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소설은
이젠 철이 지났지만, 6챕 막혔던 늒네가 왠지 기분이 미쳐서 걸캎세계관을 기준으로 써낸 창작글이야.
따라서 원작에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 등장하고 있고 

원작붕괴요소가 있을 수 있으니까 싫다면 뒤로가기 눌러도 돼!(그래도 대놓고 붕괴를 노리진 않으니까 봐주면 기뻐!)

덧붙여 실제 사건, 인물, 배경과는 일체 관련이 없어!


늒네의 말 : 스토리 잘알 들은 익숙할 장면이 여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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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해졌네.”


“폭풍전야의 고요함같군.”


“점장, 넌 말하지마.”


“어이.”



얼마쯤 더 나아가자 적들의 출현이 갑작스럽게 끊겼다. 우리들은 누구하나 할 것 없이 불안한 기색이 엿보였다. 아, 레이카는 여전히 무표정이지만. 변함없이 마이페이스인 소녀다.



“점장 씨. 잠시 모두를 멈추세요.”



갑자기 내 쪽으로 시선을 돌린 레이카와 눈이 마주쳐 당황했지만 소리는 작았음에도 내용은 제대로 귀에 들리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사인과 함께 모두를 불러세웠다.



“뭐야?”


“레이카가 뭔가 할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살짝 불기분조인 로코코를 피하며 나는 레이카에게로 차례를 넘겼다.



“핵심만 말하겠습니다. ALPHA의 반응같은 걸 감지한 겁니다. 이 앞쪽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적이 있어요.”


“응? ALPHA가 아니라?”


“정확히는 그의 흔적같은 겁니다. 문 씨와 만난 덕분에 조금 구별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지금까지 숨겨서 미안. 레이카는 원력을 감지할 수 있는 우리측의 히든카드야. 아무쪼록 잘 부탁해.”


“아, 그렇군. 아니, 피차일반인건 처음부터 그랬으니까 상관없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우리쪽에서도 꼭 소개시켜주고 싶은 아이가 있으니 기대해주게!”



레이카의 신상에 대해서 물어오면 귀찮아지니 역으로 내가 선수를 치기로 했다. 시주는 내 말을 믿어준 것 같다. 조금 죄악감도 들지만 레이카의 진실은 위험성이 너무 큰 극비정보다. 이 정도는 감수해야겠지.



“어쩔까, 상사님?”


“유능한, 부하 지휘관 씨의 의견은 어때?”



끄응. 괜히 말했군.



“철퇴를 건의하고 싶은데. 레이카의 말대로 안에 있는 게 적이고 생각대로의 강적이라면 우리 전력으로는 역부족일지도 몰라. 전투음이 들려오지 않는 건 이미 본대는 빠져나갔거나 당했거나 둘 중 하나겠지.”


“찬성이야. 시주 중위님. 괜찮을까요?”


“아아, 어쩔 수 없지. 그대들에게 무모한 행동을 강요할 생각까진 없으니까.”


“감사합니다. 그럼 지휘관. 철수 준비를 부탁해.”



시주의 표정에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나는 내 목표를 되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자만하지 마, 나는 전부를 지킬 수 없어. 내 손에 있는 것만 해도 벅차니까. 그러니 적어도 그것만은 지켜내야 해.



“왔습니다.”


“어머, 벌써 돌아가시는 건가요?”


“뭣!”



포지션을 다시 배정하는 걸 끝내고 부대를 되돌리려는 찰나, 레이카의 말과 함께 처음 듣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와 우리는 전부 얼어붙은 듯 제자리에 서있게 되었다. 뒤늦게 아이린과 무카, 유키가 나머지 사람들을 지키듯이 움직였고 정체불명의 여성은 우리의 뒷편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소녀가 놀라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 R.o.S.E의 08소대 여러분 그리고 동맹군의 분들도.”



그 소녀는 한눈에 봐도 특이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고풍스런 문양이 들어간 밝은 주황빛의 옷에 한쪽 머리에는 여우를 형상화한 듯한 가면. 무엇보다 한 손에 들고있는 곰방대같은 물건이 연기를 피워올리고 있는 모습이 이목을 끌었다.



“리이나…….”


“리이나라니… ‘은총의 4인’의 그?”



코코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나는 일전에 그들에 대해서 조사했던 자료를 떠올렸다. 리이나는 본래 보통 상급류였지만 상당한 실력으로 ‘은총의 4인’의 한자리를 꿰찬 초 위험인물 중 한 명일 터였다. 거기다 지금 나타나는 것만 봐도 특기는 분명 ‘암살 전술’이겠지. 사실 POINT-4 에서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른다고 예상했었는데 ‘인페르노 쇼크’가 일어난 탓인지 결국 그땐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만. 지금 등장하는건가! 설마 레이카가 말한 적이 리이나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레이카를 살짝 보자 고개를 젓고 있었다. 위험하군. 이젠 진짜 무사히 살아나갈 방도를 궁리하지 않으면 안되겠어.



“호오, 소녀에 대해서 알고 계신건가요?”


“적에 대해서 정보를 모으지 않을 수는 없잖아, 안 그래?”


“생각보다 두뇌가 명석하신 지휘관이신거같군요. 잠깐, 당신은… 설마…….”



그녀의 미소가 갑자기 무너져내렸다. 뭐지, 함정인가?



“… 상당히 제멋대로인 짓을 저질러주신 것 같군요…….”



딱 봐도 불쾌감이 배어있는 리이나의 시선은 어째선지 내가 아니라 코코 쪽을 향해있었다.



“소녀는 분명 ‘조각’을 회수하지는 못했습니다만….”


“그 이상 입을 연다면… 당장 죽여버리겠어, 망할 여우년.”



코코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걸 알았지만 나는 끼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정말로 죽여버릴 듯한 저런 날카로운 시선…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헤에. 여전히 입만 살았군요. 그나저나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요? 가엾게도.”


“다물라고 했지!”


“코코!”


“손대지 마!”


“읏.”



코코가 총을 뽑아 리이나를 겨눴기에 나는 코코의 어깨를 붙잡았지만 저항의 기세에 밀려 도로 손을 떼어놓았다. 잠깐이나마 닿았을 때 느낀 거지만 지금 눈에도 보일 정도로 그녀의 신체는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정말이지 웃음도 안나오네요. 삼류 연극, 그 이하야. 흥이 떨어졌어요. 이 자리는 이만 여기서 물러나도록 하죠.”


“누가 보내준대?”


“그 쪽의 지휘관님과는 다음에 차분히 얘기를 나누고 싶어요. 제 대신이라고 하기에는 뭐 하지만, 당신들의 상대는 따로 있답니다.”


“뭐?!”



콰아아앙!


그 순간, 큰 소리와 함께 근처의 벽이 부서지며 튄 파편과 충격의 여파에 우리는 휩쓸리고 말았다. 당연히 모두의 시선은 리이나로부터 벗어났다.



“그럼 건강히, 가여우신 분.”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땐, 이미 리이나는 자취를 감춘 뒤였다.



“제길! 다들 괜찮아?”


“으읏. ”


“괘, 괜찮아요!”


“나타났습니다.”


“점장님!”


“… 큿.”



먼지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건 사람의 모습을 한, 위압감을 내뿜는 한 마리의 괴물이었다. 기괴한 사지며, 뒤틀린 몸으로도 충분히 역겨웠지만 흩날리는 금발의 머리카락이 사람의 모습을 쉽게 연상케 해 더욱 불쾌한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그 괴물이 나를 향해 팔을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아까 파편을 하나 잘못 맞은걸까, 다리의 감각이 조금 이상했다.



“점장님!”


“뭘, 멍하니 있는거야!”



쳐날려지기 직전, 코코가 끼어들어와 대신 괴물의 팔을 쳐냈다. 유키도 어느샌가 실드를 펼쳐주고 있었던 거 같다.



“미안!”



확인해 본 결과, 다리에 부상은 없다. 좋아, 그거면 돼. 하지만 이 괴물은 만만치않은 적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지금은 코코가 잘 버텨주고 있지만 그녀 혼자에게만 부담을 지게 하는 건 악수다.



“점장 씨. 타개책이 있어요.”


“뭐? 그게 정말이야, 레이카?”


“네.”



레이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고민할 필요는 느끼지 않았다.



“코코! 조금만 더 버텨줘! 무카, 아이린! 엄호 부탁해!”


“씨. 쓸데없는 거면 죽을 줄 알아!”


“네!”


“맡겨주세요!”



로코코에게 근접전을 맡기고 그 사이, 무카와 아이린에게 엄호를 지시한다. 나는 레이카와 함께 우선 몇걸음 물러났다. 시주 쪽은 알아서 잘 해주고 있는 것 같으니 일단 신경안써도 되겠지.



“좋아, 알려줘.”


“저 녀석에게서 느껴지는 원력은 불안정한 상태라고 생각됩니다. 즉, 인위적으로 원력을 폭주시키면 자멸하게 될 거에요.”


“원력을 폭주…? 그런게 있어? 아니, 그보다 무슨 수로 폭주시키면 되는데?”



내 물음에 레이카가 바라본 건 유키였다. 갑작스런 지명에 놀랐는지 유키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유키 씨… 라고 하셨죠?”


“네? 네. 그런데요?”


“아까전의 실드말인데 원력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는거죠?”


“네, 맞아요.”


“원력은 제가 끌어모을게요. 유키 씨는 실드로 저 녀석을 가둬주세요. 가급적이면 최소한으로.”



거기까지 말하자 나는 레이카의 생각을 이해했다.



“압축시키는 거군. 여파는 괜찮을까?”


“그 부분은 로코코 아가씨에게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이야?!”




코코의 외침이 들려와 더 이상 생각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나는 레이카의 작전대로 따르기로 했고 우선 전선회복에 나섰다.



…… ……

[이전편]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