나를 안았다. 


"오늘은 아침에 오셨네요~?" 


"아..! 도시락 돌려 주시러 오신거면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저.. 요시노씨? 어떻게 도시락을 주신거에요..?" 


"어제 한숨도 안잤는데 누군가 들어온걸 본적도 없고..!" 


"게다가 아직 어딜 같이 놀러간적도 없잖아요!" 


내가 괴물이라도 본 표정으로 물어보니 


요시노씨는 양팔로 내 목을 휘감아 안더니 


숙여진 내 입술에 입술을 포개었다. 


그리곤 그대로 꽉 안아서 내 귓가에 달콤하게 속삭였다. 


"사랑하니까..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그나저나 그 친구분과 일은 끝나셨나요..?" 


요시노씨가 평소대로 순진한 얼굴로 물어본다. 


하지만 


넘어갈 수 없다. 


물어보고 확인 해야만한다. 


"요시노씨.. 대답해 주세요!" 


"네..? 뭘...?" 


"어떻게 제 집을 위치를 알고 계신거에요?" 


"아무리 제가 모르는게 많다고 해도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걸 모를리 없잖아요..♡" 


또 다시 정확한 대답을 해주지 않으려 한다. 


더 이상 말 해주지 않을게 분명하다. 


"그.. 그럼.. 잠시 이걸 봐주세요." 


어제 연쇄 납치범의 편지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에게 써준 편지를 보여주었다. 


"왜.. 글씨체가 같은거에요?" 


"음.. 이거 제가 쓰는 인터넷 폰트랑 같은걸요..?" 


"ㄴ..네?" 


"뭐야~ 그래서 그렇게 무서운 표정을 지었던거에요?" 


"귀여워라~♡" 


"잠시 이쪽으로.." 


그렇게 말하곤 요시노씨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요시노씨가 생활하는 공간이여서 아직 가본적이 없었지만. 


진실을 알고 싶어서 한 걸음 한 걸음 걸어 올라갔다. 


그렇게 도착한 요시노씨의 방은 


아래층과 비슷한 분위기로 우아하게 꾸며져있는 고급 호텔 같은 방이었다. 


요시노씨는 무언가 손가락으로 가르키며 말했다. 


"제가 식자재 주문이나 제 요리 주문을 받을때도 이걸 사용하거든요..!" 


"그리고.. 이걸 보시면.." 


컴퓨터 화면에 켜져있는건 


편지를 꾸며서 손글씨 처럼 프린팅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설정되어 있는 글씨로 글을 적었는데 


요시노씨의 편지와 연쇄 납치범의 편지 글씨에 일치하는 폰트였다. 


"아..아아.." 


"그리고.. 주소는요.." 


책상 위에 놓여있는 택배 상자를 건네주었다. 


내가 얼마전 주방일을 하는 요시노씨의 손이 건조해질걸 염려해 핸드 크림과 몇가지 수분 크림을 구매 했었고 


따로 구해뒀던 선물 상자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사버려서 택배 상자 그대로 건네 주었던 것이 생각이 났다. 


"그.. 안되는걸 알면서도.. 그걸로 인터넷에 검색해서 찾아갔어요.." 


"죄송해요.. 마음을 걷잡을 수 없어서.." 


분명 


분명 그것으로도 해결이 안되는 의문점 하나가 있었지만 


회사에서 일했던 피로 


잠들지 못한 피곤함 


친구가 임신 했다는 거짓말과 자살 하겠다는 협박에 


생각하는것에 지친 뇌는 


내가 그 허점을 잡아내게 도와주지 못했다. 


그래서 그 때는 


긴장이 풀린 나머지 


요시노씨를 안고서 한참을 울었다.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나에게 항상 먹을것을 해주고도 


힘든 내색도 안내며 돈을 받으려고도 하지 않는 


나에게 집 보다 더 편안함을 주고 퇴근 후 피로를 녹여주던 요시노씨를 


무서운 연쇄 납치범이라 오해한 것을 


요시노씨의 품에 안겨서 울며 토해내듯 전했다. 


"스즈키씨! 잠도 제대로 주무시고 밥도 드셔야죠.. 그러다 병나면 저 화낼거에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달래고서 


조금 진정된 나와 함께. 


도시락을 먹었다. 


"요시노씨.. 그 친구가 임신 했다는거 말이죠.." 


"아..아앗.. 네..!" 


"거짓말이라고 하더라구요.. 하하.. 괜히 요시노씨가 걱정하게 만들었지 뭐에요?" 


"아아..! 그렇구나.. 다행이에요..!" 


그렇게 그 날은 하루종일 요시노씨의 집에서 보냈다. 


함께 요리를 해보기도 했고 


함께 욕조에 들어가 서로를 씻겨주며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곤 한 침대에서 잠들었고 


한 밤중에 목이 말라 깨어나게 되었는데 


옆에 있어야 했을터인 요시노씨가 없어져 있었다. 


화장실인가..? 생각하며 물을 마시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는데 


요시노씨가 문을 열어놓고 흐릿한 그림자 같은 무언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분명 그 무언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잠시 몸을 숨기고 귀를 기울여 들었다. 


"오늘은 죄송하지만 영업을 안해서요.." 


"게다가 재료도 떨어져가고.." 


"그래도 내일이면 제대로 재료도 얻을테고 영업도 할테니 걱정 마세요!" 


그렇게 말하고 요시노씨는 정중히 인사를 하더니 문을 닫았다. 


"요시노씨..? 지금 누구랑.. 대화를..?" 


요시노씨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어머..! 깨셨어요..? 죄송해요.. 조용히 한다는게 그만.." 


"방금전에 엄청 부자이신 손님이 오셨는데 깨실까봐 돌려 보냈어요..!" 


"결국 깨셨지만.."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요시노씨를 보며 대답했다. 


"아.. 목이 말라서 일어난거 뿐이에요!" 


"근데.. 뭔가 사람이 아닌듯 했는데.." 


"하하하..♡ 잠이 덜 깨셨네요~" 


웃으면서 나에게 다가와 볼에 키스를 해주고 말했다. 


"물 마시고 올라와요.. 늦으면 외로우니까 빨리..!" 


그러곤 요시노씨는 다시 계단을 올라갔고 나는 내려가 냉장고에 있는 물을 꺼냈다. 


분명 고기나 채소가 있었지만 


그 손님이 부자인 만큼 대식가이겠거니 하며 2층으로 올라가 다시 요시노씨와 잠에 들었다. 


아까 까진 정말 편히 잠에 들었는데 


자세가 불편했는지 꿈을 꾸었다. 


어떤 여자가 무릎을 꿇고 앉아 하염없이 울고 있었다. 


그 여자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저.. 왜 우시는 거에요?" 


그러자 천천히 날 쳐다 본것은 


반쪽은 후배의 얼굴 


반쪽은 내 얼굴을 한 무언가가 


뼈만 남은 손으로 날 붙잡았다. 


저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당황해 주변에 도와달라 소리쳤고 


그렇게 다가온 사람들은 


모두 뼈만 남은 몸으로 날 붙잡기 시작했다. 


"스...씨..." 


"스...즈..." 


"스즈키씨!"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요시노씨가 나를 흔들며 잠에서 깨어나게 해주었다. 


"계속 웅얼거리고 식은 땀을 흘리셔서요.. 어디 아픈거 아닐까해서.." 


"아.. 엄청.. 무서운 꿈을 꿨어요.." 


"그.. 예전에 같아 왔던 후배 있죠? 실종됐던.." 


"그 후배가 반쪽은 제 얼굴을 하고서 저를 어딘가로 끌고 가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소리쳤는데" 


"주변 사람들은 다 백골이여서.. 다같이 잘 잡고서 어딘가로 끌려갔어요." 


"그런데 요시노씨가 깨워주셔서.. 감사해요.." 


요시노씨는 인자한 미소를 짓더니 가볍게 입술을 포개곤 일어나서 말했다. 


"아침 드시고 가셔요..!" 


"아침은 엄청 오랜만에 먹네요.. 덕분에!" 


그렇게 함께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갔다. 


집 문을 열려다 생각이 났다. 


어제 자살하겠다던 하루의 울부짖음을 


진짜 죽어 있으면 어쩌지? 


두근대는 심장을 부여잡고 문을 천천히 열어보니 


끝 부분에 피가 조금 묻은 칼이 떨어져 있는것 말곤 


어느것 하나도 바뀌어 있지 않았다. 


"다.. 다행이네.." 


주저 앉으며 혼잣말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어제는 나도 심했다 싶어서 그자리에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뚜르르] 


[뚜르르] 


[뚜르르]

.

.

.

.

.

[현재 전화를 받을 수 없사오니 음성 사서함...]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역시 안받으려나.. 그래도 그런 거짓말을 하면 화내는게 당연하지..!" 


"...." 


"찾아가서 사과하는게 맞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밖으로 나가려 일어선 순간 


하루의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그래, 스즈키니?] 


"네, 아주머니.. 어쩐 일이세요?" 


[하루가 말이야.. 매번 저녁에 전화하고 아침에 일어나서 전활하는데..] 


[글쎄 어제 오늘 전화가 한번도 안온거 있지?] 


[요즘 연쇄 납치범이니 뭐니 흉흉 하잖니?] 


[그래서 잘 있는지 물어보려고 했지..] 


"지.. 집에 찾아가려던 중이었어요.. 연락 드릴게요.." 


[그래.. 고맙다~] 


전화를 끊은걸 확인할 새도 없이 


미친듯이 뛰어서 하루의 집에 도착해 연신 문을 두들겼다. 


"야! 하루! 나와봐!"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당겨본 문은 


너무나도 쉽게 열렸다. 


방금 내쉰 숨 마저 얼어 붙을것만 같은 적막함 


조심히 움직이는데도 들리는 옷과 옷이 스치는 소리 


방 바닥에 떨어져있는 편지 


아닐거야. 


그럴리 없어. 


아니여야만 해. 


아직.. 


사과도 못했어. 


허겁지겁 찾아본 편지의 내용은 


[부모님, 저는 다른 사람의 몸이 되어 살아가겠습니다.] 


[찾지 말아주세요. 찾을 수 도 없을거에요.] 


[감사합니다.] 


하염 없이 떨어져 편지를 적시는 눈물 


멈출 수 없는 


몸의 떨림 


그런 떨리는 손으로 112에 신고 했고 


하루는 그 날 


연쇄 납치범의 피해자 명단에 올랐다. 


점심은 거르고 


저녁은 너무나도 슬퍼서 밥을 먹을 수 없었지만 


요시노씨가 화낼것 같아 일단 커니발 리듬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언제나 처럼 요시노씨가 수줍게 웃으며 반겨준다. 


이번엔 내 쪽에서 떨리는 몸으로 요시노씨를 안았다. 


"엣..? 어.. 스즈키씨? 무슨 일 있었어요..?" 


"친구가.. 그 때 데려왔던 친구가 실종 됐어요.." 


"어머.. 무서워라.." 


평소와 다르게 유쾌한 목소리였다. 


"요시노씨도.. 조심해야 해요.." 


"저 요시노씨 마저도 사라지면.. 사라지면..." 


"괜찮아요~ 요시노는 언제나 여기서 기다릴게요~" 


내가 너무 슬퍼 보였는지 아이를 달래는 듯한 어조로 날 위로 해주었다. 


"오늘 오랜만에 아~주~ 좋은 고기가 들어왔는데.. 드실거죠..?" 


"아.. 오늘은 너무.. 뭐랄까.. 충격이라서.." 


"아아.. 괜찮아요..! 하지만.. 친구분이 사라진게 자기탓이라 생각하진 말아요.." 


"네.." 


"그럼 오늘도 여기서 주무시고 출근 하시는게 어때요?" 


"여기가 더 가깝잖아요..!" 


불안정한 내 상태 때문인지 


곁에 있어 주려는 요시노씨의 제안을 받아드렸다. 


"저.. 그럼 옷만 챙겨서 올게요.." 


"다녀오세요~♡" 


그리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정장과 칫솔등을 챙기고 나섰다. 


돌아가면서 어느 옷 가게에 귀여운 커플 잠옷을 파는걸 보고 홀린듯 사서 카니발 리듬에 돌아갔다. 


"어서오세요~" 


요시노씨가 안아주며 반겨주었다. 


"요시노씨! 이거 커플 잠옷인데.. 괜찮나요..?" 


오기 전 샀던 커플 잠옷을 내밀며 말했다. 


"어머? 귀여워라.. 게다가 커플 잠옷이네요?" 


"네.. 돌아오는길에 같이 입으면 좋을거 같아서!" 


"이제야 평소대로의 스즈키씨네요..! 바로 같이 입어볼까요?" 


그렇게 말하곤 나에게 다가왔다. 


"벗겨.. 주실래요..?" 


"ㄴ...네?!" 


요시노씨의 얼굴이 원래 빨갛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붉어져있었다. 


요시노씨는 그런 소심한 성격에도 


날 달래기 위해서라면 부끄러워도 서슴치 않는다는 생각에 


감동해서 나도 부끄럽지만 요시노씨의 고풍스런 옷을 


한 겹 한 겹 


벗겨나갔다. 


몸 자체에서 풍기는 향기로운 장미꽃 향. 


빛을 받아 빛나는 백옥같은 피부. 


허리까지 내려오는 탐욕스런 금발. 


바라보는것 만으로도 사랑에 빠질듯한 연분홍색 눈. 


이런 아름답고 착하디 착한 여성이 


나와 서로 사랑한다니 


그런 생각에 잠겨 잠시 멍하니 있었더니 


요시노씨가 말을 꺼냈다. 


"스즈키씨도.. 제가 벗겨드릴게요.." 


"앗..! 전 점심에 엄청 땀 흘리고 샤워도 못해서 일단 씻기라도..!" 


요시노씨가 내게 몸을 바짝 밀착하고 대답했다. 


"씻지 않아도 좋아요.. 나의.. 스즈키씨의.. 향기인걸.." 


요시노씨에게 몸을 맡겨 함께 알몸이 되었다. 


서로가 서로의 향기에 취해 


더 이상 서로의 향기를 분간 할 수 없을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항상 함께했던 장소에 새로운 추억을 새겼다. 


그렇게 한참을 


좀 더 서로를 꽉 안고서 


밤의 어둠으로 세상과 단절된 채로 


시간을 보내던 중 


요시노씨가 내게 속삭였다. 


"이제.. 조금 추워요.." 


"아.. 그럼.. 샤워할까요..? 같이.." 


"네..♡" 


욕실로 이동하는 순간도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 


요시노씨를 안아 올리고 욕실로 향했다. 


그리곤 한창 따듯한 물로 서로를 적시고 욕탕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부풀어 오른 사랑은 


다시 서로를 갈구했다. 


조금 뜨겁다고 생각한 물이 미지근해졌을 때야 비로소



샤워를 마치곤 커플 잠옷으로 바꾸어 입었다. 


"사온지 몇시간이 지나서야 입어보네요..!" 


"하하.. 죄송해요.. 가라앉질 않아서.." 


"아니에요..! 얼마나 절 사랑하는지 느껴졌어요..!" 


"하아...♡ 이러니까 부부 같죠?" 


요시노씨가 미소를 손으로 가리곤 말했다. 


"항상 이렇게 있으면 좋을텐데.." 


"그럼.. 저도 여기서 살까요? 생활비도 대면서..!" 


요시노씨는 별처럼 빛나는 눈으로 날 쳐다보며 입을 벌리고 있었다. 


"지금 사는 곳 계약도 끝나가고.. 요시노씨 말 처럼 회사랑도 가까우니까요!" 


요시노씨는 황홀한 표정을 하다가 금세 우울하고 침울한 그림자가 표정에 드리웠다. 


"어..? 왜 그래요..?" 


"스즈키씨..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 거부하시지 않을거에요..?" 


"당연하죠!" 


"마..만약 연애하는 사람과 동거는 불안하시면..!" 


"결혼해요!" 


요시노씨는 기쁜지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하면서도 웃으며 말했다. 


"그럼.. 오늘 새벽에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당연하죠! 물론 할게요!" 


"다행이다.." 


그리고 시간은 지나고 지나 


새벽 2시 30분 


어디서 난건지 요시노씨는 서양풍 집사복을 주고서 입어달라고 하였다. 


요시노씨가 입은 고풍스런 옷과 어울려 마치 커플로 맞춰낸 느낌도 들었다. 


아무도 오지 않았지만 요시노씨는 분주하게 요리를 했다. 


나는 그저 요시노씨가 지시하기 전까지 대기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자 


딸랑-. 


문이 열리고 들어선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정장을 입었지만 머리카락도 얼굴도 없는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리곤 내부를 둘러보다가 나에게 다가왔다. 


"인.간" 


"왜.여기.있지?" 


"ㄴ...네..?" 


내가 가만히 서서 떨고있자 그 괴물은 점점 나에게 손을 뻗었다. 


그 손이 내 얼굴에 닿기 직전 눈을 질끈 감았다. 


"손님, 그 분은 제 남편이자 웨이터입니다." 


"손을 거둬주세요." 


차분하지만 독을 품은 듯한 목소리로 그 괴물의 손을 잡고서 요시노씨가 말했다. 


"실수.했다.사과해.미안." 


괴물은 내게 정중히 인사했다. 


"자리.안내.부탁해?" 


"여.. 여기로.." 


적당한 자리로 안내하곤 요시노씨에게 건네 받은 메뉴판을 주었다. 


내용은 읽을 수 없는 글자로 써져있었다. 


"메뉴는 여기 적어주시면 됩니다.." 


"감사.조금.뒤.부른다." 


그리고 조금 뒤 메뉴를 적은 노트를 받아들고 주방에 들어가 요시노씨에게 물어보았다. 


"저기... 요시노씨 지금 저건 대체..?" 


"아아.. 여긴 사실.. 사람을 위한 식당이 아니거든요.." 


"원래 인간은 여기를 찾을수도.. 볼수도 없는데.." 


"가끔 스즈키씨 처럼 이끌려 오시는 분이 계셔요.." 


"네? 그럼.. 요시노씨는..." 


"저는.. 저런 괴물이나 요괴들의 유일한 요리사에요.." 


"옛날에 사람들이.. 마녀라고 부르는.. 그런거에요.." 


믿기는 힘들었지만 진지하고 차분하게 말하는 요시노씨의 모습을 보니 


거짓말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다. 


"원래 여기에 흘러 들어오는 사람들은..." 


요시노씨가 아차하며 말을 끊었다. 


"요리.. 서빙해 주세요..!" 


"아아! 알겠습니다!" 


요리를 보니 


처음보는 모양의 채소 볶음 


보라색 소스로 양념된 덮밥 


핏빛의 빵 


그리고 검은색 보다 더 검은 와인이 있었다. 


차분하게 다가가 아까 괴물에게 음식을 내놓았다. 


입도 없는데 어떻게 먹는거지? 생각하니 입이있을 부분이 쩌억 벌어지더니 수많은 이빨이 보였다. 


엇나가고 폭력적인 이빨과 다르게 


괴물은 우아하고 고풍스럽게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또 문이 열리고 


오니가 들어왔다. 


정말 내가 생각하는 그 오니가 정장을 입고서 들어왔다. 


"응? 뭐야? 인간이잖아? 여기서 뭐하는거야? 얼른 식..ㅌ.. 킄!" 


요시노씨가 화난 표정을 지으며 기다란 막대기로 오니의 머리를 내리쳤다. 


"제 남편분이에요! 오늘은 손님들께 알리기 위해서 일하는거고!" 


"무례하게 하면 더 이상 오니지마씨의 주문은 받지 않을거에요!" 


그러자 오니가 쩔쩔매며 대답했다. 


"아이.. 누님~ 내가 몰라서 그랬지~" 


"형님! 죄송합니다! 제가 누님의 남편분인지도 모르고!" 


오니가 인자하게 웃으니까 이상하다 라고 생각하다가 급하게 말했다. 


"아..! 아니에요! 원래 여기 있는게 이상한거잖아요? 하하.." 


"그렇긴 하지만.. 뭐.. 누님이 그렇다면 따라야해서!" 


오니는 내게 자리에 안내 받고는 말했다. 


"아~! 나는 항상 메뉴가 정해져 있으니까! 괜찮수!" 


그리고 곧 나온 요리는 


일본의 가정식 비슷하지만 누가 보아도 뭔가가 다른 


그런 요리였다. 


그렇게 이어서 오는 손님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관심을 보였고 


그때 마다 요시노씨가 나를 남편이라 소개하며 상황을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요리를 다 먹고 떠나는 손님들은 나에게 희귀한 보석이나 금을 주고 떠났다. 


적은 요리에도 봉투를 모두 채울 만큼 주는 손님이 있는가 하면 


여러가지 메뉴를 먹고서 금덩이 하나를 주고 가는 손님도 있었다. 


애초에 메뉴엔 숫자가 적혀있지 않기도 했다. 


그저 이름과 사진 요리의 소개 비슷한 글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해가뜨고 손님들은 모두 돌아갔다. 


축 쳐져있는 나에게 


요시노씨가 커피를 타서 건네며 말했다. 


"놀랐죠..? 죄송해요.. 원래 이렇게 많이 오진 않는데 어제 영업을 못해서 몰려버렸어요.."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저기.. 그나저나 손님들이 돈이 아니라 보석이나 금덩이를 주던데.. 그건.." 


"아.. 원래 돈이 아니라 다른걸 받는데.. 저한테 주는 선물 같은거에요..!" 


요시노씨가 카운터에 쌓여있는 보석과 금덩이를 보더니 말했다. 


"평소 보다 많은걸 보니까 스즈키씨가 맘에 들었나봐요..!" 


"그런데.. 어쩌다가 그런 괴물들에게 요리를..?" 


"그건..." 


요시노씨는 한참을 침묵하다 결심한 듯한 눈으로 날 보며 대답했다. 


"전 인간으로 살았을 적에 사랑받질 못했어요.." 


"마녀의 자식이라며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릴때 죽었고.." 


"저도 돌팔매질 당하고.. 매를 맞다가.." 


"화형 당하기 전에 어제 보셨던.. 그 부자 손님 있죠?" 


"그 분께서 절 도와주셨어요.. 식사를 챙겨줄 마녀가 필요하다고.." 


"그래서 진짜 마녀가 됐어요.. 하하.." 


"그 분께서 저에게 무언가 원하는게 있냐고 물었는데" 


"그때 사랑받고 싶다고 말했어요.." 


"그런데 그 분은 감정을 강제로 조종해서 사랑을 얻어도 공허 할거라며" 


"언젠가 짝을 찾으면 영원히 사랑하며 살게 해주겠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저랑.. 영원히.. 사랑.. 해주실 수 있어요..?" 


나는 고민 할것도 없이 즉답했다. 


"네..! 부디.." 


"고마워요.. 정말.. 정말로.." 


요시노씨는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 숙여 대답했다. 


"그럼 오늘 그 분에게 연락해 놓아야겠네요..!" 


"하하.. 뭔가 장인어른 만나는 느낌이네요.." 


"그렇게 되려나..?" 


"아.. 그러고 보니 오늘 회사..가야하는데.. 잠도 안잤네.." 


"그건 괜찮을거에요..! 커피에 피로 회복에 강한걸 넣었으니까!" 


"그럼 일단 식사 할까요?" 


그렇게 따듯한 아침 식사로 배를 채우고 


회사에 갈 채비를 마쳤다. 


문 앞에 서서 나가려하니 


요시노씨가 다가와 넥타이를 매주었다. 


"잊을 뻔 하셨어요~" 


그리곤 볼에 입술을 맞춰주었다. 


"회사.. 가지 말까요..?" 


"참을수록 더 좋은게 있잖아요..? 분명 그럴거에요.." 


"오늘 오시면 둘이서 결혼식도해요..!" 


"기대하겠습니다!" 


크게 대답하곤 회사로 향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줄 알았으나 


선배가 먼저 나를 반겼다. 


"야~ 요즘 혈색이 좋아보인다? 피부도 좋아졌고~" 


"그 외모면 좋다고 따라다닐 사람 많지 않냐?" 


"하하.. 안그래도 결혼 할 사람 생겼어요!" 


"벌써 결혼해? 좀 즐기지 그러냐?" 


"에이.. 큰일날 소릴!" 


즐겁게 농담하고 업무를 한다. 


평소라면 유쾌하지도 않고 끝나기만 기다렸을 텐데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것 만으로도 이렇게 즐겁다니 신기한 일이다. 


오랜만에 정시에 퇴근하여 카니발 리듬으로 향했다. 


언제나 그랬듯 문을 열자마자 서로를 안아준다. 


"정말... 제가 못 참을뻔 했어요.." 


"하하.. 덕분에 오랜만에 웃으면서 일한것 같아요!" 


"정말요..? 졸리거나 피곤하진 않았어요..?" 


"하나도요! 오히려 힘났어요!" 


"다행이다.." 


거짓말 같이 전원이 꺼지듯 몸에 힘이 풀리며 쓰러졌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 


어두운 공간에서 눈을 떴다. 


주위엔 백골이 된 수 많은 사람들 


반쪽이 내 얼굴이던 후배의 얼굴은 해골이 보였다. 


그 옆엔 하루가 있었다. 


그 사람들은 나를 둘러싸며 통곡했다. 


아무 말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 


한참을 통곡하다 눈물로 범벅된 하루가 다가와 말했다. 


"너무 늦었어.." 


뭐가? 


"돌이킬 수 없어.." 


어느것을? 


"도와줄 수 없어.." 


왜..? 


그 말을 들은 순간 몸이 움직였다. 


바닥의 감촉이 이상했다. 


마치 딱딱한 바가지 위에 선 느낌 


바닥을 보니 


둥굴 둥굴한 수많은 해골이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었다. 


"스..즈..씨..!" 


"스즈키씨...!" 


전과 같이 요시노씨가 깨우는 소리에 일어났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있었다. 


그리고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고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 


"괜찮아요..? 제 커피가 몸에 무리가 갔나봐요.. 미안해요.. 미안해요.." 


요시노씨가 날 안고서 통곡했다. 


"괜첞아요.. 덕분에 또 무서운 꿈에서 깨어나서.." 


"그.. 그래요..?" 


"네.. 오히려 고마워요!" 


"그나저나 그 분은 언제 오시나요..? 옷도 챙겨입어야 하는데.." 


"금방 오실거에요..! 조금만 더 누워있어요.." 


그렇게 몇 십분 후 


옷을 갈아입고서 1층의 가장 고급진 자리에 앉아서 함께 그 분을 기다렸다. 


그러자 문이 열리고 뚜벅 뚜벅 걸어와 우리의 앞에 앉았다. 


검은색의 뿌연 안개가 뭉친것 같으면서도 


그림자가 주인 없이 움직이는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사람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고급진 정장을 입고 있었다. 


"네가 마녀의 남편인가..?" 


여러가지 목소리로 머리에 울렸다. 


"ㄴ..네! 그렇습니다!" 


"결국엔 사랑을 찾았군.. 마녀.." 


"네.. 그럼 약속한대로.." 


"그래.. 그래야지.." 


그 분이 손가락을 튕기자 고급진 검은색 찻잔 두개가 놓였다. 


그리고 중간엔 밤보다 검은색을 가진 식칼이 있었다. 


"찻잔에 서로의 피를 흘려넣어라." 


"피는 무엇보다 서로를 엮는 힘이 강하니.." 


"저.. 얼마나 넣으면..?" 


"얼마든 상관 없다. 중요한것은 양이 아니라 마음이다." 


요시노씨는 먼저 칼로 검지를 찌르곤 찻잔에 몇 방울을 넣었다. 


그리고 금세 상처가 나았다. 


그 뒤 칼을 건네 받고서 요시노씨가 한것 처럼 검지를 찔렀다. 


신기하게도 아프지 않았다. 


그리곤 두 세 방울을 넣자 상처가 아물었다. 


찻잔에 피가 모두 넣어지자 그 분은 손으로 찻잔을 잠시 덮더니 


찻잔 속은 빨갛고 검은 안개 또는 그림자로 가득 찼다. 


"마셔라.." 


그 말을 듣고서 요시노씨와 동시에 찻잔의 내용물을 들이켰다. 


"그럼.. 원하는 것을 들어주었으니.. 요리를 계속해라 마녀.." 


그 말을 남기곤 그 분은 사라졌다. 


잠시 뒤 요시노씨의 기억들이 스멀스멀 머리에 떠올랐다. 


요시노씨는 아주 옛날 태어났고 


부모님이 모두 마녀사냥으로 죽고 아주 어릴때 부터 사람들에게 맞고 죽임을 당할뻔 했다. 


그리고 고생을 하며 딱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했을 땐 


마을 사람들에게 마녀라며 십자가에 묶였다. 


불을 대려는 찰나 


그 분이 나타나며 


주변의 사람들은 잠들듯 쓰러졌다. 


그리곤 묶여있는 요시노씨에게 말했다. 


"네 어미가 죽고나서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마녀가 되어 우릴 위해 요리해라.. 그럼 원하는걸 세가지 들어주지.." 


"그.. 그전에 요리란건..." 


"우릴 위해 인간을 대접해라.." 


"아주 맛있게 요리해서 말이지.." 


"네 어미는 바보 같이 인간과 결혼해서 죽었지만.." 


"아무튼 소원을 말해라.." 


"사.. 살려주세요.." 


"그건 이미 한 일이다. 다른 소원을 빌어라.." 


길고 긴 생각 끝에 요시노씨가 입을 열었다. 


"그럼.. 앞으로 제가 죽인 사람들의 수명 만큼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 


"물론 들어주마." 


"절..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어주세요.." 


"강제로 만든 감정은 오히려 네가 공허해질 뿐이다.. 다른 소원을 빌어라.." 


"..." 


"언젠가.. 그런 사람을 만나면.. 저와 수명을 함께하게 해주세요.." 


"문제 없다.." 


"다음 소원은 뭐지..?" 


"없어요.. 절 사랑해줄 사람.. 제가 사랑할 사람만 찾는다면.. 필요 없어요.." 


"알았다.. 네 가게로 안내해주지.." 


"네 가게는 어둠이 드리운 자리에 항상 존재 할 것이다.." 


"가게라면.. 다른 괴물이나 악마들에게 무얼 받나요..?" 


"물론.. 네가 원하는 것을 받겠지.." 


"그들이 죽인 인간들의 수명도 받을 수 있을게다.." 


그 뒤로 홀로 가게에서 여러 괴물과 악마들에게 인간을 썰고 요리해 대접했다. 


요시노씨는 먹지 않았다. 


그저 사냥꾼이 사냥을 하듯 마을에서 사람들을 잡아올 뿐이었다. 


그렇게 몇 년을 


수십 년을 


수백 년을 


언젠가 찾아올 사랑하는 사람을 찾기 위해서 


요리하고 인간을 사냥하는 나날의 반복. 


중간 중간 카니발 리듬에 도달한 사람들은 


그 어떤 대화 조차 하지 않고서 


목이 날아가 죽었고 


그날 손님들의 식탁에 올라가게 되었다. 


그러다 만난것이 나. 


나를 보곤 요시노씨는 


심장이 멎을 듯한 두근거림 


오랜만이자 


처음으로 느끼는 감정 


사랑을 느꼈다. 


내가 다녀가고 그녀는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 법한 도구들로 


나의 모든 것을 기록하고 보고 있었다. 


내가 술에 취해 하루와 잤던 날은 


미쳤다 라는 말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무어라 설명할 수 없는 


질투와 시기 


그리고 사랑을 느꼈다. 


그리곤 거절하고 집으로 돌아가 후배와 만나서 카니발 리듬에 온것도 


모두 보고 내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후배와 식사를 한 음식은 


ZZ지역의 피해자들의 인육으로 만든 음식이었다. 


그걸 맛있게 먹고서 후배는 나에게 고백을 했고 


요시노씨는 그릇을 놓쳐 깨트린게 아닌 


너무 세게 쥐어서 그릇을 부숴 버린것 이었다. 


어찌나 세게 쥐던지 


손에서 피가나도 한참을 쥐고 있었고 


바라보는것 만으로도 얼어붙을 듯한 차가운 눈으로 충혈되어 우리를 훔쳐보고 있었다. 


내가 후배를 거절하고 도망치듯 나가자 


남아있는 후배에게 다가갔다. 


"저기.. 손님..?" 


"흐윽.. 아.. 흡.. 네.. 계산.. 해야죠.." 


요시노씨는 웃지만 웃고있지 않았다. 


"괜찮아요. 손님. 이미 필요한것은 받았으니까요." 


그렇게 말하고 요시노씨가 박수를 치자 


의자와 식탁이 후배를 결박하더니 


어디선가 수많은 지네들이 기어와 


후배의 귀 입 코 그 외 구멍으로 파고 들어갔다. 


소리를 지르려 입을 벌리니 지네가 파고든다. 


손과 발은 움직이지 못한다. 


요시노씨가 죽은 눈으로 후배를 쳐다보며 말했다. 


"괜찮아요.. 죽진 않아요.. 잠시 지네들이 살아있는 당신의 속을 파먹을 뿐이에요.." 


2시간 뒤 


후배는 이따금씩 몸을 움찔 대는것 말고는 움직임이 사라졌다. 


그제서야 지네들이 사라지고 공허한 눈으로 후배가 요시노씨를 쳐다본다. 


눈이 마주치자 벌벌떨며 눈물을 흘린다. 


"저기.. 후배..? 씨? 같이 있던 남성분의 이름은 뭔가요..?" 


"스.. 스즈키에요..!" 


"아하.. 그렇구나... 스즈키씨..♡" 


요시노씨가 전과는 다른 사람인듯 사랑스럽게 볼을 붉히며 웃는다. 


후배가 그 모습을 보며 소변을 흘렸다. 


"어머.. 더러워라.." 


"저기.. 깨끗하게 혀로 청소해 줄래요..?" 


후배가 그 말을 듣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나 소변을 흘린 곳을 빠짐없이 핥아댔다. 


"아하하.. 그런데 당신은 어쩌다 스즈키씨를 좋아하게 됐나요..?" 


"저.. 전.. 회사에서 적응하게 도와주시고.. 야근도 도와주시고.. 여러모로 상냥하시고 잘생기셔서..!" 


"포.. 포기할게요! 살려만 주세요.. 제발..!" 


후배가 미친사람 처럼 바닥에 머리를 박는다. 


계속 


계속 


머리가 피가나고 흰 뼈가 보일 때까지. 


"하아.. 또 바닥이 더러워졌잖아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연신 죄송하다며 바닥에 묻은 피를 핥는다. 


나무 바닥에 튀어나온 가시에 찔려 혓바닥이 엉망진창이 되는것 보다. 


머리를 박아 피부가 찢기는 고통 보다.


지네가 속을 씹어먹는 고통이 컸는지 필사적으로 핥아 댔다. 


"저는 말이죠.. 스즈키씨를 사랑해요.. 수 십.. 아니 수 백년만에 나타난 제 사랑이에요..♡" 


"그런 제가 당신 같은 사람을 용서 할 수 있을까요..?" 


"죄송해요! 제발요! 주제를 몰랐어요..! 제발..! 제발...!" 


"뭐든 할게요..! 여기 바닥 전부를 핥을 수 도 있어요..!" 


요시노씨의 얼굴이 아름답지만 귀신 보다 더 무섭도록 일그러지더니 말했다. 


"어차피 너 같은 벌레가 핥는다고 깨끗해질리 없잖아..?" 


"이곳을 계속 더럽힐 뿐이야.. 스즈키씨와 나의 사랑을 더럽히는... 해충..." 


그렇게 절규하는 후배를 데리고 주방에 들어서서 


후배는 살아있는 채로 도축 되었다. 


머리는 살아있는 채로 냉장고에 넣어졌다. 


그리곤 내가 한동안 오질 않자 


내가 집에서 엄마의 반찬으로 밥을 먹거나 인스턴트 식품으로 밥을 먹는걸 하루종일 보았다. 


그리고 종종 혼잣말을 했다. 


"스즈키씨.. 그딴 쓰레기들이 아니라... 제가 만든 요리를.." 


"괴로워하지 말아줘요.. 저도 너무 괴로워요.. 제발 여기로 돌아와줘요.." 


그렇게 한주가 지나도 오질 않자 


냉장고에서 후배의 머릴 꺼내 나이프나 포크로 찌르며 혼잣말을 했다. 


"이제.. 여긴.. 아니 나 따윈 싫은걸까.. 어째서.. 그렇게 굶으면서 까지.. 날 생각해 주지 않는거지..?" 


두 주가 지나자 


계속해서 굶으며 음료나 죽으로 끼니를 때우는 날 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고 후배의 머리를 연신 주먹으로 때렸다. 


그 고운 손이 뻘겋게 부어 올라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동안 내가 야위어간걸 보고서 혼잣말을 했다. 


"스즈키씨.. 제발.. 여길.. 와줘요... 이렇게 빌게요.." 


얼굴 가죽이 반이 사라져 더 이상 살아있지 않은 후배의 머리를 내팽겨치고 빌고 있었다. 


수정구슬에서 내 혼잣말이 흘러나왔다. 


'아.. 배고프니까.. 카니발 리듬의 요리가 생각나네.. 엄청 맛있었는데.. 가볼까? 뭔가 다르려나..' 


요시노씨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있다면 자신이라는 듯 정말 순수하고 행복한 미소로 웃었다. 


그러곤 콧노래를 부르며 식자재를 준비했다. 


냉장고에서 후배라고 적힌 고기를 꺼내 양념에 재워두고 


여러가지 식자재를 손질한다. 


그리고 내가 도착했고 


내가 기억하는 대로의 요시노씨가 있었다. 


몇 주 동안이나  요시노씨는 살면서 최고의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나와 하루가 만나기 전까지 


요시노씨는 그전에 잤던 하루라는 여자는 살려줄 수 있을 만큼의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하루와 만나 다시 카니발 리듬으로 걸어갈때 부터 


요시노씨는 그저 하루를 죽인다는 생각으로 사고가 멈춰 있었다. 


우리가 다가오자 죽이기 위해 문을 반쯤 열고 얼굴을 내미니 


눈 앞에 가득 찬 날 보고서 죽이려는 생각은 어딘가로 날아가버리고 


두근거림만 남았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 하루가 자리에 앉아 요시노씨를 불러 자신이 임신했다고 말했을 때 


이미 요시노씨는 하루를 나와 자신이 결혼 하고서 앞으로 함께할 평생 동안 옆에 남겨두고 고통을 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곤 나에게 물어보았다. 


만약 자신을 선택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하루의 목을 딴 후 


그 분을 불러 강제로 결혼하기 위해서 


내가 자신을 포기 하지 않을지 물어보았다. 


나는 다행히 정답을 말해주었다. 


살의와 흥분 혐오로 요동치던 요시노씨의 마음이 사르르 녹고 차분해진다. 


마치 봄 바람을 맞으며 낮잠을 자는 듯한 상쾌함을 느낀다. 


나와 하루가 나가자마자 수정구슬로 나와 하루를 계속 보았다. 


미친 사람 처럼 웃었다가 울다가 분노하고 눈물을 흘렸다. 


수백년 만에 느끼는 감정들은 주체 할 수 없었다. 


도시락을 만들고 손 편지를 적는다. 


사랑과 진심을 담아 


마법이나 저주 같은 속임수는 일절 없는 


순수한 사랑과 마음을 담아 적는다. 


해가 뜨고 내가 하루에게 임신 테스트기를 건낼때. 


수정구술 옆에 두었던 커튼으로 가려진 거울의 커튼을 쳐내고 


도시락을 내미니 우리집 식탁에 도시락이 올려졌다. 


그리고 다시 내가 알고있는 상황의 연속 


이미 상황을 본 요시노씨는 컴퓨터의 프로그램에 자신의 글씨체로 폰트를 만들어 올린다. 


내 집에서 주저 앉아 울고 있는 하루를 마법으로 데려와 돼지를 도축하기 위해 걸어놓는 갈고리에 걸어놓는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뭐야! 당신 이거 뭘...! " 


그 어느때 보다 당신이 죽길 바라고 혐오한다는 얼굴로 바라보는 요시노씨와 하루가 눈이 마주치자 하루는 하던 말을 까먹었다. 


"당신.. 스즈키씨를 사랑하나요..?" 


"뭐...? 무슨 미친소리야? 갈고리에 걸어두고..!" 


요시노씨가 하루의 배를 도끼로 찍고서 튀기는 피를 피하지도 않고서 다시 묻는다. 


"당신. 스즈키씨를 사랑하시죠?" 


"어흐윽.. 흐그... 윽..." 


어떤 대답도 못하고 하루가 고통에 신음한다. 


"이렇게 쉬운 질문에도 대답 못하는 사람이 그런 장난질을 하시나요..?" 


"미.. 미안해.. 아니.. 죄송해요.. 진심이에요.. 죄송해요.." 


하루가 눈물과 콧물로 범벅되어 필사적으로 사과한다. 


"원래.. 손님들은 재생육을 안좋아 하셔서.. 이렇게는 안하는데.." 


배에 났던 상처가 아물어간다. 


"당신도 스즈키씨를 사랑하잖아요..? 그러니까.." 


도끼로 다리를 단번에 잘라버리며 말한다. 


"당신은 당신의 방법으로 스즈키씨를 사랑하는거에요.." 


순식간에 다리가 재생된다. 


"저랑은.. 나중에.. 좀 더 즐기죠.." 


그렇게 말하곤 냉동 창고에서 나오며 지네들이 하루의 팔과 다리를 타고 들어간다. 


그리고 지금 현재. 


전기가 오르듯 고개를 팍 올렸다. 


"스즈키씨..? 왜 그러세요..?" 


"아.. 아니에요..! 그냥 좀.. 몸이 안좋은거 같아서..!" 


"어머.. 그럼 어서 둘이서만의 결혼식을 하죠..!" 


언제나 처럼 날 부드럽게 보며 웃는 요시노씨다. 


과연 그녀가 정말로 그런 일을 했던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요시노씨가 부드러운 손으로 안대를 씌워주고는 


손을 잡아 이끌며 말했다. 


"따라와요.. 서프라이즈에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요시노씨의 손을 잡고서 한 없이 걷다가 어느 방에 들어왔다. 


차가운 공기 


희미한 피 냄새 


안대를 벗었을 땐 


눈이 가려진채로 갈고리에 걸려있는 하루가 있었다. 


"스즈키씨.. 이 여자.. 스즈키씨의 아이를 가졌다고 거짓말 했었죠..?" 


"아무리 생각 해봐도 괘씸해서요.. 원래 결혼은 케이크를 잘라야하는데.." 


"어차피 이 여자 죽지도 못하고 계속 재생하니까.. 케이크 대신 자궁을 꺼내는게 어떨까.. 해서요!" 


평소대로의 말투 


평소대로의 표정 


평소대로의 온기를 가진 요시노씨가 


나에게 도끼를 건네며 말한다. 


"저기.. 제 기억이 흘러들어갔죠..? 부끄러워라.." 


"그런데도 날 버리지 않고.. 남아서 따라와줬어.." 


"난.. 사랑 받는거야..♡" 


"자, 스즈키씨! 어서 해버려요!" 


도끼를 받아들고 


소리 지르며 버둥대는 하루를 향해 


내가 살기 위해서 도끼질 한다. 


얼굴에 피가 튀긴채로 빛나게 웃으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는 


상처를 벌려 자궁을 손으로 집어 꺼낸다. 


그리곤 내 입에 쑤셔넣는다. 


"하하하..! 여기에 아무리 봐도 스즈키씨의 씨앗 따윈 없는데..!" 


"맛있죠..? 때론 육회가 끌릴때가 있잖아요~♡" 


맛있었다. 


부정하고 싶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길들여진 입맛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눈물이 흐른다. 


"어머..? 울지 말아요.. 오늘 같이 행복한 날에.." 


"저.. 그러니까.. 요시노씨.. 전 인육을.." 


"아.. 인간이 인육을 먹으면 병에 걸릴 수 있다고 하더리구요..?" 


"그걸 걱정하는 거에요..? 괜찮아요!" 


"이제 우린 인간도 요괴도 괴물도 아닌 어중간한 생물이니까.." 


"게다가 남은 수명이 다 할때까지 병도 걸리지 않아요.." 


"그렇게 계속.. 함께 하는거에요.." 


필사적으로 먹은것을 토해낸다. 


어떻게든 손으로 목젖을 찔러 토를 한다. 


"속이 안좋아요..? 어쩌지.." 


요시노씨가 안절부절 못한다. 


피냄새와 장미꽃 향기를 풍기며 


날 안아준다. 


"괜찮아요~ 제가 옆에 있어요~♡" 


거칠게 요시노씨를 뿌리치곤 밖으로 뛰어가 출입문에 손을 댄다. 


문이 열리지 않는다. 


저벅 저벅 


천천히 걸어오는 구두소리. 


"스즈키씨..? 저 뭔가 잘못했어요..? 죄송해요.. 고칠게요.. 말씀만 해주세요.." 


점점 뛰는 소리가 난다. 


"스즈키씨? 이제야 함께 하는데.. 더 이상 회사도 안가도 되는데.. 어딜 가는거에요.." 


요시노씨가 이내 주방에서 나와 날 찾아내었다. 


미친듯이 손잡이를 돌린다. 


돌아가지 않는다. 


그러다 문이 열리고 눈앞엔 


저번의 오니와 얼굴이 없는 괴물 그리고 여러명의 괴물들 


"아아..! 오늘 결혼을 한다고 해서 모두 오겠다는걸 간신히 막아서 뽑은 대표 분들이에요.." 


절망해 서있는 날 현실로 깨워내듯 


얼굴이 없는 괴물이 커다란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아아..! 안돼요! 제 남편을 마음대로 만지거나 하면.." 


요시노씨가 날 거칠게 채가며 말했다. 


그렇게 웃으며 들어온 괴물들은 자리를 가득 메웠다. 


"여보.. 이것 좀.. 모두에게 나눠주세요..!" 


분명 하루의 팔과 다리일 것인 구워낸 통구이들을 나에게 맡긴다. 


공허한 눈으로 각 테이블에게 나누어 준다. 


그저 맡겨진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뇌가 터질것 같았다. 


끊임 없이 인육을 탐하는 괴물들에게 고기를 날랐다. 


오니가 술에 취해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아이~ 정말 형씨가 그날 메인 요린줄 알고 머거 버릴뻔 했눈뒈~ 누님이 내 머릴 때리면서 남펴니라고 하드라고~!" 


"인가닐 때보다 얼마나 눈 빛이 보기 조아! 흐헤헤!" 


그렇개 계속되는 파티는 해가 뜨기 시작하며 끝이났다. 


괴물들이 앉아있던 의자에 앉아 있었더니 


요시노씨가 몇가지 요리를 가져와 말을 걸었다. 


"배고프죠..? 정말이지.. 주인공을 이렇게 부려먹고.." 


"저..전.. 이제 이 고긴.. 못 먹을거 같아요.. 요시노씨.." 


"그럼.. 배고파지면 언제든 말해줘요.. 이제 쉽게 안죽는대도 고통스러운건 슬프니까요..!" 


분명 밤을새서 일했는데 졸리지 않다. 


회사도 가족도 안중에 들어오지 않는다. 


홀리듯 걸어가 냉동창고에 다다른다. 


열자마자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 


전원이 꺼진듯 갈고리가 흔들리는 대로 흔들거리는 하루의 안대를 풀었다. 


한껏 충혈되고 동공이 수축된 눈으로 날 노려본다. 


입으로 담어낼 수 없는 욕설을 내뿜는다. 


뒤따라 들어온 요시노씨가 커다란 망치로 얼굴을 찍어버린다. 


그리고 다시 상처가 아물고 


한동안 망치로 얼굴을 쳐낸다. 


퍽 


퍽 


퍽 


퍽 


그렇게 내 마음속 무언가가 끊어지며 


내 머리는 나를 위해서 기억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요시노씨.. 저 배가 너무 고파요!" 


"하아...♡ 얼른 만들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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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산책을 하다가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를 발견했다. 


카니발... 리듬? 


가게에 들어서니 매우 미남인 남성이 자리로 안내한다. 


주방에서 일하는 여성은 인간이 아닌듯 아름다웠다. 


"저기.. 두분은 부부신가요..?" 


"네..! 부부 둘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하.. 아내분이 미인이셔서 행복하시겠어요~" 


"표정부터 행복함이 느껴지는데요?" 


"남편덕에 오히려 제가 더 행복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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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 지역과 ZZ 지역 뿐만 아니라 QQ 지역까지 손 뻗은 연쇄 납치범..] 


[전세계에서 발견되는 연쇄 납치범의 편지 과연 누구인가?] 


[경찰, 사실상 연쇄 납치범 수사 불가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