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붕이에게는 어릴때부터 친했던 친구 수현이가 있었어


둘이서 공놀이도 하고 게임기 하나로 돌아가면서 게임도 하고


서로 집에 놀러가서 저녁까지 놀다가 밥먹고 집에 갈 정도로 친했었지




그런데 둘이 10살이 될 때 쯤, 얀붕이는 부모님을 따라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어


얀붕이는 수현이를 두고 이사가기 싫다고 울면서 떼를 써봤지만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을 따라서 갈 수 밖에 없었지


이사를 가기 전, 얀붕이와 수현이는 나중에 어른이 되면 이 동네에서 꼭 다시 만나자고 서로 약속을 하고 헤어졌어




10년 후, 얀붕이는 성인이 되었지만 아직도 그날의 약속을 잊지 않고 있었지


마침 얀붕이는 전에 살던 동네 근처의 대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어


얀붕이는 부모님께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자취를 하겠다고 말하고 어릴 때 살았던 동네에 자취방을 구했지


오랫만에 돌아온 동네는 많은 게 변한듯, 변하지 않은듯 보였어


수현이와의 추억을 더듬으며 동네를 한바퀴 걷고 있었는데, 한 여자가 갑자기 말을 걸었왔지


긴 생머리에 하늘하늘한 원피스


얀붕이는 이런 이쁜 여자는 본 적이 없어서 어리둥절 하고 있었어


"저... 혹시 얀붕이 아닌가요?"


"아, 네... 맞는데요. 누구시죠..?"


"나 수현이야! 수현이! 나 기억해..?"


"네?? 수현이는 남자인데요..?"


"헐... 나 여자인거 지금까지 몰랐어? 우리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었잖아"


수현이를 본 얀붕이는 어안이 벙벙했지


지금까지 같은 남자인줄 알고 있던 수현이가 여자였다고??


그것도 그 남자 중에 상남자 같던 수현이가??


"얀붕아, 이렇게 만나니까 진짜 반갑다!"


라고 말하며 수현이는 얀붕이를 꼭 껴안았어


얀붕이는 남자라면 느낄 수 없는 볼륨감이 수현이에게서 느껴지는 것에 다시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


"우리 이러지 말고 어디 들어가서 얘기하자"


"어, 그럼 나 여기 자취방 얻었는데 내 방으로 갈래?"


"그래, 좋아!"




둘은 얀붕이의 방에 가면서 슈퍼에 들려서 술이랑 안주를 조금 사갔어


술 한잔 마시면서 옛날 얘기를 하다보니 얀붕이는 수현이가 정말 전에 친했던 그 수현이가 맞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


그러면서도 수현이의 말투나 행동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여자다 라는 느낌이 들어서 괴리감도 같이 들었어


"이야... 정말 옛날 얘기 안했으면 너인지 몰랐을 거야"


"자꾸 옛날얘기 하면 부끄러워... 나, 그때는 내 마음을 잘 몰랐거든..."


"지금도 내가 알고 있던 옛날의 니 모습이랑 너무 달라서 좀 적응이 안된다. 뭔가 좀 아쉽기도 하네"


"그게 무슨 소리야..?"


"어릴때 너랑 재밌게 놀던 추억이 있어서 그런가, 나는 그때의 니 모습이 더 좋았던거 같아"


"그말... 정말이야..?"


"아니 뭐, 지금 니 모습이 안좋다는 건 아닌데, 그냥 그렇다고. 하하"




"에이씨..."


"응? 수현아..?"


"괜히 얌전한 척 하고 있었네. 남자새끼들은 다 얌전한 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너도 얌전한 거 좋아할 줄 알고 기껏 귀찮은거 참고 다른 년들 처럼 하고 있었는데, 괜한 짓이였잖아.


그래서 넌 지금 같은 내 모습이 더 좋다, 그거지?"


"어? 으,응..."


그 말은 들은 수현이는 얀붕이의 멱살을 잡았어


"수, 수현아??"


그리곤 얀붕이에게 거칠게 키스를 했지


"그날 그렇게 널 보내고 얼마나 니 생각만 했는지 넌 모를거야. 너 이제는 나 두고 다른 데 못 가. 


넌 이제부터 내꺼야, 알겠어?"


그 말에 얀붕이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일 수 밖에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