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샤 - 시간의 신 강림 

전편 못보신 분들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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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의 신이 손가락을 튕기자 아리샤의 몸이 점점 변해 가더니, 이전에 시간의 신이 강림했을때의 복장과 몸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불러져있던 배는 들어가고, 노출되어 있던 가슴과 몸에는 옷이 입혀지더니, 말끔하게 기사단장 시절의 아리샤로 원상복구된 듯 했다.

커헝! 컹! 으르르르!

"아아, 걱정하지 마라. 그저 시간을 거슬러 되돌아간 눈속임일 뿐이다, 네가 걱정하는 아리샤와 새끼는 그대로니."

마치 자신과 한데 뒹굴기 전, 자신을 역겨워하던 때로 돌아가버린 듯한 아리샤의 몸을 보고 놀란 것인지, 격렬하게 울부짖는 숫캐를 달래듯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는 시간의 신.

그녀가 차분하게 말하며 숫캐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자, 그 손길에 진정이 된 듯 평온한 표정으로 다시금 그녀의 앞에 앉는 숫캐였다.

잠시 바라보던 안구타는 비틀린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큭큭... 그따위 신파극은 그만 하라고. 이제 밥 값을 해야겠지, 피조물아?" 

"그래도 대견하군. 제 새끼와 암컷을 지키기 위해, 감히 시간의 신인 나한테까지 대적할 생각을 하다니... 비열하게 뒷통수 칠 생각이나 하는 저 비루하고 속 좁은 하급 신 나부랭이 보다는 훨씬 낫겠어."

끄응... 끙..

시간의 신은 자신의 것을 지키기 위해 감히 시간 그 자체인 자신에게도 대항하는 숫캐의 모습을 보며 약한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그런 그녀의 손길이 기분좋은 듯, 아예 그녀의 앞에 누워서 눈을 감고 부드러운 손길을 음미하는 숫캐.

그러나 그의 말 따위는 들은 채도 하지 않고, 무언가 그들 끼리만 대화하는 모습에 화가난 안구타는 이제 그런 쓸데없는 것들은 다 필요없다는 듯, 자신의 흉흉한 본심을 드러내며 숫캐에게 명령했다.

"하, 둘이서 뭣들 하는거지? 역시 붙어먹은 것들 끼리는 떡정이라도 생긴다는 건가? 난 그딴 볼품없고 쓸모없는 몸뚱아리는 필요 없으니 시간의 신, 네 년의 업과 신앙을 내놓으란 말이다! 자, 어서 저 년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해!"

그르르르.. 컹컹!

안구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숫캐에게 손짓하며 강압적으로 말했다.

그러자 숫캐는 안구타를 한번 노려보더니, 그에게 이빨을 드러내며 짖어대었다. 마치 자신에게 더 이상 명령하지 말라는 듯.

"지금 이게 뭐 하자는 짓거리지? 감히 피조물 주제에 창조주인 나에게, 이빨을 드러내는 것이냐? 뭐 하는 거야, 어서 저 년을 굴복시키라고. 내 친히 네 놈에게 그렇게나 많은 노예들을 하사해줬는데, 밥값을 하란 말이다! 소멸 당하고 싶은거냐?"

그르르르...! 

안구타의 화가 난 듯한 목소리에도, 소멸 시키겠다는 협박에도 전혀 굴하지 않고 그에게 적대감을 표하는 숫캐.

이미 지금까지의 그의 행동거지들이 쌓여 이런 일을 만들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예정되어 있던 숫캐의 배반에 매우 어이없어하는 안구타였다.

그런 그에게 시간의 신이 다가가며 말했다.

"흥, 멍청한 것 같으니라고. 모든 일이 네 계획대로 풀릴 거라고 생각한거냐? 내가 이 곳에 없다고 해서, 내 화신의 상태조차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나? 모든 시간의 흐름은 내 손 안에 있거늘... 쯧쯧.." 

"하.. 하하. 어이없군. 네 녀석이 이런다고, 너라고 살아 남을 수 있을 것 같나? 함정에 빠뜨린 건 내가 맞지만, 화신체를 그 꼴로 만든건 숫캐 네놈이라는 것을 너도 잘 알고 있을텐데? 지금이야 대견하다고 말이나 하지만, 감히 자신의 것을 빼앗긴 시간의 신 님께서 결국 가만히 계실 리가 없지 않나? 그러니 어서, 저 년을 멈추라고!"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숫캐에게 시간의 신을 조종하도록 하는 안구타였지만, 역시나 숫캐는 그를 노려볼 뿐, 그도, 그의 노예들도 시간의 신에 대해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결국 시간의 신은 안구타의 앞에 다가와서는, 자신보다도 더 큰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안타깝군. 피조물에게 무시당하는 신이라니. 그러게 적당히 하지 그랬나?"

"이... 이이익! 감히... 감히이! 나의 힘에 의해 창조된 찌꺼기 같은 존재인 주제에... 나를 거역하는거냐! 당장 이 년을 무릎꿇리란 말이다!"

"후후, 무릎 꿇릴수나 있겠나? 계약으로 화신이 깃들어 있는 몸뚱아리를 조종할 수 있다고 해서, 본신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네 놈의 독특한 발상엔 경의를 표해주지." 

"크윽..! 다른 신화의 신들이여, 외차원의 존재들이여! 어서 도와다오! 이미 이 암캐년들이 저 버러지같은 짐승 놈한테 굴복당하는 걸 보면서 많이 즐겼지 않았나? 거기에 시간의 신 마저 저 숫캐놈한테 굴복한다니, 최고의 구경거리가 아닌가! 내 신앙이나 업은 받지 않고 공짜로 구경하게 해줄테니, 어서 도와다오!" 

안구타는 이를 빠드득 갈면서 아리샤의 결혼식부터 시작하여 전 DTS 단원들의 조교까지 마치 방송을 보듯 지켜본 신들과 존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비웃음과 무시 뿐이었다.

오히려 그들은 신들 끼리의 싸움이 더욱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는 듯, 멀찍이서 그 모습을 재밌게 지켜볼 뿐이었다.

"멍청한 것. 그들은 네 우호자기도 하면서, 언제든지 네 등에 칼을 꼽을 수 있는 존재들이란 것을 몰랐단 말이냐?"

"이.. 이럴리가 없다! 어째서..! 크윽... 지.. 지금까지 잘 즐겨 왔으면서, 어째서어엇!"

"감히 하급 신 주제에 이런 반란과도 같은 계획을 획책하다니. 그에 대한 댓가를 치뤄야겠지?"

키이이잉...!

그 말과 함께 안구타의 머리 위에 얹어진 시간의 신의 손이 하얗게 빛나며 안구타의 몸 속에 있던 업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황금색의 가벼운 업들이 먼저 빠져 나가더니, 이후로 파란색, 그리고 이누이트 신화의 근본인 안구타의 근원 설화, 초록색 업이 그녀의 손으로 조금씩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신이더라도 신앙이 없으면 동력원이 떨어진 기계처럼 멈춰버리는 것처럼, 근원 설화가 없으면 껍데기만 남은 영혼없는 그릇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에 따라 격렬하게 저항하는 안구타였지만, 주신의 인정과 개연성은 시간의 신의 손을 들어주는 듯 업들은 순리대로 그녀의 손 안으로 조금씩 흘러 들어갔다.

"크아악... 그만.. 그마안! 원하는게 무엇이냐? 계약의 파기? 저들의 업과 힘의 회수? 무엇이든, 무슨 댓가든 치룰 터이니... 제발.. 근원.. 근원 설화 만으은..!" 

"호오.. 네 놈이 딸을 빼돌리고 내 화신을 이중 계약으로 저 구렁텅이에 빠뜨린 것이니, 사필귀정으로 신화를 진행하는 것이 주신의 뜻인 듯 하구나."

"무.. 뭣...? 그럼... 내 딸 세드나를... 저 숫캐 놈의 신부로.. 바치란 말이냐...?"

"아직 마르지 않은 길에는 바퀴 자국이 남는 법. 거기에 네 놈이 직접 계약에서 신부를 신랑과 동등하지 않게 성노예 수준으로 낮춰 버려 순리대로 흘러가는 신화에서도 그 흔적이 남았으니, 이 또한 지켜져야겠지?"   

"제길... 젠자앙..! 으으윽...!"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가 시간으로는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건 너도 잘 알고 있을텐데?"

"아.. 알았다.. 알았어.. 내.. 내가 졌다... 세드나를... 저.. 저 놈에게.. 내줄테니... 신화급의 업과 근원 설화만은... 크윽...!"

슈우우...

드디어 수긍하며 세드나를 내주겠다고 하는 안구타였지만, 이미 상당수의 일반 급의 업을 빨려 수척해 보이는 그였다.

그가 침통한 얼굴로 공중에서 손을 휘휘 흔들자, 머리에 꽃 장식을 하며 깔깔거리고 있던 세드나가 이 대혼란의 틈바구니 속으로 떨어졌다.

"엇.. 어라..? 아버지..?"

"...미안하구나... 우리 신화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네가.. 희생해야 겠구나..."

"그.. 그게 무슨 말씀.. 히익...!"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여러 존재들이 보는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던 세드나는, 원래 자신이 결혼했어야 하는 운명인 숫캐를 발견하고는 질겁했다.

"부.. 분명... 저 짐승과는...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하셨잖.."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해야 하는 법... 미안하다..."

스으윽...!

안구타가 손을 흔들자, 허공에서 종이 한장이 그의 손에 쥐여졌다.

아리샤를 개와 천박한 결혼식을 올리도록 만들고, 이리나가 이 땅에 가두어져 강제로 조교당하게 했으며, 여러 단원들에게 목줄처럼 옥죄어 왔던 바로 그 계약서.

거기엔 다른 누구의 이름도 아닌, 세드나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거.. 거짓말이죠..? 이..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는 거잖아요..."

"후우..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네가 숫캐의 신부가 되지 않으면... 이 이누이트 신화 전체가 붕괴할지도 모른다..."

"아.. 아아아..! 시.. 싫어엇! 나.. 나는 인정할 수 없어!"

꾸우욱!

격렬하게 저항하려는 세드나를 제압하고는 그 계약서에 세드나의 손가락을 대어, 지장이 찍히도록 만든 안구타.

그러자 계약의 증표로 세드나의 아랫배에 음문이 새겨졌고, 그녀의 목에서는 아리샤와 똑같이, 그녀의 이름이 음각으로 새겨진 뼈다귀 모양 장식이 붙은 개목걸이가 서서히 생겨났다.

스스스..!

"아.. 안돼.. 안돼!! 싫어엇... 저.. 저런 짐승 따위에게.. 시집가기는 싫어엇! 아... 아앗...♡"

주르륵...♡

격렬하게 반항하던 세드나는 숫캐와 눈이 마주치자 멍한 눈길로 움직임을 멈추고, 자신도 모르게 보지가 축축해지도록 보지즙을 주르륵 흘려대기 시작했다.

이미 주신도 인정한, 순리대로 흘러가는 신화인 탓인지, 충분한 개연성에 의해 세드나는 그대로 숫캐의 열 몇번째 서열의 성노예로써 바로 낙점되어 버렸다.

갑자기 바뀐 몸에 적응이 잘 되지 않는 듯, 엉거주춤 암캐복종자세를 취하는 세드나. 

손발을 부들부들 떨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암노예의 맹세를 하는 그녀였다.

"아흐윽♡ 안.. 되는 데엣...♡ 기분이...♡ 수.. 숫캐님의... 새 임신 육노예... 세드나가.. 인사드리겠.. 흐윽..♡ 이.. 이런 말.. 하고싶지 않...♡ 크힉♡ 제.. 제송합니...♡ 지금부터.. 언제라도... 원하시면 쓰실 수 있도로옥♡ 보지... 뎁혀 놓겠습니다앗...♡"

푸슈웃♡ 푸슛♡

"크흐윽.. 흑... 미안하다.. 내 딸아..."

너무 큰 개연성으로 진행된 계약으로 인해 순식간에 침식당해버린 그녀의 몸과 정신이 과부하를 일으키는 듯, 코피를 줄줄 흘리고 눈을 까뒤집으며 조수를 찍찍 내뿜어대는 세드나의 모습.

딸을 잃은 아버지에게는 크나큰 슬픔일지도 모르겠지만 숫캐에게는 자신 전용의 임신육변기가 한 마리 추가된 좋은 날이었고, 다른 신들과 외차원의 존재들에게는 신 이었던 존재가 순식간에 암캐로 타락해 짐승의 앞에서 배를 까뒤집고 아양을 떠는, 쉽사리 볼 수 없는 자극적인 구경거리였다.

덕분에 이누이트 신화로 다른 신들의 많은 신앙과 업이 조금 들어오게 되었지만, 이미 시간의 신에게 대다수의 힘을 빼앗긴 안구타에게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안 그래도 변방의 약한 하급 신 중 하나였던 그는, 이제 자신의 딸 마저 자신에게 적대감을 가진 숫캐에게 바치고 업 마저 부족해졌기 때문에 다른 신이나 외차원의 존재에 의해 그대로 삼켜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말 그대로 약자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었다.

털썩...!

"이제.. 이제 됐는가..? 이 정도면.. 충분히 댓가를 치른 듯 한데..."

딸을 자신의 손으로 숫캐의 소유물로 만들어버린 후유증인지, 퀭하여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터덜터덜 시간의 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는 안구타.

지금까지 보여주었던 이누이트 신화 최고신으로써의 위엄 따위는 모두 사라지고, 지금은 그저 동냥하는 거지라고 해도 믿을 정도의 비굴한 모습이었다. 

"흐음.. 글쎄..? 네 녀석이 꼬아버린 신화를 다시 이어 붙이는 댓가는 다 치뤘지만, 이제 내 화신체에 손 대고 다른 열 명의 단원들의 운명마저 바꿔놓은 댓가를... 치뤄야겠지?"

"그.. 그건...! 시.. 신화는 이제 정사대로 흘러갈 터인데... 크윽... 아... 알겠다.. 저.. 저들의 계약을 파기하고... 저들의 육체와 정신, 그리고 힘과 업까지.. 모두.. 도.. 돌려 놓도록 하지..."

그르르... 컹! 컹컹!

아직도 치뤄야 할 댓가가 남았다는 말에 절망하며 계획대로 잡았던 물고기들, DTS의 단장과 부단장, 그리고 모든 단원들을 원상 복구하여 돌려놓겠다고 말하는 안구타.

그러나 그것에 대해 매우 크게 반발하는 한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그들의 주인 숫캐였다.

자신의 창조주나 다름없는 안구타에게 이빨을 들이대며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으르렁거리는 숫캐.

"하, 이.. 이제 와서도 반항하겠다, 이건가? 한심한.... 피조물 주제에...!"

"안돼요!"

화가 난 안구타가 그나마 남은 힘을 손에 집중시켜 숫캐를 잿더미로 만들려고 했지만, 숫캐의 앞을 가로막는 존재가, 아니, 존재들이 있었다.

바로 안구타 자신과 숫캐가 획책하여 숫캐의 밑으로 떨어뜨려 버렸던 DTS의 단원들...

"주인님께 감히 손을 대려고 하다니, 저희가 가만 있을 것 같나요?"

"당신 같은 하급 조무래기 신 따위, 크로노스마저 봉인했던 저희가 두려워할 것 같나요?"

"이미 저희들의 힘과 업은 주인님의 허가만 있으면 모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주인님, 명령을...!" 

"이.. 이...! 이익...! 너.. 너희들도 원래대로 되돌려 주겠다는데, 어째서 이렇게 다들 방해하는 것이냐! 이렇게 된 이상 계약을 먼저 파기해버리고 저 숫캐놈을 짖이겨 뭉개어 버리겠다!"

"그.. 그런..!"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안구타는 품 속에서 금빛 글씨가 빛나는 계약서들을 꺼내어 자신의 신의 힘을 이용해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부우욱! 부욱!

"큿.. 흐윽... 카하악...♡"

털썩! 털썩!

"하, 이렇게 하면, 이제 널 지켜줄 존재들은 어디에도 없다, 망할 피조물 놈..!"

계약서가 찢어지며 계약이 파기되었다는 의미인지, 금빛 글씨들이 빛을 잃고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그러자 마치 발작을 하는 것 처럼 숫캐의 모든 육노예들이 힘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몸을 부르르 떨어대었다.  

컹컹! 컹! 그르르르..!

"너 같은 머저리를 대계에 사용한 건 내 크나큰 실책이었다. 다시는 그럴 일이 없을테니, [영혼조차 남기지 말고 소멸해 버리거라.]"

분노한 안구타의 눈이 붉게 빛나며, 신의 힘이 담긴 언령이 숫캐에게 쏘아져 나왔다.

그러나 숫캐는 꼬리를 말고 숨거나 도망가기는 커녕, 그 자리에 당당하게 서 안구타를 노려보며 으르렁대는 것이었다.

그르르...!

키이이잉! 까강!

"어째서..?"

"하아... 피조물들을 자신의 소유물처럼 여기지 말라고.. 주신께서도 그러셨거늘. 어찌 자유의지가 있고 자신의 수족처럼 사용하려고 하는 것일까? 어리석도다, 어리석어..."

안구타의 힘이 가득 담긴 언령은 숫캐를 향하던 중 그를 막아선 시간의 신의 검에 튕겨 나갔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구타가 찢어놨던 계약서 마저 다시 모이더니 원래의 형태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스으으...! 스르륵..! 

"이.. 이이익! 이게 무슨 짓이냐? 그대로 저 짐승놈만 처 죽였다면, 네 년의 화신체도 원래대로 돌아왔을 텐데? 어째서 막아준 것이지?"

"...내가 굳이 네 놈에게 말해줄 이유가 있을까? 어차피 말해줘도, 자유의지가 있는 피조물을 자신의 꼭두각시로 써먹으려는 놈 따위가 이해할 순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계약서.. 계약서에 무슨 짓을 한 것이냐? 시간을 되돌린 것이냐? 어째서.. 업을 소모하며 개연성을 거스르는 짓을..?"

"흠.. 그건 내가 한 건 아닌데. 네 놈도 계약서를 똑바로 읽는 버릇을 들여야 겠구나."

"뭐.. 뭐라고...?"

계약서가 점점 맞춰짐에 따라, 다시 깨어나는 숫캐의 육노예들.

당황한 안구타는 다시 계약서를 읽어보았다.

"서.. 설마... 저.. 저 빌어먹을 짐승놈이... 계약파기에 반대했기 때문인 거냐...? 크으으윽..!"

"뭐.. 숫캐만의 의지는 아닌 듯 하군."

"감히 주인님께.. 위해를 가하려 하다니..!"

"용서할 수 없어요. 당장 저 저급 신을 잡아 족쳐야..."

"일단 주인님의 안전 확보가 우선이야! 괜찮으신가요, 주인님?"

다시금 숫캐를 빙 둘러싸고 그를 보호하는 진형을 갖춘 전 DTS 단원들.

알래스카로 넘어온 뒤 처음으로 차원들을 넘나들며 임무를 수행하던 이전의 DTS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했다.

"크아아악! 계약은 모두 내가 작성했고 내 힘으로 만들어 낸 계약인데! 계약의 주체에도 내가 있는데 어째서어엇! 파기가 안 되는거냔 말이다!"

"그거야, 우리들 모두 우리의 의지로 계약에 동의한 것이니까요! 혹시나 주인님께서 저희를 버리더라도, 저희는 절대로 주인님을 배신하거나 버리고 떠나지 않아요!"

"그렇다고 하네? 그럼... 네가 말 했던 대로 계약 파기에 저들을 원래대로 복구하는 것까지... 뭐 하나 제대로 이행된 것이 없군. 그러면 이제 새로운 계약으로 그 구멍을 막을 수 밖에 없겠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이 신화에서는 더 이상 내줄 것도 없는데 어떤 계약을 또 하겠다는 거냐!"

"바로... 너 같은 고압적이고 독단적인 지휘자를 내리고, 새 지휘자를 올리는 일이지."

파아앗...!

시간의 신이 손을 뻗자 거기서 새 계약서가 나타나더니, 안구타의 앞으로 날아갔다.

"이 계약은... 안구타가... 신의 직위를 잃고 암캐가 되어... 숫캐의 소유물 및 육노예가 되도록 하는 계약이다... 안구타는 숫캐에게 육체와 정신, 소유한 모든 업과 힘, 그리고 이누이트 신화까지 전부 바치고 그에게 무조건적으로 충성하며 계약 내용을 충실히 수행해야 하고... 계약은... 안구타 자신의 의지로는 파기할 수 없다...? 미... 미친... 이.. 이딴 말도 안되는..."

"과연.. 말이 안 되는지는 네가 확인해보면 되는 것 아닐까?"

꾸욱..!

덜덜 떨리는 안구타의 손을 붙잡아 강제로 지장을 찍게 만드는 시간의 신.

안구타는 저항해보려 했지만, 자신이 세드나에게 그랬던 것 처럼, 너무나도 쉽게 자신의 손을 서명 란으로 가져가는 시간의 신이었다.

"이익.. 어째서... 어째서어...! 이.. 이딴 계약..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만.. 제발 그만..!"

"지금 비몽사몽한 채로 숫캐 옆을 지키고 있는 네 딸도... 어쩌면 똑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크윽.. 그.. 그런 것...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했을 뿐... 이.. 이 또한 피조물이 창조주를 겁간하는 반란이다! 내가 시간의 신 너에게 하려던 것과 다름 없는 짓이라는 말이다!"

"아,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두 개에는 큰 차이가 있어. 하나는 주신께서 인정하지 않은 실패한 쿠데타라는 것이고..."

이를 빠득빠득 갈며 핏발 선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안구타에게 손을 뻗는 시간의 신.

그녀의 손에서 눈이 부실 정도의 흰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안구타의 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화아아악...!

"무.. 무슨 짓을..! 크윽... 크아아아! 그만, 안 된다!"

"다른 하나는 주신께서도 직접 인정하신, 옳게 된 세습이라는 점이다."

"힘이.. 내 힘이... 싫어... 그만둬..! 하지마앗...! 꺄악..!"

츠츠츠...

모두의 눈이 잠시 멀어버릴 정도의 빛이 작렬한 가운데, 안구타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더니, 말투 또한 여성스럽게 바뀌고 있었다.

장신이었고 근육질이었던 그의 몸 또한 점점 줄어들며 여성의 몸으로 바뀌어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 이게 어떻게 된... 꺄아..! 내.. 내 몸이.. 이.. 이런...!"

"이제 믿을 수 있겠나? 이 또한 주신께서 인정하신 계약이라는 걸."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내.. 내가 저.. 저 따위 주인ㄴ... 읍...!"

계약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자신도 모르게 숫캐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입을 황급히 막는 안구타.

그러나 그의, 아니, 그녀의 몸 자체가 이미 계약이 성사되었음을 보여주는 듯 했다.

짧은 금발 곱슬머리는 허리까지 오게 길어졌으며, 온 몸의 다부진 근육은 모두 사라진 체 안기 좋은 쫀득한 살점으로 변해 육덕진 몸이 되었고, 대흉근은 유선 조직과 지방 덩어리로 바뀌어 거의 얼굴만큼 커다란 가슴을 출렁이고 있었다. 허리는 잘록하게 들어가 있었지만 골반은 다산을 기원하는 것인지 넓게 떡 벌어져 새끼를 가지기 좋은 몸이 되었고, 말랑한 엉덩이와 탱탱한 허벅지 살, 그리고 통통한 보짓살은 그녀에게 박는 남자에게 최고의 기쁨을 선사해줄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이제 그녀에게 박을 남자, 아니, 수컷이라고는 숫캐 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서열이 역전되어 이제 그의 피조물이 아닌 그녀의 주인이 된 숫캐가 그녀의 앞으로 걸어왔다.

터벅, 터벅...!

"아.. 안돼... 오지마..! 싫어..!"

스륵.. 스륵... 꽈당..!

"아그극... 아팟... 누.. 누가 막는... 아..."

다가오는 숫캐를 피하기 위해 뒤로 슬슬 물러나려고 했던 안구타였지만, 뒤로 물러나던 중 무언가와 부딪혀 넘어지고 말았다.

넘어진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녀의 뒤에는, 자신이 그토록 괴롭혔던, 이리나를 위시한 DTS 단원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다시 앞을 보자 자신의 바로 앞에서 으르렁대고 있는 숫캐.

"하.. 하하... 그래도... 내.. 내가 너의 창조주... 인데.. 설마... 심한 짓을... 하지는...?"

꽈악!

"케흑...♡ 켈록...♡ 지.. 지금까지... 죄.. 죄송했습니다.... 주.. 주인님... 아.. 앞으로.. 자.. 잘.. 부탁... 커허억♡"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인지, 창조주와 피조물 관계를 들먹이는 안구타에게 앞발로 자신의 앞에서 기도록, 그리고 숨이 막혀오도록 만드는 숫캐.

이전에는 안구타의 손짓 한 번이면 자신이 소멸되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완전 역전되어, 자신의 손짓 한번이면 강인한 신의 육체를 가진 그녀를, 빌빌 기도록, 아니면 강제로 자신의 아래에 깔려 허리를 흔들도록, 그것도 아니라면 추잡스럽게 자신의 짐승 자지를 빨도록 시킬 수 있는 것이다.

"후후, 안구타 님... 여성체가 되니 꽤나 귀여워 지셨네요..? 아아.. 그런 몸을 하고는 이제 우리 밑으로 들어올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 당한대로 갚아주려면... 쉽지 않겠는걸? 그래도 신의 육체이기 때문에 튼튼하니까 뭐든 해봐도 될 것 같아!"

"꿈 속에서도 절대 쉬지 못하게 해 드릴테니... 기대하시길..."

"끄으.. 시.. 싫.. 싫어어어!"

그리고 그런 전 DTS 단원들 뒤로 보이는, 자신이 아리샤를 욕 보이기 위해 초대했던 악신들 및 외차원의 존재들...

그들 또한 여성체로, 그리고 짐승의 소유물 신분으로 떨어진 안구타를 비웃으며 그녀에게 숫캐에게 더 잘 봉사할 수 있도록 음마법과 저주, 제약과 굴레를 하나씩 선물하기 시작했다. 아리샤의 결혼식에서 그랬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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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완결이 다 되어 가는군요... 사실 완결은 났고 비축분만 남았습니다 ㅋㅋ

외전은 안타깝게도 커미션주 분께서 본편 까지만 한다고 하셔서 진행이 안될 것 같네요.

이번 것도 재밌게 읽어주시고 댓글 추천 많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