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그들은 사냥꾼이다.

그들은 사랑꾼이다. 

.

.

.

그들은 레데얀이다.



    "야 야, 그 얘기 들었어?"


    "아니."


    "고급반에 어떤 레데얀이...실패했대!!"


    "진짜? 고급반 정도의 사람이 어쩌다..?"


    "몰라, 짝이 손목이라도 그었나 보지."


    "...방심했나 보네."


    "그러게, 어떻게 그걸 못 막냐. 근데 그 얀, 소유 7년차라서 짝의 정신이 살짝 위태롭긴 했대."


    "너나 잘해."


    "쳇, 나도 내 짝 찾으면, 잘할 거거든?"


    "ㅋㅋ나는 너가 성급하게 접근했다가 소유 실패하고 죽을까 봐 무섭다."


    "난 네가 소유 1일 차에 짝한테 속아 넘어갈까 봐 두렵다. 이년아"


    "ㅎ너처럼 내가 순진한 줄 알아?"


    "뭐라는 거야. 나야말로 이 세계 최고로 냉철한 레데얀인데."


내 친구 청얀주는 오늘도 참 시끄러웠다. 

그녀의 청색 눈은 정말 아름답다만, 저 주둥아리가 하는 말들은 시끄럽다.

하지만 그녀의 짝은 평생,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


    "자자, 거기 떠드는 두 얀생, 조용조용~. 이번 방학도 어느덧 끝이 났네요. 학기 동안에 혹시라도 짝을 만나더라도 지금껏 배웠던 것으로 잘 소유에 성공하기 바랩니다. 참, 후훗 저도 이맘때가 생각나네요. 그이를 만난 게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9월 10일 13시 39분 21초였는데, 제가 좀 빠른 편이었죠. 처음에는 너무 그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경솔하게 스토킹, 몰카.. 어쩌구 저쩌구..."


    "아 진짜, 황얀쌤은 너무 말이 많은게 문제야."


    "그래도 고급반까지 가르치다 오신 분인걸, 소유 20년 차 베테랑 레데얀시기도 하고."


    "확실히 치밀하긴 하더라."


    "..어쩌구... 그렇게 그이를 제 것으로 만들고 지금까지네요. 엇! 벌써 2시네. 오늘은 일찍 마칩니다! 후훗 코~ 자고 있네요ㅎ, 달링~ 얌전히 기다려야 해요?!!"


그녀는 휴대폰을 켜서 무언가를 보더니 반달눈을 하고선 화면을 쓰다듬었다. 그 순간 홍채는 전보다 노래졌고, 그래서인지 더욱 달 같았다. 추적교사 치고는 활달한 여자는 득달같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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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 나 왔어!"


    "촤르르륵...촤르륵...왔어?"


아빠가 발에 묶인 쇠사슬을 끌며 절뚝절뚝 오고 있다. 살짝 촉촉한 눈은 어쩐지 피곤해 보이지만, 입만은 웃고 있다.

그 뒤로는 새빨간 눈의 매혹적인 30대 중후반 여성이 서서 지켜보고 있다. 바로 우리 엄마다.


    "ㅎㅎ우리 얀순이 어디 갔다 왔을까나? 일단 밥 좀 먹자."

아빠가 내 손을 잡고 부엌으로 끌려는 순간, 벽에 기대어 우리를 보고 있던 엄마는 순식간에 걸어와서는 조금은 억척같이 아빠의 손을 가져갔다. 아빠의 뒷모습은 살짝 굳었고, 엄마는 아빠에게 몸을 살짝 기대 귀 옆에 입을 대고서는 무언가 속삭였다.


    '우리 자기, 아직 부족한가 보네... 정신 못 차리고. 이건 나중에...벌받자. 알았지?'


    '히끅..흐..흐윽..네에..'


    "얀순. 너 이제 아빠랑 접촉하지 마! 얘가 몇 살인데 아직도 버릇없게 엄마 것에 손을 대."


아빠는 잠시 부들부들 떨었고, 엄마는 아빠와 내 손을 잡고 부엌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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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무슨 수업 들었어?"

엄마의 목소리가 다시 다정해졌다.


    "오늘은 황얀님이 추적술을 가르쳐 줬어. GPS, 흔적 탐색, 현장 탐문, 레데얀 통신망 등등 많이 배웠는데, 정말 재미있었어! 마치, 술래잡기 하는 법이랄까?"


    "후훗 엄마도 그 수업을 좋아했단다. 황이 걔는 추적을 특기생 중에서도 특히 잘하더니 교사까지 되었네... 옛날에 네 아빠 탈출 했을때도 걔 덕에 잡았지. 그치 자기~♡? 그때 참 재밌었잖아"

엄마는 미소지으면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턱을 괴고 아빠에게 부드럽게 물었다.


    "으...응.. 재..재밌었지ㅎ"

아빠는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책상 밑으로 옅게 떨리는 다리는 멈추지 못했다.


    "근데, 너무 무서웠어. 영영 못 찾을까봐. ㅎ..사실 쓸데없는 걱정이었지. 그날 저녁에 바로 잡혔거든. 그래도~ 엄청 고민했다?"

그 순간 아빠는 옅게 신음소리를 계속 내며 몸을 조금 심하게 떨기 시작했다.


    "뭘?"


    "내 짝의 발을 자를지, 말지. 그래도 엄마는 온전한 편이 조금 더 좋긴 했거든. 근데 자르는게 마음도 편하고, 안전하고, 좋으려나 했지."

엄마는 살짝 목소리를 깔고는 아빠 쪽을 처다보며 말했다. 아빠는 고개를 더 숙였다.


    "근데 왜 안 잘랐어?"


    "한번 봐줄까 해서. 그날...네 아빠가 너무 꼴렸거든. 눈물, 콧물, 땀 질질 흘리고 잘못했다고 빌면서, 어떻게든 나를 만족시키려고 몸을 비비고, 가슴을 빨고, 온몸에 뽀뽀하는데...♡"

엄마는 말을 잇지 못했다. 엄마의 호흡은 조금 더 빨라지고 거칠어졌다.


    "ㅎ..흐으.♡.. 너무너무 예쁘고 사랑스럽고 키스하고 덥쳐서 마구마구 엉망진창으로 울리고 싶은 거 있지..♡"

엄마의 눈은 붉게 반짝였다. 그 순간 엄마는 거의 책상에 박듯 고개를 숙이고 있던 아빠의 턱을 오른손으로 잡고, 머리를 왼손으로 거칠게 끌어오고는 고개를 돌려 강압적으로 키스했다.


    "츄릅.♡.츄츳추웁♡...츄르르♡릅..하..하압...♡"

엄마와 아빠는 정열적인 키스를 시작했고, 아빠는 눈을 꼭 감았다. 자리에서 조금 일어선 엄마는 마치 어미새가 아기새인 아빠에게 모이를 주듯 입을 맞대었다. 하지만 곧, 엄마의 긴 머리카락이 내려와서 그 광경을 가렸다.


나는 고민했다. 만약 나에게도 그런 순간이 온다면? 

역시 엄마 딸인 건지 신체가 온전한 쪽이 더 좋을 것 같긴 했다. 하지만 영영 짝을 못 볼 수도 생각을 하자, 나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었고 피가 살짝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츄르릅♡...츄츠♡으으읍...읍..읍!....츄르♡츄츳츄르릅♡...쪽!"


    "하...하으읏♡...하.."

엄마와 아빠는 길었던 질척한 키스를 끝냈다. 둘이 입 사이에서는 긴 은색 실이 여러개 이어져 있었고, 둘이 꽤나 멀어질때까지 끊어지지 않았다. 아빠의 눈은 반쯤 풀려서 그동안 쉬지 못한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고, 엄마는 눈이 더 빨개진채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ㅎ...하...하..하아..히끄윽.."


    "하..오늘도 달다...우리 자기, 힘들었어? 숨이..후훗 가쁘네..흐읏"

엄마는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넘기며 말했다.


    "ㅇ..ㅇ에ㅔ..녜에ㅔ...홍얀..설님♡"

아빠는 아직 머리에 산소가 충분히 돌지 않았는지 입을 헤벌레 벌리고는 혀가 풀린채로 성실하게 대답했다.


    "하...이리오자..우리 자기♡, 우리..흐읏♡...좋은 거...하러갈까♡?

엄마는 아직 정신을 완전히 차리지 못한 아빠를 나쁜 아저씨가 아이 꼬시듯 유혹했다. 대답은 필요없었다. 엄마는 천천히 고개를 젓는 아빠의 양손을 꽉 쥐어잡고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쿵!


얀순이는 언젠가 저런 부부가 될 수 있을까 상상하며, 새삼 엄마가 부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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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데얀족의 역사; 벽얀진 지음 >

1장. 원시시대

    레데얀족은 아주 오래전 유전자 변이로 출현했다.

    ...


< 레데얀 단어사전 >

소유: 짝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상태

[대응되는 일반 단어]

    연애, 결혼

    (설명)

    레데얀에게 연애 혹은 결혼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 결혼은 일반사회에서도 법적으로 보장하는 긴밀한 관계이므로, 원활한 소유를 위해 많은 레데얀이 지향한다.

    또한, 결혼이라는 상징으로 짝과의 관계를 증명해 과시하고, 심적인 만족감을 얻기 위해 행하기도 한다.



항상 보기만 하다가 처음 써보는데 생각만큼 어렵네;;;

2화는... 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