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붕이는 어릴적 부터 잘생기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고백과 질투는 항상 얀붕이를 따라다녔지만 얀붕이의 천성은 소심한 소시민이었다. 이성들의 고백을 받아들이기 불편했고, 동성들의 질투는 그를 무엇보다 힘들게 만들었다.


 누구나 우러러보는 조각같은 외모라는 날개를 가지고도 그는 행복할 수 없었다. 그는 항상 고립되어 있었고, 그게 익숙했던 그는 성인이 되자 집 밖으로는 한발자국도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집에 전화가 걸려왔다.


"ㅇㅇㅇ씨 가족되시죠? 지금 당장 ㅁㅁ병원으로..."


 그 전화는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병원에 도착하니 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신 상태였다. 어머니는 그 일의 충격으로 우울감에 빠져 점점 쇠약해지다 돌아가셨다. 


 얀붕은 장례식장에서 펑펑 울었다. 눈물로 앞이 안보일 때 꽃을 주고 온 삼촌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직장을 찾아봐야겠구나."


 몸뚱아리 하나만 남은 안붕이는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다행이 멋진 카페에 자리를 구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첫날, 그의 외모를 탐낸 한 여자 손님이 그에게 흑심을 가져버렸다.


 그녀는 사장이 자리를 비운 틈에 거짓 클레임을 걸고, 대화를 명목으로 얀붕이를 골목에 몰았다. 그러곤 얀붕이의 입술을 훔치고 몸을 더듬었다.


 가슴을 더듬던 손을 엉덩이로. 그리고 그손을 고간으로 옮겼다. 얀붕이가 저항 할 때마다 그녀는 반대손으로 얀붕이의 목을 졸랐다.


"헤헤헤... 어때? 내가 홍콩 보낸 남자만 해도 두자릿수인데. 너도 좋지?"


"그... 그만해주세요... 지금 그만두시면 경찰 안부를 테니까..."


 안붕이는 너무도 두려운 나머지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범인을 더욱 자극 했다. 이제 그녀는 단추를 풀고 맨가슴을 내놓았다. 그리고 얀붕이의 입에 자신의 가슴을 물리려던 찰라 카페의 주인이 나타났다.


"뭐하는 짓이야? 우리 직원 한테서 당장 손 때!"


 그녀는 얀붕이를 끌어당겨 자신의 뒤에 숨긴 뒤 경찰을 불렀다. 범인은 급하게 가슴을 싸매고 도망을 쳤다.


 그녀는 영업중이던 가게문도 닫고 온종일 얀붕이를 달래주었다. 스물아홉이 되도록 남자 한명 사귀어보지 못했던 그녀에게 자기 품에 안겨 울보짖는 미남은 참 귀엽게 느껴졌다.


"...얀붕아. 너네집 사정 어느정도는 아는데... 혹시 내가 도와줄까?"


 얀순이는 동정심과 순수한 호의로 그렇게 물었다. 얀붕이는 못알아들은 듯 얀순이를 바라보았다. 얀순은 그 모습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고양이 처럼 느껴져서 그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니까~ 내가 숙식을 제공 해줄 수 있는데. 도와줄까?"


 얀붕이는 울음을 그치고 자신을 구해준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대신 그녀는 그를 카페의 정직원으로 고용해 경제적으로나마 안정감을 주었다.


 그 후, 잘생긴 남자점원이 있는 카페는 당연히 유명새를 탔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여성들이 몰려와 카페는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안그래도 잘나가던 카페는 이제 확장공사까지 하게 되었다. 안붕이는 너무나 기뻤다. 자신이 도움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성격도 점점 밝아졌다.


"사장님! 요즘은 하루하루가 행복해요. 다 사장님 덕분이에요!"


 카페가 문을 닫은 밤. 얀붕이는 얀순이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보고하고 있었다. 둘은 달콤한 케이크와 향기로운 커피를 즐기며 이야기꽃을 피워갔다.


"오늘은 바빴어. 알바를 좀 구해야 되려나?"


"좋아요! 저도 새 친구를 사귀고 싶어요!"


 얀순이는 얀붕이의 말을 사랑스럽다는 듯 듣는다. 언젠가 그와 결혼을 할 것이라 굳게 믿는 그녀는 그의 모든 것을 사랑스럽게 여긴다. 그와의 아기도 언젠간 가질 것이라 믿는다.


 그렇게 둘은 잡다한 이야기를 하느라 커피가 식는 것조차 잊어먹어버렸다. 그리고 커피가 다 식어서 차가워졌을 때.


"그래서요. 그 여자손님한테 고백 받았을 때는..."


"뭐!?"


 얀순이는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얀붕에게 여자친구가 생겼나 하는 불안이 피어올랐다. 다행이 얀붕이는 고백을 거절했다는 말로 마침표를 찍었다. 얀순이는 안도했지만 얀붕이의 그 말로 혹시모를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확실히 얀순이는 밝아진 얀붕이, 넓어지는 가게에 대해서는 기뻤다. 하지만 얀붕이를 향한 다른여자들의 관심도 점점 커져간다. 언젠간 그가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


 얀순이는 생각했다.


'얀붕이를 처음 본지 시간이 꽤 흘렀다. 어쩌면 그가 나를 이성으로 생각해주지는 않을까? 우리 둘은 영화같이 만나서 영화같이 일했다. 그는 분명 날 사랑할거야'


 퇴근길 밤의 찬바람을 맞으며 그녀는 그렇게 몇번이고 되뇌었다. 집에 도착한 그녀는 얀붕이가 자신을 보며 웃는 얼굴을 떠올리며 침대에 누웠다. 나를 향해, 나에게만 웃어주는 그 표정을 떠올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