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얘... 죽었는데 웃고 있어..."

레이나가 차갑게 식은 어느 시체를 보고 말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짐작했다. 이녀석. 혼자서 자폭한 거라고.

그녀의 주변으로 약 100m 정도는 전부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이었다. 눈으로 덮혀서 잘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레퀴엠》을 사용한 것이다.

적의 수는 대략 50 이상으로 보였다. 양측다 전멸이라는 것인가. 역시 전쟁은 비참하다.

레이나가 검은 장갑으로 신원을 확인하려했으나, 내가 그녀를 막아서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레아가 뒤로 물러났다.

나는 시체 앞에서 두 팔을 벌려 영창했다,

"아아... 가여운 영혼이여... 너의 역사는 참으로 훌륭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역사가 끝을 맺었구나... 하지만 이 내가 너의 역사를 써내려가게 도와주겠다. 대가는 필요없다. 단지 네가 써내려갈 역사를 나에게 보여주면 된다. 그러니. 힘내라."

새하얀 정령들이 푸른빛을 뿜어내며 시체 주위를 멤돌았다.차가웠던 시체는 점점 온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마음대로 역사를 이어지게 해도 돠겠어?"

"이 녀석이라면 분명히 나를 즐겁게 해줄 거 같으니까. 뒤끝은 없다."

레이나는 나의 행동에 약간 이의를 표했지만 딱 끊어 말했다.

내가 준 생명. 단지 고귀하게 써줬으면 하는 바다.

"으... 으..."

"머리가 좀 아플 것이다. 괜찮아질 때까지 쉬어라."

"다, 당신은... 신?"

"이 녀석이 신이라면 이미 세상은 멸망했을 거야."

러이나는 나를 비웃는 듯 말했다.

"그렇다면... 저를 데리려 오신 건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야... 복장이 마치 고딕풍이니까... 아니연 높으신분이신가요? 아니, 저를 살려냈으니 마법사이신가요?"

순간적으로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내가 살려낸 자들은 전부 자신들의 최후를 기억하지 못한다. 단지 잠에서 깬 듯한 기분일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되살아났다는 것을 안다.

"지파. 이 녀석..."

"머리는 괜찮은가? 컨디션은 어떠냐?"

"괜찮아요... 나아졌어요... 그나저나 왜 저처럼 소모품에게 생명을...?"

"너는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소모품이라고 생각하지마라."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있으켰다. 그리고 부축하며 그녀의 본부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레이나. 거기있는 영혼들 전부 데려 와."

"알겠어요."

"너, 이름은?"

"키느예요. 지파님."

"귀가 밝나보네."

"감사합니다."

"나는 너에게 역사를 이을 기회를 주었다. 잘할 수 있겠지?"

그녀는 나의 말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간 듯 말했다.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손으로 잡었다. 이번에는 몇초가 지나더라도 녹지 않았다. 운인건가 운명인 건가. 나는 내 손에 있는 눈의 의미를 모른다.  그러나 조만간 알게될 거 같다.

새하얀 눈의 의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