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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좋은 소꿉친구들 (10)

 

 

 

 

 

Side – 김우애

 

 

 

벌써 중간고사를 보게 될 무렵이 되었다.

 

나야 공부를 못해서 매번 미애한테 과외를 받고 나서야 간신히 보충 수업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의 성적만 받고 있다. 물론 이번에도 그럴 테고.

 

……하지만 나는 예전처럼 두 사람을 대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

 

두 사람이 내게 고백했다. 지난 10년 동안 쌓아온 우리의 관계가 무너지는 것 같아

 

기쁜 것보다도 무서웠다. 나는 어느 한 쪽도 선택할 수 없다. 

 

“그나저나 오늘은 두 사람 다 안 오네. 혼자 하교할까…….”


나는 두 사람을 기다리다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오질 않아서 먼저 하교했다.

 

미애는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어서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 아이라면 ‘난 천재니까 잠깐 공부하면 돼.’라고 말하겠지. 그리고 그 말대로 이틀만

 

공부해도 미애는 전 과목에서 100점을 받을 수 있었다.

 

하교하는 길에, 웬 낯선 승용차 한 대가 학교 앞에 서 있는 게 보였다.

 

잘 빠진 검정색 엔츠, 그것도 신형이었다. 흠집 하나 없이 광택도 번쩍번쩍했다.

 

이런 비싼 자동차를 타고 학교에 오는 사람이 있던가?

 

그 때, 창문이 열리며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호린이였다.

 

“어? 나 기다리고 있었어?”


“응.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서 그런데 잠깐만 같이 가줄래?”


“어딜?”

 

“본가로.”


본가라면 호린이네 부모님이 사는 곳? 나는 가본 적이 거의 없었다.

 

“시간 내줄 수 있지?”


“어, 응.”


대체 무슨 일일까? 나는 문을 열고 호린이의 옆에 앉았다.

 

그나저나 이렇게 비싼 자동차는 처음 타본다. 앞좌석 뒤쪽에 작은 TV도 달려있었고,

 

쿠션에선 가죽 냄새가 진하게 풍겨왔다. 자동차가 움직이는데도 소음 하나 없이 고요했다.

 

“미안, 오늘 쓸 수 있는 차가 이것밖에 없어서. 좀 별로지?”


“이게 별로라고?”

 

할 말을 잃었다. 할아버지가 이걸 사려면 얼마나 많은 우동을 팔아야 할까?


“그나저나 갑자기 무슨 일이야? 평소의 너 같으면 버스타고 가자고 했을 텐데…….”


“저번에 말했지? 내 모든 걸 보여주겠다고. 난 말은 행동으로 지키는 여자거든.”


“그게 그 뜻이었어?”

 

“어느 정도는. 이게 전부는 아니니까 벌써 실망하진 마.”


약 30분 후, 우리는 호린이네 부모님이 사는 동네에 도착했다.

 

서울 용산구……그 중에서도 부자들만 사는 동네였다. 

 

집들이 하나 같이 으리으리하고 우아했다. 저 집 하나에 몇 백억이나 하는 걸 생각하면

 

딴 세상 이야기 같았다. 자동차가 멈췄고, 기사님이 문을 열어주었다.

 

“얼른 내려. 아참, 저녁 같이 먹을 건데 너무 게걸스럽게 먹진 마?”


나는 저택을 보고 입을 꾹 다물었다. 2층짜리 단독 주택이었는데, 마당엔 잔디가

 

깔려있었고 거기엔 커다란 개들이 뛰놀고 있었다. 집이 너무 커서 한 50명이 같이

 

살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호린이가 현관문의 벨을 누르자, 처음 보는 사람이 나왔다.

 

“어머, 아가씨. 못 본 사이에 더 예뻐지셨어요. 그리고 저 분이……?”


“내 친구 우애에요. 자, 얼른 들어와. 부모님은 계시죠?”

 

“아가씨가 오늘 저녁엔 꼭 오라고 해서 지금 기다리고 계세요.”


약간 통통하고 머리가 곱슬곱슬한 아주머니였다. 그녀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우리는 아주머니의 안내를 받아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현관이 우리 집 거실보다

 

컸는데, 바닥은 대리석이었다. 게다가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도자기며 그림이 장식되어

 

있었다. 나는 혹시나 그걸 떨어트릴까 조심스레 걸었다.

 

“근데 아가씨, 어쩐 일로 오셨어요? 명절에도 안 오시던 분이…….”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서요. 우애야, 얼른 와.”

 

“응.”


우리는 더 안쪽으로 들어가 거실로 들어왔다. 거실은 현관보다 더 넓었는데, 대체

 

얼마나 넓은 건지 감이 안 잡힐 정도였다. 단순히 넓은 것뿐만 아니라 우리 집이랑 비교도

 

못할 정도로 고급스러운 가구와 장식들이 가득했다. 여기서 밥을 먹으면 체할지도 모른다.

 

“한 셰프님 계시죠? 요리는 어떻게 했어요?”


“말씀하신대로 평소 먹는 것처럼 준비해달라고 했죠.”


“좋아요.”


“호, 호린아? 나 조금 불편한데…….”


“곧 익숙해질 거야. 그리고 나도 불편해, 솔직히 말하자면.”


잠시 후, 호린이네 부모님이 2층에서 내려오셨다.

 

아저씨는 옛날보다 흰머리가 조금 늘었지만, 여전히 신사처럼 멋지셨다.

 

키가 크고 몸이 나보다도 좋았는데, 그 중에서도 길게 자란 콧수염이 인상적이었다.

 

아주머니는 호린이랑 빼다 닮으셨다. 호린이가 나이를 더 먹으면 딱 저렇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벌써 50에 가까운 데도 거의 30대처럼 젊어 보이셨다.

 

“호린이 왔니? 어머, 우애야. 그새 키가 많이 컸다?”


“그래봤자 160 언저리에요…….”


“넌 아직 어리니까 금방 자랄 거야. 우리 딸, 엄마 보고 싶어서 부른 거야?”


“그보다 중요하게 할 말이 있거든. 자, 다들 앉아. 먹으면서 얘기할 테니까.”


우리는 식탁에 둘러앉았다. 곧 나이 많은 할아버지 한 분이 요리를 가져왔다.

 

“우애 넌 처음이지? 여긴 한우식 셰프님. 예전에 청와대 조리장이셨어.“

 

“그, 안녕하세요?”


그는 내게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 분위기는 꼭 어디 숨어 사는 순례자 같았다.

 

“우애야, 그렇게 긴장 안 해도 돼.”


“긴장을 안 할 수가 없는데…….”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요리가 정말 맛있어 보였다. 이름은 모르지만, 조개랑 새우 살로

 

만든 스프 비슷한 요리였다. 나는 한 숟가락 떠먹었고- 바로 감탄했다.

 

“맛있어!”


“천천히 먹어. 더 먹고 싶으면 말하고.”


“그래, 딸. 시답잖은 이야기는 건너뛰자꾸나. 할 말이 있다고?”


한참 조용히 계시던 아저씨가 말했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은 전혀 농담이 아니니까, 그거 먼저 알아둬.”


“오냐.”


“나 우애랑 결혼할 거야.”

…….

 

모두 굳어버렸다. 나는 스프를 먹다가 도로 뱉을 뻔했다.

 

방금 뭐라고? 내가 잘못 들었나? 오늘이 만우절이었나? 아니, 벌써 지났을 텐데.

 

“……이호린,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우애랑 결혼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고, 졸업하면 할 거야.”


“너 미쳤어!?”


아저씨가 식탁을 치며 일어섰다.

 

“다 불러놓고 한다는 말이 그거야? 세상에, 혹시 임신이라도 한 건-”


“아냐, 아냐! 아직 안 했어. 임신도 섹스도 아직은 안 했어.”


나 혹시 여기 혼나려고 온 건가? 스프가 무슨 맛인지 기억도 안 났다.

 

“따, 딸? 엄마 놀리는 거지? 너 농담하는 거지?”


“방금 말했잖아. 100% 진담이라고.”


“둘이 사귀는 거냐?”


“아직. 아, 고백은 했어.”

 

나는 두 분을 보았다. 하얗게 질린 얼굴과 둥근 눈. 지금 잘못 말했다간 죽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걸 우리한테 말하는 이유가……?”


“첫째, 내가 마음을 결정했다는 걸 알리려고. 둘째, 한 2~3년 정도 있다가 결혼할 

 

거니까 계획을 세울 건데 도와달라는 거. 셋째, 우애가 할 일이 있는지 물어보려고.”

 

“너 결혼한다는 게 얼마나 중대한 일인지-”


“알아. 그래서 굳이 이렇게 불러놓고 말하는 거 아냐.”


“호린아? 엄마는 호린이가 조금 더 생각하고 기다렸으면 좋겠어.”


“10년이나 기다렸는데 뭘 더 기다려? 내 마음은 확고해. 바꿀 마음 없어, 돌아가.”


여기서 그런 농담이 나와? 나는 겨우 숟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저기……저, 이건 좀 이르다고 생각하는데……아직 사귀는 것도 아니고.”


“그래! 우애도 그렇게 말하잖아. 게다가 네가 저 애랑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 말 한 마디에 얼마나 많은 뜻이 담겨있는지 모를 내가 아니다.

 

난 일개 소시민에 불과하다. 할아버지가 우동 가게를 하는 학생일 뿐이고, 딱히

 

머리가 좋거나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다. 

 

반면 호린이는 나랑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우수하다. 예쁘고, 몸매 좋고, 부자에

 

운동도 잘 한다. 나와 만나지 않았다면 진작 나보다 괜찮은 남자랑 사귀고 있었을 것이다.

 

“아빠……아니, 아버지? 방금 그 말 취소 안 하면 눈알을 파버릴 거니까 취소해줄래?”


“뭐?”


“내가 말했지. 나 지금 진지하다고.”


오금이 저릴 만큼 차가운 목소리였다. 우리 셋 모두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래, 방금 그건 내가 좀 말이 심했다.”


“알면 됐어.”


“딸, 엄마도 우애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 그렇지만 이건 인생이 걸린 문제야.

 

신중하게, 천천히 생각해야 할 문제라고. 응? 엄마 말 이해했지?”

 

“엄마는 나한테 어디 굴러먹다 온지 모를 놈이나 붙여줄 거잖아.”


“이호린! 너 엄마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이제 와서 부모 행세하지 마. 나 어릴 적에 얼굴이나 몇 번 봤다고.”


호린이가 평소보다 훨씬……날카로웠다. 내가 아는 호린이는 이렇지 않았다.

 

어쩌면 이게 그녀가 내게 보여준다고 했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둘은 반대한다 이거지?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유감이야.”


호린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내 손목을 붙잡았다.

 

“가자, 더 이상 이 사람들하고 할 말 없어.”


“네 멋대로 굴면 우리도 너 지원 못 해줘! 이호린, 당장 이리 돌아와!”


“그럼 내 능력껏 살게. 어차피 지원 안 받아도 먹고 사는데 문제 하나도 없거든.”


나는 호린이의 손에 붙들려 저택 밖으로 나왔다. 

 

“호, 호린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사실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그래도 부모니까 한 번 말은 해본 거야.”


호린이가 머리를 뒤로 넘기며 말했다.

 

“이해는 못해도 대화 정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어.”


“그……결혼하겠다고 한 건…….”


“진심이야. 난 너랑 결혼할 거야, 학교 졸업하자마자.”


갑자기, 이 모든 게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이건 사실 꿈 아닐까? 어쩌면 이게 다 호린이의 장난이 아닐까? 

 

“난 진심이야. 늘 진심이었어. 내 사랑은 하찮은 머저리들이 노래가사에 넣는 그딴 게

 

아니야. 사랑한다 말해놓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그런 가벼운 게 아니라고.”

 

호린이가 갑자기 손을 뻗어 나를 벽으로 밀어붙였다.

 

“미애가 너한테 고백했지?”

“그걸 어떻게…….”


“우리 둘은 친구야. 일단은 친구지. 아직까진.”


호린이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바로 키스할 수 있을 정도로.

 

“난 욕심쟁이야. 저번에도 말했나? 난 가지고 싶은 게 생기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지거든.”

 

“알고 있어.”


“반대로 말하자면 주고 싶은 게 생기면 뭐든 줄 수 있어. 내가 가진 전부를 줄 수 있지.”


호린이가 내 손을 잡더니, 갑자기 자기 가슴을 만지게 했다.

 

키스했을 때보다도 가슴이 더 거칠게 뛰었다. 호린이의 눈빛이 날 꿰뚫는다.

 

“내 몸, 내 처녀, 내 돈. 내 마음까지. 네가 원하면 단 둘이서 동거할 집도 구해줄게.”


“그, 그건 너무-”


“너무 나갔나? 미안. 여하튼 하고 싶은 말은…….”


호린이가 다리를 내 다리 사이에 밀어 넣었다. 난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었다.

 

“미애 걔가 너한테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너한테 줄게. 물질적인 것만 말하는 거 아냐.”


“…….”


“고민되는 거 알아. 그렇지만 잘 생각해. 정말 미애를 선택하는 게 옳은 일일까?”


“난 선택할 수 없어. 네가 뭐라고 욕해도, 둘 중 누가 더 좋은지 따윈-”

 

“하여간 귀여운 소리하는 건 여전하다니까. 그래서 좋은 거지만.”


호린이가 내 목을 가볍게 깨물었다. 그리고 내게서 떨어졌다.

 

“조만간 미애랑 담판을 지을 거야. 아무래도 공정한 ‘룰’이 필요할 것 같아서.”

“루, 룰이라고?”


“나중에 가르쳐줄게. 자, 돌아갈까? 저녁 못 먹었으니까 가는 길에 사줄게.”


우리는 타고 온 자동차로 집까지 돌아갔다.

 

그리고 가는 길에 햄버거를 사서 나눠먹었지만.

 

솔직히, 맛 따윈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Side – 이호린

 

 

“나는 왜 갑자기 부른 거야?”


우애와 저녁을 먹고 돌아온 직후, 나는 양미애를 옥상으로 불러냈다.

 

“너한테 제안할 게 있어서.”


“저번처럼 포기하라는 거면, 난-”

“그거 아니니까 눈깔에서 힘 풀어. 가뜩이나 못생긴 얼굴 주름진다?”

 

“씨발 너나 눈깔에서 힘 빼. 여우같은 계집애야.”

 

양미애가 내게 다가왔다. 혹시 몰라 나는 등 뒤의 나이프를 꽉 쥐었다.

 

“무슨 제안을 하려고?”


“예전엔 우리 둘이 맨날 싸웠잖아? 서로 우애한테 다가가지 못하도록.”


“그랬지.”


“그거 말인데, 이제 그만두자.”


내 말에 양미애가 눈살을 더 찌푸렸다. 어휴, 못생긴 년.

 

“서로 방해하지 말자는 거냐?”


“맞아. 만약 네가 우애랑 데이트를 해도, 난 방해하지 않을게.”


“반대로 네가 우애랑 데이트를 해도…….”


“넌 방해하면 안 돼. 그게 규칙이야. 공평하지?”


양미애가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내 꿍꿍이가 뭔지 알아내려는 듯.

 

“나 말이야, 오늘 우애랑 같이 부모님 보러 갔어. 상견례 비슷하게.”


“뭐?”


“나 우애랑 결혼할 거야. 졸업하자마자 동거할 생각인데, 벌써 집도 알아보고 있어.”


그녀가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고 새된 목소리로 말했다.

 

“너 씨발 대가리에 총 맞았냐?”


“말 곱게 하지, 양 대가리 아줌마?”


“아니 진짜로. 너 진심으로 그걸 우애 앞에서 말한 거야?”


“응. 그런데?”


“와……미쳤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양미애가 입을 벌리고선 내게서 한 발자국 물러섰다.

 

“난 너보다 훨씬 부자야. 너보다 예쁘고, 옷 잘 입고, 운동도 잘해. 참, 친구도 많다?”

 

“…….”

“넌 돈도 없고 예쁘지도 않고 옷도 못 입고 운동도 못 하잖아. 친구도 없고.”

 

“그래서 뭐?”


“그런 네가 우애랑 어울릴까, 아니면 나랑 우애가 어울릴까?”


양미애가 이빨 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반박할 순 없을 것이다, 전부 사실이니까.

 

“하지만 이 싸움은 공평할 필요가 있지. 그래서 규칙을 세우자는 거야. 어때?”


“그 제안은 받아들이지.”


“좋아, 그럼 가볼게. 내일부터 적용되니까 서로 방해하지 말기다?”


내가 옥상에서 내려가려하자, 느닷없이 그녀가 내 앞을 막아섰다.

 

“너 말이야, 진짜 비겁하지 않냐?”


“뭐?”


“빌어먹을 돈도 많고 친구도 많고, 그래……너 좋다는 남자도 많겠지. 그럼 말이야.”


미애가 내 멱살을 잡았다. 그리고 소리쳤다.

 

“그럼 씨발 우애 한 명 정돈 양보해도 되잖아 이 치사 빤쓰 같은 년아!!”


“……미안, 난 욕심쟁이거든.”


“너 잘 났다! 진짜 세상에서 네가 제일 싫어! 젠장!”


미애가 옥상 문을 쾅 닫고선 내려갔다. 옥상에 나 혼자 남겨졌다.

 

“원래 세상은 공평하지 못해, 바보야.”


그렇기에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으로 싸우는 수밖에 없다.

 

난 내가 가진 걸로 싸울 것이다. 그게 더럽고 치사하고 비겁해도.

 

“그러니까 너도 네 방식대로 싸워봐.”


나는 땅거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장점은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단점도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롤플레잉은 다음 편에서 완결 낸다. 뇌절각이 보이기 시작함.

대회글 읽으면서 내가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는 걸 느끼는 중