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종교소재 있음

지뢰인 분들은 주의

심하진 않음



(썸네일을 새로 그리고 있기에 기존에 넣던 설정화는 한동안 뺍니다)



***

도시에 내려오고 첫 날.

이 하루는 에텔에게 있어 끝없는 신세계의 연속이었다.

전혀 다른 건물들이 늘어선 전혀 다른 땅을 돌아다니고.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치고, 또 지나치고.

새로운 먹거리와 새로운 잠자리를 경험했다.


다음 날 아침.

에텔은 유난히 빨리 일어났다.


"...지금, 몇 시지..?"


타칵. 째깍,째깍,째깍,째깍.

회중시계를 열자, 짧은 바늘은 3시를 반쯤 지나쳤고, 긴 바늘은 6시를 막 넘고 있었다.

현재 시각은 3시 30분. 오전.

너무 일찍 일어났다.


"...나 어제 6시에 잠들었었구나."


상황이 이해되자, 지금이 좋은 시간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당연했다. 방값을 아끼기 위해서 다인실로 방을 잡았고, 지금 시간이면 자고 있는 사람들이 방에 있으리라.

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깨어나버렸으니, 더 누워있기에도 좀이 쑤셨다.

그 때였다.


부스럭. 스윽.

옆쪽 침대 아래층에 누워있던 한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옆에 걸어둔 옷을 챙겨입고는 곧장 방을 나섰다.

아무런 소리도 기척도 없이.


지켜보고 있다가, 그가 나가면서 문을 제대로 닫지 않은 걸 알았다.

저렇다면 충분히 나갈 수 있다.


"...프리미티브, 나가자."

- 왜 하필 이렇게 이른 시간입니까. -


프리미티브의 질문에 뭐라 답은 못한 채, 프리미티브와 10번만을 꺼내 챙겨서 살금살금 걸어 나갔다.



***

"으그그그극... 잘 잤다. 새벽공기는 차갑네."

- 이렇게까지 빨리 일어나면 할 일이 없을텐데요. -

"그건 그렇긴 하지만... 그나저나 새벽인데도 사람이 제법 많네."


지금 시간은 새벽 4시 15분 전.

분명히 무척이나 이른 시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눈에 띌 정도로 제법 되는 인원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심지어 그 인원들의 이동 방향이 모두 한 방향이고, 하나같이 활이나 단검류 등을 장비하고 있었다.


"따라가볼까?"

- 뭣하러요. 척 봐도 무장단체 같은데, 자칫 위험해지면 곤란합니다. 곤란해지면 제 힘을 써서 깽판을 치고 나와야 할텐데요. -

"윽, 그렇긴 한데..."


그때, 등 뒤에서 한 남자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각종 녹색과 황색이 섞인 겉옷을 입고, 활과 화살통을 한 손으로 든 흑발의 덩치 큰 남자였다.


"거기 꼬마, 이 꼭두새벽에 뭐 하는거지?"

"흐악!? 아, 죄송합니다. 너무 놀래서..."

"허이구, 완전 애구만. 놀라게 했다면 미안하고, 어린애가 이 새벽에 롱소드를 두자루나 메고 다니는게 신기해서 말이지."

"아하하... 어제 막 도시에 들어왔는데, 피곤했는지 너무 일찍 잠들어버려서요."

"허어, 그런거였구만... 그런데, 검을 든 걸 보면, 기사 지망?"

"아, 아뇨. 일단은 사냥꾼 길드랑 노동조합에 가입을..."


그 때, 사냥꾼 길드라는 말에 얘기를 나누던 남자가 반응했다.


"오, 사냥꾼 지망이었나! 이야, 마침 잘됐네. 사냥꾼들 긴급 집회가 생겼거든. 같이 가볼래?"

"에? 아, 저 그게, 아직 지망일 뿐인ㄷ..."

"사양할 필요 없어! 그리 급한 집회도 아니고, 마침 잠도 안온다며? 얘기 좀 듣다가 등록하면 되겠네!"


어라. 떠밀렸다.

사냥꾼분에게 자연스럽게 손목을 잡힌 채 이끌려간 곳은,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가는 장소였다.

간단한 장식 하나도 없이, 간판 하나만이 걸린 3층 건물.

간판에는 '국제 헌터길드 블루혼 지부' 라는 글자만이 대문짝하게 적혀 있었다.

상상 이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으로 모이고 있었다.

...어떻게 이 야심한 시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거지?


"저, 아저씨. 궁금한 게 있어요."

"응? 뭐가 궁금한데?"

"다들 자고 있을 시간인데, 어떻게 다들 모이는거에요?"

"아? 아, 지망이랬지. 그럼 모르겠구나."


말과 함께 아저씨가 꺼낸 것은 어지간한 동전지갑 절반짜리 사이즈의 조그마한 상자였다.

저게 어떤 역할을 하길래 사람들을 이렇게 모으는걸까.


"요게 호출알람기. 어떤 길드나 조합이든 정식 등록하면 나눠주는거다. 긴급호출이 있을때마다 여기로 알람이 오지."

"...이 조그만게 알림을 주는건가요. 신기하네..."

"자자, 늦겠네. 빨리 가서 등록도 하고 해야지?"



***

헌터길드 건물에 들어서자, 건물중앙 홀에서 마침 긴급소집의 원인설명을 하고 있었다.

소집의 이유는, 이상 야수의 등장.

천축 근처의 야수들이 본래 위험하기도 하지만, 이번에 나타난 야수는 더욱 위험하다는 이야기였다.

특히나 흉포함이 극심하고 지능이 뛰어난 편이기에 더더욱 이 시간의 사냥을 조심하라고 했다.

주요 등장 시각은 새벽 2시~5시. 이 시간에 소집을 한 이유는 새벽사냥을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도 있었다나.


"네, 그러면 정식 사냥꾼으로 등록을 원하신다고 했는데..."

"혹시 문제라도 있나요?"

"본인에게 사냥꾼을 하기 위한 지식과 능력이 있음을 검증받아야 합니다만.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아, 네. 문제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현재 비어있는 날이 2일 뒤이니 그때로 예약을 잡겠습니다. 그때 다시 오십시오."


카운터의 남성은 내게 임시 출입허가증을 내밀었다.

허가증을 받아들고 건물을 나서자, 어느샌가 6시가 되어 있었다.

이제 사냥꾼 길드 등록도 끝났으니, 다음으로 할 건...


- 아침을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아, 깜짝아. 그러고보니까 말을 한마디도 안하고 있었네."

- 당연하죠. 아무리 넘버즈라 한들 말소리를 안들리게 만드는 방법은 없습니다. 검이 말을 하는걸 누가 그냥 넘기겠습니까? -

"그렇긴 하네... 그나저나 심심하다. 무기소지증도 사냥꾼등록도 이틀씩이나 남았고..."

- 그러면 검술 수련소라도 놀러가보죠. 체험하는 셈 치고. -

"그럴까?"


다음 행선지가 정해졌다. 우선 아침을 먹고, 검술 수련소로 출발한다.

검을 들고 있고, 앞으로도 검을 쓸 생각이긴 하니까, 좀 더 체계적인 검술을 배울 필요는 있으니까.



***

"수련소도 크구나... 얼마나 뛰어난 검술이 있을까?"

- 그거야 저도 모르지요. -


검술소에 도착하고, 안내소에서 책자를 꺼내 안내문을 읽어봤다.

다행히도, 검술 수련 장면을 구경할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좋아, 가능하다고 했으니 원래 계획대로 수련하는 장면을 구경하고 가야지.

일단은 검술소 문은 열려있지만 혹여나 모를 사태를 막기 위해 안내소의 직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저, 실례합니다."

"아... 네, 무슨 일이신지."

"수련하는 걸 보고 싶어서 왔는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그거, 그냥 들어가셔서, 구경하시면 됩니다, 네."

"네, 감사합니다."


별 것 없었다. 그냥 들어가면 된다니.

설명받은대로 검술소 안으로 들어가자, 수많은 사람들이 목검을 쥐고 질서정연히 휘두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가로로 한번, 세로로 한번, 찌르기 한번, 비틀어 세우기를 반복.

절도있게 딱딱 맞춰지는 검술의 향연이...

어색했다.


"...저기, 조금 이상하지 않아? 내 쪽이 더 뛰어나 보이는데..."

- 그렇군요. 아무래도 기초반이라 그런 듯 합니다만. -


아무리 봐도 누나에게서 배운 검술이 훨씬 뛰어나보였고, 프리미티브와 함께 얘기한 제압법과 방어법이 더 유용해보였다.

그런 생각에 저기서 수련중인 검술이 어느 부분이 좋고 어느 부분이 나쁘다를 프리미티브와 얘기하던 도중, 분위기가 바뀌었다. 

안쪽에서 제복을 입은 사람이 조용히 걸어나왔고, 검을 휘두르던 사람들 모두가 행동을 정확히 멈췄다.

모두가 분위기를 타고 숨죽인 가운데, 그는 에텔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제복의 남자는 소리도 없이 조용히 걸어왔고, 이윽고 말을 걸어왔다.


"소년은 어디에서 왔지?"

"어, 저요?"

"그래. 자신이 더 뛰어나다고 말한 소년. 어디서 왔기에 그런 말을 하지?"

"아... 저는 천축에서..."


천축이라는 말과 함께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대체 천축은 어떤 이미지인걸까.


"천축이라. 그럼 정말로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겠군."

"네. 나름 배운 게 있으니까요."


그는 조용히 침묵하다가, 이내 입을 열어 이야기를 이었다.


"내 이름은 카를로스. 천축의 여행자에게 대련을 신청한다. 거절해도 좋다."


그의 제안은 조금 충격이었다.

갑자기 대련이라니? 왜 싸우려고 하는 거지?


에텔이 당황해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는 사이, 프리미티브가 반응하기 시작했다.

남들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지만, 바로 몸을 맞대고 있는 그에게는 전해질 정도로.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저 호흡의 들썩임이 검을 흔들었다고 여겨질 수준으로.

하지만 에텔은 이미 강화되어 변화한 몸.

그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었다.


"...카를로스 씨, 라고 하셨죠."

"그렇다. 왜 그러지?"

"잠시, 방에 들어가서 생각을 하고 와도 될까요?"

"그러게나. 빈 방은 많다."

"감사합니다."


인사를 뒤로 하고, 에텔은 프리미티브를 끌어안은 채 방을 향해 달려들어갔다.



***

들어온 방 안에서.

프리미티브와 에텔은 언쟁을 시작했다.


"왜 갑자기 움직여대면서 그런거야?"

- 이대로 가다가는 싸우지 않고 넘어갈 것 같았으니까요. -

"아니, 그거야 내 맘이지. 내가 싸운다면 싸우는거고, 안한다면 안하는거잖아."

- 그럼 이 귀한 기회를 버릴 겁니까? -

"이게 왜 기회가 되는건데. 설명을 좀 해봐 좀."

- 언젠가 검술 수련을 하려면 저희의 수준을 가늠해둬야 하죠. 그런 의미에서 교관은 몹시 뛰어납니다. -

"나중에 해도 되는 거잖아."

- 언제 나중에 할겁니까? 미리미리 해결하는 편이 더 낫습니다. -

"그렇다고 초면인 사람이랑 칼부림부터 하라고?"

- 어차피 여행다니면 만나는 사람마다 초면 아닙니까? -


에텔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프리미티브의 말은 하나하나 정론이고 하나하나 옳았다.

그렇기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에는 싸우는 길이리라.


철컹, 스르르릉.

검 연습은 누나와 함께 지내며 해봤다지만, 넘버즈를 쥐고 제대로 휘둘러본 경험은 없는거나 마찬가지.

그렇기에 프리미티브는 쓸 수 없다. 자칫하면 서로가 크게 다치거나 죽게 될테니.

그런 의미에서는 10번은 아주 적절했다.

넘버즈라는 이름값 덕에 부서지지 않는 성질이 부여되었고, 

아직 어떤 힘이 깃들었는지는 알지 못하기에 특수한 능력이 발동할 우려도 없다.

그냥 망가지지 않는 조금 예리한 장검 수준.


"...갔다올게. 앞으로는 이러지 마."

- 확인. -


저벅, 저벅.

준비실을 나서자,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이 이쪽을 응시하는 게 보였다.

대다수가 아까 운동장에서 수련하던 사람들이었고, 아까 카를로스씨가 나를 처음 대면할때와는 전혀 다른 눈빛이었다.

진짜로 천축의 사람이 맞느냐, 저 검은 뭐냐 하며 수군대는 말소리도 들리고, 

아무리 천축에서 왔다고 해도 저렇게 어린데 이길리 없다는 말도 들려왔다.


"...진검대련을 원하는건가?"


역시 이상해보였겠지.

기껏해야 열넷, 열다섯짜리 꼬마가 커다란 진검을 들고 대련을 한다니.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다. 목검은 지금의 힘을 버틸지부터가 미지수다.

그리고, 진검대련이라 해도, 프리미티브와 함께 만든 그 요령들이라면 어떻게든 대처할 수 있다.


"네. 진검대련으로 하고자 합니다. 준비해주세요."

"좋다. 그러면 시작하지."


철걱, 꾸욱.

옆에 심판이 올라오고, 손을 들어올린다.

양측의 손끝이 굳게 쥐어지고, 앞을 향해 곧게 세운 두 칼날이 번뜩인다.


시작!

손이 내려옴과 동시에, 카를로스가 엄청난 속도로 검을 휘둘러 짓쳐들었고.


에텔은 그것에 대응하여,

콰아앙!

검을 세운 채로 횡으로 휘둘러버렸다.


동시에, 튕겨져나간 칼날은, 교관 카를로스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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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정보 - 프리미티브

히파이스 아카샤가 완성시킨 위대한 10자루의 검, 넘버즈의 1번.

첫번째 넘버즈이자, 2번부터 9번까지를 합친 것보다도 강한 힘을 지녔다.

능력 : 《있으라》, 《심판》, 《전지전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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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여담

추석때 너무 놀다가 와버려서 글이 안써지네요 허허

그 덕에 퀄리티도 완전히 터져버려서 아마 여러모로 불편한 부분이 있을 듯 하네요

부디 혹평 또 혹평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