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게이가 번역하다가 13화에서 찍싸고 튀어서 나 혼자 원본 읽는 김에 타이핑했음.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번역물이지만 즐겁게들 읽어주셈

한 편 하는데 1시간?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듯

연재주기가 주2회 정도이니 그거보다는 가능하면 빨리 하려고 노력할텐데

아마 12월 중순까지는 학업 때문에 많이는 못할 거 같음ㅎ

소설 원본 링크이전 번역 링크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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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리지 버드닉. 버드닉가의 현 당주이며, 칼리아 버드닉의 아버지.

기사계급으로 전락한 이후 무를 중시해온 버드닉 가 사람들 중에서는 특이하게도 예술과 정치에 조예가 깊은 인물이라고 들었다.

그러나 오른쪽 눈을 세로로 갈라놓은 전쟁의 상처와 우는 아이를 더욱 울릴 것 같은 표정을 보면 그 정보가 진짜로 맞는 것인지 아무래도 의문이 든다. 오히려 제일선에서 싸우는 것이야말로 삶의 의미라는 편이 훨씬 납득하기 쉬울 것 같다. 옷의 가슴팍에 수놓아진 코리덴 요새 총독의 증표인 검과 매의 장식이 묘하게 잘 어울린다.

바벨리지 버드닉은 내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칼리아, 저건 네 종자인가?"

"예, 아버지-실례, 각하. 정식으로 임명한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것입니다."

방금 아무렇지도 않게 말도 안되는 발언을 하지 않았나 이 녀석.

눈을 휘둥그레 뜨면서 돌바닥을 노려본다. 지금 당장이라도 끼어들어서 정정하고 싶다. 어느 부분을 돌아봐도 내가 칼리아 버드닉의 종자가 되었다는 대사건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커녕 잘못하면 고개를 드는 것조차 용서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기사 계급의 당주 상대로 서민이 그런 짓을 했다간 상대는 기꺼히 목을 베어줄 것이다. 정이나 이해관계와는 관계없는 일이다. 귀족 사회, 기사 사회, 밑으로는 서민들까지, 그 상하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관습 같은 것이다.

바벨리지는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우리를 향해, 정확히 말하면 칼리아에게 말을 던졌다.

"꼴사나운 종자를 주워왔구나. 네녀석 답다고 한다면 네녀석 다운 종자야."

그건 어떤 의미인걸까. 갑작스레 던져진 말에 머리가 물음표를 띄운다. 칼리아 버드닉이 기특한 성격이라는 것일까? 그렇다면 확실히 부정할 수 없긴 하다만. 하지만 방금의 발언은 다르게 보자면 그녀에 대한 모욕의 말로도 들린다.

그 목소리도 지나치게 낮고, 정이 들어있지 않아 부친이 딸에게 할만한 말로는 들리지 않았다.

"실례지만 아뢰오나, 이 전령서를 무사히 운반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자의 노력도 있습니다. 전혀 쓸모가 없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칼리아 버드닉은 몸을 살짝 움직이며 편지를 품 속에서 꺼냈다. 엉망진창이 되어있었지만 그녀가 정리해서 그런지 어느 정도는 볼만한 모습이 되어있었다.

일단 이걸로 일은 끝인가. 솔직히 긴장했다. 들키지 않도록 숨을 내뱉으면서 아주 조금만 시선을 들어서 편지를 받은 바벨리지의 손을 본다.

이 뒤에는 말뿐인 상찬이거나 고생했다는 한마디 정도라도 듣고 나서 ---라고 생각하고 있던 그 순간, 갑자기 바벨리지의 양손이 미묘하게 붉은 과즙이 물들어있는 방금 전달한 전령문을 찢어버렸다.

"ㅇ...아버님? 무엇을 하시는 겁니까?"

"바보같은 놈. 길드를 통해서 하는 일에 진짜 전령서를 가져가게 할 것 같느냐. 머리가 나쁘구나...이건 위서다. 이해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심히 낙담한 것 같은, 아니 오히려 냉소하는 것 같은 뉘앙스를 띠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태도로 바벨리지는 말을 잇는다.

"내 딸이면서도 네녀석은 예전부터 그런 부분의 계산을 못했지. 그 모습을 보니 내가 어째서 이 정도의 일을 너에게 맡겼는지도 이해하지 못하겠구나."

"...그러면 기사단에서의 명령이 아니라 이것은...각하의 의중으로"

칼리아 버드닉은 머리를 숙이고 약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부친의 냉담한 말을 견디고 있다. 최대한 동요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슬플 정도로 그 동요가 뒷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말없이 묻고 있다. '어째서'

"모르지는 않겠지. 잊었다고 하지는 말아라. 길드의 규정을 어기고 대목의 숲에 들어간 것을 말이다. 나 원. 멍청한 녀석. 내가, 아니 버드닉 가가 얼마나 고생했을 것 같느냐. 이번 일을 약으로 삼아 자중을 배웠으면 좋을 뿐이다. 칼리아 버드닉."

가슴이 먹먹해진다. 손끝, 발끝까지 혈류가 도는 것을 이상할 정도로 의식하게 된다.

"좋은 약...각하, 그것은 도적들에게 습격당하는 것을...알고 계셨다는 말씀입니까."

바벨리지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그는 알고 있었다. 당연히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습격당한 것은 이 요새 근방이다. 요새의 총독인 그는 주변의 치안 정도는 손바닥 보듯이 들여다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해하고 있었을 것이다. 딸이, 도적이나 다른 것들에게 습격당할 것을, 그리고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을. 등줄기를 차가운 것이 지나간다. 골수에 나이프같이 예리한 날붙이를 찔러서 도려내는 듯한 감각.

"...말해두겠다, 칼리아. 다시는 가문의 이름에 먹칠하는 짓은 하지 말아라. 네녀석이 무리를 할때마다 그 여파는 가문에까지 미친다. 알겠나, 내가 똑같은 이야기를 두번 하지 않도록 하거라. 그런 하잘것 없는 행동은 그만둬라. 너는 얌전히 내가 하는 말만 잘 들으면 된다. 알겠느냐?"

'부족한 딸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중얼거리며 바벨리지는 등을 돌렸다. 더이상 말을 섞을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갑자기, 고개를 든다. 칼리아 버드닉은 겉보기에는 어디까지나 냉정함을 지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그녀의 강한 성품 때문이겠지. 그러나 역시 그런 모습은 겉으로 내보이는 것에 불과하다.

뒷모습은 흔들리고, 몸은 굳어있고 얼굴은 창백하다.

하지만 그래도 자세를 흐뜨리는 것은 용서받지 못한다. 상급자를 대할 때 고개를 드는 것도,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용서받지 못한다. 일어서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저 자가 나갈때까지 우리는 이렇게 무릎 꿇고 있을 수밖에 없다. 차가울 뿐이어야 할 돌바닥의 감촉이 묘하게 뜨겁게 느껴진다.

이상하다. 이상할 정도로 눈에 보이는 것들은 선명하고 사고는 명료했다.

*

당연한 것인가

칼리아 버드닉은 돌바닥에 무릎꿇은 채 속으로 되물었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발버둥치건 간에 그것은 아버지에게 있어 방해되는 것일 뿐임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다른 얌전했던 자매들과는 달리 검을 든 자신은 아버지에게 있어 이물이었을 것이 틀림없다.

아니, 그게 아닐까. 이를 악물고 감정을 억누르려고 해도 사고가 제멋대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관심을 가져주었다. 아들을 얻지 못했던 아버지는 남자처럼 행동하는 나를 칭찬해줄 정도였다. 아, 그렇지. 아들을 얻을 때까지는.

아마도 방금 전에 한 말은 진실이겠지. 칼리아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그렇게 느꼈다. 나 같은 건 하잘것 없는 딸이라고,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않겠지. 도적에게 습격당해 목숨을 잃었다고 해도 상관없는 정도의 존재로밖에 생각되고 있이 않아.

자신이 볼품없다고 생각하며 칼리아 버드닉은 무릎을 떨었다. 하고 싶은 말도, 전하고 싶은 것도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나가려고 하는 저 뒷모습에 말을 거는 것조차 자신은 할 수 없다.

바벨리지 버드닉의 손이 문의 손잡이를 잡는다.

그것에 맞춰 등뒤에서 주위를 울리게 할 정도로 크게 내쉬는 한숨 소리. 그리고 동시에 크게 일어서는 사람 모습이 칼리아 버드닉의 시야의 끝부분에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