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을 때는 언제인가.


 모두에게 잊혀졌을 때?


 아무에게도 사랑받지 못했을 때?


 단언컨데 모두 아니다.


 사람이 죽는 순간은, 모가지에 칼이 꽂혔을 때다.


 목에 구멍이 뚫려 꺽꺽하고 공기빠진 소리를 내뱉으며 몸부림친다. 구더기처럼 앞을 향해 의미없이 기어간다.


 죽는다. 생명이 꺼져가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려온다. 살 가능성은 한없이 0에 수렴하여 0이 되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의미도 없이 몸을 꿈틀거리며 지금의 고통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것 말고는 없다. 바닥을 온몸으로 닦으며 추는 춤은 망자에게 바치는 마지막 공물이다.


 보아라, 저기에도 누가 춤을 추고 있지 않은가. 허공을 발로 디디며 흐느적흐느적 춤을 추고 있다. 그 아래에는 노란 웅덩이가 자리잡아 지독한 암모니아취를 풍기는 것은 망자에게 허락된 얼마 안되는 향수일 것이다.


 이미 뒤져가는 상황 속에 진실을 알아서 무엇을 할까. 와인병의 코르크마개를 따는 오프너를 머리에 박아 빙빙 돌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면서도 억지로 고개를 치켜든다. 


 춤을 추는 인간은 여자였다. 신기할 정도로 긴 혀를 빼물고 앙증맞게 나를 놀리고 있다. 이 여자다. 나를 죽인 범인은. 그리고 전 연인이기도 하다.


 나의 모가지를 칼로 쑤시고는 곧장 목을 매달아 뒤진 듯하다. 한번에 목뼈가 아작 나서 나보다 빠르게 뒤졌나보다. 나도 그렇게 깔끔하게 죽였더라면 지금 고통 받으며 바닥을 구를 필요는 없었을 텐데 끝까지 이기적인 여자였다.


 여자와 나는 이른바 소꿉친구라는 사이였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첫사랑이었다. 하지만 첫사랑은 언제나 좋게 끝나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첫사랑과 첫사랑이 합쳐져서 상승효과를 이뤄냈는지 저 여자와 나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방법으로 헤어졌다.


 아니, 지금 상황보다는 덜 끔찍하던가.


 낄낄거리며 웃는다. 실제로는 공기빠지는 소리가 나면서 목이 끔찍한 고통만을 안겨주었을 뿐이지만, 적어도 나는 낄낄거리며 웃었다. 3초를 웃은 대가로 피를 한 번 더 토해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관계가 망가지는 순간은. 나는 여자를 철저하게 외면했고 그만큼 여자는 나에게 집착했다. 서로가 서로를 양극단으로 밀어붙여 지금까지 달랴왔고, 마침내 결말은 이렇게 났다.


 아아, 만약에 내가 이렇게 했더라면. 내가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상처를 보듬어 주었다면...은 개뿔. 너만 상처를 입었던가? 아니다. 나도 상처를 입었다. 그렇지만 이겨내고 앞을 향해 걸어가려고 하고 있었건만, 씨발.


 씨발. 씨발. 개씨발년. 뒤질 거면 혼자 뒤질 것이지. 왜 나까지 끌고가는 건데.


 뒤져. 뒤져라. 아니 이미 뒤졌던가? 배에서부터 차오르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서 내뱉었다. 5초를 웃은 대가로 피를 한주먹 토해냈다.


 그러나 이제 의미는 없는 것이다. 내가 바닥을 구르며 피를 토해내며 저주를 내뿜어도, 걸릴 인간이 이미 죽었으니 나의 저주는 그저 허공을 맴돌다가 사라질 뿐이다.


 그럼에도 저주하리라. 저주하고 또 저주하리라. 우리를 이렇게 만든 세상을 저주하리라. 저딴 여자를 사랑했었던 정신나간 나를 저주하리라.









 두 눈을 깜빡인다. 익숙했던 소녀가 나의 손을 잡고 웃었다.


"안녕?"




새벽이 되니까 갑자기 새벽감성이 올라와서 끄적여버렸다...

근데 혹시 몰라서 제목에 고어라고 붙여뒀는데 이정도 밖에 안되는데 고어한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