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결투표(自決投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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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박선정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파묻었다.

 

스크린에 떠오른 문자는 통화 종료를 알리고 있었다.

 

“…후우.”

 

그녀는 손에 들린 카드를 만지작대었다.

 

바로 내일 탈락자 투표에 도전한다.

 

약간 피로가 몰려와서 눈가를 비비며 생각에 잠겼다.

 

이시연이 설명해준 계획은 꽤나 그럴싸했다.

 

“하지만 정말로 속일 수 있을까.”

 

거기에는 탈락자 두 사람을 속여넘겨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다.

 

명백히 허를 찌르는 기책이다.

박선정도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설령 그녀들을 속이는 데 성공한다고 해도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그 이후에 탈락자들의 행동이 이시연의 예상과 들어맞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정말로 그녀의 말처럼 잘 풀릴지가 의문이었다.

 

“…….”

 

하지만 그 여우의 말이다.

 

이시연 그 여자라면 분명히 이런 심리 분석 정도야 그리 어렵지 않겠지.

 

어차피 이제 그 계책에 박선정이 신경 쓸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염두에 둬야하는 것은 그 이후의 일.

 

─이번 투표를 통해서 누구를 탈락시켜야 하는가?

 

“…선생은 지금 떨어뜨리면 안 되겠지.”

 

이내 박선정은 중얼거렸다.

 

현재 상황에서 선택지는 박루미와 이시연 중 누구를 탈락시키느냐.

 

박루미를 살려두려 했던 이유는 그 능력 때문에 전략의 폭이 넓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이야기를 들으며 확신했다.

이시연을 남겨두는 편이 훨씬 전략 구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무엇보다 저런 여우를 규칙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

 

박선정은 조심스럽게 눈을 감았다.

 

 

1.

 

인기척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깊은 밤중의 홀.

 

그 가운데서 강문희는 풀썩 주저앉았다.

 

이시연이 부탁한 ‘사전 작업’ 탓에 전신에 땀이 흘렀다.

들키지 않게 조용히 처리해야 한다는 점이 특히 고역이었다.

 

자신이 부여받은 능력이 염동력이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어지간히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으아…….”

 

강문희는 다시 일어서서 스트레칭을 했다.

 

당장 이 바닥에 드러누워버리고 싶었지만 그래서야 곤란했다.

 

모처럼 몰래 작업을 했는데 홀에서 잠들어버리면 개인실에 없었다는 게 들켜버린다.

 

빈 방에 이시연이 이부자리를 깔아두겠다 했기에 강문희는 그쪽으로 향했다.

 

패널에 손바닥을 가져다대자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은 문이 옆으로 스르르 열렸다.

 

“흐윽?!”

 

그리고 그 안쪽에 발을 들인 순간 신체를 휘감는 오슬오슬한 감각에 무심코 움찔거리고 만다.

 

조금은 비릿한 냄새가 짙게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호흡이 그것을 들이마실 때마다 몸 안쪽이 멋대로 달아오르고

피부는 옷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간지러워 참을 수 없을 지경으로 민감해진다.

 

본능이 전력으로 위험신호를 보내왔다.

당장 빠져나가지 않으면 이상해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생각에 결론을 내리기도 전에 다리에 힘이 풀려 휘청 쓰러진다.

푹신하게 바닥에 깔린 이불에 전신을 맡기고 만다.

 

“아흑… 뭐야 이거…….”

 

그러나 그 이불도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미지의 냄새가 비릿하면서도 끈적하게 코를 범해온다.

 

점점 호흡이 가빠져온다.

 

“……!”

 

그러다가 결국 강문희는 멋대로 튀어오르는 허리와 함께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그러나 몸을 가득 채운 흥분은 가시질 않는다.

 

아직 능력을 파악하지 못한 인물과 정황을 감안해본다면 이 상황의 범인은 틀림없이 이시연이리라.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정신상태가 아니었다.

 

강문희는 저도 모르게 벌어진 입으로 침을 흘리며 손가락을 자신의 음부에 가져갔다.

 

“흐으, 이란아앗…….”

 

무심코 연인의 이름을 부르자 신체에 전류가 흐른 것처럼 짜릿한 쾌감이 내달렸다.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그의 이름을 마구 부르며 자위에 빠져들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있어도 백이란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빳빳하게 그 강직을 뽐내는 그의 양물.

그 음란한 자태에 얼굴을 들이밀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가 다가가기도 전에 누군가 튀어나와 그의 물건을 입에 삼킨다.

다른 여자들도 하나둘 교대하듯 나아와 백이란을 애무해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강문희의 기억 속에 있는 미인이란 미인은 모두 나타나 그를 범하는 것만 같았다.

 

백이란은 그 중심에서 흐느끼면서도 입매는 쾌락에 젖어 헤실헤실 웃음을 띠었다.

 

자신의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가슴이 아파왔다.

 

하지만 손이 멈추질 않았다.

점점 고조되는 쾌감에 남자친구의 이름을 연신 불러댈 뿐이었다.

 

이내 강문희는 또다시 절정에 이르고 만다.

허벅지를 진득한 액체가 더럽힌다.

 

“미안해… 이란아… 나는 절대 이럴 생각…….”

 

전신에서 주욱 힘이 빠진다.

 

찌걱.

그러나 손가락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2.

 

“흐음…….”

 

테이블에 걸터앉아 성란은 다리를 꼬았다.

 

“은하 양, 오늘도 탈락자 투표를 시도해볼 생각이 없는 거 아닐까요?”

 

시계는 어느덧 10시 5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투표함을 지키고 있는 성란과 백은하였지만

누구 하나 얼씬도 하지 않는다는 점까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아뇨. 분명 올 거예요.”

 

그녀의 말에 백은하는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오늘 식사 때 분위기 보셨죠? 분명 뭔가 있어요.”

“그러고 보면 강문희 양도 조금 상태가 이상했죠.”

“…아, 네, 그렇죠.”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그냥 과하게 흥분한 것 같은 모습이었지만

여튼 나머지 사람들은 무언가 긴장하고 있는 기색이 있었으니 그런 셈 치기로 했다.

 

“게다가 유일하게 저희 오빠만 상황을 모르는 느낌이었고요.”

 

덧붙여서 두 사람은 어제도 백이란의 침실에 쳐들어갔다.

아마도 그때 그가 없는 통화방에서 무언가 이야기가 오간 게 틀림없다.

 

그리고 두 사람 몰래 나눠야 할 이야기라면 투표함을 습격하는 일뿐이다.

 

“분명 와요. 거의 백 퍼센트로.”

“뭐, 긴장은 늦추지 말고 있도록 하죠.”

 

성란은 휘파람을 불며 홀 가장자리를 따라 불덩이가 떠다니게 했다.

빛을 비추어 각각의 방문을 살펴본다.

 

“…은하 양!”

“알아요!”

 

박선정이 지내는 방의 문이 열린 것과 투표함이 카드를 집어삼키는 소리를 낸 것은 거의 동시였다.

 

“으윽…”

 

백은하는 손에 쥔 체인을 잡아당겨 보이지 않는 인물을 묶었다.

손에 무언가 걸리는 감각이 전해져온다.

 

“성란 언니, 조심해요. 눈속임일 가능성도 있어요.”

 

이내 포기했는지 박루미는 스르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차피 붙잡혔으니 눈길이라도 끌려는 생각이 아니었을까.

 

거기까지 생각하고서 그녀는 오른손에 만들어낸 금빛의 창을 집어던졌다.

 

저 멀리 있던 박선정은 발치에 박히는 창에 뒤로 훌쩍 물러섰다.

 

“언니, 투표 종료까지 얼마나 남았죠?”

“3분 정도네요.”

“얼른 반대표 집어넣어요. 제가 지키고 있을 테니까.”

 

또 하나 만들어낸 창을 그녀에게 겨누고 있으니 뒤에서 드르륵 소리가 났다.

 

“저… 은하 양. 그런데 동점이면 처리가 어떻게 되죠?”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아야 탈락자 투표가 개시되니… 아마 무산되겠죠.”

“아, 이상이 아니라 초과였던 거 맞죠?”

 

성란의 목소리에는 조금 불안한 기미가 담겨있었다.

 

“으음. 언니, 혹시 모르니까 한 장만 더 넣죠. 어차피 내일이면 투표권은 리셋되니까.”

“역시 그게 좋을까요?”

 

다시금 뒤에서 들리는 드르륵 소리를 들으며 백은하는 침을 삼켰다.

 

당장 덤벼들어도 대응할 수 있게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데 집중력이 자꾸 흐트러졌다.

 

그리고 당장에 눈에 보이는 게 박선정 한 사람일뿐

나머지 사람들이 언제 나타날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대치 상황이 이어지며 천천히 시간이 흘러간다.

 

…정말로 한참 지난 것 같았는데도 아직 투표 시간이 끝나질 않았다.

 

“성란 언니. 시간 얼마나 남았는지 좀 봐주실래요?”

“네, 그러니까…… 어?”

 

하지만 시계를 바라본 성란은 그대로 굳어버렸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기에 백은하는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게 왜 이러지? 고장났나?”

“언니, 저도 보여줘봐요.”

 

11시 1분.

투표 시간은 이미 끝나있었다.

 

“여기 탁상시계가 고장난 거 아닌가요? 아니면 일부러 시간을 바꿔뒀다든지.”

“아니에요. 분명 손목시계랑 같은 걸 확인했는데…….”

 

시계를 조작해서 교란을 일으킬 가능성은 성란과 백은하도 이미 생각해둔 바였다.

개인실의 탁상시계와 비교하자니 그것도 누가 침입해서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매번 시간을 확인하려고 값싼 손목시계를 사두었던 것이다.

 

시계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웠다.

 

“그러면 투표함의 홀로그램 쪽이 고장…….”

 

주최 측이 장치를 그렇게 연약하게 만들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당장에 떠오르는 가능성은 그것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을 입에 담으려 했던 순간 백은하는 말문이 막혔다.

 

책상이 빛나고 있었다.

 

아니, 책상 자체가 빛나는 게 아니다.

투표함의 아래쪽에서 나온 빛을 책상이 은은하게 반사하고 있었다.

 

“언니! 잠시만 비켜봐요!”

 

백은하는 머릿속에 스쳐지나간 생각에 성란을 옆으로 비키게 한 뒤 투표함을 걷어차듯 발로 밀었다.

 

정육면체 형태의 투표함이 한 칸 옆으로 굴렀다.

 

무게 탓에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책상이 울린다.

그 옆면에 일그러진 홀로그램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런…!”

 

그것을 다시금 반복하자 홀로그램이 제대로 상을 맺는다.

 

[찬성] 2

[반대] 1

 

“은하 양, 이건 대체…….”

“투표함을 처음부터 뒤집어놨던 거라고요!”

 

그제야 성란도 상황을 알아차린다.

 

지금까지의 대치는 전부 그녀들의 눈을 돌리기 위한 수단이었다.

 

자세히 보면 카드 투입구는 완전히 정중앙에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구멍이 원래 조금 위쪽에 있는지 아래쪽에 있는지를 진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

 

설령 이미지가 머릿속에 남아있다 해도 조금 위화감을 느끼고 그만이었을 터였다.

 

“하지만 만약 저희가 한 장만 넣었더라면…”

“그것도 예측했겠죠. 여태껏 동표가 나온 적이 없으니까 저희라면 확실한 길을 갈 거라고.”

 

어쩌면 하필 내일이면 투표권이 복구되는 짝수 날에 결행한 것도 계략이었을지 모른다.

 

“문희 언니가 이런 생각을 할 리는 없고… 박루미 언니도 분위기로 봐선 그런 타입은 아닌 것처럼 보여요.”

 

백은하는 미간을 찌푸렸다.

 

“선정이 언니도 머리는 좋지만… 엄밀히는 계산이 빠른 거지 남을 속이는 건 특기가 아니에요.”

 

저 너머에서 유유히 걸어오고 있는 여성에게로 시선을 향한다.

 

눈이 마주치자 이시연은 빙그레 웃어주었다.

 

“뭐랄까. 선정이 언니가 하던 말이 이해가 되네요. 정말 여우같은 여자에요.”

 

백은하의 중얼거림에 성란이 가볍게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3.

 

이시연은 의자를 빼어선 털썩 앉았다.

 

탈락자 투표의 마지막 차례인 그녀가 테이블에 앉자 홀로그램은 모습을 감추었다.

 

그녀는 지금 막 탈락자 투표를 마치고 돌아오는 참이었다.

 

“규칙을 추가해야겠는걸.”

 

이시연은 길게 한숨을 빼었다.

 

사실 결과를 까보기도 전에 탈락자는 정해진 셈이었다.

 

“이래서야 먼저 들어간 사람이 자기 마음대로 결정해버릴 수 있잖니?”

 

탈락자 투표는 각자에게 지정된 구슬을 구멍에 투입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시연이 조금 전 투표실에서 목격한 광경은

박루미의 구슬을 제외한 모든 구슬에 덕지덕지 접착제가 발려있던 모습이었다.

 

시간을 들이면 떼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나 투표 시간은 10분으로 한정되어 있었다.

 

아마 범인으로 추정되는 박루미의 차례가 두 번째였으므로

그 후에 들어간 박선정, 백이란, 이시연 세 사람은 그녀를 선택하는 수밖에 없을 터였다.

 

“선생님, 그게 뭐 어째서?”

“공정하지가 못하잖니.”

“이상하네. 우리는 원래 문희를 밀어주기로 한 거 아니었나?”

 

이번 박루미가 했던 것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못하도록 방지하자는 그녀의 말에 박선정이 빈정대었다.

 

“그럴 거면 문희가 첫 번째 순서니까 오히려 배신자를 막을 수 있는 좋은 방안인 거 아냐?”

 

박선정이 노려보듯 시선이 마주쳐온다.

 

“그게 아니면 선생님, 혹시 우승을 노리고 있는 건가?”

“글쎄.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렴.”

“…쯧.”

 

이내 혀를 차며 고개를 돌리는 박선정이었다.

 

죄다 얼른 탈락하고 이 시설에서 영원히 백이란과의 생활을 보내려고 하던 와중에

이시연은 홀로 강문희를 탈락시키고 그의 소유권을 가질 궁리를 하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그때의 감은 틀리지 않았다. 역시 제일 위험한 건 이 여자였다.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잠시 기다리자 호박 괴인이 오랜만에 홀에 찾아왔다.

 

“벌써 세 번째 탈락자로군요. 다들 투표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언제나와 같이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

익살스럽게 뒤틀린 호박의 표정은 섬뜩하게만 느껴지던 처음과는 달리 거슬리는 불쾌감만이 남아있었다.

 

물론 이런 기회를 만들어준 것에 대해선 이시연은 감사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과 짜증을 느끼는 건 별개의 이야기였다.

 

“그러면 투표 결과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과장스럽게 양팔을 펼친다.

 

“박루미 씨 4표, 강문희 씨 1표. 이번 투표의 탈락자는 박루미 씨입니다.”

 

익명성은 개나 줘버렸군.

 

자기 자신을 투표할 수 없으므로 사실상 만장일치에 가까운 그 결과를 바라보며 이시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 시각부로 박루미 씨의 플레이어 신분을…….”

“…흐읍?!”

 

그리고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질척질척한 물소리가 마구 울려퍼지며 백이란의 신음이 들려왔다.

 

깜짝 놀라 그쪽으로 시선을 향하니 박루미가 백이란 앞에 꿇어앉아 있었다.

팔을 그의 허리에 감아 단단히 붙든 뒤 페니스를 끝까지 삼켰다.

 

목구멍까지 닿은 것인지 가볍게 구역질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전력을 다해 흡입해대는 소리가 들렸다.

 

어쩐지 눈에 띄지 않는다 했더니 투명화를 걸고 있는 상태였던 모양이다.

이 정도 속도가 나오려면 미리 그의 페니스 앞에서 입을 벌리고 있었던 게 틀림없다.

 

아무리 사람 심리를 읽는 데 자신이 있던 이시연이라도 이 황당한 행동력에는 표정이 굳고 만다.

 

“다, 당장 이란 씨한테서 떨어져요!”

 

그녀가 당황할 정도였으니 당연히 다들 놀라서 순간 가만히 있다가

뒤늦게 성란이 상황을 파악하고 질색하며 달려들었다.

 

“떨어져! 떨어지라고!”

“츄읍, 우으읍!”

“빨지 마요! 내 거야. 내 거란 말이에요…….”

 

어떻게든 떼놓으려 박루미의 머리를 붙잡고 마구 뒤로 당겨대지만

그럴 때마다 그녀는 허리를 휘감은 팔을 끌어당기며 다시금 얼굴을 파묻는다.

 

오히려 그 탓에 페니스를 삼킨 머리가 왕복하는 상황이 되어

백이란에게 더욱 쾌감을 안겨주기만 할 뿐이었다.

 

뺨이 오므라들 정도로 달라붙은 박루미는 이미 자세를 단단히 잡고 있었다.

한 발 늦게 다가온 성란이 무언가 하기에는 힘든 상태였다.

 

두 번째 투표에서 백이란에게 달라붙어 있다가 다리에 창이 꽂힌 기억 때문에

이번에는 무의식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던 게 화근이었다.

 

“…저 여자 애무로 싸는 건 용서 못해요.”

 

그러다가 결국 성란은 글썽이는 눈으로 쏘아보더니 백이란의 뒤로 돌아가 주저앉았다.

 

“……!”

 

그리곤 백이란이 그 의중을 파악하기도 전에 불알을 삼키고 쪽쪽 빨아대기 시작했다.

 

민감한 급소를 흡입하는 그 감각에 백이란은 헐떡이는 호흡이 가득 섞인 신음성을 흘리고 만다.

 

허리가 빠질듯한 쾌감이 덮쳐오고 거기에 대항하듯 박루미의 움직임까지 더욱 격렬해졌다.

 

“오빠, 여자들한테 둘러싸여서 앙앙 울어대는 거 기분 좋아?”

 

정신이 아득해지는 쾌락에 적응하지도 못했는데 심지어는 백은하까지 다가와선 비난한다.

 

“진짜 역겨워…….”

 

그녀는 호흡이 살짝 가빠져서는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역겨워서… 참을 수가 없어…….”

 

백이란과 눈을 한참 마주치다가 그녀는 활짝 웃고는 빙그르 그의 뒤로 돌아갔다.

 

그러고는 그의 허리춤을 붙잡는가 싶더니 엉덩이에 얼굴을 파묻는다.

 

간지러운 숨결에 뒤이어 혀가 항문을 파고드는 감촉이 전해져왔다.

 

음란하게 젖은 뱀이 체내에 침입한 순간 백이란은 쌓이고 쌓인 쾌감에 사정해버리고 만다.

 

박루미의 뺨이 천천히 부풀다가 이내 페니스를 놓아주고는 스스로의 입을 벌려 안쪽 가득히 고인 정액을 과시했다.

 

“우읍?!”

 

그러나 어느새 성란이 그녀의 뒷덜미를 잡더니 입을 맞추었다.

혀로 구강을 더듬으며 정액을 빼앗으려들었다.

 

성란의 양 뺨을 붙잡고 밀어내려 했던 박루미였지만 전혀 물러서질 않았다.

 

서로를 경멸스럽다는 듯이 노려보며 혀를 섞어나간다.

 

그리고 백은하는 엉덩이를 빨면서도 그 음란한 광경에 눈이 팔려있던 백이란의 페니스를 뒤에서 붙잡았다.

 

재빠르게 그것을 문지르기 시작하자 남아있던 침과 정액이 뒤섞여 물소리를 내었다.

 

그 소리와 동시에 서로 싸우던 두 사람의 시선이 종소리를 들은 개처럼 홱 돌았다.

 

성란과 박루미는 동시에 침을 꿀꺽 삼켰다.


…짐승과도 같이 눈매를 번득이며 둘은 다시금 다가왔다.



4.


『게임 10일차 결과』


[규칙]

1. 폭력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2. 백이란과의 성행위를 금한다.

3. 12시부터 13시까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함께할 것.

4. 홀에서는 처음에 지급된 복장을 완벽히 착용해야 한다.

5. 스크린은 손으로만 터치해야 된다.

6. 규칙 제정 시간에 책상 위에 앉는 행위를 금한다.

7. 욕실을 사용할 때는 사용중 팻말을 걸어둘 것.


[탈락자]

- 성란

- 백은하

- 박루미


[백이란]

- 소지금: 124,000

- 투표권: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