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린다.

나의 앞에 펼쳐진 새하얀 눈밭.

아아... 몇 년만 인가? 이처럼 진실되고 어여쁜 눈이 본지.

눈이 내 손에 떨어졌다. 몇초 지나지 않아 녹았다.

"이제 가셔야 합니다."

레이나가 나의 뒤에서 말했다.

"조금만 있다가 가도록하지."

"지금... 엄청..."

"글쎄! 조금만ㅡㅡ"

나는 그녀의 재촉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약간 놀란 듯한 표정으로 손을 모으고 있었다. 장갑 하나 없어 새빨게진 손을 어루만져 녹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니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눈의 모습과 같이 하얀 얼굴에 횐 머리카락.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그야말로 배경과 어울려진 절경이라 할 수 있다.

눈밭에 마치 레이나와 나 둘만이 있는 느낌이었다.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내가 부담스러웠는지 레이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작게 말했다.

"때로는 경치 감상도 좋긴 하겠네요."

레이나는 나를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런 그녀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나. 하긴. 지금은 더 중요한게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