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물이에용 약간 순문학 느낌을 좋아해서 그렇게 썻는데 어떤지 모르겠네여 


잘봐주세용@







"응, 방금 막 도착해서 짐 풀고 있는 중이야. 뭐? 참나, 그럴 생각 없으니까 이상한 소리하지 마세요... 알았어 다음에 전화 할게요"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가윤은 휴대폰을 주머니속에 넣고 가져온 옷가지들을 정리했다. 애초에 교복 한쌍을 제외하면 속옷과 티셔츠정도 뿐이었기에 일부러 꽉 채워 넣으려 해도 못채웠겠지만 그럼에도 곱게 접어 서랍의 반이상의 공간은 남도록 한 쪽에만 차곡히 집어넣었다.



'무슨 옷장에 서랍이 하나뿐이람... 옷 많이 안가져오길 잘했네, 어차피 학교아님 여기에만 있을텐데'



1학년을 마칠 무렵 결정된 이사. 지역부터 차이가 나 전학을 가는게 나았겠지만 그녀는 여러 이유를 들어 전학만큼은 한사코 거부해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기로 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딸을 믿는 성격이었기에 처음엔 만류했으나 결국엔 의견을 수용했다.



기숙사는 달에 10만원도 안되어 부모님에게 큰 부담도 되지 않았다. 고등학교 기숙사 치곤 놀라울 만큼 규정이 없어 기껏해야 11시쯤에 인원 보고정도만 하는게 규칙의 전부였기에 일찍 독립하는 기분도 조금은 들었으나 도착하자마자 눈에 띈 사다리 이가 서너개 빠진 2층 침대, 2000년대 수능 문제 낙서가 가득한 책상, 못이 풀려 문을 닫으면 끼이익 소리를 먼지처럼 뿜는 옷장과 벽에 간 금을 적당히 땜질한 흔적이 넘치는 외관은 조금이나마 들뜰 수 있던 기분을 도로 끌어내렸다.



'철거할 돈이 아까워서 억지로 운영한다는 소문이 진짜인가봐... 공부나 하고 있을까? 같이 방 쓰는 애는 언제오려나'



되도록 5시 쯤 도착해 짐정리를 하고 방 청소를 끝내느라 어느새 8시가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룸메이트는 커녕 검사하는 선생님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맞이하게 될 룸메이트에 관한 걱정과 설렘이 뒤섞여 몰아치는게 느껴졌다. 그녀는 원체 조용하면서 눈에 띄지 않는 학교생활을 했기에 사이가 나빴던 애가 들어올거란 걱정은 안들었지만 같이 사는건 다르니까, 아무리 친했어도 계속 살다보면 사이가 틀어질수도 있는거니까, 항상 최악을 염두해야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예 모르는 애가 들어온다는건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리 넓지 않은 교우관계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는 친구는 없었으니 들어오는 아이는 아마 얼굴도 처음볼 사이일 것이다. 시작하기전부터 잘 지낼 수 있겠다는 설렘을 꺾고 태도를 구부릴 수 있다는건 사람을 대하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거라고, 그렇게 알고 있었다.



-똑똑-



문을 두들기는 소리, 감독하는 선생이 온걸까 싶어 문을 열기 위해 일어났으나 이윽고 덜그럭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고리가 들썩이자 문 밖에 있는 건 룸메이트라 확신했다. 열쇠는 1인당 하나씩 방을 쓰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줬으니 굳이 그녀가 문을 열어줄 필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일어선 상태 그대로 얼어붙었다. 진실을 알기 전 막연히 품었던 안개가 걷히는 순간엔 누구나 긴장하기 마련이었다.



어떻게 생겼을까, 목소리는 어떨까, 생활 습관이 나와 비슷했으면 좋았텐데, 마지막에 나쁘게 끝나진 않겠지, 어쩌면...



방 안쪽 문고리의 잠금이 돌아가더니 닫혀있던 틈을 가르며 바깥 풍경이 빼꼼히 비춰졌다. 그녀가 삼킨 침이 목구멍을 넘어가는 순간에 맞춰 문을 연 주인이 나타나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하필 쟤구나, 그래도 잘 할 수 있지? 1년 동안 눈에 띈 여자애들에게서 그간 느꼇던 유혹을 수 백번도 참아냈잖니, 뭐? 같이사는건 얘기가 달라? 걱정마 오히려 같이 살면 그런 생각 안들걸? 쟤가 아무리 예쁘고 성격좋은걸로 유명해 얼굴보다 이름을 먼저 들어봤다 해도 말이지. 잘해봐>



"안녕~ 우리 잘지내보자~"








민소혜



한 반에 한 두명씩은 꼭 있는 예쁜아이



활발하고 털털한 성격 덕분에 어디에서나 사랑받을 타입



거기다



"내가 좀 늦었지? 낮에 일이 있어서 헬스를 늦게 했더니 그만...아, 혹시 사감쌤 오신적 있어?"



"아니, 아무도 안왔어"



"진짜? 휴, 다행이다 너무 늦어서 걱정했거든"



소혜는 안도의 한숨을 가볍게 내쉬곤 짐 정리를 계속 했다. 가윤은 그 뒷모습을 빤히 바라봤다. 겨우 옷가지를 서랍에 집어넣기만 하는데도 입은 티셔츠 위로 등근육이 씰룩거리며 드러나는걸 보며 가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소혜는 운동을 좋아했다. 그것도 여자치곤 근육이 제법 드러날 정도로 매우



체육대회, 아니 소혜네 반 체육시간만 되어도 얼핏 드러나곤 하는 복근에 정신 못차리고 창밖을 훔쳐보던 애들도 있었다.



가윤 역시 티는 안냈지만 선생님이 그런 애들한테 주의를 주는 틈에 살짝 보곤 했다.



같은 반도 아니었고 얘기도 나눈 적 없고 하다못해 지나가다 옆을 스쳐지나간적도 없던, 하지만 순간의 이미지 만큼은 마음 구석에 박혀있던 그녀가 룸메이트가 되어버렸다.



'정말 예쁘긴 하다...쟤'



옷을 집어 넣는 걸 잠시 지켜보다 눈을 돌려 소혜가 들고왔던 다른 가방이 있는 쪽으로 갔다. 계속 지켜보다간 눈이 마주칠때까지 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어서, 주의를 좀 끌 것이 필요했다.



"소혜야, 이건 어디...엇"



그렇게 그 가방을 치워주려했으나 그러질 못했다. 무겁다 못해 바닥에 달라붙은게 아닌가 싶은 가방의 무게에 가윤의 몸이 가볍게 휘청였다.



"응? 그거 운동가방이라 많이 무거울텐데... 내가 옮길게!'



그리고 소혜는 가윤의 어깨를 감싸 받쳐주고는 그녀가 양손으로도 끌기조차 못했던걸 한손으로 번쩍 들어 책상 옆에 두었다.



"미안, 정신없어서 그냥 현관 근처에 둬버렸네~ 고마워, 나 도와주려 한거지?"



"아...아무래도 여기 두긴 좀 그러니까..."



가윤은 속으로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머리에 각인되는걸 막으려고 딴짓을 하려다 가까이에서 그녀의 손길이 스치게 냅둔 것도 모자라 나를 향해 환한 웃음을 내리쬐게 만들다니... 진정하자 진정, 겨우 이정도에 떨면 앞으로 어떡하려고. 되새기면서도 시선은 소혜에게 꽃혀 떨어지질 않았다.



그후 옷을 다 집어넣은 소혜와 함께 온갖 대화를 나누었다. 왜 기숙사에 왔느냐니, 반은 몇반이니, 원랜 어디사니, 혹시 평소엔 뭐하니 등등 처음 만나는 아이들 끼리 나눌 법한 그런 대화



하지만 그 대화 중간 중간에도 편안할 수 없었다. 소혜의 눈빛 하나에도 몸이 곤두서고 손짓 하나에도 얼굴이 경직되며 목소리 약간에도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 바람에 얘기를 나누는 중간중간 살짝 더듬기까지 했지만 소혜는 조금의 짜증도 섞지 않고 가윤에게 관심을 표했다. 대화의 끝은 10시쯤 되었을까, 그만 취침 시간이니 불을 끄고 자라는 방송이 들렸을 때야 얼추 마무리되었다.



"와 뭐야, 진짜 검사 안하나 여기?"



"그러게...선생님도 안오고 그냥 방송만 툭 해버리네"



"으응~ 솔직히 밤 새도 뭐라 안할거 같지만...그냥 자는게 좋겠지?"



"응, 근데 저기..."



가윤은 2층 침대의 사다리를 가리켰다. 완전히 망가진건 아니었지만 하필 가장 밑부분의 이가 두개나 빠져 저걸 딛고 2층에 올라갈 순 없었다. 게다가 붙어있는 곳도 그냥 붙어있다 정도의 의미만 있지 딛고 올라갈 지지대로써는 영 부족해 보였다.



"내일 선생님한테 말씀 드릴테니까 고쳐질때 까진 한 명 바닥에서 자야겠다. 오늘은 내가 바닥에서 잘게"



이불을 꺼내기 위해 침대쪽으로 걸어가던 가윤을 말리며 소혜가 말했다.



"아냐아냐~ 너가 1층에서 자, 저정도야 그냥 올라가서 잘게"



"뭐? 근데 사다리가..."



의아한듯 되묻는 그녀에게 그저 살짝 미소만 띄운 소혜는 침대쪽으로 걸어가 그대로 위로 손을 뻗어 2층 바닥을 붙잡았다.



"으쌰~"



"어...어?"



그리곤 아주 가벼운 몸짓으로 턱걸이 하듯 몸을 띄워 순식간에 2층 매트릭스에 발까지 올린 소혜는 별로 힘도 안든듯 상쾌하게 웃기까지 했다.



"봐~ 선생님한테도 굳이 말 안해줘도 돼! 아, 불은 대신 꺼줄 수 있어?"



"아..응, 잘자 소혜야"



머리카락이 잠깐 휘날리더니 어느새 위층에 다다르는 소혜의 잔상이 여전히 머릿속에 남은 가윤은 전등을 끄러가는 중에도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아, 잠깐만 가윤아!"



"응?"



"너 되게 착한애 같아, 나 너랑 정말 잘지내고 싶어. 너도 잘자~"



소혜가 누워 이불을 덮는 순간까지 지켜보던 가윤은 그제서야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쟤가 웃어주며 손을 흔든게 그렇게까지 좋니? 불 끄고 돌아와 자려고 누운 지금까지도 걔 모습만 남을만큼? 너무 그렇게 마음쓰지 마렴, 잰 어디까지나 정말로 친구가 되고싶은 것 뿐이야, 지금 생각하는 그런 관계는 떠올리지도 않고 있어. 그러니까 첫눈에 반해버렸다고 너무 티내진 마렴, 이렇게 굴다간 얼마안가 쟤도 눈치챌거야>







눈꺼풀에 내려앉은 햇빛이 무겁게 느껴질 때쯤 털어내듯 눈을 비비며 가윤은 잠에서 깼다. 몸을 일으키긴 했지만 차마 침대 밖으론 나가지 못했다. 단지 그 옆에서, 가윤이 일어났다는 사실 조차 모르고 열심히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는 소혜의 모습만 보았다.



달아오른 피부, 흘러내리는 땀, 한껏 긴장된 근육



소혜는 매일 아침마다 가윤보다 한두시간은 일찍 일어나 그 시간 내내 운동을 했다. 가윤 역시 일찍 일어나는 편이었기에 사실상 새벽에 일어난 셈이었다. 아침에 저렇게 운동을 한 뒤에도 저녁만 되면 헬스를 하러 다녀오곤 했다.



그랬기에 지금 모습은 처음 보는게 아니었다. 학기를 시작한지 이주가 넘어가는동안 매일 봤으니까, 그럼에도 눈을 쉽사리 돌리거나 다른데 신경을 쓸 수 없었다. 운동하는 그녀의 모습은 항상 새로워보였기에



어느새 운동을 다 마친건지 소혜는 일어나 수건으로 이마를 닦고 있었다. 거칠게 숨을 내뿜었다 들이쉴때마다 식스팩까지 비춰지는 복부 사이에 꾸덕한 땀이 흐르는 순간 가윤의 식도로 찐득한 침이 흘러내렸다.



머리는 포니테일로 질끈 묶고 있었지만 잔가지 몇개는 땀에 절어 뺨과 이마에 엉겨붙어 그리 정돈돼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오히려 그 부분마저 소혜의 이미지엔 어울려 보인다 생각했다. 자유분방하면서 활기찬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미인



"앗, 일어났구나~ 잘잤어?"



"응, 너도?"



"그럼 잘잤지~"



가윤이 일어난걸 본 순간 그녀가 침대에서 나오기도 전에 소혜는 다가가 손을 흔들며 웃었다. 걸어오는 중간 땀방울이 떨어지며 머리카락 한줄기가 얼굴에 스르르 내려오는게 보였지만 그런덴 신경도 쓰지 않는 듯 했다.



"근데 가윤아, 나 예전부터 생각했던건데~"



소혜는 수건을 목에 걸치더니 가윤의 얼굴을 붙잡으며 말했다.



'왜 이러는 거지? 그동안 계속 보고있던게 들켰나? 아직 홍조가 덜빠지기라도 한걸까? 아니면 침 삼키는 소리라도 들렸을까...'



가볍게 인사만 하고 냉장고 쪽으로 가려던 가윤이었기에 지금 상황은 난감하기 그지 없었다. 겨우 이십여 센티미터 거리에서 소혜가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지금도, 운동을 끝낸지 얼마 안되어 한껏 긴장된 몸에서 올라오는 열기도, 아직 식지 않은 몸으로 인해 여전히 송글송글 맺혀있는 땀방울도, 그런것들이 합쳐져 자신에게 풍겨오는 페로몬도 문제였지만 그녀를 보며 품었던 감정이 들켜버리기라도 한건 아닌가 싶은 두려움이 섞여 그저 소혜를 올려다 볼 뿐이었다.



"너... 잘때 안경 벗고자는데 되게 귀엽드라? 렌즈 껴볼 생각은 없니?"



다행히 들킨게 아니구나하고 안도감을 느낄틈도 주지않고 난데없이 심장을 때려오는 소혜의 말에 여전히 머리가 띵했다.



"그...글쎄...솔직히 렌즈보단 안경이 더 편해서..."



"뭐 진짜? 너 맨얼굴 되게 이쁜데 아깝잖아~ 안경 낀것도 귀엽지만 그래도 넌 벗은게 훨씬 잘 어울리는거 같아"



그 말을 끝으로 소헤는 가윤의 머릿결을 살짝 쓰다듬어 주고는 샤워를 하러 돌아갔다.



<또 이러는구나, 그동안 봐서 알다시피 쟨 원래 스킨십이 잦은 애야. 다른 친구들 한테도 주저없이 어깨동무를 하거나 손도 덥석덥석 잡는 그런애라고. 특별히 대해주는게 아니란 말이야 몸에 묻은 쟤의 향취를 느끼는것 정돈 괜찮지만 그 이상은 참아야 돼, 알고 있지?>







가윤과 소혜는 2학년때도 같은반은 아니었다. 그랬기에 학교에서 자주 만나진 않았다. 친하다고 말할만한 애는 학년을 둘러봐도 한손에 꼽을 가윤에 비해 소혜는 아무 반에 들어가도 친한 애가 있었으니까




물론




"어? 가윤아 안녕~ 어디가?"




"잠깐 화장실좀 가려고, 넌?"




"난 우리 유니 보고싶어서 왔지~ 같이 가자 응?"




"어? 으...응...근데 저기 소혜야...나도 걸을 수 있는데..."




"괜찮아 괜찮아~ 근데 너 왤케 말랐어? 하나도 안무겁다야"




쉬는시간에 어쩌다 마주치기라도 하면 소혜는 가윤을 붙잡고 쉬는시간이 끝나도록 얘기를 나누곤 했다.




소혜의 입장에선 자신이 하는 행동들은 너무 당연한 것이었다. 친근감을 표시한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기에 다른 친구들에게도 주저없이 하곤 했으니까




가윤이 심하게 부끄러워 하는 모습이 특이하다곤 생각했지만 오히려 그런점이 왠지 귀엽게 보여 가벼운 가학심을 자극해 더욱 장난을 잘치게 만들었고, 그럴때마다 자신이 하는 행동들이 가윤을 얼마나 미치게 만드는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 날도 오고 말았다.










그날은 비가 왔었다.




빗방울이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쉼없이 들려왔지만 가윤은 그런덴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다.




2주되면 어느새 중간고사, 공부에 집중해야될 때였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겨우 날씨 때문에 공부가 안된다는건 핑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기껏 펼친 문제집을 한시간이 넘도록 두페이지도 채 못넘기고 있었다.




문제가 어렵거나 한것도 아니었다. 그녀의 신경을 모조리 잡아끌어간건




"후욱...후욱..."




비가 온다는 이유로 소혜는 기숙사에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가윤이 기숙사에 오기 전 이미 운동복 차림으로 아령을 들어올리며 자신에게 인사해줬고 그 뒤로 가윤이 씻고난 뒤에도, 책상에 앉아 공부를 시작한 뒤에도, 소혜는 계속 운동하고 있었다.




그걸 직접 본것은 아니었지만 그녀의 호흡소리의 변화는 상세히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거의 외우다 시피했다.




도무지 공부가 되지 않았다. 기껏 쥔 연필은 공책 위를 스르르 떠내려갈 뿐이었고 머리는 문제를 푸는 방법을 상상하는게 아닌 뒤에서 들리는 가윤의 호흡소리에 맞춰 그 광경을 그려보냈다.




당장이라도 뒤돌아 보고 싶읕 충동이 밀려와 손끝이 저릿저릿해졌다.




달싹거리던 입술을 꽉 깨문 그녀는 침을 꿀꺽 삼키며 콧잔등에 걸쳐진 안경을 다시 바로잡고 연필을 꼭 쥐었다.




조금만 참자, 충동의 폭발력은 강력하지만 지속성은 길지 않다.




함부로 터뜨린 후의 소진상태를 굳이 겪을 필요는 없다.




"에고고 힘들다, 우리 소혜 공부 열심히네? 역시 전교에서 노는 앤 달라~"




하지만 내 뒤의 그녀는 자꾸만 그걸 알려주려 한다. 어깨에 얹혀진 뜨거운 손을 따라 흐르는 축축함은 피부로도 그 향기를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응~? 공부하느라 내 말 안들리는거야? 나 서운한데~"




가윤이 호흡조차 가다듬지 못해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자 소혜는 씩 웃더니 아예 팔을 빙 두르며 그대로 껴안았다.




가까워진 입술 사이 새어나오는 거친 숨소리




운동 직후의 펌핑된 신체가 전하는 열기




당장이라도 뒤바뀔것만 같던 이성을 억지로 앉혀 놓는 동안 가윤은 말한마디 내뱉기가 이토록 어렵다는걸 실감했다.




"저기...소혜야, 시험기간 얼마 안남았는데...너도 공부해야하지 않니?"




"끄응~ 그건 그렇지, 그래서 내일부턴 비 안와도 헬스는 안하려구... 운동은 틈틈이 쪼개서 좀 하던가 해야지"




소혜가 그 말을 끝으로 자신에게 휘감은 팔을 거두며 냉장고에서 물을 따르러 갔을 땐 아쉬움에 다행이 섞여 몰아쳤다.




살짝 고개를 돌려 그 광경을 바라본다.




탄탄한 몸이 빛을 입고 그 굴곡진 자태를 요염하게 드러냈다.




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는 꿀꺽 소리는 그 자체만으로 분위기를 띄우는 배경음이 되었다.




낡은 조명과 갈라진 벽이 저렇게 훌륭한 무대였던가




그러다 동공이 반쯤 풀리기 직전 마주쳐버린 새까만 눈동자




화들짝 놀란 가윤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책으로 시선을 옮겼다.




심장이 10번정도 뛰었을까, 다시금 돌아간 눈에 비친건




"뭐야~ 뭘 그렇게 본거야 응~?"




그 잠깐의 순간을 소혜가 놓칠리 없었다.




순식간에 다가온 소혜는 특유의 장난스런 미소를 들고 가윤의 시야에 박아넣었다.




"아니...그게 저기..."




"꺄하하~ 뭘 또 놀라고 그래? 맨날 얼굴도 빨개지고 말도 막 더듬고~ 아, 잠깐."




말은 중간에 끊어졌지만 가윤은 그 뒷부분 까지 미리 다 들은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런 지금, 시간이 멈춰버린게 아닐까 하는 착각과 아니면 이대로 멈춰버렸으면 하는 바람이 섞여나왔다.




'설마'




"너 혹시..."




'제발'




"나 좋아하는거 아니야?"




성대가 자신의 몸에서 통째로 뜯겨져 나간듯




폐가 쪼그라들어 어떤 공기도 들이쉴수 없게된듯




입을 벌려놓고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다.




"푸하하하하! 뭐야~ 진짜야? 나도 너 좋아하는데! 으휴 요 귀염둥이야 그렇게 놀랐어?"




소혜가 그 말을 하며 자신의 볼을 만지며 깔깔거리며 웃어줬을 때야 가윤은 간신히 자신의 시간이 흐르는 기분이 들었다.




절대 진지하게 눈치챈건 아니다. 그저 내 반응이 재밌어서 칠 뿐인, 몇번이나 겪은 그런 장난




하지만 그걸 깨닫는다는건 너무나 슬픈 일이었다.




그러지 않아도 두꺼웠던 관계사이의 벽이 점점 더 두꺼워지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잘된 일이야




어차피 그녀와 이어지는건 있을 수 없었잖아




그저 친구로나마 곁에 있을 수 있으니 만족하자




그래 그렇게 털어버리자




"애가 완전 굳었네 굳었어, 내가 그렇게 좋니? 뭐 우리 가윤이한텐... 이 언니가 확 뽀뽀정돈 해줄 수 있는데~"




그런 심정을 알리 없는 소혜는 이런 말까지 하고 있었다.




정말로 입술을 살짝 내민 채 그 반짝이는 모습을 보여주며 웃었다.




진정하자 진정 저건 그냥 장난일 뿐이잖아




그냥 평소대로 하면 된다. 고개를 살짝 돌리거나 살짝 웃거나 정 안되면 가만히 있기만 해도 알아서 해결될거야




'..꼭 그래야만 되나?'




눈 앞에 저렇게 예쁜 입술이 있는데




날 보며 살갑게 웃어주는 눈동자가 있는데




넘어가면 되나?




친구사이의 장난으로 그냥 넘기라고?




저 모습을 두고 그냥 눈을 돌리라고?




'이젠...'




<결국 이러고 만거니? 그동안 참아오던게 한번에 터져버렸니? 그래서 달려든거니? 마침내 입술을 맞대버렸니? 그게 최선이었니? 하긴, 말해봤자 들리지 않겠지 난 이미 쫓겨났으니 너에게 해주고싶은 말은 나중에 들려줄게, 그럼 알아서 해>








"읍...으읍.."




"풉...푸흡..."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짐작조차 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가윤이 몽롱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더니 순식간에 의자를 박차고 튀어올라 자신의 머리를 붙잡고 그대로 입술을 향해 달려들었다.




너무나 당황스러워 미쳐 저항도 못하고 그대로 허용된 입술 사이에 순식간에 축축한것이 입안 가득 차올랐고 그 이후부턴 몸에 힘 자체가 들어가지 않았다. 근육에 힘을 싣는 법을 잊어버린듯 했다.




어느새 바닥에 쓰러진 소혜위에 올라탄 채로 가윤은 여전히 키스를 퍼부었다.




당장이라도 빠져나가고 싶었으나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자신의 기운을 모조리 빨아들이는 듯한 가윤의 키스만이 목구멍까지 흘러내렸다.




"프하...하아..."




"픕...하...하아..."




몇분정도가 흘렀을까 이어진 침이 쭉 늘어나왔다.




방 공기의 농도를 높히는 소리만이 들렸다.









정신을 차린건지 아닌건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내가 왜 의자에서 내려온거지




내려온건 그렇다 쳐도 왜 소혜를 깔고 있는거지




그리고 내 밑에 깔려있는 소혜는 왜저렇게 당황한거지




저 흐릿한 눈동자를 갖고 내뿜는 거친 숨은 왜이렇게 날 간지럽히는거지




<응? 하던거 마저 안하고 뭐해 뭐? 내가 돌아왔다고? 아, 내가 걔랑 좀 닮았어?>









여전히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뜬끔없다는 표현 말고는 떠오르는게 없었다.




갑자기 왜 가윤은 나에게 달려든걸까




그것도 그냥 그만하라며 정색하는것도 아닌 얼굴을 붙잡더니 곧바로 몸을 날려 입술을 맞댄걸까




그것도 모자라 왜 혀까지 밀어넣으며...키스를 한걸까




생각한들 뭔가 해결될건 없다. 일단 진정하고 가윤과 대화를 하는게 우선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기....가윤아, 이거 좀 놓고..."




그 순간 자신을 누르던 팔 하나가 슥 올라가는게 보였다.




소혜는 그것이 가윤이 자기 말을 듣고 비키려는 건줄 알고 잠시 안심했지만 향한 손이 가윤의 셔츠쪽으로 가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단 직감이 들었다.




복도까지 들릴 쿠당탕 소리가 터진 후 그들의 위치는 바뀌어 있었다.




셔츠 단추를 푸는 가윤의 몸을 곧 바로 붙잡아 당겨 반대쪽 팔에 슬쩍 안기게 한 후 소혜 본인은 그 팔을 살포시 빼내며 몸을 뒤집었다.




가윤은 자기 손목을 붙잡은 것을 떨치기 위해 안간힘을 썻으나 손등조차 바닥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으윽...하...."




"진정해...가윤아... 야!"




하지만 10초정도 지났을 까 어차피 자신의 힘으론 절대 이걸 풀 수 없다는걸 깨달은 가윤은 체념한듯 몸에 힘을 풀었다.







이젠 좀 진정이 된걸까




일단 심장이 미친듯이 뛰는걸 보니 나는 그렇지 못한거 같다.




그나마 다행인건 가윤인 그럭저럭 진정한것 같다.




"저기...가윤아...? 장난이 좀....심한거 같아...하하..."




내가 너무 심했던 걸까? 하긴 너무 놀리긴 했어. 단지 반응이 귀엽단 이유로 반정도는 성희롱에 가까운 짓도 했으니 기분 나빴을 순 있을거야




그리고 그런 나한테 결국 폭발해서 더 심한 장난을 친....




"아...너 안경이...미안...저기있..."




아니....아니야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지금




정말로 그것때문이라면, 차라리 정색하며 그만하라 하거나 했을거야




난데없이 키스를 퍼붓는 그런짓을 할리가 없잖아




거기다 저 눈을 봐




저게 정말 친구를 보는 눈이야?




저렇게 그윽하고 몽롱한 눈빛을 친구한테 보낸단 말이야?




티비에서 많이 봤잖아




그것도 멜로 드라마에서










분위기는 사람의 모습 뿐 아니라 마음마저 사로잡는 매력이 있었다.




뜨거워진 체온, 나눠가진 체액, 서로에게 얹고 얹혀지는 거친 숨결




은은한 조명




그것들이 만들어준 모습과 마음이 소혜에게 스며들었다.










그보다...쟤 왜저렇게 예뻐보이지?




아니 이 상황에 이런 생각이 왜 드는거야




지금 이럴떄가 아니잖아




설마




그동안 얘가 계속 귀여워 보이고, 다른 친구들 보다 왠지 눈에 잘 띄었던게




내가...그랬던거야?










가윤은 의아했다.




소혜가 자신을 붙잡아 막은 시점에서 모든게 끝이구나 싶었는데




갑자기 소혜가 말이 없더니 자신은 보지도 않은 채 떨고 있다.




거기다 손 역시 어느순간 스르르 풀리더니 공증에 뜬 채 손가락만 부들거렸다.




의도치 않게 생겨난 선택지에서 가윤은 소혜를 향해 팔을 뻗었다.




"이젠 장난 안칠거야"




"ㅁ...뭐? 아니..너...지금도 무슨짓을 한건지는...아는거야?"




"무슨 짓을 할건지도 아는걸"




"그...우리 친...친구잖아....너 이러면 어떻게 되는지..."




"내가 조용히 알려줄게"











눈을 뜬다는게 처음으로 괴롭다 느낀 날이었다.



평소같았으면 일어나 아침 운동을 끝내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어도 남았을 시간이었지만 소헤는 이불을 푹 덮어 쓴 채 머리카락만 매만졌다.



지속된 후덥지근함이 만든 어제의 환상이 선명해질 무렵에야 이불을 걷어차며 부스스한 몰골로 일어나 세면대로 비틀거리며 걸었다.



무거운 어깨, 삐걱대는 무릎, 부서질듯한 머리카락



찬물을 얼굴에 끼얹다 시피 거칠게 비벼댔다.



세안으로라도 지금의 불쾌함을 씻을 수 있단 식의 태도로 박박 문지르다 눈을 슬쩍 건드려버린 소혜는 약간의 비명소리를 내며 수도를 잠궜다.



수건으로 얼굴을 문지르고 나왔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멍했다. 어지럽다가도 드는 따끔함에 정신이 드는 순간만 계속되었다.



'가윤아...너...'



빙빙돌던 생각의 끝에 서있던건 그녀였다.











분명히 자신을 향한 물줄기지만 몸을 비껴가는게 아닌가 싶을만큼 감각이 없었다.



머리엔 샴푸를 끼얹고 몸엔 비누를 바른지 한참이었지만 샤워실을 나가고픈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난 대체 여기서 뭐하고 있는걸까



왜 여기에 있는걸까



밖에서 날 기다리는 여자는



모든 생각으로 부터 회피하려 할수록 그곳이 느릿하게 가까워지는게 실감이 났다.



마침내 그날의 기억이 머리를 먹어버린듯 나를 붙잡고 간밤의 기억을 필름으로 보여주었다.



그 속에서 난 소혜의 품위에 오른 채 다음을 맞이할 준비를 헀다.



후회가 두렵지 않은듯한 태도로, 지금이 아니면 얻을 수 없는 쾌감에 눈이 먼 채로



현실을 알아볼 수 없어졌기에 두려움은 없을것이라 생각했다.



머리보다 몸이 먼저 지금 상황에 알맞은 행동을 딱딱 맞춰주었다.



하지만 현실은 눈으로만 볼 수 있는게 아니라는걸 깨닫게 해준 그녀의 애원



귀에 스며드는, 하지만 깊숙히 파고드는 목소리는 뒤집힌 눈을 돌려놓았다.



그 직후 드러난건 팔로 얼굴을 간신히 가리다시피하며 울고있는 소혜



머리카락은 눈물을 머금고 있었고 가로막은 팔은 처절하게 떨리고 있었다.



지푸라기를 엮어만든듯한 바리케이드였다. 그저 툭 헤치면 흩어져버릴 방어선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 광경은 내 흥분을 순식간에 잠재웠다.



해소되기도 전에 흩어진 흥분은 겪어본적 없는 처참함을 알려주었다.



언제나 밝은 표정이던



항상 건강하고 활기차던



소혜는 없었다.



나를 떨리게 만들던 그녀는 사라졌다.



두려움에 벌벌떠는 가녀린 소녀만이 눈 앞에 있을 뿐이었다.



내가 일그러뜨린 소혜의 모습이었다.



어쩌면 내가 품었던 사랑은 그저 물건을 갖고싶었을때의 집착증이 아니었을까 하는



가장 유치하고 신랄한 말이지만 광기란 표현이 너무 적절하게 느껴졌을때



몸은 흐트러졌고 이빨은 와들거렸다.



그 뒤로도 한참이나 들리는 흐느낌에



미안하단 말을 끝으로 밖을 나섰다.



품었던 욕구도 관계의 해명도 행위의 사과도



어떤것도 해결하지 못하고 도망쳤다.



그리고 후회를 느낄새도 없이 내 몸은 그 와중에도 욕구를 애타게 부르짖었고



역겨움을 느끼면서도 난 그걸 따랐다.







"어머머 아직 있었네? 난 또 너무 안나오길래 물만 틀고 도로 나가버린줄 알았지~"



"그런 실없는 짓을 제가 왜 하겠어요"



"그래~? 다음에 전화한단 말을 석달만에 하는 앤데 그정도야~"



"...미안해요"



별 그런걸로 사과하냐는듯 머리를 쓰다듬으면서도 한손엔 담배를 여전히 낀 채 여자는 웃었다.



풍기는 연기와 냄새에 고개를 돌리려던 가윤은 그저 눈만 슬쩍 감았다.



"아, 너도 줄까? 아쉬워하는거 같은데"



"됐어요, 지금 피웠다간 기절할거같애... 언닌 담배가 그렇게 좋아요?"



푸하하, 웃음소리와 함께 연기가 끊어지듯 뿜어져 나오다가도 저들끼리 어우러져 방안을 떠돌아다녔다.



"그럼 얼마나 좋니? 어디서나 구할 수 있지, 값도 싸지, 원하는 만큼 즐길 수 있지, 요즘은 어디서나 즐기는건 힘들어졌지만 뭐 못할것도 없고"



다 타들어간 담배를 재떨이에 부비자마자 새 담배를 꺼내는 여자를 보던 가윤은 약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랬죠 그래서 좋아하셨죠, 처음 만났을 때 똑같이 묻고 똑같은 대답을 들었으니까. 지금도 답이 안바뀐걸 보면 그 이후에 했던 말도 똑같겠네요"



"어머, 감동인데? 4년전 일을 아직도 기억해주다니 말이야"



"그럼요, 가장 황당한 말이었으니까. 담배같은 여자를 좋아하신다니 참"



푸흡 하는 소리와 함께 칙칙거리는 소리, 그리고 숨이 깊게 내뿜어지는 소리



"왜 좋지 않니? 무엇보다 해롭지만 느껴본적 없는 감각을 전해주는건 낭만적이기 까지 한걸. 넌 생각이 다르...."



다시금 손에 쥔 담배를 입에 가져가려던 찰나였다. 조그만 손가락이 입술에 대신 스치더니 집고있던 담배를 도로 가져가버렸다.



당황섞인 시선이 그 손가락을 따라 도착한 곳에선 가윤이 태연하게 그 담배를 물고 있었다.



불빛이 쭉 밀리고 담뱃재가 부스럭거리는게 보일정도로 깊이 빨아들인 가윤은 연기를 바로 내뿜지 않고 여자와 눈을 잠시 맞췄다.



"...너"



그리고 슥, 여자에게 다가갔다. 입술을 바로 맞댔다. 입을 열었다. 혀를 집어넣었다. 연기가 새어나왔다. 손이 머리를 감쌌다.



흐트러지는 연기가 그들의 모습을 잠시 가렸다 사라질 쯤, 다시 떨어진 입술, 늘어진 침, 간간히 새어나오는 작은 연기



여전히 놀란 눈치였지만 당황스러움은 어느정도 가신 여자의 눈을 슬쩍 피하며 가윤은 입술을 닦았다.



"이제 그만 피워요...제가 지금부터 그렇게 되어드릴테니까"



손이 웃음소리를 타고 다가와 가윤을 감쌌다.



"어머머~ 언제 가윤이가 이런 면도 생겼지? 그럼 기대한다?"



어느새 이불은 침대밑으로 떨어졌고 그 자리엔 살색의 형체로 뒤덮혔다.



자신의 몸 깊숙히 들어오는 손가락, 시리게 느껴지는 맞댐앞에 가윤은 눈을 감았다.



<그래 결국 이렇게 되었구나, 하지만 넌 실수한거야. 넌 네가 원하는것도, 잃기 싫은 것도 하나도 지키지 못했어, 그건 알고있지? 알아서 해>





쓰다보니 노잼이라 다음화는 내년에 나올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