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고 팔짝 뛰겠네.


지금은 에벌레의 주둥이에서 나온 거미줄, 아니 에벌레줄을 맞고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상황이지만.


진짜 마음 같아선 탭댄스를 한번 추고 싶은 그런 심정이다. 세상에 뭐 이런 일이 다있냐 진짜?


이거는 진기명기나 세상에 이런일이가 아니라 슈퍼 네츄럴이나 캡틴 아메리카에서 나올법한 일인데.

나무를 씹어먹는 정원사가 하늘을 날라다니는 에벌레를 소환한 뒤에 주둥이에서 끈적한 실을 쏴서 사람을 맞추다니.


이런 건 라스베이거스에서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마블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지금 내게 일어나고 있다. 거듭 말하지만 진짜 미치고 팔짝 뛸것만 같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내리니 집은 사라져있고, 무슨 일인가 정신을 차려보니 남녀간의 성별이 역전된 정조역전의 세계로 들어오게 되었다.

음... 몇번의 죽음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은 나는 목숨을 잃으면 어느 시점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놀라움도 잠시 그 세계에서 나는 알고보니 어떤 여자랑 결혼 한 상황이었고, 그녀의 집에 찾아가서 다락방에 있는 노트북을 뒤져보니 이럴수가 

알고보니 그녀는 미친 싸이코 새디스트라서 남자를 학대하는걸 좋아하는 여자였네.


그리고 우리 정원사는 거미줄을 쏴대는 스파이더 맨, 아니 에벌레니까 웜걸이 되겠구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아이언 맨 슈트가 튀어나와도 별로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다.


무슨 30대 아저씨가 술 먹고 조아라에서 대충 소설을 끼적거려도 이것보다는 현실성 있겠네.


인생은 놀라움의 연속이라더니... 옛 속담중에 틀린 말 하나도 없었다. 속담이었나? 오프라 원프리가 그런 말을 자기 쇼에서 말 한것 같기도 하고..


어쨋건 그런건 중요한게 아니었다.


레이건 대통령이 문제는 경제야! 멍청한 새끼들아! 그렇게 말한것처럼 

문제는 내 눈 앞에 얼쩡거리며 돌아디니는 에벌레가 가장 큰 문제였다.


"뭐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거에요??"


바닥에 누워 몸을 버둥버둥 움직여 예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와 다르게 매우 마음이 평온해보였다.

아니.... 그냥 뭐 아무 생각이 없는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놀란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것 같기도 하다.


단지,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눈 앞의 정원사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천천히 걸음을 앞으로 옮긴다.

공포, 망설임, 두려움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는 그녀의 발걸음.


혹시 뭐... 지금 이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방법이라도 있는건가?


너무나도 당당했다. 하늘을 날라다니는 에벌레가 실을 마구잡이로 뿜어서 사람을 맞추고 다녀도 예진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게 너무 신기했다.


"앗! 아니 피해야지.."


정원사의 머리 위를 날라다니는 에벌레가 다시 흰색 실을 내뽐기 시작한다. 힘차게 쭉쭉 벋어나가기 시작하는 흰색의 실은 예진의 가슴팍에 보기좋게 명중했다.


예진의 두 발이 살짝 밀린다. 그러나 이런 충격을 예상하기라도 했듯 정원사와의 거리 간격을 좁혀나가기 시작한다.

그녀의 가슴팍에 달라붙은 실뭉치들은 천천히 예진의 몸 위에 생크림을 뿌리는 것처럼 하얀색 실이 겹겹히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자기 몸에 실이 잔뜩 감기건 말건, 천천히 정원사의 앞까지 걸음을 옮기는 예진의 모습은 마치 성난개가 옆에서 컹컹 짖어도 묵묵히 앞을 향해 나아가는 철마와도 같았다.


"아니, 뭐 다가오면 뭐 어쩌려고 그러시는지?, 팔다리도 묶인 주제에"


나와는 달리 몸에 끈적한 실이 달라붙든 말든 거기를 좁혀오는 예진의 반응에 당황이라도 한 것일까? 


정원사는 손에 들고 있는 정원용 가위를 앞으로 붕붕 휘두르기 시작했고, 그녀의 손짓에 반응하듯 머리 위를 떠돌고 있는 에벌레는 더 굵고 많은 양의 실을 예진에게 뱉어내기 시작했다.


끈적한 실이 몸에 잔뜩 감긴체 다가오는 예진, 어느새 그녀는 새하얀 거위털 패딩이라도 입은 것 처럼 온몸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미쉐린 타이어의 마스코트처럼 빵빵하게 부풀어오른 예진의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원사는 손에 들고 있는 정원용 가위를 좌우로 붕붕 휘두르며  팔 하나 움직일 수 없어보이는 예진을 만만하게 보는것인지 천천히 예진과의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두 사람, 나는 그 두 사람의 모습을 보기 위해 도롱이 벌레처럼 몸을 굴려본다.


"보기보다 꼼꼼하게 묶었군, 조경일을 이렇게 성실하게 해줬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나랑 정원일은 나랑 소질이 안맞는것 같은걸, 새로운 직업을 찾아봐야지. 물론... 지금 이 일을 완벽하게 해결하고 난 뒤에 말야"

 

"퇴직금은 필요 없겠지?"


"..아니 뭐 어차피 일당으로 일하는건데 퇴직금은 별로 신경쓰지 않아도 됩니다. 원래 퇴직금 정산을 해주는게 주에 52시간 이상 근무를 해야 정산해주는걸로 알고 있는데, 이렇게 단기 아르바이트로 근무를 하는 조건이면 퇴직금을 받기 어려울 것 같은데, 어음... 게다가 하청이라서 퇴직금 같은건 안 챙겨 줄것 같은데.


그리고 이것도 바로 돈 필요할데가 있어서 그냥 하는거지, 원래 본업은 이게 아닌걸, 그냥 이 일을 하는 것도 급전도 필요하고, 겸사겸사 애벌레 밥도 먹여줘야 되가지고 그냥 하는거지, 굳이 뭐 거창하게 퇴직금까지 바라는건 아닌데...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 굳이 주겠다면 말리지 않고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가 아니라, 어이 당신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어? 어? 지금 슈퍼 네츄렬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지금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고?

아니 보통 하늘을 사람의 등 뒤에서 애벌레가 나와서 거미줄을 찍찍 내뱉는 광경을 보고도 한가롭게 퇴직금 정산이니 뭐니 그런 말을 해도 되는거야?


지금 내가 당장 정원용 가위를 휘두르기만 해도, 최소 머리에 맞으면 두부외상이라고, 일본 애니메이션처럼 머리를 두들겨 맞아 쓰러져도 다음 컷이면 멀쩡하게 다시 일어서는 그런 장면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데


..이거 참 이래서 화이트 칼라들은 무서운 줄 모른다니까, 노동자의 무서운 맛을 내가 보여줘야지. 그냥 대충 겁만 줄려고 했는데 안되겠다. 좀 맞자"


"...보기보다 질기네, 안 끊기네"


"그야 그렇겠지, 나의 능력 그린 웜(green worm)의 능력은 실을 쏘아 보내는게 능력, 아아- 나도 처음에 나에게 이런 능력이 생겼다는걸 알게 되었을 땐 정말 깜짝 놀랐단 말이지.


왜 스파이더 걸처럼 나도 돌연변이 곤충에게 목덜미를 물린건 아닐까? 그런 생각도 했으니까. 아 리부트 되서 이제 돌연변이 생물체라는 설정은 없어졌나?


어찌되었건간에 나는 어느 날 우연히 이 능력을 가지게 되었는데, 그 사실이 참 지금 생각해보면 기구하네... 음.. 불과 한달도 안됬다. 평소처럼 어두운 밤 거리를 걸으며 하늘을 바라보는데


서울의 달은 오늘따라 왜 그렇게 처량해 보이는건지, 바로 근처 편의점에 가서 새우깡이랑 참이슬 후레쉬 한병 사 가지고 와가지고 동네 뒷산에서 저 하늘 높이 떠있는 달님을 바라보면서


한잔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이 밤을 보내다가, 우연히 내 신세가 너무 처량해서 눈물을 흘렸지, 근데 그때 무슨 일이 생겼나면.."


말 많네.


정원용 가위로 사람을 두부외상을 입힌다던지, 정원용 가위로 사람을 휘두른다니 뭐니 험악한 말을 내뱉는 정원사는 의외로 굉장히 말이 많았다.


그녀는 너무 투머치했다. 예진이 한마디를 하면 그 한마디에 반마디를 더하고, 거기다가 자기가 지난 날 입은 타박상, 찰과상, 그리고 선생님에게 엉덩이를 맞은 이야기까지 덧붙여서 말을 하는 사람이었다.


LA다저스의 박찬호를 실제로 만나면 이런 기분일까?


고막에서 피가 나올 것 같다. 사실 저 여자의 진정한 힘은 실을 내뽐는 애벌레 따위가 아니라 한시도 멈출 줄 모르는 저 주둥이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굉장히 뭔가 등 뒤에서 애벌레가 튀어나와서 사방 팔방에 에벌레 실을 쏘아보낼때까지는 엄청 나쁜 악당같고 댄져러스한 사람 같았는데 저렇게 주절주절 말을 하는걸 계속 보니 사람의 무게감이 점점 없어지고 있었다.


생긴것도 굉장히 맹하게 생겨가지고,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입힌다거나 그런 짓은 단 한번도 하지 않았을 것 같은 사람처럼 보이는 그녀의 인상도 내가 긴장감을 내려 놓는데 한몫 거들어 주고 있었다.


뭐 솔직히 이해는 가는게, 지금까지 자기 머리 위를 돌아다니는 애벌레를 본 사람이 우리 말고는 없다고 했으니까, 뭔가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알아준 사람을 처음 보게 되면 저렇게 신나서 주절주절 떠들어 대고 싶기도 하겠지.


게다가 승자의 여유라는것도 있으니까.


말 그대로 지금 나와 예진의 몸은 거미줄로 묶여있다.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정원사의 어드벤티지는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결국에 혼자 텅빈 방안에 누워 이 생각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기나긴 한숨과 함께 골방에는 먼지가 쌓이는거야,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었지.

난 정말 그 아이를 믿었던 만큼 내 친구도 믿었기에 난 아무런 부담없이 널 내친구에게 소개시켜줬고 그런 만남이 있은 후부터 우리는 자주 함께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함께 어울렸던 것 뿐인데. 그런 만남이 어디부터 잘못 됐는지 난 알 수 없는 예감에.."


진짜 말 많네. 애벌레처럼 몸을 꿈틀거리며 기어서 예진에게 다가간다. 내가 꼼지락거리건 말건 정원사는 계속 자기 할말을 할 뿐이었다.

저거 좀 이상한데, 살짝 어딘가 맛이 가버린것 같았다. 


아니 뭐 애초에 나무를 씹어먹고 갑자기 허공을 날아다니는 애벌레가 튀어나오는 이 시점부터가 판타지의 영역에 접어 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정원사의 현 상태는 좀 맛이 갔다고 해야할까? 싸구려 소년 만화에 자주 나오는 그 말 많은 악당1의 클리셰를 꼭 빼닮은것 같았다. 


"뭐 방법이라도 있는거에요?"


"충분히 해결 할 수 있어, 걱정하지마 아름아. 3분도 걸리지 않아, 저 주절주절 시끄럽게 중얼거리는 주둥이를 박살내는데 3초, 3초도 걸리지 않아"


".. 그 어느날 너와 내가?.. 야 너 뭐라 했냐? 3초 컷? 3초 컷이라고 했냐? 죽을라고 이게"


자기 혼자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정원사가 갑자기 말을 멈추고 예진의 앞에 섰다. 


자기 따위는 3초만에 보내 버릴 수 있다는 말이 정원사의 자존심을 자극한 것 같았다. 정원사는 이 참에 자신과 예진의 상하관계를 각인시키기라도 할 것 처럼 손에 들고 있는 정원용 가위를 번쩍 들어 예진의 머리를 후려치기 시작했...


"틴달로스(Tindalos)"


그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잘 모르겠다. 뭐 어떻게 짧은 내 어휘력으로는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내 눈앞에 펼쳐지니 참..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예진의 그림자에서 사람의 형태를 지닌 뭔가가 튀어나와서 정원사가 들고 있던 거대한 정원용 가위를 주먹으로 박살냈다고 하면 믿겨지겠는가?


그림자처럼 새카만 몸을 가진 그건 마치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개 대가리를 한 신..오시리스? 이누비스? 야누스? 셰트? 뭐 하여튼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그런거랑 좀 비슷하게 생겼다.


그것은 아마존의 눈물에 나오는 여전사와 같이 굉장히 탄탄한 근육질을 가진 여성의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굉장히 불길하고 불안정해 보였다.


세상의 온갖 부정적인 감정, 악몽, 그리고 끔찍한 저주를 끌어 모아 그것을 양분으로 삼아 탄생한 생물체, 틴달로스라고 불린 생물체는 굉장히 불길해보였다.


"...에... 선생님 그러니까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요..."


손에 들고 있던 정원용 가위가 틴달로스의 손아귀에 붙잡혀 쿠크다스처럼 박살난걸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정원사는 지금까지 여유로웠던 태도는 어디로가고 당혹스러운듯 땀을 한 바가지 쏟아내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삼류 악당 그 자체.  


"변명은 필요없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예진의 등 뒤에 있던 틴달로스 오른팔이 뒤로 당겨진다. 그리고 정원사가 그것을 보고 불길한 낌새를 눈치채고 뭔가 움직이기도 전에 총을 쏘는 것처럼 앞을 향해 뻗어 나가는 주먹.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정원사의 안면에 주먹이 사정없이 꽂혀들어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전성기 마이크 타이슨의 타격을 보는것 같았다.


눈 한번 감았다 뜨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주먹을 정원사의 안면에 때려박고 있었으니까.


그녀의 등 뒤에 있는 에벌레가 뭐 어떻게 반응을 하기도 전에 이미 정원사의 얼굴은 넝마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콧대는 박살나고, 이빨은 이미 몇개 빠지고, 눈은 이미 팬더 눈이 되어 있었다.


어떻게 가드를 올릴 시간도 주지 않고 (사실 한대 두들겨 맞자 마자, 바로 정원사의 전의는 그야말로 제로가 된 것 같지만) 매섭게 꽂혀 들어간 강공은 마무리를 놓겠다는 듯 마지막 한방을 준비하고 있었다.


"내 정원을 박살내는 녹충(綠蟲)은 용서하지 않아"


그 말을 끝으로 정원사에게 마지막 일격을 놓는 틴달로스, 무릎을 살짝 굽히고 뱀이 사냥감을 물듯 S자로 물결치듯 정원사의 복부 안으로 파고들어가 주먹을 그녀의 복부에 내리 꽂는다.


팡!!!


제트기가 하늘 위로 날아가거나, 풍선이 터지는 것처럼 커다란 충격음이 들리면서 총알처럼 옆집과 우리 집 사이의 경계에 있는 담벼락에 처박히는 정원사.


운석이 담벼락에 부딪힌것처럼 정원사의 등 뒤에 커다란 크레이터가 깊게 박혀있다.


"풀렸다"


예진의 말대로 내 몸을 묶은 끈적한 줄은 마치 땡볕에 놔둔 얼음처럼 흐믈흐믈거리며 녹아내리더니 어느새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게 아닌가?

나는 몸을 일으켜 예진을 바라보았다. 


"아름아, 다친데는 없어?"


내가 입은 옷에 더러운 흙먼지를 손으로 털어내는 예진, 그리고 나는 예진의 손을 뿌리치고 황급히 집으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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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be countiued


아 매일 한편씩 쓸려고 하는데 소설 쓰기가 너무 귀찮다 이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