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외의 행동으로 당황시켜 멈추게 만들었으니. 금방 손떼고 도망이나 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만 이 선택지가 악수일줄이야. 잡은 팔을 뿌리치고 다시 잡아채 깍지를 껴 굳히더니 대충 한번 움직인걸로 내 팔을 한번에 꺾어버릴줄은 몰랐는데.


" 어, 뭐? 잠깐- "


- -


" 이대로 끝은 아니야 ♬ . 얼마나 괴로웠을까 지휘관도 느껴봐야지. "


고통스러워 표정이 일그러진 지휘관을 보니 마음속 응어리가 풀려온다. 행복해. 그리워. 쓰라려. 지휘관이 잘못해서 그런거잖아. 절대 용서하지 않아. 이제 떠나지 마. 날 내치려는 손을 꼭 잡았다.여전히 따뜻하구나. 하지만 그 손으로 다른 것들을 잡거나 만졌을테지. 용납할수 없어. 네 손길은 내것이여야만 해. 쓰트린 지휘관 위에 올라타 눈을 맞추며 지휘관의 다른쪽 팔. 이번엔 무슨짓을 할까 몰라 무릎으로 팔꿈치를 짓눌러 완전히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줬지.


" 미안한데, 좀 가만히 있어줘 ~ "


" 팔 부러질거같아. 내가 네게 잘못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


" .. 닥쳐. "


짜악.


- -


" 갑자기 왜 때리는. "


짝.


팔이 부러질것 같아 하지 말아달라고 말 했을뿐인데 왜 이러는걸까. 눈빛은 왜 저리 살벌하고, 뺨은 왜. 왜 때린거지.


당황스러웠다. 화나는 일이 있더라도 여유롭고 능글맞은 태도로 응수하며 무시하는 45가 저런 모습을, 저런 표정을 보이는것에 괴리감과 뺨에서 퍼져 터지도록 고통스러운 감각이 맞물려 그녀가 괴물로 보이기 시작했다. 


" 그만. "


짝. 


" 제발. 미안해. 45. "


짜악.


" 그만. 45770- "


얼굴 가죽 뜯겨나가겠네. 아파서, 흘린 아무말을 듣자 주먹을 쥐어 내 얼굴에 꽂아버린 UMP 45. 분이 풀리지 않는건지, 아니면 이 상황을 즐기는건지 무릎으로 누르던 내 팔꿈치. 짓밟아 일어서더니 인정사정없이 걷어차대기 시작한다. 아파. 뼈 부러질거 같아. 아니, 충분히 부러질수도.


" ... 고백을 거부하더니, 조롱까지 해대는 지휘관은 내 속이 풀릴때까지 대해도 할말이 없겠지? "


이 부러지겠다. 아니. 그전에 뼈랑 살이 곱게 뽀개져 곤죽이 되어버릴 느낌. 더럽고 더럽게 아픈데 삼도천이 눈 앞에 물결치기까지 한다. 도박이다. 모르겠다. 안하거나 실패하거나 죽는건 매 한가지니 하고싶은 말 하고 죽던 해야지.


" 진정해. 45, 그때는 정말로 미안했어. 하지만 네가 알아야 할- "


소리쳤다. 애써 내 말을 무시하려는듯 하지만, 잠시 멈춘걸 봐선 이게 기회라고 생각했다.


" 그럼. 그럼 증명해줄게. 응? 응? "


뺨에 이어 머리를 집중적으로 맞아 버려서인지. 어떤것도 보이지 않을정도로 흐릿해지고, 머리통이 흔들리는 느낌에 어지러워져 구역질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녀를 막아야만 한다는 결론을 도출한 생존의지가. 자리잡아있는 이성과 생리욕구를 밀어냈다. 이거면 확실할거야. 칼을 집어 그녀가 짓밟은 내 왼팔을 그어간다. 봐줘. 45.


' 4 5 '


그녀가 떨어트린 칼으로 그녀를 나타내는 숫자를 손목에 새긴다. 네거야. 걱정할 필요 없어. 피가 새지만 역시 두들겨 맞던 충격에 비해선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뿐이지만. 아니. 오히려 그때의 오해를 풀수 있겠다고 생각하니.. 


그때처럼 다시 화기애애한 관계로 돌아올수 있다고. 서로를 믿고, 서로가 서로를 가진다고. 다시 그녀에게 돌아간다고. 


" 이것봐. 45, 이건 네거야. 그땐 네. 네가. 네가 정말 좋았어. "


" 그래. 네가 싫었다기보단 난. 나. 나. 나를 용납할수 없어 그랬던거야. 히. 히히. 이거 봐봐. 하트. 피처럼 진하고 새빨간 하트.. "


' 4 5 ♡ ' 


눈 앞이 흐릿하다.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나를 용서해주건지, 아니면 나를 경멸할지 알수 없었다. 보이지 않으니. 바로 앞에 있어도 어디있는지 알수 없어 두려웠다. 아파. 맞은것보다 무서워서 아파. 살고 싶어. 하지만 45는. 어떻게 하고?


수많은 생각이 서로 부딫히고 떠돌아다니며 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망가트린다. 이런 내가. 그때 날 생각해 다가왔던 그녀를 상처준 내가 원망스러웠다.


용서해줘. 살고싶어. 뼈가 부러지고, 살이 허공에 노출되어 날 찌르고 깎아내는 고통을 참고 일어섰다. 온몸을 쓰러트리려는 고통을 참아 걸레짝이 된것만 같은 몸을 일으켜 벽에 몸을 기대었다.


" 45, 45, 45.. "


해보자 메소드 연기. 그녀는 가까이에 있다. 살고 싶다. 절대 방심해서는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