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문득 고개를 돌리고는, 얀붕이는 사랑을 속삭였어. 


"매번 그렇게 말하고도, 질리지 않는구나?"


얀순이는 방긋 웃으면서, 그의 볼에다가 가벼운 입맞춤을 날려 주었지. 


"질릴게 뭐가 있을까. 너랑 함께하는 모든 순간에서 내 심장이 이렇게 뛰는데. 들어볼래?"


"나 참. 안 들어도 알아요. 얼굴 시뻘게진거 봐."


살짝 당황한 얀붕이었지만, 이내 입꼬리는 귀에 걸린 채로 싱글벙글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어. 


"압빠아아아!"


"아이구, 우리 딸. 왔니?"


얀희, 얀붕이의 늦둥이 둘째,


"나 참, 아직도 적응이 안되네."


"이제 적응이 될 때도 되지 않았니?"


그리고 얀돌이, 얀붕이의 첫째 아들. 


"아니 그게... 보통 늦둥이는 흔한게 아니잖아."


"아빠랑 엄마랑 맨날 붙어 다니는데, 늦둥이를 못 볼게 뭐가 있니?"


"아니, 그런 상스러운 말 좀 하지 말라고!"


"상스러운게 뭐가 있을까. 그치, 여보?"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만나면 이렇게 되는 거란다. 너도 네 짝을 찾았음 한다만..."


"나 이제 스무 살, 이제 스무 살이라고!"


"어쨌든, 짐 다 쌌니?" 


"현관에 다 놨어요. 출발만 하면 되니까."


네 가족은 웃음이 얼굴에서 떠나가질 않았지. 하하 호호 웃으면서 차에 올라타 계곡으로 향하는 길은,


분명 행복했어야만 할 텐데. 


어째서 이렇게 되어 버린 걸까.























.....!! 


"얀, 얀순아! 얀순아!"


"?! 환자분 일어나셨습니다!"


"어디... 환자분, 정신이 좀 드십니까?"


"전, 전, 제 부인, 제 자식들, 어떻게 된 겁니까? 괜찮아요?"


"아...아빠... 못 일어나는 줄 알았어.."


"얀돌아... 얀돌아! 얀희는, 얀희는 괜찮은거니?"


"얀희는 괜찮아요, 아빠..."


"얀희..는 이라니. 엄마는... 엄.. 엄마는? 얀순이는?


거짓말이지? 그런 거지? 아니 악몽인가? 최근 안 꾸긴 했..었..."


차량 추돌 사고. 얼어 죽어도 시원찮을 음주 운전 때문에.


얀순이는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그렇게 세상을 떠났지. 


얀붕이는 장례식 내내 눈물이 마르지 않았어. 


눈은 충혈되어 시뻘게져 있었고, 기운을 차리라는 장인어른의 말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지. 


그저, 그 자리에 서서, 얀순이를 끝없이 생각할 뿐이었어. 


얀순이를 양지바른 터에 잘 묻고, 얀붕이는 얀희와 얀붕이를 꼭 끌어안았어. 


"엄마가 없어도... 그러니까... 잘, 해 낼 수 있겠지, 우리 아들? 딸?"


"...엄마가 보고 싶어도, 힘낼 테니까...."


"이미 다 컸어요, 아빠. 전 잘 해낼 테니까..."


얀돌이는 차마 다음 말을 할 수 없었지. 


제일 아픈 사람은, 당장에라도 죽을 것만 같은 얼굴을 한 건 다름아닌 얀붕이였으니까. 


세월이 지나고, 얀희가 결혼을 했을 때,


얀붕이는 머리가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했지. 


지난 세월 동안, 웃은 적은 별로 없었어. 


얀돌이의 결혼식에서는 오히려 서럽게 울 뻔 해서, 얀돌이의 장인어른이 걱정할 정도였지. 


"...잉꼬 부부였대요. 여보. 많이 힘들 거에요."


"딱한 사람이야. 정말로. 하늘은 어쩌다가 저런 사람한테..."


그래도 미소와 함께, 얀돌이의 앞길에 행복만이 가득하길,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언제나 웃을 수 있기를, 


그리고... 


적어도 불행이 닥치지 않기를, 우는 사람은 자신 밖에 없기를 간절히 빌었어. 


다행이 얀돌이는 쌍둥이를 얼마 지나지 않아 낳았고, 


얀희는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지. 


얀돌이는 그제서야 자신의 직장에서 손을 뗄 수 있었고. 


얀희를 시집 보내던 날, 얀붕이는 둘을 잠깐 불렀어. 


"이제 나는... 떠나려고 한단다."


"아버지, 그게 무슨..."


"아니 아니, 죽는 다는 게 아니야. 불행하게도 아직 때가 오지는 않았고...


얀순이 옆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구나."


"거긴 조금 깊은 산이잖아요, 아빠. 차라리 편하게 여기서..."


"이미 마음을 정했단다. 끝까지 너희 뒷바라지를 못해서 미안하구나."


"...아버지, 저희가... 더 해 줄 수 있는게 없어서 정말 미안해요."


"...살 곳은, 정하셨어요?"


"작은 오두막 하나를 이미 사람들한테 지어 놓으라고 했단다. 거기서 지낼 거야.


그리고... 내가 혹시나 너희에게 이야기를 못하고 가거든, 그저 너희 엄마 옆에 묻어 주기를 바란다."


"그런 소리 하지 마세..."


"너무 그렇게 내가 죽는 걸 아쉬워 하진 마렴. 어차피 이 날 만을 기다리고 있었어. 


너희를 이제 보내고... 너희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을 마지막까지 지켜봐 주기를 원했지만,


이 늙은이가... 내가... 얀순이가 너무 보고 싶단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고 싶었건만...


이 아빠의 이기적인 모습을 용서해 다오."


"...잘 지내세요, 아버지. 저희 걱정은 마시고. 


지난 세월 동안 아빠 미소 본게 언제인지 이제 가물가물해질 뻔 했는데, 


이제서야 그 미소를 다시 보네요.


아빠, 지금 활짝 웃고 계세요."


"...그러냐...."


그렇게 얀붕이는 얀순이의 묘 옆에 차려놓은 조그만 오두막에서 세월을 잔잔하게 보내게 되었어.


"할 이야기가 많아, 얀순아. 


얀돌이 그녀석은 어디서 데려왔는지, 정말 예쁜 여자와 결혼하게 되었어. 


당연히 당신보다는 덜하지. 암, 당신이 내 부인인데, 다른 여자한테 눈길을 주겠어? 음?


...얀희도, 좋은 남자를 만난 거 같아. 꿀이 뚝 뚝 떨어지는게, 나랑 당신 옛날 모습 보는 거 같더라고...


다 떠나 보내니까... 허전하기 보다는 홀가분하네. 


이제서야 당신 곁에 이렇게 돌아왔어. 


사랑해, 여보. 이제 옆에 있을 거니까...




























"...여기가 어딥니까?"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면, 알 수 있겠나?"


"당신은 그렇다면... 신이라고 하는 존재입니까?"


"많은 사람들이 날 그렇게 불렀다만은, 자네의 생각과는 조금은 다르지.


조물주는 아니야. 그렇다고 전지 전능도 아니지. 그저, 내 맡은 바 일을 다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안 그래도 그 질문에 답하려고 했다만. 


영혼은 돌고 돌지. 다만... 음, 그러니까 저 지구가 자네의 유일한 세계는 아니라는 거야. 


생명체도 여러 종류가 있고...


그러니까, 이른 바, 


""환생.""


"그래. 마땅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고생 좀 했다만은, 좋은 어휘 능력을 가지고 있군.


...누군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지 않나?"


"그렇습니다. 제... 부인이 혹시, 혹시 절 기다렸지 않나 싶어서요."


"...이곳에서의 기다림은 힘든 고행이야. 


그녀의 이름은 - 얀순이로군. 


어디 보자,


인간으로 환생했어. 그녀의 시간으로는 대충... 30? 후반 정도."


"그렇다면 - "


"자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네. 


잠시, 따로 자네와의 시간을 내야 겠군 그래.


아아, 자네 말고도 다른 영혼들을 걱정하는군. 


내가 이 정도의 능력도 없다면, 이 자리에 있을 이유도 없겠지. 


자네 같은 흥미로운 영혼들을 보는 게, 내 유일한 낙이기도 해서 말이야. 


사랑꾼이군. 정말로 깊고, 진한 사랑을 했어. 


향긋한... 커피. 그래. 그런 걸 음미하는 그런 기분이 들기도 하고.


인생을 잠시 둘러보았어. 


짧은 시간이지만,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오직 그녀를 위해 움직였어.


자식도 그녀와의 사랑의 결실이었기에...


일도 그런 자식들을 내팽겨 칠 수가 없어서...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녀만을 떠올리고 있었어.


하아,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충격은 먹지 말게. 아니, 애초에 이제 육신이 없어 충격이라는 것도 먹질 않겠군. 


좋아, 


그녀는 자네를 정확히 자네 시간으로 1년을 기다렸네. 


그녀 역시 자네를 기다릴 수 있을까를 물어보더군. 


그러나, 내가 말했지만, 여기서의 기다림은 고통이야. 


일부러 환생이라는 것 조차 어울리지 않는 악인들을 여기서 무기한으로 대기시키는 것이 형벌일 정도로. 


내가 그런 영혼을 얼마나 많이 봐 왔고, 얼마나 많이 제거했는지를 물어보지 말게. 


고역이니까 말이야. 


질리지도 않고, 그런 영혼들은 계속해서 나타나더군 그래. 


잠시 이야기가 샜네. 


그래서, 자네의 부인 이야기를 하자면...


그녀는 결국 환생을 택했네. 


다시 한번 살아보고 싶다고 했어. 


...너무 슬퍼하지는 말게. 그녀 역시 자네를 사랑했어. 그걸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다만 기다리는 것은 자네에게 있어서는 완전한 자유네. 


나는 그것에 간섭도 하지 않을 것이고


딱히 도움이라는 것도 줄 수 없네. 


여기는 무의 공간. 


내가 자네에게 베풀 수 있는 호의라고는, 가끔 와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를, 


그리고 말동무 정도가 되어 주는 것 뿐이야. 


다만... 그렇게 자주는 오지 못하네. 


휴게 시간이 다 되어서 말이야. 


이제 다시 여러 영혼들을 만나고, 그들을 올바른 곳으로 인도해야지. 


...자네같은 사람? 많았지. 많았어. 


다만 다들 포기하더군. 


그러나 그들을 비난하지는 않아. 오히려 동정할 뿐.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자네도 알게 될 걸세."
























"반갑군. 많이 오랜만이야. 


자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하려고 이렇게 왔네. 


얀돌... 그러니 자네의 아들이 여기에 도착했다는 것이야. 


아, 그렇게 좋은 소식은 아니군. 


자식의 죽음을 부모가 아는 것은 많이 아플 터이니. 


그를 만나 볼 텐가?


...내가 말하지 않았나. 


여기서의 기다림이 왜 고통인지 아나?


상상만이 허락되기 때문일세. 


기록할 수도 없고, 다른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허락되지 않지. 


핏줄은 만날 수 있고, 동시에 환생 절차를 밟기도 한다네. 


하지만... 음... 자네의 경우는 너무 특이해서, 


죽어서 자신의 자식의 영혼을 만난다, 라. 


그렇게 흔치는 않았던 걸로 기억하네. 응. 


...자네의 자식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기억나게 해 주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네. 


미안하군. 


하지만... 만나서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떠오르는 것도 있지 않겠나. 


자, 자리를 잡아 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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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쪽이... 제 아들... 얀돌이가 맞습니까?"


"제가 많이 늙었지요?"


"...죄송합니다... 그렇게 많은 것이 기억나지 않아요..."


"...설마, 그 세월 동안 여기 계셨던 거에요?"


"...얀순이를 만나기 위해서... 여기에서 줄곧 기다렸답니다..."


"맙소사... 맙소사..."


"좋은... 삶이었는가를 묻고 싶은데...."


"...좋은 삶이었다고 생각은 합니다. 자식들 앞에서 평온하게 갔으니, 정말 행복하게 간 셈이지요. 


...우리 어머니는 그러지 못했지만. 


아빠도 그렇고..."


"저는... 좋은 아버지 였나요?"


"...당연한 걸 묻지 마세요. 당신이 있었기에 제가 이렇게 좋은 삶을 살았습니다. 


그저... 아버지의 앞으로의 생에 행복만이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건지를 잠깐 묻고 싶은데..."


"...이제 떠나야지요. 아버지도 만났고... 다만, 절 그렇게 어색하게 보시니, 조금 슬프긴 하지만...


이해합니다. 그 신? 이 말해 줬었거든요. 


아버지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그녀를 기다릴 겁니다."


"엄마...를 요?"


"네, 같이 만나서... 같이 환생하고... 가능하다면 같이, 다시 한번 사랑을 속삭이고 싶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긴 기다림인지를... 알면서도요?"


"...미련한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렇습니다."


"...그저, 행운이 있기를, 아버지. 그리고 행복만이 앞으로 가득하길 빌어 드릴게요. 아버지."


"저는 그대가 많이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여전히 저를 아버지라 불러 주는군요. 


저는 분명 훌륭한 아버지였다고, 말할 수 있겠죠. 


얀...돌... 얀돌 군, 그대 역시 행운이 가득하기를, 아버지의 심정으로 빌어 주겠습니다."


"...그거면 충분해요, 아버지. 사랑합니다."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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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의 만남은... 좋았나 보군. 한결 편안한 마음이 보여.


그녀... 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네. 


다만, 얀희는 곧 여기에 도착할 거라네. 


그녀 역시 만나 보겠나?


...그럴 줄 알았네. 


역시나 기억은 희미하지만, 얀돌이처럼 그녀를 반길 준비를 하는군.


참 좋은 사람이야. 자네는. 


이번의 기다림은 그렇게 길지는 않을 게야. 


그럼, 나는 또 떠나 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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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잘... 살다 왔나요?"


"아... 아빠. 얼굴이..."


"제... 얼굴이 왜..."


"달걀 귀신이야? 얼굴이 왜 없어..."


"네? 내... 내 얼굴이?"


"일...일단, 일단 아빠인 건 알겠으니까. 


어.. 그.. 누구를 기다리는 건지는 알아?"


"얀순이, 내 사랑을 기다리고 있죠."


"그 대답은 바로 튀어나오는 걸 보니, 우리 아빠 맞네.


잘, 지냈어?"


"글쎄요... 그저 빈 공간만을 바라보면서 기다리는 건 쉽지 않다는 건 알겠..어요.


당신의 기억을 제 머릿속에서 끝없이 더듬어 봤답니다. 


...기억나는 건 당신의 결혼식.... 그리고 졸업식.. 밖에 없네요. 


정말 미안합니다. 


얀돌이는 조금 더 기억했는데..."


"괜찮아, 아빠. 그 정도면 됬어. 


엄마는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만날 수 있을 때 까지... 기다릴 뿐. 포기는 할 수 없어요."


"그거 알아? 그 분이 이렇게까지 기다리는 건 아빠밖에 없었대... 


대부분 배우자와 사별한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아서, 금방 만나고는 하거나,


그 시간이 길면 그냥 포기해 버린대.


그런데 아빠는..."


"...제가 포기할 수 없다는 건, 잘 알잖아요."


"...자기 얼굴까지 잊으면서도, 나를 기억하는 거야? 우리 엄마, 오빠도?"


"저는 잊어도... 너희를 잊는 건 아빠 실격... 이잖아?"


"...우리 아빠 답네. 정말로."


"..."


"잘 지내, 아빠. 나는... 이제 가 볼게. 


엄마 꼭, 찾았으면 좋겠어."


"고마워요... 우리 딸....도, 잘 살려무나. 응?"


"응,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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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군, 자네 얼굴이 사라진 걸 말해 줄 수 없어서.


나는 외관으로 사람을 구별하지 않네.


자네가 가진 마음과 생각을 기반으로 구별하지.


조금은... 독특하네. 나는. 


어찌 되었든, 두 자식을 만나 본 소감은 어떤가?


한결 편안한 모양이군. 


...그리고 자네에게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려고 하네. 


그녀는 환생을 택했어. 


아무런 망설임 없이.


자네를 만나려고 하지도 않더군. 


이해하네. 당연히. 


그래서 자네에게 권유를 하려 하네. 


이대로... 기억을 지우고, 


다시 새 존재가 되는 걸세. 


더 이상 기다려 봤자, 고통 뿐이야. 


...기다리겠다고?


정말로?


이번에는 자네가 기다린 것을 알려 달라고?


알려 주었네, 그러나 거절하더군.


자신을 잊고 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하고. 


이미 그녀는 자네에 대한 기억조차 없네. 


...그럼에도?


이야기라도 나누고 싶다고?


강제할 수는 없네. 그녀의 의사가 있어야만 해. 


...알겠네. 


그럼 그리 하도록 하지. 


말했다시피, 자네의 기다림은 자유라네. 


그것에 나는 간섭하지 않을 것이야. 


하지만...


고통스럽지 않나? 정말로?


...알겠네. 그럼 그리 하도록 하지. 


그녀가 자네를 만나는 선택을 하기를, 진심으로 빌어 주겠네. 


기도라니, 그것도 내가. 참.


영 이상한 느낌이야. 


어찌 되었든,


내가 자네를 다시 찾을 때...


변하지 않은 채였으면 하는군. 


그 굳은 심지, 


정말 처음 봐. 


그래서인지 더욱 흥미로워.


그럼, 이만.














































"...나오게, 잠시 걸었으면 하는군."


"...얼마나... 지난... 겁니까?"


"여기 온지 정확히 160년이 되었네."


"...왜 당신이 화난...것만..."


"160년의 기다림은 아무도 해내지 못했어. 아니, 10년조차 기다리지 못한 영혼도 수두룩했지. 


자네처럼 160년미련하게 기다린 사람은 없다고


그 어떤 생물도 그러한 짓을 하지 않았네. 


50년만 지나도 악인은 자기가 누군지도 몰라. 


시간에 부패되어 바스러진다고.


그런데 자네는, 그 여자를 여전히 기억하는군. 



그 여자는, 자네를 소름끼쳐 하던데 말이야. 


나는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네. 자네의 고통에 대한...


내 나름의 보상을 해야 할 수 밖에 없어."


"그저... 그녀를..."


"아니, 허락하지 않겠네. 자네는 약간의 교정이 필요할 것만 같아. 


그녀에게는 160년의 고독을 선사하겠네. 


그녀는 아무도 만나지 못하고, 배우자 없이 고독하게 80년, 그리고 또 다른 80년의 인생을 살게 될 것이야. 


그리고 그녀는 자네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닌 채, 그 160년을 보내게 될 걸세."


"하지만.. 기억에... "


"내가 바로 환생을 담당하는 신이오, 죽은 자들의 왕일진데, 그것 조차 못하겠는가?


내가 정한 규칙에 따라, 그러지 않았을 뿐인데,


...내가 자네에게 감동받았다고 생각하게. 


자네의 사랑은, 그만한 가치가 있어. 정말로. 


그리고, 자네는 다른 한 영혼과 진실된 사랑을 할 걸세. 


80년을 그녀와 보내게 될 거야. 정확히 80년을.


한 날, 한 시에 같이 여기로 다시 오게 될 것이고, 


그리고 그 때 다시 자네들의 사랑을 보겠네. 


그리고 80년을 또 다시 보내게 될 것이야. 


원한다면 그 사람과 80년을 다시 보내게 되겠지. 


그리고... 


나는 '얀순'을 자네 앞에 다시 데려다 놓을 것이야. 


맺어진 그 영혼도 같이. 


그리고 그대는 80년을 같은 세계에서, 둘과 다시 마주치는 운명을 가질 걸세. 


그러면 그대는 240년의 사랑을, 160년 하고도 그녀를 잃은 시간 동안의 보상을 받게 되는 걸세. 


그 여자는 겨우 80년동안 자신의 죄를 속죄하게 될 것이지만."


"무슨 말인지, 하나도 - "


"겪어 보면 알게 될 걸 세. 분명 그렇게 될 것이야.



이제 떠나게. 좋은 80년을 보내도록 하게. 



그대에게 그 80년이 부디, 행복으로 가득 찼으면 하는군. 



진심일세.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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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글에 손을 댔다. 


침대에서 잠이 안 와서, 잠시 망상하다가 떠오른 글이여서 이렇게 써내려 본다. 


이전 작품은 싸지르고 도망가지는 않을 것. 어떻게든 마무리 짓도록 하겠음. 


아마 이 작품 끝나고 그렇게 될 거 같은데. 일단은.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