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아— 아가씨? 제가 분명 잘 알아듣게 말하지 않았나요?"

"야, 얀붕아..."

"제발 일을 벌리기 전에 주위를 한 번이라도 둘러보란 말입니다."

"그, 그치만..."

"제가 그치만 하지 말랬죠? 이번에 목격자들 처리한다고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아십니까?"



몇 마디 하지도 않았거늘, 벌써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내가 뭐 좋은 말이라도 해줄 것 같았나 보지.



"이리 와요. 왜 또 울려고 그래."



아가씨가 천천히 내게 안긴다.

어우, 옷이 피에 잔뜩 절어서 축축한 것 좀 봐.



아가씨의 눈물을 손으로 훑어준다.

내가 용서해 준 줄 알았는지 배시시 미소 짓는다. 

이번에도 내가 졌다. 

저런 얼굴을 보면 한 마디 더 하려다가도 죄짓는 기분에 할 말을 잊는다.



속으로만 한숨을 내쉬고는 누군가의 팔이었던 것을 주워든다.



"얀붕아. 내가 치울게. 그런 더러운 거 만지지 말고."

"됐습니다. 아가씨가 치우면 어차피 제가 한번 더 치워야 됩니다. 그래서 이건 또 누구 시쳅니까?"

"으응, 얀진이. 어쩔 수 없었어! 너한테 그렇게 꼬리치는데! 이름은 또 어떻게 알아가지구, '얀붕님~ 얀붕님~' 하고 앵기는 게 분명 뭔가 노리는 게 있었다니까!"

"이름은 제가 알려줬고, 이름 좀 불렀다고 꼬리친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치마안, 얀붕이는 내꺼잖아. 더러운 년을 치웠을 뿐이야. 난 잘못 없어."



적당히 대꾸하고 준비한 봉투에 토막 난 시체를 담는다.

잘게도 쪼개 놨네.

이 정도면 어쩌다 발견되더라도 신원을 특정할 수는 없겠지.

나중에 업자를 불러 처리해야겠다.



거의 다 치웠다 싶어 봉투를 대충 묶어놓고 구석이 던져놨더니만, 아가씨가 뭔가 바라는 게 있는 눈치로 나를 부른다.



"얀붕아?"

"네, 아가씨."

"키스해줘♡"



역시 그건가.

침대에 걸터 앉아 아가씨를 나와 서로 바라보는 방향이 되도록 내 무릎 위에 앉힌다 



"흐으♡ 얀붕아 미안해? 조금만 참아줘?"



—까득.



'시발.'



어깨가 타오르는 느낌이다.

안 그래도 아픈데 아가씨는 상처를 넓게 베어 물고 피를 빨아댄다.



"흣♡︎"



나도 아가씨의 가녀린 어깨를 깨문다.

나와는 다르게 아프지도 않은지 내 상처를 햝다가도 몸을 잘게 떨며 야릇한 신음을 흘려댄다.



—하움... 츄르릅...♡ 츄웁... 츄우... 후에...♡︎



서로의 피를 머금고는 질척하게 얽히는 키스.

아가씨가 가장 좋아하는 키스다.



내 무릎에 걸터 앉은 아가씨의 허리를 감으면, 아가씨도 내 목에 그 팔을 감아온다.

서로의 피가 섞인 그녀의 침을 받아 삼킨다.

키스가 길어질수록 아가씨의 눈이 풀리고, 나를 감은 팔은 느슨해진다.



이대로 가면 아가씨는 못 참고 안아달라고 나에게 응석 부릴게 분명하다.

아직도 아가씨의 옷은 피로 젖었고, 뺨에도 미처 닦지 못한 얀진이의 피가 한 줄기 흐른다.

이 방도 시체만 치웠다 뿐이지 피웅덩이는 그대로 메말라간다.



"얀붕아♡︎ 나 이제 못 참겠어어♡"

"안됩니다, 아가씨"

"흐응♡︎ 얀붕이는 이미 준비된 것 같은데?"



아가씨가 내 사타구니를 손으로 살짝 훑으며 말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먼저 내려가 계시죠. 오늘은 특별히 제가 목욕 시중을 들겠습니다."



아가씨를 내보내고, 이미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몇 불러와 방을 청소한다.



청소를 마치고 내려와 대욕실 앞에서 사람을 부린다.

이런 자잘한 일도 내 역할이다.



"얀희야, 이 옷은 그냥 버리도록 해라. 짐승의 피가 잔뜩 묻어 더는 입을 수 없겠구나."

"아, 알겠습니다. 얀붕님"



—흐음



이런, 대화를 아가씨가 들은 모양이다.

조만간 시체 하나 더 치우게 생겼다.

고용된 지는 얼마 안 지났지만 싹싹하고 눈치도 제법 있는 것이 나름 마음에 들었는데, 아깝게 되었다.



'나도 어지간히 미쳤군.'



사람이 금방 죽게 생겼는데 아깝다는 감상이 고작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었다. 



아가씨의 첫 살인.

내가 너무 좋아서, 그래서 나랑 엮이는 여자를 질투해 죽였다니.

자기가 저지른 짓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는 아가씨가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내 손으로 직접 없던 일로 만들었다.

그 때부터 나의 목에는, 아가씨로 이어진 목줄이 하나 있다.



나와 아가씨는 서로 미쳤다.





* * *

다 쓰고 보니까 별로 얀데레 아닌것같음.

근데 쓴게 아까워서 그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