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제목은 쓰다 보니 어디서 본듯한 거 같은데였는데 바꿈. 

1편이랑 다르게 2편은 1인칭으로 씀. 아마 얀붕이 때만 1편처럼 3인칭 쓰고 얀순이 나올 때 1인칭 자주 쓸거 같아.

얀데레 채널 소설 읽을 게 너무 많아서 구독할라고 고닉 됨. 필력 구린 거하고 진행 느린건 미안.




 

 

 

 

 

나는 영웅…… 아니, 영웅이라고 불리는 저 작자들이 싫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지역 전체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지역 하나를 통째로 관리하는 고위직 영웅의 딸이다.

그러면 누구는 이야기하겠지. 가족은 물론이요 모르는 남까지 지키느라 열심인 부모를 자랑스러워하진 못할 망정이라고 나를 욕한다.

그러면 나는 항상 이렇게 대답한다.

 

‘네가 뭘 알아? 뭘 알길래 그렇게 말하는데?’

 

그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지역이 자랑스러워하는 영웅 그 웃음이 집에서는 짜증으로 일그러지는 것을 봤나?

자신의 과거, 초인으로서 차별받았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굳이 나한테 각인시키면서까지 성공을 강요하는 부모한테 상처를 받는 건?

한탄이라면서 겉에 드러나지 않은 영웅들의 추태를 들어 내가 바라보던 것이 푸른 하늘이 아닌 진흙탕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의 혐오감을 받아봤냐고.

 

‘모르잖아. 알고 싶지도 않았잖아. 그래서 나도 너희들 생각해서 조용히 있는데 왜 굳이 이런 기분 나쁜 이야기를 꺼내게 하냐고.’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이렇게 여러 이유를 늘어놓는다 한들 목숨을 걸고 일하는 영웅을 대놓고 욕하는 건 내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이에 대해서 변명을 하라고 하면, 내 주변에서 나를 바로잡거나 이끌어줄 사람이 없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가장 가까운 내가 그 누구보다 많이 봐야 할 부모는 아까 말했듯이 나를 이끄는 게 아닌 목줄을 채워 끌고 가려 한다.

친구라며 다가오는 인간은 내가 아닌 그 짜증 나는 부모의 재력과 유명함만을 바라본다.

 

‘이런 환경에서 말 잘 듣고 환하게 웃는 착한 아이로 자랄 수 있어?’

 

있다면 있을 것이다. 강압적인 태도에 짓눌려 자신의 의견조차 펼치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

하지만, 당연하게도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내가 부모님에게 반항 심리를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여기 봐! 네 능력자 적성이야. 좀만 노력해서 능력을 쓸 수 있게 되면, 뛰어난 영웅이 될 수 있다고!’

 

신이란 게 있다면, 장난꾸러기임을 증명하는 듯 영웅을 그 무엇보다 싫어하는 내게 주어진 재능을 구실로 닦달하는 걸 무시하고 매일 가라는 훈련장을 땡땡이쳤다.

 

‘안 돼. 9시 이후엔 절대 나가지 마. 괴물이라도 나타나면 어쩌려고 그래!’

 

제대로 된 부모님의 모습을 보여준 적 없으면서, 뻔뻔하게 걱정한다는 듯한 말투로 경고하는 걸 신경 쓰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그때마다 바라보는, 매연에 별 하나 보이지 않는 하늘, 촘촘하게 세워져 갑갑해 보이는 건물 등 모든 풍경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이렇게 계속 밖으로 나가면, 언젠가는 부모님의 저 집착 어린 속박도 없어지고 나를 이해해주지는 않을까 희망을 품는 게 너무 즐거워서.

물론, 항상 그렇듯 내 바람은 전혀 기대받지 않은 방향으로 보답받았다. 

오늘은 어디가 좋을까 하며 짧은 고민 끝에 정한, 아무도 없는 초등학교.

그곳에 정말 갑자기, 평소라면 재난 경보가 울린 뒤에 나타나야 할 괴물이 나타난 것이다.

 

“꺄아악!”

 

눈앞까지 다가온, 숨이 턱 막히는 듯한 압박감에 비명을 질렀지만, 알고 있다.

재난 경보가 울리지 않았다. 이는 괴물이 감지센터에서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

그 이름값 못하는 영웅들은 지금 이곳에 오지 않을 테고, 나는 저 괴물에게 죽는다는 걸 말이다.

그 사실에 머리가 하얘지고 눈앞이 휘청거리는 순간이었다.

 

“도망쳐!”

 

갑자기 들려온, 운동장 수십 바퀴를 뛴 사람이 내지르는 듯한 힘 없는 목소리.

앞을 바라보니, 어느새 나타난 운동복 차림을 한 또래의 남자애가 괴물을 붙잡고 있었다.

 

“빨리!”

 

누구보다 내가 더 무섭다는 듯 눈과 팔다리를 미친 듯이 떨어대면서도 괴물을 놓지 않는다.

그 모습에 두려움을 조금 덜어낼 수 있던 나는 곧바로 달렸다. 달리고 또 달리면서 곧바로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그렇게 괴물을 막아선 남자애의 몸이 부러지고 바닥에 내던져져 모래사장이 피로 물들 때가 돼서야 드디어 그 밥값 못하는 영웅이 도착해 괴물을 처리했다.

 

“괜찮아?! 어디 다친 데는...”

 

영웅들은 역시 전화를 넣은, 고위 영웅의 딸인 나를 먼저 챙겼다.

괴물을 막아선 탓에 팔이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꺾인 채 쓰러진 사람이 아닌, 달리다가 발을 잘못 짚어 작은 염좌를 겪고 있는 나를.

죽을 뻔한 위기를 겪은 상황. 다른 사람이 아닌 나를 챙겨준다는 것에서 기뻐해야 할 텐데 어째서인지 짜증이 났다.

 

“전 괜찮아요. 그보다...”

 

그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저 멀리에서 다 죽어가고 있던, 괴물에게 뼈가 부러진 몸으로 일어서려 하는 남자애.

그쪽을 보라고 이야기하려던 나는 물론이요 주변에서 그를 발견하고선 미친 듯이 달려가 응급 처치를 하려는 영웅도 놀람을 금치 못하는 상황.

그 중심에 내 시선이 향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애.. 여자애...”

 

그런데, 여기서 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딱 봐도 거리가 8미터는 넘게 떨어져 있는 남자애의 다 죽어가는 목소리가 똑똑히 들리고, 어디가 다친 지 생생하게 보이는 것이다.

죽을 뻔한 위기 이후 생긴 몸의 이상. 원래라면 혼란스러워야 정상이지만, 내 온 정신은 그 남자애에 고정되어 있었다.

 

“괜찮아! 그 애는 다친 데 하나 없이 멀쩡해! 오히려 다친 건 너니까 움직이지 마!”

 

가만히 응급처치를 받아도 모자라는 환자가 움직이려는 것에 영웅이 내뱉는 짜증 서린 고함.

그 남자애는 오히려 그 고함에 나로서는 이해 안 갈, 그 누구보다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다행... 정말...”

 

정신 줄을 놓으면서 다 풀린 목소리로 자아내는 마지막 한 마디.

그것을 끝으로 남자애는 쓰러졌고, 나 또한 정신을 차렸다.

 

“일단, 병원으로 가자. 눈에 보이는 상처는 거의 없지만, 혹시 이상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네...”

 

눈앞의 영웅에게 대답은 하지만, 시선은 계속 실려 가는 남자애를 향했다.

얀순이는 차에 올라타기 전까지 자신도 모를 감정에 가슴이 뛰는 것을 진정시키며, 얀붕이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