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아. 저 별좀 봐봐!


그래. 뭐. 예쁘네.


엄청 빛나잖아! 우리가 어른이 되도 저렇게 빛나고 있을까? 


뭐...그렇겠지?


...우리도 저 별처럼.. 될 수 있을까?


그날의 밤하늘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내가 매료되었던건 별의 광휘였을까 아니면 맞잡았던 그녀의 손이었을까...


우리는 별의 목표로 했다. 얀순이는 재능이 넘쳤다. 나같은건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격차가 벌어져 어느새 그녀는 대마법사라고 불릴정도로 명성을 얻었다. 나는...


나도 별이 되고싶었어...


***


수많은 시체가 쌓여있다. 수없는 죽음이 이곳에 모여있었다. 그 중심에 있는것은 새하얀 백골의 사내. 죽어있지만 살아있는 기묘한 존재. 


"얀순아. 왔구나?"


"국왕님이 널 토벌하래."


"그래?"


두명의 마법사가 만났지만 어느 누구도 싸울생각은 없었다. 얀붕이의 곁으로 다가가 조용히 손을 맞잡는 얀순이. 마침 밤이었다. 그리고 마침 그날 보았던 별이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얀순아. 난 내 나름대로의 별을 찾았어.


내가 그 별이야. 지금의 나는 영원히 빛날 수 있어."


영원을 손에넣은 얀붕이는 그렇게 말했다. 언젠가, 그녀의 앞에서 떳떳해질 수 있을때 당당히 고백하겠다는 다짐은 아직도 유효했다. 다른이들의 죽음을 제물삼에 손에넣은 불멸. 지금이라면 얀순이를 평생토록 행복하게 해줄 수 있었다.


"얀붕아... 너 몇명이나 죽인거야?"


"그런건 이제 안중요해. 내가 이 모습으로 변한 시점부터 의미가 없어졌어."


그녀도 충격받았겠지. 하지만 이런 방법이 아니라면 도저히 그녀의 찬란한 재능앞에 마주설 수 없었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이야기하면 그녀도 이해해줄거다. 우리는 서로 사랑하니까.


"얀붕아. 저 별 보여?"


"그래. 아직도 빛나고있어."


"아니.


저 별은 이미 죽어있어."


"너..."


얀순이는 그 말을 끝으로 지팡이를 손에 쥐었다. 가냘픈 손에 어울리지 않는 투박한 나무지팡이와 고깔모자. 그녀가 싸울준비를 마치자 얀붕이는 깊게 눈을 감았다.


"그래. 아직은 이해 못하는거 알아. 지금은 일단 너를 제압할게."


얀붕이의 두 손에도 복잡한 마법진이 떠오르며 얀순이를 제압할 준비를 마쳤다. 설령 그녀가 죽더라도 다시 살려낼 수 있다. 그렇게 불멸을 살아간다면 분명 그녀도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 넌 빛나지 않아. 내가 좋아했던 얀붕이를 돌려줘!!"


"아니야! 나를 봐! 모습은 달라졌어도 변하지 않았어! 나라고 얀순아!"


얀순이의 마음속에 있던 남자는 이런 재미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재능도 없으면서 한없이 높은곳을 목표로 하는 그런 소년이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얀순이는 속에 잘 숨겨두었던 광기를 억누르기가 힘들었다.


전투가 지속될수록 주변이 초토화되고 있었다. 마법과 마법이 부딛힐때마다 상처입는것은 얀붕이쪽이었지만 얀순이도 서서히 지쳐갔다.


"이제 그만하자 얀순아... 날 죽일수는 없어."


"하. 히히히히히!!! 


하하하하하하!!!!"


얀순이가 미소지었다. 미소짓고미소짓고미소지었다.


이런 모습이 되면서도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구애하는 그가 참을 수 없이 좋았다. 그렇지만 그는 너무 망가졌다. 


내가 아는 얀붕이로 돌아와줘.


"얀붕아... 저 별은 죽어있어. 우리는 한참전에 죽어버린 별이남긴 빛을 바라보고 있는거야."


"뭐? 그게 무슨... 


아니야. 얀순이 니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넌 항상 나따위랑은 비교도 안되는 발견을 했었으니까. 그래서 뭐가 달라지는데."


"히히히히! 못믿겠어? 아직 실감이 안되지?! 하하하!!!


그러면 직접 보여줄게!!!"


ㅡ카드득!


얀순이의 두 눈에 피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온몸을 쥐어짜며 마법을 시전하면서도 광소하는 모습은 마치...


"설마... 그만둬! 그건 안돼!"


"히히!! 우린 더 빛날 수 있어 얀붕아! 더! 더 밝게!"


마침내. 밤하늘의 허공에 생긴 균열 너머로 문이 열렸다. 아득히 먼곳에 있던 죽어버린 별의 얀순이의 뒤쪽에서 나타났다.


"미쳤어! 이대로라면 다 죽어버릴거야!! 


더이상 널 지켜줄수도 없다고! 


얼른 저걸 돌려보내줘!"


"히히. 히히히히... 얀붕아."


얀순이는 지팡이를 내려놓았다. 비틀거리는 몸으로 걸어와 얀붕이의 품에 안겼다. 뼈만남은 서늘한 품이 그 무엇보다도 포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얀붕아... 별은 빛나야해. 언제까지고. 어디까지고."


"...미쳤어...넌 나보다도 더 미쳤어..."


"히히히... 그걸 이제 알았어? 


우린 별이 될거야 얀붕아. 죽어버린 별이. 이 우주에 누구라도 알아볼 수 있는 밝은 별이 될거야."


얀순이는 얀붕이를 사랑했다. 밝은 별처럼 눈부셨던 소년을 좋아했다.


"넌... 정말로..."


이미 둘은 되돌아가기에는 늦었다. 그렇기에 얀순이는 이런 방법을 선택했다. 사랑했던 소년을 다시 빛나게해야한다. 얀붕이는 언제까지고 빛나는채로 남아있어야 한다. 설령 죽어버린 별이 되더라도.


멸망이 임박해오며 거대한 질량의 운석이 행성에 종말을 고해온다.


ㅡㅡㅡㅡㅡ!!!!


귀로 들을 수 없는 굉음이 고막을 찢어놓는다. 행성이 충돌하며 환한 빛을 만들어내고 폭발한다.


우주에 빛이 퍼져나간다. 


머나먼. 정말로 머나먼곳까지 비출 죽어버린 별의 별빛이, 두 사람의 사사로운 사랑이야기가 우주에 흔적으로 남게되었다.














그렇게 세상은 멸망했다. 시밤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