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야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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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야스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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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섹.스까지 갈 길이 먼데 제목이 영 안어울리는거 같아서 고침. 그리고 이번화부터는 음슴체 말고 제대로 된 문장으로 써나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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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거지?


장화는 지금 벌어지는 광경이 별 천지처럼 느껴졌다. 눈앞을 휙휙 지나가는 사건들이 마치 스크린샷처럼 실감이 나질 않았다. 장화의 눈에 보인 모든 장면들이 하나 같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제각기 놀고 있었다. 쌍권총을 든 백발과 흑발이 섞인 복장의 여성은 괴성을 지르면서 뭔가 금속으로 된 거대한 것을 미친 듯이 부숴대고 있었다. 군복을 입은 장군 바이오로이드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고, 갈색 단발의 병사들이 격노하며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 외에 바이오로이드들도 저마다 공포에 비명을 지르거나 울부짖고 있었다. 어떤 안경 쓴 메이드는 그 자리에서 혼절해 자매들이 황급히 엎어 나르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나는 왜 여기서 주저 앉고 있었더라. 분명 무슨 큰 일을 당한 거 같긴 한데, 기억이 안 나네?


마치 술에 취하거나 꿈 속에 있는 듯 몽롱한 기분에 사로잡힌 장화는 그 자리에서 굳은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말로 몸이 굳어버린 것처럼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힘을 아무리 쥐어도 누군가 몸을 움켜쥐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장화는 간신히 고개를 돌려 자신의 몸을 살펴봤다. 이제 보니 누군가 정말로 장화를 거세게 끌어안고 있었다. 장화보다 장신에 검은 슈트를 입은 여성이었다. 전체적으로 장화와 비슷하게 생긴 여성이었다. 얼굴이 좀더 성숙하고 눈밑의 점 방향이 반대인 것 만 빼면.


 여성이 장화를 보더니 그녀에게 뭐라 말을 걸기 시작했다. 여성의 얼굴도 공포와 다급함이 서려있었다. 여성이 힘껏 소리치고 있는데도 장화는 마치 물에 들어간 것처럼 웅얼대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시끄러. 대체 뭐라고 하는거야...여긴 또 어디고...난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거야..?


영문 모를 상황에 짜증이 치밀어 오를 즘. 장화는 전방의 거대한 잠수함에 시선이 닿았다. 잠수함 입구에는 중무장한 AGS들이 입구 주변을 호위하며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들의 틈으로 한 여성이 다급하게 입구로 들어가고 있었다. 여성은 장화를 껴안고 있는 여성보다 키가 크고, 다부져 보였다. 얼굴에 워페인트를 하고 있고 하체에 기동형 장비를 장착한 게 딱봐도 전투형 바이오로이드였다. 그 바이오로이드의 얼굴도 다급함이 가득했다. 


장화는 문득 그 바이오로이드가 품에 누군가를 안고 있는 것을 보았다. 품에 안긴 자는 시커먼 강화복을 입고 있었다. 강화복은 등이 벌겋게 타 구멍이 나있었고, 전투의 상흔으로 이곳저곳이 너덜너덜했다. 강화복 틈으로 보이는 몸은 피투성이였다. 축 늘어진 채 바이오로이드에게 이송되는 자는 의식을 잃었는지 아예 미동이 없었다. 혹시 죽은건가?


그렇게 생각할 즘 장화는 바이오로이드가 그를 데리고 완전히 잠수함 안으로 들어가기 전 품에 안긴 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는 바이오로이드가 아니었다. 남성이었다. 장화의 타입은 아니었지만 제법 준수한 미남이었다. 강화복이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할 만큼 순하고 맹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그래, 참 바보 같은 사람이었다. 장화가 그토록 미운 말을 쏟아냈는데도 장화를 구하러 전장을 돌파해 찾아온 그. 언제나 모두를 사랑하고, 그만큼 모두에게 사랑받던. 장화마저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한.


사령관.




사령관...?


남자의 정체를 파악한 순간. 장화는 그 순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장화의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방금 전 일어난 전말과 함께.


"아아악       !!! 사령관           !!!!!!!"


"장화야, 진정해!!"


오르카호 입구로 들어가는 사령관을 향해 장화가 울부짖었다. 조금 전 모든 작전이 끝나고 이제 퇴각을 앞둔 상황. 장화가 사령관에게 사과하기 위해 잠시 뜸을 들이던 중에 벌어진 일이었다. 매복 중이던 연결체 스토커가 장화와 사령관을 노리고 기습을 가했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찰나의 순간. 누구도 공격에 대비할 수 없었다. 꼼짝없이 당하기 직전. 사령관이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장화를 온 몸으로 감쌌다.


-안돼      !!!! 


스토커의 레일건이 직격하기 전 사령관은 온몸으로 장화를 끌어안고 자신의 몸으로 공격을 받아냈다. 폭발과 함께 장화와 사령관의 몸이 공중을 날았다 땅으로 추락했다. 어마어마한 충격에도 장화는 기적적으로 무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령관은 그러지 못했다. 폭발을 정면으로 받아낸 사령관은 땅에 떨어진 채 눈을 뜨지 못했다. 모두가 갑작스레 벌어진 찰나의 일에 얼어붙었을 때.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주인님!!!!!"


콘스탄챠의 비명과 함께 얼어붙은 시간이 깨졌다. 그 다음으로 외친 것은 칸이었다.


"알파 다운, 알파 다운!!! 사령관이 쓰러졌다!!!"


칸은 그대로 사령관을 들처 안고 황급히 오르카호를 향해 내달렸다.


"오르카호!! 여기는 칸이다!!! 초 긴급상황 발생, 사령관이 기습 당했다!!! 즉시 응급팀 준비시켜!!!!"


"캬아아아아아악!!!!!!"


해변을 찢어지는 귀성이 울려퍼졌다. 사령관의 호위였던 리리스가 미쳐날뛰며 스토커를 향해, 순식간에 스토커를 찢어발겼다. 피눈물을 흘리며 괴성을 질러대는 그 모습은 신화의 귀신, 벤시를 방불케했다. 완전히 박살이 난 스토커를 리리스는 계속해서 짓밟아댔다.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스틸란인, 사령관이 쓰러졌다!! 인근의 철충들을 모두 도륙하라!!"


마리의 명령에 모든 스틸라인이 광란에 빠졌다.


"이 개.씨.발새끼들, 다 죽여버릴거야!!!"


늘 바보 같던 브라우니들은 복수에 미친 광견이 되어, 눈에 보이는 철충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물어뜯었다. 오르카호 입구에서 기지 보호를 담당했던 스파르탄들이 일제히 튀어나와 입구를 호위하기 시작했다. 이제야 모든 기억이 돌아온 장화는 미친듯이 발버둥쳤다. 자신을 끌어안은 홍련이 되려 방해처럼 여겨졌다.


"사령관   !! 사령관     !!!!!'


"장화야, 움직이면 안돼!! 너도 다쳤단 말이야!!"


"놔, 놔!!! 사령관한테 가야해!! 사령관!!!!"


장화는 두눈에서 눈물을 쏟으며 발악했다. 레일건의 폭발을 받은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괴력이 홍련의 품에서 느껴졌다. 장화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령관은 분명 자신을 미워하고 있었을 텐데. 자기가 사령관에게 늘 심한 말만 해서, 그래서 사령관도 자신을 벌 주고, 자기가 후유증으로 괴로워할 때도 얼굴 한 번 안 비췄는데.


왜 이 섬에 고립된 자신을 구하러 온 거지?

왜 자기를 괴롭혔던 철충에게 분노하면서 패죽인거지?

왜 다친 자신을 배려해 손수 안아서 옮겨줬지?

왜 철충의 목표가 된 자신을 버리지 않고 자기를 지켜준 거지?


모든 것이 의문 투성이였다. 하지만 장화에게 그것은 지금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피투성이가 된 채 죽은 건지 산 건지 알 수 없는 사령관의 안위만이 장화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다.


"사령관!!! 안돼, 사령관!!!! 날 두고 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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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오르카호는 그야말로 암울한 시기를 겪고 있는 중이었다.


회의실에 모인 지휘관들. 하지만 지금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냉랭하고 험악했다.


"대체 섬의 폭격을 어떻게 했길래 저런 놈이 아직 살아있던거야!!!"


레오나가 메이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소리치고 있었다.


"그게 내 탓이라고?!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오르카호가 가까운 곳에서 폭격을 날리라니, 기본 상식도 없냐?!?! 그러고도 지휘관 개체 맞아?!!? 그러는 너희야말로 진작에 그 놈을 미리 발견하고 저격했어야지!!!!"


메이도 지지 않고 레오나에게 소리쳤다.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둘이 씩씩 대며 서로를 탓하고 있었다. 구석에는 리리스가 넋이 나간채 머리를 쥐어뜯으며 간혈적으로 중얼거렸다.


"아아 주인님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죄송해요주인님은리리스만믿고있었는데주인님을못지켰어요난쓰레기야쓰레기야쓰레기야쓰레기야쓰레기야쓰레기야쓰레기야쓰레기야쓰레기야."


"다들 진정들 해요. 모두 너무 흥분했..."


라비아타가 격해지는 레오나와 메이의 싸움을 말리려 나섰다. 그러나 그것은 되려 역효과를 일으켰다.


"그대는 이 자리에서 아무 할 말이 없소!!"


용이 벌떡 일어나 라비아타를 노려봤다. 라비아타는 그 증오스런 눈빛에 흠칫 떨었다.


"오르카호의 방어는 그대의 역할이었소!! 헌데 연결체인 스토커가 이렇게 가까이 매복하고 있던걸 여태 눈치채지 못하다니, 사령관이 그대에게 맡긴 역할을 무엇으로 생각한 것이오!!! 설령 사령관이 아니더라도 스토커가 작정하고 오르카호를 노렸으면 어쩔 뻔 했소!!!!"


라비아타는 용의 발언에 아무 반박도 하지 못했다. 용의 말대로, 철충이 저렇게 가까이 매복하고 있던 것을 몰랐다니. 부정할 수 없는 라비아타의 실책이었다. 죄책감에 라비아타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미안해요....."


라비아타의 사과에도 용은 노기를 가라앉힐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차마 더이상 말하지는 못하고 거친 숨을 내뱉으며 라비아타를 노려보기만 했다. 폭풍이 휩쓸고 간 것 같은 적막이 일었다. 그래도 한 차례 난리를 피우고 나니 되려 차분한 분위기가 조성됐다.


"...사령관님은 지금 어떠세요...?"


치료를 받아 붕대와 반창고를 붙인 홍련이 조용히 물었다.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아무 말 없던 아스널이 나지막히 대답했다.


"닥터의 조치 덕에 목숨은 건졌다는군. 오크 신체를 전투력보다 생존력에 중점을 둔 것이 한 수였다. 사령관이 공격받은 위급시에 신체가 모두 가사상태에 빠지고 뇌와 심장을 최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조치라고 한다. 불행 중 다행인 셈이지."


"다행은 무슨. 함부로 그런 말 말게."


주먹에서 피가 흐르도록 쥔 마리가 으르렁댔다.


"어찌됐건 각하께서 중태에 빠진 것은 변함이 없다. 지금도 사령관 각하께선 가사상태에 빠져서 여전히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어!! 그것이 어떻게 다행이라는 거지?!"


"그럼 무엇이 다행이지?! 레일건으로 직격으로 맞았다고!! 평범한 신체였으면 그 자리에서 산산조각나서 우린 지금쯤 사령관 육체로 퍼즐 맞추기나 하고 있었을 거다!!!"


콰당!!


마리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아스널을 노려봤다.


"입조심해라. 내게는 귀관을 지금 이 자리에서 즉결처형시킬 권한이 있다."


팍!!


아스널도 지지 않고 탁자를 내리치며 일어났다.


"할 수 있으면 해봐라. 주인도 못 지키는 똥개 따위 두려울 것 같나?"


"빌어먹을 년...."


일촉측발의 상황. 정말로 누구 하나 까딱 움직였다가는 피바람이 일어날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때 칸이 두 주먹을 높이 쳐올리고는 그대로 내리찍었다.


콰앙!!!!


탁자에 금이 쩍 갈라졌다. 회의실의 시선이 모두 칸에게로 쏠렸다. 칸의 두 주먹에서 피가 흘렀다. 칸은 그대로 회의실의 모두를 노려봤다. 워페인트를 해서 원래부터 날카로웠던 칸의 눈빛이 완전히 짐승처럼 바뀌었다. 노기를 드러낸 칸,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쳤다.


"작작들 하시오!!! 얼마나 더 꼴사납게 굴 셈이오!!!"


칸이 모두를 돌아보며 한 명씩 전부에게 삿대질을 했다.


"모두 자기 꼴을 보시오!!!! 서로 탓하기만 하고 동료들끼리 언성이나 높이고!!!! 이제는 하다하다 싸우기까지 할 것이오?!?! 사령관이 보면 참 잘하는 짓거리라면서 좋아하겠군!!!! 아예 응급실 앞에서 싸우는게 어떤가?!?! 시끄럽다고 사령관이 당장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사령관의 이름이 담기자 지휘관들이 동시에 몸을 떨었다.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모두 회의실의 가장 중앙의 자리, 빈 사령관의 자리를 보았다. 울컥 솟아오르는 감정을 다 잡을 즘 칸이 자신의 무기를 꺼내서 탁자 위에 팽개쳤다.


"싸울 거면 얼마든지 말하시오. 내 친히 상대해줄테니!!!! 대신 하나 기억하시오!! 나는 제압이고 뭐고 그딴 거 없소!!! 나와 싸우게 되면 딱 두 가지 일만 벌어질 것이오!! 둘 중 하나가 죽거나, 아니면 둘 다 죽거나!!!"


칸의 살기 어린 협박은 절대로 빈말이라고 여길 수 없었다. 무력으로도 정평이 난 칸이거늘, 말썽쟁이들만 모인 자기 부대에게도 단 한 번도 언성을 높인 적이 없었다. 그런 칸이 정말 격노해서 회의실의 모두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오직 홍련만이 칸에게 만류할 자격이 있었다. 


씩씩 대던 칸은 호흡을 가다듬더니 힘이 다했는지 무력하게 의자에 걸터 앉았다.


"아니면.....이 자리에서 어서 화해하도록 하시오.......지금 해야할 일은 싸우는 게 아니라....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할 지 정하는 것이니...."


침울한 시간이 흘렀다. 홍련이 축 처진 칸을 위로할 즘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레오나였다.


"미안해 메이......내가 멍청했어....달링이 쓰러진 것은 네 말대로 내 탓이야....내.내가 좀더 빠르게 대응했다면....."


레오나는 넘쳐나는 눈물에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자존심 때문에 버티던 메이도 레오나의 눈물에 입술이 비적거리더니 이내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아니야.......내 탓이야....폭격으로 적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이런게 무슨 대장이야....내 잘못인데...그걸 인정하기 싫어서 너한테 화나 내고...."


울컥 솟아오르는 눈물은 돌림병처럼 회의실 전체에 퍼졌다.


"무례를 용서해주시오, 통령....내 말이 지나쳤소. 이곳에 있는 모두 슬픈 것은 똑같은데 내 감정에만 눈이 멀어서 그대의 슬픔을 헤아리지 못했소."


"아니에요...주인님께서 제게 오르카호의 방어를 맡기셨는데.....그것도 제대로 못하고. 모두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요...."


"내 사과를 받아주게, 아스널 준장. 그대의 말대로 사령관이 목숨을 건진 것만도 감사할 일인데 멋대로 예민하게 굴면서 그대의 생명을 위협하고 명예를 더럽혔어."


"아니, 저도 잘한 건 없습니다. 명예를 더럽힌 것은 오히려 제 쪽이죠. 마리 대장님 뿐 아니라 스틸라인 전체에게도 반드시 사죄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색하게나마 화해의 시간이 이어졌다. 흥분한 분위기가 차분해지면서 이내 다시 화기로운 기색이 감돌았다. 모두 제 자리를 찾아갖 칸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나 또한 여러분들에게 심한 말을 해서 미안합니다."


"사과할 것 없소, 칸. 그대의 중재로 우리 모두 눈이 떠졌으니 되려 우리는 감사를 표할 신세요."


"맞아. 나도 레오나한테 말할 때 아차하다가 사과할 타이밍을 못 잡았는데 칸 덕분에 사과할 수 있었어."


"자, 이제 화해도 다 했고 슬슬 다시 회의 진행하도록 하죠."


라비아타가 손에 쥔 서류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당장은 다행히도 주인님께서 제게 권한을 부여해주신 덕에, 이전처럼 능력을 제약당할 염려는 없어졌습니다. 철충이나 오메가와의 전면전을 힘들더라도 적어도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을 수준은 아닌 거죠."


"그건 반가운 소식이군."


"하지만 장기간 버틸 수는 없어요. 주인님의 전략은 필수니까요. 허니 당분간은 몸을 사려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하지."


"물자는 어떻게 하지? 이번 작전으로 꽤 많이 소모됐는데?"


메이가 손을 들어 물었다.


"현재 스카이나이츠 팀이 요안나 아일랜드로 갈 준비를 마쳤어요. 좀 번거롭겠지만 당장은 이렇게 소규모로 물자를 옮기는게 안전해요."


"당장 필요한게 무엇인가, 통령?"


"무기와 식량은 당연히 필요하고, 현재 부상자들의 치료에 쓸 의약품이 제일 먼저 필요해요."


"그러고보니...콘스탄차 양은 괜찮은가...?"


그날 사령관이 쓰러진 순간. 콘스탄챠는 비명을 지르다 혼절하고 말았다. 누구보다 사령관을 가장 옆에서 보필하고, 사령관이 가장 신뢰했던 비서였던 그녀. 그런 콘스탄챠에게 사령관이 쓰러지는 모습은 맨정신으로 감당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슬슬 안정을 되찾고 있어요. 걱정 말아요. 그러고 보니 몽구스팀은 어떤가요, 홍련?"


"아...."


홍련, 두 손을 깍지 낀 채 엄지를 굴리며 말을 정리했다.


"핀토와 불가사리는....지금 아주 순조롭게 회복 중이에요. 특히 불가사리가 상처가 그리 깊지 않아서 잘 치료 받으면 흉터를 걱정할 필요는 없고, 핀토도 금새 다시 나가겠다면서 조르고 있어요."


"다행이네요.."


"하지만....."


홍련은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지휘관들 모두 그 이유를 알고 있었기에 차마 묻지 못했다.


사령관이 온몸을 바쳐 구하려 했던 아이. 이전에 사령관이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잔혹하게 처벌을 내렸지만, 뒤늦게 후회하고 자신이 직접 몸소 나서 구하기 위해 뛰어들고, 스토커의 포격에도 자신의 생명을 아끼지 않고 희생해 구한 소녀.


장화. 그녀의 상태 또한 좋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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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라비아타와 콘스탄챠가 사령관 부르는 칭호는 주인님인데 그거 깜박함. 지금은 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