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와 옷이 들러붙을 정도로 습한 여름의 어느 날.


나는 얀붕이와 만났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피하던 얀붕이. 장마가 시작되었을 때 깜빡하고 우산을 안 챙겨 온 나를 위해 부끄러워 하면서도 내게 우산을 씌워주던 얀붕이. 처음엔 그런 얀붕이의 보호욕구를 자극하는 모습 때문에, 곁에 있고 싶었었다.


그렇기에, 지금 와서 예전 사진을 보니, 처음엔 내가 얀붕이를 리드하는 광경이 많이 펼쳐져 있었다. 같이 여행을 갈 때도 내가 여행 코스를 짰고, 음식을 시킬 때도 내가 얀붕이의 음식을 골라줬었다. 그런데, 그러던 어느 날 얀붕이가 내게 고백을 해왔다.


별 생각없이 친구로만 생각했던 얀붕이가 내게 고백을 해 왔을 때는 평소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던 얀붕이의 변화나, 모습들이 한 눈에 들어왔고, 얀붕이에게는 절대로 얼굴을 붉힐리 없다고 생각했었던 내 얼굴은 신기하게 그 때 만큼은 살면서 손가락에 꼽힐 만큼 홍당무처럼 뻘겋게 물들여져 있었다.


처음엔 당황스럽고 이렇게 곁에 있고 싶은 친구를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에 거절할까 생각도 하였다. 그러나, 눈동자를 돌릴 때마다 마주치는 얀붕이의 눈을 보고 느껴지는 심장 박동이 순식간에 거절한다는 경로를 단단히 막아 세웠었다.


"그래, 우리 사귀자"


그리고는, 어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얀붕이의 고백을 받아주었고, 그 때 얀붕이가 지었던 미소는 만났었던 이래 최초로 가장 기뻐하던 미소였던 것 같았다.


***


얀붕이와 사귄지 100일이 된 후 여행을 갔을 때 찍었던 사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참 좋았었지."


고개를 돌려 사지가 침대 기둥에 단단하게 매듭되어 있는 밧줄에 묶인 얀붕이를 바라봤다.


"발정 난 개새끼가 꼬리를 치기까지는 말이야"

ㅡㅡㅡ

대충 예시로 한 번 써봤음.


이렇게 초반에는 순애로 가다가 얀데레 드리프트 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