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카레네아령 동남쪽 부근에서 전투중인 1분대 분대장 키느이다. 현재 마법사 전력 손실과 동시에 지휘관의 부재로 거의 전투불능 상태. 신속히 지원바란다."

"아아. 키느. 어느정도 버틸 수 있나?"

"이제 곧 전멸입니다."

"그렇군. 미안하지만 지원이 불가하다. 이때까지 열심히 싸워줘서 고맙다. 다시한번 감사를 표한다."


이 말을 끝으로 키느와 본부와의 통신이 두절되었다.

"분대장. 지원은 없는 건가요."

"미안하다."

새하얀 눈 사이로 끝없이 쭉 뻗어나갈 거 같은 마력탄들이 하공을 가르며 키느를 공격한다. 1분대는 겨우 키느와 끝까지 포기하지않는 분대원 2명이 약 50에 가까운 적을 상대하고 있었다.

키느는 최대한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그녀를 마구 고통스럽게 하는 것. 버로 죽을 앞둔 공포심과 패닉이었다.

애써 그녀는 떨리는 손을 제어하며 방어에 집중했다. 적이 옆으로 도는 것을 확인한 그녀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야! 피해!!!"

그 말이 분대원한테 들리기도 전에 두명이 피를 튀기며 쓰러졌다.

이젠 포기하려는 키느. 그녀에겐 더는 희망이 없었다. 분대원과의 추억들이 뇌를 스쳐지나갔다. 그때도 지금처럼 눈이 내릴 때였다. 적어도 그녀는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도 만든 것이 꽤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유치하다고 주변 분대에게 조롱을 들었더라도.. 조금이나마 분대원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낸 것이 후회되지 않았다.

하늘을 바라보며 그녀는 손을 뻗었다.

"아ㅡ 꽤 좋았던 인생이었다."

붉은 마력탄이 그녀의 뇌를 뚫고 지나갔다. 곧이어 수백발의 마력탄도 따라 박혔다.

그녀는 뻗은 손을 꽉 쥐고 외쳤다,

"《레퀴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